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평창동계올림픽② ‘무용지물 썰매 훈련장의 비밀’

입력 2018.12.05 (11:17) 수정 2018.12.06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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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슬라이딩센터 아이스 실내 훈련장, 무용지물.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 시설 가운데엔 지어놓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거나 다시 복원해야 하는 시설이 적지 않다. 한데, 현재 완전히 무용지물이 된 시설도 있어 충격을 더한다. 바로 슬라이딩 센터에 있는 실내 훈련장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루지와 봅슬레이, 그리고 스켈레톤이 개최된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센터는 2014년 3월 4일 첫 삽을 뜨는 기공식을 한 뒤, 2017년 12월 완공되었다. 전 세계에서 19번째이자, 아시아에선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지어진 썰매 전용 경기장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슬라이딩센터는 그 자체로 여러 기록을 만들었다. 가장 긴 봅슬레이 코스 길이는 1,376m지만, 출발 도착 지점의 여유 구간과 실내 연습장의 트랙 길이를 포함해 총 2,018m의 길이로 건설됐다. 2018년에 열리는 올림픽 개막 연도를 기념하는 의미였다. 또 썰매 출발 지점과 도착 지점의 고도 차가 약 120m로 세계 최대의 표고 차를 기록했다.

실내훈련장, 2016년 6월 30일 완공 기념 언론 공개
"사계절 내내 실내 훈련할 수 있다"고 대대적 홍보

사계절 내내 훈련할 수 있다고 대대적인 홍보를 했지만, 평창 동계 올림픽이 끝난 뒤 단 한 차례도 사용되지 못한 실내 훈련장사계절 내내 훈련할 수 있다고 대대적인 홍보를 했지만, 평창 동계 올림픽이 끝난 뒤 단 한 차례도 사용되지 못한 실내 훈련장

슬라이딩센터 도착 지점 옆에는 실내 훈련장이 6개월 먼저 완공됐다. 실내 훈련장은 2016년 6월 30일 언론 공개 행사를 통해 대대적인 홍보가 이뤄졌다. 슬라이딩센터와 똑같은 출발 지점을 구현해 출발 속도가 가장 중요한 썰매 종목 선수들이 사계절 내내 얼음 위에서 실전과 같은 훈련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실내 훈련장은 아시아 최초이자, 독일 퀘닉세 훈련장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지어진 것이다. 이 훈련장에는 97m 길이의 봅슬레이·스켈레톤 전용 트랙과 그 옆에 64m 길이의 루지 전용 트랙이 마련됐다. 우리나라 썰매 대표팀은 그전까지는 2010년 6월에 건립된 우레탄 트랙 위 육상 스타트 연습장만을 사용해 왔는데, 이제 얼음 스타트 연습장까지 갖게 된 것이다.

"부상 위험 때문에 실전과 같은 훈련할 수 없는 곳"
"오르막 구간 너무 짧아 종료 지점에서 썰매 제동 안 돼"
"충돌 위험 때문에 전속력으로 출발하는 훈련 불가능"

그러나 얼음 스타트 연습장은 이후 우리 썰매 대표팀이 훈련하길 꺼리는 곳이 됐다. 부상의 위험이 상시 도사리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봅슬레이와 스켈레톤 훈련장은 홈이 파인 트랙 위에 썰매를 올려놓고 약 30m 구간을 전력을 다해 썰매를 밀며 달리다가 썰매에 탑승하고 50m 지점에서 스타트 기록을 측정하게 된다.

스타트 계측을 하고 나면, 다시 오르막 경사 구간을 지나 중력에 의해 썰매가 자동으로 멈추는 구조로 설계되어야 한다. 실제 봅슬레이 경기장의 종료 구간이 오르막으로 건설된 것과 같은 원리다.


그러나 평창 슬라이딩센터의 실내 훈련장은 이 오르막 구간이 너무 짧게 만들어져 있다. 종료 지점에서 봅슬레이의 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충돌하게 되고 선수들은 언제든 부상당할 위험을 안고 훈련해야 했다.

상비군을 포함해 국가대표 선수들은 실제로 이 실내훈련장 시작 구간에서 전속력으로 출발할 수 없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자동차 한 대 값을 웃도는 초고가의 썰매가 망가지는 것은 물론, 충돌해서 부상이라도 당하게 되면 선수로서의 생명도 위협받기 때문이다.

실내 훈련장 종료 지점엔 썰매가 충돌하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이처럼 임시방편으로 두꺼운 완충재를 여러 겹 쌓아두었다.실내 훈련장 종료 지점엔 썰매가 충돌하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이처럼 임시방편으로 두꺼운 완충재를 여러 겹 쌓아두었다.

평창 슬라이딩센터 건립 비용은 1,141억 원이 들었다. 실내 훈련장 건립 비용도 최소 1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종료 구간의 설계가 잘 못돼 사용할 수 없는 무용지물 신세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 썰매 대표팀은 2018 동계 올림픽이 끝난 뒤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단 한 번도 훈련하지 못했다면서 해외전지 훈련을 떠났다. 떠나면서 대한민국 썰매의 환경이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기 10년 전으로 후퇴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표했다.

봅슬레이 스켈레톤 연맹 주장으로 만들어진 곳
실내훈련장 설계 잘못에 대한 책임 회피할 수 없어

아이스 실내 훈련장은 봅슬레이 스켈레톤 연맹이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라고 강력히 요구해 만들어진 곳이다. 설계 단계부터 봅슬레이 스켈레톤 연맹이 주도적으로 관여했다. 봅슬레이 스켈레톤 연맹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스켈레톤 금메달과 봅슬레이 4인승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하지만 그 메달로 잘못 건립된 실내 훈련장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다.

