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장단기 금리역전’…경기 침체의 서막?

입력 2018.12.05 (16:3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뉴욕 증시가 널뛰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주말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간 무역 분쟁 유예 선언으로 반짝 미소를 지었지만, 약발은 불과 이틀을 가지 못했다.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30 산업 평균 지수는 8백 포인트, 3.1% 급락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283포인트, 3.8% 폭락했다. 다우지수는 지난 10월 10일 이후 최대 낙폭이다.
증시를 끌어내린 주범 가운데 하나로 미·중간 무역분쟁이 꼽히고 있다. 잠정적인 휴전에 들어갔을 뿐 언제든 다시 터질 수 있는 뇌관이라는 점에서 이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변수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관세 맨(Tariff Man)'이라고 지칭하면서 중국과 무역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추가 관세 부과를 불사할 것이란 위협을 다시 내놓은 점도 증시 내림세에 불을 붙였다.
때마침 온건파로 분류되던 므누신 재무장관도 미·중 협상 테이블에서 밀려나고 그 자리를 강경파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가 구원투수로 등판하게 됐다.

하지만 오늘 하루 뉴욕 증시의 지수를 끌어내린 가장 큰 요소는 역시 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에 대한 우려였다. 미 국채 2년물과 3년물 금리가 11년 만에 5년물 금리를 역전한 데 이어 10년물과 2년물 금리의 격차도 0.1% 포인트 안팎으로 11년 만에 가장 근접했다. 3개월물과 10년물의 금리 차, 5년물과 30년 물의 금리 차도 0.4~0.5% 포인트 차로 좁혀졌다.

장·단기 금리 역전...'경기 침체의 신호탄?'


미 금융시장과 언론 일각에선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을 앞으로 경기 침체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기는 분위기다. 채권의 금리가 오른다는 건 채권값이 떨어진다는 걸 의미한다. 즉, 단기물 금리가 장기물 금리를 앞서는 건 투자자들이 단기물보다 장기물로 몰린다는 뜻으로 앞으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그만큼 시장에 확산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도 지난 2007년 금리 역전이 벌어진 이후 이듬해인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한 기억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시장에 생생한 악몽으로 남아 있다. 미국 투자정보업체 비스포크는 1990년과 2001년, 2007년 경기 후퇴 때도 유사 동향이 관측됐다고 보고서를 통해 지적했다. 과거 세 차례 불황은 미국 국채 3년물과 5년물의 금리가 역전된 뒤 평균 26.3개월 뒤에 발생했다.

"불황마다 나타난 흉조" "경기후퇴 전조"라는 전문가들의 우려를 결코 기우로 넘기기에는 찜찜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확산되는 미국 내 비관론..."경기확장은 끝났다"


"경기 후퇴에 대한 우려는 없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호언장담을 비웃기라도 하듯 미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경기 확장 종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미실물경제협회(NABE/미국의 경제학자와 경제전략 및 경제정책담당자들이 모인 가장 큰 경제학자 모임)는 최근 미국 경제가 탄탄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내년 하반기부터 경기확장이 마감될 것이란 전망을 했다.

협회 소속 53명의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올해 2.9%의 성장률을 달성하고 내년에도 2.7% 성장과 함께 고용도 견조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하반기부턴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중 무역분쟁 등 무역 갈등으로 촉발된 잠재 위험으로 경기 하강세가 시작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들의 경기 침체 예측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커졌다. 내년 하반기는 20%에 불과했지만 2020년 하반기에는 30%, 2021년에는 5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미 CNBC 방송이 지난달 21일 10명의 이코노미스트와 전략가, 펀드 매니저 등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내년도 경제 성장률은 2.4%로 예측됐다. 지난 3분기 잠정 집계된 미 경제 성장률 3.5%와 비교하면 1% 포인트 하락하는 수치다. JP모건과 골드만 삭스 역시 2019년 하반기 미국 경제 성장률은 2%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의 논리는 명확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정책과 연방정부의 지출 확대 덕분으로 유지됐던 그동안의 경기 호황이 내년부터 반감될 것이고, 이런 상황에서 미 연준의 추가적인 금리 인상 예고는 경기침체 속도를 가속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상 신호를 시장에 꾸준히 주입해 오던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이 "기준 금리가 현재 중립 금리 바로 아래 있다"는 말로 금리 인상 기조의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한 건 그나마 희망적인 소식이라고 할 수 있다.

