[취재후] 총여학생회의 퇴장…그 속에서 우리가 본 것들 ①

입력 2018.12.04 (07:04) 수정 2018.12.05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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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3일) 'KBS 뉴스9'에서는 '총여학생회'(이하 '총여')가 폐지되고 있는 최근 대학가의 흐름과 그 원인을 짚어봤습니다. ([관련 기사] 줄줄이 문 닫는 대학 총여학생회…'존폐 기로' 이유는?) 이번 보도를 준비하면서 '총여' 폐지를 목격한 학생들과, 넓게는 대학 내 학생사회를 고민하는 많은 이들의 목소리를 들었는데요. 짧은 방송 보도로 다 전달하지 못한 그들의 이야기를 4일과 5일, '취재후' 두 편으로 나눠 전합니다.

[총여 폐지의 이면①] "'차별' 없어졌는데 왜?…폐지 당연"

"무용수업 철폐하자!" 1988년, 성균관대에 재학 중이던 여학생 100여 명이 '수업 거부 투쟁'을 벌이며 교내를 행진했습니다. 여학생 필수과목으로 지정된 무용수업을 없애달라는 게 학생들의 요구였습니다.

이 집회를 주도했던 건 총여학생회였습니다. 당시 총여회장을 맡았던 이주환 씨는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무용과 여성을 연결시키는 성별 고정관념에 따른 커리큘럼이었기 때문에 부당하다고 봤던 것"이라며 "무용을 필수과목에서 선택과목으로 바꾸는데 성공했다"라고 회상했습니다.

당시 총여는 학교 앞 술집 풍경도 바꿔놨습니다. "학교 앞에 술집이 참 많았는데, 집집마다 선정적인 여성의 모습을 담은 포스터들이 붙어 있었어요. 성상품화 반대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그 포스터들을 다른 내용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했죠. 이런 포스터가 없어도 우리는 술 사 먹는다면서 일일이 술집을 찾아 설득했어요. 일상적인 운동으로 학생들의 호응도 높았어요."

1988년 성균관대 총여 활동 당시, 이주환 당시 총여회장과 동료들이 세미나를 하고 있다. (이주환 씨 제공)1988년 성균관대 총여 활동 당시, 이주환 당시 총여회장과 동료들이 세미나를 하고 있다. (이주환 씨 제공)

하지만 30년이 흐른 지금,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지난 주말(1일) 총여 폐지를 결정한 광운대. 이 학교 총학생회장 최한실 씨는 총여 폐지 논의 과정에서 "그런 걸 왜 만드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고 합니다. 최 씨는 "총학생회가 남학생만 들어갈 수 있는 곳도 아닌데, 왜 여학생들끼리 따로 또 학생회를 만드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다"면서 이는 여학생과 남학생을 가리지 않고 나오는 의견이라고 말했습니다.

고준우 대학연구네트워크 대표 역시 "(총여 폐지 주장 속에는) 왜 이중적 대표를 하느냐는 논리가 있다"면서 "다 평등한 학생으로서 총학생회라는 대표를 갖기로 한 건데, 왜 여학생들만의 대표가 있어야 하나라는 의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학 내에서 "더이상 여성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커지고 있다는 겁니다.

최근의 한 여론조사는 이런 현상을 수치로 보여줍니다. 고려대 '불평등과 민주주의연구센터'와 한국리서치가 벌인 조사 결과를 보면([관련기사] 취업 무한경쟁 20대 남성 “여성차별 존재” 23%만 인정), "여성은 사회적 차별을 받고 있다"라는 데 남성의 39%만이 동의했습니다. 특히 20대 남성의 동의율은 23%에 불과해 전연령대에서 가장 낮았습니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6년 양성평등 실태조사'에서도 20대 남성의 3분의 1 이상(35.4%)이 "남성이 (여성에 비해) 불평등한 처우를 받고 있다"라는 데 동의했습니다.

출처: 한국일보출처: 한국일보

지난달 책 '한국, 남자'를 출간한 문화비평가 최태섭 씨는 "남자들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 억울함의 정서가 큰 것 같다. 사실 20대 미만으로 가면 남자들이 모든 면에서 여성들에게 뒤처진다"면서 여성의 사회 진출 등 사회경제적 변화가 총여 폐지 여론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줬다고 짚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인식하는 현실은 더이상 그 자체만으로는 총여의 정당성을 지탱해주지 못하는 겁니다.

[총여 폐지의 이면②] 학생'사회'는 없다…분자화와 탈정치화

그럼에도 여전히 총여가 필요하다고 외치는 사람들은 있습니다.