[연관기사] 평창동계올림픽① ‘잔치는 끝났고, 경기장은 애물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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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평창동계올림픽② ‘무용지물 썰매 훈련장의 비밀’
    • 입력 2018-12-05 11:17:10
    • 수정2018-12-06 21:34:30
    취재K
올림픽 슬라이딩센터 아이스 실내 훈련장, 무용지물.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 시설 가운데엔 지어놓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거나 다시 복원해야 하는 시설이 적지 않다. 한데, 현재 완전히 무용지물이 된 시설도 있어 충격을 더한다. 바로 슬라이딩 센터에 있는 실내 훈련장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루지와 봅슬레이, 그리고 스켈레톤이 개최된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센터는 2014년 3월 4일 첫 삽을 뜨는 기공식을 한 뒤, 2017년 12월 완공되었다. 전 세계에서 19번째이자, 아시아에선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지어진 썰매 전용 경기장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슬라이딩센터는 그 자체로 여러 기록을 만들었다. 가장 긴 봅슬레이 코스 길이는 1,376m지만, 출발 도착 지점의 여유 구간과 실내 연습장의 트랙 길이를 포함해 총 2,018m의 길이로 건설됐다. 2018년에 열리는 올림픽 개막 연도를 기념하는 의미였다. 또 썰매 출발 지점과 도착 지점의 고도 차가 약 120m로 세계 최대의 표고 차를 기록했다.

실내훈련장, 2016년 6월 30일 완공 기념 언론 공개
"사계절 내내 실내 훈련할 수 있다"고 대대적 홍보

사계절 내내 훈련할 수 있다고 대대적인 홍보를 했지만, 평창 동계 올림픽이 끝난 뒤 단 한 차례도 사용되지 못한 실내 훈련장
슬라이딩센터 도착 지점 옆에는 실내 훈련장이 6개월 먼저 완공됐다. 실내 훈련장은 2016년 6월 30일 언론 공개 행사를 통해 대대적인 홍보가 이뤄졌다. 슬라이딩센터와 똑같은 출발 지점을 구현해 출발 속도가 가장 중요한 썰매 종목 선수들이 사계절 내내 얼음 위에서 실전과 같은 훈련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실내 훈련장은 아시아 최초이자, 독일 퀘닉세 훈련장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지어진 것이다. 이 훈련장에는 97m 길이의 봅슬레이·스켈레톤 전용 트랙과 그 옆에 64m 길이의 루지 전용 트랙이 마련됐다. 우리나라 썰매 대표팀은 그전까지는 2010년 6월에 건립된 우레탄 트랙 위 육상 스타트 연습장만을 사용해 왔는데, 이제 얼음 스타트 연습장까지 갖게 된 것이다.

"부상 위험 때문에 실전과 같은 훈련할 수 없는 곳"
"오르막 구간 너무 짧아 종료 지점에서 썰매 제동 안 돼"
"충돌 위험 때문에 전속력으로 출발하는 훈련 불가능"

그러나 얼음 스타트 연습장은 이후 우리 썰매 대표팀이 훈련하길 꺼리는 곳이 됐다. 부상의 위험이 상시 도사리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봅슬레이와 스켈레톤 훈련장은 홈이 파인 트랙 위에 썰매를 올려놓고 약 30m 구간을 전력을 다해 썰매를 밀며 달리다가 썰매에 탑승하고 50m 지점에서 스타트 기록을 측정하게 된다.

스타트 계측을 하고 나면, 다시 오르막 경사 구간을 지나 중력에 의해 썰매가 자동으로 멈추는 구조로 설계되어야 한다. 실제 봅슬레이 경기장의 종료 구간이 오르막으로 건설된 것과 같은 원리다.


그러나 평창 슬라이딩센터의 실내 훈련장은 이 오르막 구간이 너무 짧게 만들어져 있다. 종료 지점에서 봅슬레이의 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충돌하게 되고 선수들은 언제든 부상당할 위험을 안고 훈련해야 했다.

상비군을 포함해 국가대표 선수들은 실제로 이 실내훈련장 시작 구간에서 전속력으로 출발할 수 없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자동차 한 대 값을 웃도는 초고가의 썰매가 망가지는 것은 물론, 충돌해서 부상이라도 당하게 되면 선수로서의 생명도 위협받기 때문이다.

실내 훈련장 종료 지점엔 썰매가 충돌하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이처럼 임시방편으로 두꺼운 완충재를 여러 겹 쌓아두었다.
평창 슬라이딩센터 건립 비용은 1,141억 원이 들었다. 실내 훈련장 건립 비용도 최소 1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종료 구간의 설계가 잘 못돼 사용할 수 없는 무용지물 신세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 썰매 대표팀은 2018 동계 올림픽이 끝난 뒤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단 한 번도 훈련하지 못했다면서 해외전지 훈련을 떠났다. 떠나면서 대한민국 썰매의 환경이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기 10년 전으로 후퇴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표했다.

봅슬레이 스켈레톤 연맹 주장으로 만들어진 곳
실내훈련장 설계 잘못에 대한 책임 회피할 수 없어

아이스 실내 훈련장은 봅슬레이 스켈레톤 연맹이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라고 강력히 요구해 만들어진 곳이다. 설계 단계부터 봅슬레이 스켈레톤 연맹이 주도적으로 관여했다. 봅슬레이 스켈레톤 연맹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스켈레톤 금메달과 봅슬레이 4인승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하지만 그 메달로 잘못 건립된 실내 훈련장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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