낙관론자의 반격 "연준 금리정책에 따른 일시 현상"


반면,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는 지나치다는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최근 시장의 혼란을 연준에서 찾는 분위기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파월 의장의 금리 인상 속도론 시사로 당분간 금리가 오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쪽에선 또다시 0.25% 포인트 인상을 예측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단기 금리 역전도 그리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진단을 내놨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불황 때마다 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 역전이 있었지만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과 같은 전문가들은 이를 불황의 전조로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 그 자체가 경기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라며 "단지 시그널, 신호일 뿐"이라는 해석이다.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장단기 금리 역전 이후 1~2년간 상승 랠리가 지속하기도 했다"며 "주가 상승 모멘텀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추가적인 급락까지 예상하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국채 금리 움직임에 따라 미국 증시가 급락한 건 과도한 반응이라는 얘기다.

여기에다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이 시장에 혼란스런 신호를 보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유동성 측면에서 단기 호재이긴 하지만 경기가 생각보다 좋지 않다는 것을 연준이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금융시장의 혼조세는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 (FOMC)를 기점으로 완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20년 대선, 금융시장에 중요 변수로 대두"

증시와 채권 금리는 앞으로 경기를 예측할 수 있는 선행지수인 만큼 그 추이는 실물경제에도 중요한 관심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경기 전망을 둘러싼 엇갈린 예측 속에 이달에 있을 연준의 금리 인상 여부는 앞으로 금리 정책과 함께 새해 경기를 전망해 볼 수 있는 또 한 번의 고비이자 분기점이 될 것이다.

관건은 내년 미국의 금리 정책이 2020년 대선을 불과 1년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연준과 정치권의 움직임에 금융시장은 더욱 요동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을 향한 강도 높은 발언과 이에 대한 연준의 대응에 언론이 더욱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글로벌 돋보기] ‘장단기 금리역전’…경기 침체의 서막?
    • 입력 2018-12-05 16:31:15
    글로벌 돋보기
뉴욕 증시가 널뛰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주말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간 무역 분쟁 유예 선언으로 반짝 미소를 지었지만, 약발은 불과 이틀을 가지 못했다.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30 산업 평균 지수는 8백 포인트, 3.1% 급락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283포인트, 3.8% 폭락했다. 다우지수는 지난 10월 10일 이후 최대 낙폭이다.
증시를 끌어내린 주범 가운데 하나로 미·중간 무역분쟁이 꼽히고 있다. 잠정적인 휴전에 들어갔을 뿐 언제든 다시 터질 수 있는 뇌관이라는 점에서 이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변수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관세 맨(Tariff Man)'이라고 지칭하면서 중국과 무역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추가 관세 부과를 불사할 것이란 위협을 다시 내놓은 점도 증시 내림세에 불을 붙였다.
때마침 온건파로 분류되던 므누신 재무장관도 미·중 협상 테이블에서 밀려나고 그 자리를 강경파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가 구원투수로 등판하게 됐다.

하지만 오늘 하루 뉴욕 증시의 지수를 끌어내린 가장 큰 요소는 역시 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에 대한 우려였다. 미 국채 2년물과 3년물 금리가 11년 만에 5년물 금리를 역전한 데 이어 10년물과 2년물 금리의 격차도 0.1% 포인트 안팎으로 11년 만에 가장 근접했다. 3개월물과 10년물의 금리 차, 5년물과 30년 물의 금리 차도 0.4~0.5% 포인트 차로 좁혀졌다.

장·단기 금리 역전...'경기 침체의 신호탄?'