지난달 연세대 30대 총여회장에 당선된 이민선 씨는 KBS 인터뷰에서 "대학문화 전반에는 성차별적 문화가 여전히 남아 있고, 총여는 이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단체"라며 "여성뿐 아니라 성소수자와 장애인 등 대학 내의 다양한 소수자를 위해 인권의식의 지평을 넓혀가는 것"을 총여의 역할로 꼽았습니다.

이미 총여가 폐지된 성균관대에서는 총여 재건을 요구하는 모임, '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모임의 대표인 노서영 씨는 "학내 성폭력 피해자들이 원하는 건 일상으로의 복귀이며, 이는 (대학 내 성폭력 조사 기구인) 인권센터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짚었습니다.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가려면 문화가 바뀌어야 하는데, 이런 변화는 결국 학생 자치로 가능하다는 겁니다. 노 씨는 "지금의 학생 자치기구는 변화에 손을 놓고 있고, 총여학생회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노서영 ‘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 대표가 학내에 붙은 자보를 보며 취재기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노서영 ‘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 대표가 학내에 붙은 자보를 보며 취재기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런 목소리가 분명히 존재하는데도 총여가 줄줄이 폐지되는 이유는 뭘까. 저희 기자들이 만난 사람들은 입을 모아 '학생사회의 붕괴'를 이야기했습니다.

"지금의 대학에서는 '학생공동체'가 여기 존재한다라는 감각이 희미해졌다. 예전에는 대학에서 학생들끼리 공동의 문제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는데, 학교는 더이상 그런 공간이 아니다. 그저 졸업장 따서 사회로 나가야 하는 중간적인 단계로 밖에 의미 부여가 돼 있지 않다. 학생들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공동체적 생활을 함께 영위하는 관계가 아니라, 그냥 스쳐 지나가거나 학점을 두고 경쟁하는 관계로 설정된다. 이런 환경에서 총학생회의 위치는 전락하고 만다. 학생들의 정치적 의견을 주고받고 수렴하는 기구가 아닌, 단순 편의를 위한 기구만 필요하게 된 것이다. 총여뿐 아니라 학생 자치기구 전체가 많이 저하돼 있는 상태다. 총여 폐지는 전반적인 학생자치의 위기와 궤를 같이 한다." (고준우 대학연구네트워크 대표)

문화비평가 최태섭 씨도 "총여 폐지를 논하려면 대학의 학생자치 기반 자체가 무너진 배경을 봐야한다. 총여가 아닌 총학생회조차도 이제는 학생들의 지지를 받는 탄탄한 조직이 아니다"라면서 "동력 상실에 반페미니즘 기조가 불씨를 제공한 것 같다"라고 분석했습니다.

학생들의 시각도 비슷합니다. 서울 소재 한 대학의 학생 성평등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A씨는 "총여 폐지를 단지 여성주의에 대한 반발 '백래시'로 규정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 학생들 사이의 정치혐오 현상을 언급했습니다.

"학생사회 구성원들이 정치활동에 대한 반발심을 많이 갖고 있다. 총학생회가 퀴어퍼레이드에 참여했을 때, '학교 이름으로 참가하지 말라'든지 '학교 이름을 걸고 왜 그런 걸 하냐'는 비판이 나왔다. 그런 반발이 나올 줄은 몰랐다. 학생 사회의 일원으로서 사회에 대해 가지는 사명감이나 책임감, 학생회의 역할에 대해 많이 생각하지 않는다. 폐지 여론은 이런 식의 정치혐오와 엮이며 더 거세진다." (대학 성평등위원회 활동가 A씨)

지난달 14일, 총여 폐지 안건을 놓고 동국대에서 자유 토론이 열렸다. (동국대 총학생회 제공)지난달 14일, 총여 폐지 안건을 놓고 동국대에서 자유 토론이 열렸다. (동국대 총학생회 제공)

총여 폐지 주장 가운데는 총여가 학생회비로 운영된다는 점을 문제삼는 목소리도 큽니다. 남학생과 여학생이 똑같이 내는 학생회비를, 왜 여학생만을 위한 기구에 사용하냐는 비판입니다. 문화평론가 최태섭 씨는 이 역시 학생들의 탈정치화 현상과 연관된다고 말합니다.

