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KBS가 포착한 극비 방한 앤드루 김…그의 마지막 미션은?

입력 2018.12.05 (11:48) 수정 2018.12.05 (14:2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정부 확인 없었지만...단독포착된 앤드루 김

어제(4일) 오후 서울의 한 호텔. 점심때가 적당히 지난 즈음. 흰 머리의 중년 남성이 차에서 내렸다. 애연가로 알려진 그는 경계하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흡연 장소로 가는 듯했다. 그러다 누군가 자신을 촬영하고 있다는 걸 의식한 듯 한 곳을 응시했다.

극비리에 방한한 앤드루 김 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이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최측근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에는 소수의 대면 자리에 참석했다. 미 정부는 당시 통역도 없이 협상장에 들어섰다는 미국내 비판에 한국말 잘하는 우리 직원이 있었다고 답했다. 정보기관 출신답게 막후 협상에서 핵심역할을 해온 인물이다.


앤드루 김은 지난달 중순에도 방문해 초순에 연기됐던 북미고위급회담의 재개를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그의 행보가 주목받는 것은 당연하다. 주목받는 만큼 비밀스럽다. 청와대를 비롯해 어느 정부 부처도 확인해주지 않았다. 비슷한 시각. 외교부는 정례 브리핑에서 앤드루 김의 행보를 확인하지 않았고 기대감을 표했다. 그러나 그 모습이 포착됐으니 믿지 않을 수 없다. 확인도 필요없게 된 셈이다.


'North Korea expert' is an oxymoron?

그의 행보는 대부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뤄진다. 당장 판문점이 그렇다. 판문점 북측지역에서 그가 누구를 만났는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당사자들이 공개하지 않는 한, 해석과 분석의 영역이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언젠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행보를 비판하는 '전문가'들을 향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북한 전문가'라는 단어는 앞뒤가 안 맞다."(North Korea expert is an oxymoron?) 북한은 아무도 속뜻을 알 수 없는 폐쇄국가인데 그곳을 손금보듯 잘 안다는 게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이다.

앤드루 김은 누구와 무슨 이야기 나눴을까



외교 소식통은 "그가 정보기관 사람이라 정식 외교라인과는 접촉이 없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보도 장면들을 보면, 그는 항상 장관 뒤에서 혹은 미리 앞서서 서 있다 화면 밖으로 사라진다. 간혹 김성혜 전략실장과 귀엣말을 하는 장면이 잡힌다.

공개된 협상판을 보면,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김영철 부위원장과 상대하고 있다. 스티븐 비건 정책대표가 최선희 외무부상과 카운트파트다. 김 센터장의 위치나 역할로 볼 때 김 센터장이 이들과 대면했을 가능성은 낮다. 물론 모종의 특별 임무를 띄고 있었다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한 가지 고려할 사항은 김 센터장이 곧 은퇴한다는 점이다. 지난달 말 지나 하스펠 CIA 국장은 "28년동안 CIA에서 높은 성과를 이루며 봉직한 앤드루 김 국장의 앞날에 좋은 일이 있기를 기원한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 이야기도 나오는데, 친서의 가치나 외교적 무게를 보면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한 외교 소식통은 "전례를 보면 어느 정도 양측간의 협상장 형식은 추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후임자를 대동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한겨울 꽁꽁 언 얼음장 밑에도 강물이 흐르듯, 북미 물밑 접촉이 잦다해도 실제 협상은 사람과 사람이 마주 보고 한다. 대면 기회가 필요하다. 곧 은퇴할 자리라면 더욱 그렇다.

한 외교관계자는 "이메일과 인터넷 등이 실시간으로 세상을 연결하는 요즘 시대에도 왜 굳이 만나서 이야기하겠어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결국 협상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그럴싸할 뿐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다.

수많은 가설의 가지를 쳐내고 보면, 그의 대북 접촉이 현재 정체되고 있는 북미 관계에 계기를 마련해보려는 북미간 의지가 담긴 것만은 분명하다.

'은퇴 선언' 앤드루 김...앞으로 대북 협상은?

결국 그의 은퇴가 예정대로라면 이번 대북접촉은 사실상 마지막 미션이다. 직면한 문제는 김 센터장의 빈자리에 남북미 관계를 잘 아는 누군가가 채워져야 한다는 점이다. 북미 고위급 회담은 감감무소식이다. 실무급 회담도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답방을 다시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1~2월초 북미 정상회담을 예고했다. 남북와 북미 관계는 2인승 자전거처럼 나란히 가야 한다는 게 미국의 변함없는 입장이다. 걸핏하면 '패싱'이란 단어가 불쑥 튀어나온다. 이런 긴박한 외교의 시대에 김 센터장의 후임자와 긴밀한 관계는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아닐 수 없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취재후] KBS가 포착한 극비 방한 앤드루 김…그의 마지막 미션은?
    • 입력 2018-12-05 11:48:14
    • 수정2018-12-05 14:25:42
    취재후·사건후
정부 확인 없었지만...단독포착된 앤드루 김

어제(4일) 오후 서울의 한 호텔. 점심때가 적당히 지난 즈음. 흰 머리의 중년 남성이 차에서 내렸다. 애연가로 알려진 그는 경계하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흡연 장소로 가는 듯했다. 그러다 누군가 자신을 촬영하고 있다는 걸 의식한 듯 한 곳을 응시했다.