미 금융시장과 언론 일각에선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을 앞으로 경기 침체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기는 분위기다. 채권의 금리가 오른다는 건 채권값이 떨어진다는 걸 의미한다. 즉, 단기물 금리가 장기물 금리를 앞서는 건 투자자들이 단기물보다 장기물로 몰린다는 뜻으로 앞으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그만큼 시장에 확산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도 지난 2007년 금리 역전이 벌어진 이후 이듬해인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한 기억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시장에 생생한 악몽으로 남아 있다. 미국 투자정보업체 비스포크는 1990년과 2001년, 2007년 경기 후퇴 때도 유사 동향이 관측됐다고 보고서를 통해 지적했다. 과거 세 차례 불황은 미국 국채 3년물과 5년물의 금리가 역전된 뒤 평균 26.3개월 뒤에 발생했다.

"불황마다 나타난 흉조" "경기후퇴 전조"라는 전문가들의 우려를 결코 기우로 넘기기에는 찜찜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확산되는 미국 내 비관론..."경기확장은 끝났다"


"경기 후퇴에 대한 우려는 없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호언장담을 비웃기라도 하듯 미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경기 확장 종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미실물경제협회(NABE/미국의 경제학자와 경제전략 및 경제정책담당자들이 모인 가장 큰 경제학자 모임)는 최근 미국 경제가 탄탄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내년 하반기부터 경기확장이 마감될 것이란 전망을 했다.

협회 소속 53명의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올해 2.9%의 성장률을 달성하고 내년에도 2.7% 성장과 함께 고용도 견조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하반기부턴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중 무역분쟁 등 무역 갈등으로 촉발된 잠재 위험으로 경기 하강세가 시작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들의 경기 침체 예측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커졌다. 내년 하반기는 20%에 불과했지만 2020년 하반기에는 30%, 2021년에는 5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미 CNBC 방송이 지난달 21일 10명의 이코노미스트와 전략가, 펀드 매니저 등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내년도 경제 성장률은 2.4%로 예측됐다. 지난 3분기 잠정 집계된 미 경제 성장률 3.5%와 비교하면 1% 포인트 하락하는 수치다. JP모건과 골드만 삭스 역시 2019년 하반기 미국 경제 성장률은 2%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의 논리는 명확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정책과 연방정부의 지출 확대 덕분으로 유지됐던 그동안의 경기 호황이 내년부터 반감될 것이고, 이런 상황에서 미 연준의 추가적인 금리 인상 예고는 경기침체 속도를 가속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상 신호를 시장에 꾸준히 주입해 오던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이 "기준 금리가 현재 중립 금리 바로 아래 있다"는 말로 금리 인상 기조의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한 건 그나마 희망적인 소식이라고 할 수 있다.

낙관론자의 반격 "연준 금리정책에 따른 일시 현상"


반면,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는 지나치다는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최근 시장의 혼란을 연준에서 찾는 분위기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파월 의장의 금리 인상 속도론 시사로 당분간 금리가 오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쪽에선 또다시 0.25% 포인트 인상을 예측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단기 금리 역전도 그리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진단을 내놨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불황 때마다 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 역전이 있었지만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과 같은 전문가들은 이를 불황의 전조로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 그 자체가 경기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라며 "단지 시그널, 신호일 뿐"이라는 해석이다.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장단기 금리 역전 이후 1~2년간 상승 랠리가 지속하기도 했다"며 "주가 상승 모멘텀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추가적인 급락까지 예상하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국채 금리 움직임에 따라 미국 증시가 급락한 건 과도한 반응이라는 얘기다.

여기에다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이 시장에 혼란스런 신호를 보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유동성 측면에서 단기 호재이긴 하지만 경기가 생각보다 좋지 않다는 것을 연준이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금융시장의 혼조세는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 (FOMC)를 기점으로 완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20년 대선, 금융시장에 중요 변수로 대두"

증시와 채권 금리는 앞으로 경기를 예측할 수 있는 선행지수인 만큼 그 추이는 실물경제에도 중요한 관심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경기 전망을 둘러싼 엇갈린 예측 속에 이달에 있을 연준의 금리 인상 여부는 앞으로 금리 정책과 함께 새해 경기를 전망해 볼 수 있는 또 한 번의 고비이자 분기점이 될 것이다.

관건은 내년 미국의 금리 정책이 2020년 대선을 불과 1년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연준과 정치권의 움직임에 금융시장은 더욱 요동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을 향한 강도 높은 발언과 이에 대한 연준의 대응에 언론이 더욱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