"총여 폐지 투표에서 가장 먹힌 게 '왜 다 똑같이 내는 학생회비를 갖고 여자들한테만 뭘 해주냐'는 논리였다. 청년들이 좋아하는 '공정함'에 가장 잘 맞아 떨어지는 에피소드다. 내가 돈 낸 만큼 보상을 해주지 않고 왜 엉뚱한 데 쓰느냐는 게 불만의 핵심이다. 그야말로 완벽한 '소비자'의 마인드다. 학생들은 이제 대학이라는 공간 자체를 자기들이 지켜야 하는 뭔가로 생각하지 않는다. 교육 소비자로서 철저하게 길들여지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최태섭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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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총여학생회의 퇴장…그 속에서 우리가 본 것들 ①
    • 입력 2018-12-04 07:04:55
    • 수정2018-12-05 13:12:02
    취재후·사건후
* 어제(3일) 'KBS 뉴스9'에서는 '총여학생회'(이하 '총여')가 폐지되고 있는 최근 대학가의 흐름과 그 원인을 짚어봤습니다. ([관련 기사] 줄줄이 문 닫는 대학 총여학생회…'존폐 기로' 이유는?) 이번 보도를 준비하면서 '총여' 폐지를 목격한 학생들과, 넓게는 대학 내 학생사회를 고민하는 많은 이들의 목소리를 들었는데요. 짧은 방송 보도로 다 전달하지 못한 그들의 이야기를 4일과 5일, '취재후' 두 편으로 나눠 전합니다.

[총여 폐지의 이면①] "'차별' 없어졌는데 왜?…폐지 당연"

"무용수업 철폐하자!" 1988년, 성균관대에 재학 중이던 여학생 100여 명이 '수업 거부 투쟁'을 벌이며 교내를 행진했습니다. 여학생 필수과목으로 지정된 무용수업을 없애달라는 게 학생들의 요구였습니다.

이 집회를 주도했던 건 총여학생회였습니다. 당시 총여회장을 맡았던 이주환 씨는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무용과 여성을 연결시키는 성별 고정관념에 따른 커리큘럼이었기 때문에 부당하다고 봤던 것"이라며 "무용을 필수과목에서 선택과목으로 바꾸는데 성공했다"라고 회상했습니다.

당시 총여는 학교 앞 술집 풍경도 바꿔놨습니다. "학교 앞에 술집이 참 많았는데, 집집마다 선정적인 여성의 모습을 담은 포스터들이 붙어 있었어요. 성상품화 반대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그 포스터들을 다른 내용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했죠. 이런 포스터가 없어도 우리는 술 사 먹는다면서 일일이 술집을 찾아 설득했어요. 일상적인 운동으로 학생들의 호응도 높았어요."

1988년 성균관대 총여 활동 당시, 이주환 당시 총여회장과 동료들이 세미나를 하고 있다. (이주환 씨 제공)
하지만 30년이 흐른 지금,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지난 주말(1일) 총여 폐지를 결정한 광운대. 이 학교 총학생회장 최한실 씨는 총여 폐지 논의 과정에서 "그런 걸 왜 만드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고 합니다. 최 씨는 "총학생회가 남학생만 들어갈 수 있는 곳도 아닌데, 왜 여학생들끼리 따로 또 학생회를 만드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다"면서 이는 여학생과 남학생을 가리지 않고 나오는 의견이라고 말했습니다.

고준우 대학연구네트워크 대표 역시 "(총여 폐지 주장 속에는) 왜 이중적 대표를 하느냐는 논리가 있다"면서 "다 평등한 학생으로서 총학생회라는 대표를 갖기로 한 건데, 왜 여학생들만의 대표가 있어야 하나라는 의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학 내에서 "더이상 여성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커지고 있다는 겁니다.

최근의 한 여론조사는 이런 현상을 수치로 보여줍니다. 고려대 '불평등과 민주주의연구센터'와 한국리서치가 벌인 조사 결과를 보면([관련기사] 취업 무한경쟁 20대 남성 “여성차별 존재” 23%만 인정), "여성은 사회적 차별을 받고 있다"라는 데 남성의 39%만이 동의했습니다. 특히 20대 남성의 동의율은 23%에 불과해 전연령대에서 가장 낮았습니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6년 양성평등 실태조사'에서도 20대 남성의 3분의 1 이상(35.4%)이 "남성이 (여성에 비해) 불평등한 처우를 받고 있다"라는 데 동의했습니다.

출처: 한국일보
지난달 책 '한국, 남자'를 출간한 문화비평가 최태섭 씨는 "남자들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 억울함의 정서가 큰 것 같다. 사실 20대 미만으로 가면 남자들이 모든 면에서 여성들에게 뒤처진다"면서 여성의 사회 진출 등 사회경제적 변화가 총여 폐지 여론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줬다고 짚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인식하는 현실은 더이상 그 자체만으로는 총여의 정당성을 지탱해주지 못하는 겁니다.

[총여 폐지의 이면②] 학생'사회'는 없다…분자화와 탈정치화

그럼에도 여전히 총여가 필요하다고 외치는 사람들은 있습니다.