극비리에 방한한 앤드루 김 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이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최측근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에는 소수의 대면 자리에 참석했다. 미 정부는 당시 통역도 없이 협상장에 들어섰다는 미국내 비판에 한국말 잘하는 우리 직원이 있었다고 답했다. 정보기관 출신답게 막후 협상에서 핵심역할을 해온 인물이다.


앤드루 김은 지난달 중순에도 방문해 초순에 연기됐던 북미고위급회담의 재개를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그의 행보가 주목받는 것은 당연하다. 주목받는 만큼 비밀스럽다. 청와대를 비롯해 어느 정부 부처도 확인해주지 않았다. 비슷한 시각. 외교부는 정례 브리핑에서 앤드루 김의 행보를 확인하지 않았고 기대감을 표했다. 그러나 그 모습이 포착됐으니 믿지 않을 수 없다. 확인도 필요없게 된 셈이다.


'North Korea expert' is an oxymoron?

그의 행보는 대부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뤄진다. 당장 판문점이 그렇다. 판문점 북측지역에서 그가 누구를 만났는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당사자들이 공개하지 않는 한, 해석과 분석의 영역이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언젠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행보를 비판하는 '전문가'들을 향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북한 전문가'라는 단어는 앞뒤가 안 맞다."(North Korea expert is an oxymoron?) 북한은 아무도 속뜻을 알 수 없는 폐쇄국가인데 그곳을 손금보듯 잘 안다는 게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이다.

앤드루 김은 누구와 무슨 이야기 나눴을까



외교 소식통은 "그가 정보기관 사람이라 정식 외교라인과는 접촉이 없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보도 장면들을 보면, 그는 항상 장관 뒤에서 혹은 미리 앞서서 서 있다 화면 밖으로 사라진다. 간혹 김성혜 전략실장과 귀엣말을 하는 장면이 잡힌다.

공개된 협상판을 보면,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김영철 부위원장과 상대하고 있다. 스티븐 비건 정책대표가 최선희 외무부상과 카운트파트다. 김 센터장의 위치나 역할로 볼 때 김 센터장이 이들과 대면했을 가능성은 낮다. 물론 모종의 특별 임무를 띄고 있었다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한 가지 고려할 사항은 김 센터장이 곧 은퇴한다는 점이다. 지난달 말 지나 하스펠 CIA 국장은 "28년동안 CIA에서 높은 성과를 이루며 봉직한 앤드루 김 국장의 앞날에 좋은 일이 있기를 기원한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 이야기도 나오는데, 친서의 가치나 외교적 무게를 보면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한 외교 소식통은 "전례를 보면 어느 정도 양측간의 협상장 형식은 추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후임자를 대동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한겨울 꽁꽁 언 얼음장 밑에도 강물이 흐르듯, 북미 물밑 접촉이 잦다해도 실제 협상은 사람과 사람이 마주 보고 한다. 대면 기회가 필요하다. 곧 은퇴할 자리라면 더욱 그렇다.

한 외교관계자는 "이메일과 인터넷 등이 실시간으로 세상을 연결하는 요즘 시대에도 왜 굳이 만나서 이야기하겠어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결국 협상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그럴싸할 뿐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다.

수많은 가설의 가지를 쳐내고 보면, 그의 대북 접촉이 현재 정체되고 있는 북미 관계에 계기를 마련해보려는 북미간 의지가 담긴 것만은 분명하다.

'은퇴 선언' 앤드루 김...앞으로 대북 협상은?

결국 그의 은퇴가 예정대로라면 이번 대북접촉은 사실상 마지막 미션이다. 직면한 문제는 김 센터장의 빈자리에 남북미 관계를 잘 아는 누군가가 채워져야 한다는 점이다. 북미 고위급 회담은 감감무소식이다. 실무급 회담도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답방을 다시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1~2월초 북미 정상회담을 예고했다. 남북와 북미 관계는 2인승 자전거처럼 나란히 가야 한다는 게 미국의 변함없는 입장이다. 걸핏하면 '패싱'이란 단어가 불쑥 튀어나온다. 이런 긴박한 외교의 시대에 김 센터장의 후임자와 긴밀한 관계는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아닐 수 없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