지난달 연세대 30대 총여회장에 당선된 이민선 씨는 KBS 인터뷰에서 "대학문화 전반에는 성차별적 문화가 여전히 남아 있고, 총여는 이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단체"라며 "여성뿐 아니라 성소수자와 장애인 등 대학 내의 다양한 소수자를 위해 인권의식의 지평을 넓혀가는 것"을 총여의 역할로 꼽았습니다.

이미 총여가 폐지된 성균관대에서는 총여 재건을 요구하는 모임, '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모임의 대표인 노서영 씨는 "학내 성폭력 피해자들이 원하는 건 일상으로의 복귀이며, 이는 (대학 내 성폭력 조사 기구인) 인권센터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짚었습니다.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가려면 문화가 바뀌어야 하는데, 이런 변화는 결국 학생 자치로 가능하다는 겁니다. 노 씨는 "지금의 학생 자치기구는 변화에 손을 놓고 있고, 총여학생회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노서영 ‘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 대표가 학내에 붙은 자보를 보며 취재기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런 목소리가 분명히 존재하는데도 총여가 줄줄이 폐지되는 이유는 뭘까. 저희 기자들이 만난 사람들은 입을 모아 '학생사회의 붕괴'를 이야기했습니다.

"지금의 대학에서는 '학생공동체'가 여기 존재한다라는 감각이 희미해졌다. 예전에는 대학에서 학생들끼리 공동의 문제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는데, 학교는 더이상 그런 공간이 아니다. 그저 졸업장 따서 사회로 나가야 하는 중간적인 단계로 밖에 의미 부여가 돼 있지 않다. 학생들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공동체적 생활을 함께 영위하는 관계가 아니라, 그냥 스쳐 지나가거나 학점을 두고 경쟁하는 관계로 설정된다. 이런 환경에서 총학생회의 위치는 전락하고 만다. 학생들의 정치적 의견을 주고받고 수렴하는 기구가 아닌, 단순 편의를 위한 기구만 필요하게 된 것이다. 총여뿐 아니라 학생 자치기구 전체가 많이 저하돼 있는 상태다. 총여 폐지는 전반적인 학생자치의 위기와 궤를 같이 한다." (고준우 대학연구네트워크 대표)

문화비평가 최태섭 씨도 "총여 폐지를 논하려면 대학의 학생자치 기반 자체가 무너진 배경을 봐야한다. 총여가 아닌 총학생회조차도 이제는 학생들의 지지를 받는 탄탄한 조직이 아니다"라면서 "동력 상실에 반페미니즘 기조가 불씨를 제공한 것 같다"라고 분석했습니다.

학생들의 시각도 비슷합니다. 서울 소재 한 대학의 학생 성평등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A씨는 "총여 폐지를 단지 여성주의에 대한 반발 '백래시'로 규정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 학생들 사이의 정치혐오 현상을 언급했습니다.

"학생사회 구성원들이 정치활동에 대한 반발심을 많이 갖고 있다. 총학생회가 퀴어퍼레이드에 참여했을 때, '학교 이름으로 참가하지 말라'든지 '학교 이름을 걸고 왜 그런 걸 하냐'는 비판이 나왔다. 그런 반발이 나올 줄은 몰랐다. 학생 사회의 일원으로서 사회에 대해 가지는 사명감이나 책임감, 학생회의 역할에 대해 많이 생각하지 않는다. 폐지 여론은 이런 식의 정치혐오와 엮이며 더 거세진다." (대학 성평등위원회 활동가 A씨)

지난달 14일, 총여 폐지 안건을 놓고 동국대에서 자유 토론이 열렸다. (동국대 총학생회 제공)
총여 폐지 주장 가운데는 총여가 학생회비로 운영된다는 점을 문제삼는 목소리도 큽니다. 남학생과 여학생이 똑같이 내는 학생회비를, 왜 여학생만을 위한 기구에 사용하냐는 비판입니다. 문화평론가 최태섭 씨는 이 역시 학생들의 탈정치화 현상과 연관된다고 말합니다.

"총여 폐지 투표에서 가장 먹힌 게 '왜 다 똑같이 내는 학생회비를 갖고 여자들한테만 뭘 해주냐'는 논리였다. 청년들이 좋아하는 '공정함'에 가장 잘 맞아 떨어지는 에피소드다. 내가 돈 낸 만큼 보상을 해주지 않고 왜 엉뚱한 데 쓰느냐는 게 불만의 핵심이다. 그야말로 완벽한 '소비자'의 마인드다. 학생들은 이제 대학이라는 공간 자체를 자기들이 지켜야 하는 뭔가로 생각하지 않는다. 교육 소비자로서 철저하게 길들여지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최태섭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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