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재활용 안 되는 종이컵…왜?

입력 2018.12.05 (18:07) 수정 2018.12.05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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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를 한눈에 보는 <글로벌 경제> 조항리 아나운서와 함께 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2018년 한해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요, 옥스퍼드가 올해 전 세계에서 가장 이슈가 됐던 단어를 발표했죠. 어떤 단어가 선정됐나요?

[답변]

영국의 옥스퍼드 사전이 꼽은 올해의 키워드는 바로 Toxic입니다.

우리말로 풀면 '유독한', '유해한' 정도의 뜻이 되겠죠.

건강과 환경에 해가 되는 것에 전 세계인의 관심이 그만큼 높았다는 걸 반증하는 얘길텐데요.

영국의 '콜린스' 사전도 이와 비슷한 '일회용'을 올해의 단어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플라스틱 '아웃'을 외쳤던 각국 정부와 기업들, 잘 진행되고 있을까요?

먼저 이탈리아로 가보겠습니다.

밀라노에 위치한 한 화장품 매장입니다.

이곳의 콘셉트는 바로 '노 플라스틱'.

샴푸나 샤워젤 등의 제품을 고체로 만들어 포장 용기를 아예 없앴습니다.

대신, 천으로 만든 '낫랩(knot wrap)'과 버려진 테이크아웃 커피 컵을 재활용한 박스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화장품 매장 관계자 : "화려한 색감을 사용하고 포장이 없는 네이키드 제품의 신선함을 담아냈습니다."]

독일, 영국 등지에선 일회용 비닐 봉투와 용기 등 '포장지 없는' 식료품 매장들이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빨대 퇴출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르면 내년부터 플라스틱 빨대 사용이 전면 금지된 영국에선 맥도날드 등 기업들이 종이 빨대로 교체하고 있고요,

미국 시애틀에선 지난 7월부터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면 250달러의 벌금이 부과됩니다.

[앵커]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정부와 기업들의 노력이 엿보입니다. 그런데 이 플라스틱 퇴출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던데요?

[답변]

현재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플라스틱은 연간 3억 톤이 넘는데요,

영국 매체, 가디언이 앞으로 10년 간 플라스틱 생산량이 오히려 40%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지난달, 인도네시아 해안에서 고래 한 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습니다.

고래 뱃속에서는 플라스틱 컵 115개를 포함해 슬리퍼, 페트병 등 쓰레기 천여 개가 들어 있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남아공 인근 해변에서 구조된 거북이 입 안에는 플라스틱 봉투가 들어 있었고요.

과테말라에선 플라스틱 바구니에 끼어 움직이지 못하는 거북이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앵커]

문제는 사용된 플라스틱이 그대로 버려진다는 데 있을 텐데요?

[답변]

그렇습니다. 현재 플라스틱이 재활용되는 비율은 9% 불과합니다.

나머지는 모두 버려지거나 매립·소각되는데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커피 인기가 치솟으면서 상황이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앵커]

커피가 환경 오염의 원인이란 얘긴가요?

[답변]

그렇습니다. 아이스 음료를 담는 플라스틱 컵도 재활용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요,

종이컵마저도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커피 전문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테이크아웃 종이컵 얘깁니다.

매년 영국에서만 25억 개의 커피 컵이 소비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 커피 컵의 재활용률은 0.25%.

4백개 가운데 단 한 개만 재활용된다는 뜻입니다.

[런던 시민 : "길가의 쓰레기통은 이미 수많은 종이컵으로 넘쳐납니다."]

다른 나라들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캐나다는 연간 15억 개, 미국에선 무려 6백억 개의 커피 컵이 매년 버려지고 있습니다.

[앵커]

종이라서 당연히 재활용이 된다고 생각했는데요, 재활용이 어려운 이유가 뭔가요?

[답변]

비밀은 종이컵에 있습니다.

종이컵 안쪽을 만져 보면 겉면과 달리 매끈거리는데요,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에틸렌 코팅이 둘러져 있어 그렇습니다.

종이가 물에 젖는 걸 방지하기 위해 코팅 처리를 한 건데, 최대 12%까지 포함돼 있습니다.

문제는 이 코팅을 분리하는 과정이 까다롭고, 비용도 많이 든다는 점입니다.

[영국 제지 업체 관계자 : "현재 컵을 수거하고 배달해 줄 공급망도 부족합니다. 오히려 용량 초과가 되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렇게 버려진 커피 컵이 시간이 지나면서 잘게 부서져 크기 5mm 미만의 미세 플라스틱이 된다는 겁니다.

실제로, 미국의 한 대학 연구팀이 전 세계 수돗물과 맥주 속 미세 플라스틱을 조사한 결과 81% 수돗물에서 리터당 5.45개, 모든 맥주에서는 리터당 4.05개가 들어 있었습니다.

미세 플라스틱은 대부분 폴리에틸렌이었습니다.

[찬 홀 시온/그린피스 관계자 : "플라스틱 오염은 우리 일상 곳곳에 존재합니다. 플라스틱의 독소는 암 유발 물질로, 특히 임신부와 성장기 아이들에게 치명적이라고 판명되었습니다"]

[앵커]

종이컵이 사실상 플라스틱이란 얘긴데, 이 때문에 영국에선 종이컵도 규제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요?

[답변]

그렇습니다. 영국 정부는 모든 일회용 종이컵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시범적으로 영국 외무부가 지난 4월부터 기관 내 있는 식당과 카페에서 종이컵 사용료를 받았는데요.

그 결과, 개인 컵을 가져오는 비율이 6개월 만에 7%에서 42%로 증가했습니다.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선 각국 정부가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쪽에 힘이 실리는 이윱니다.

실제로, 독일에선 페트병에 든 음료를 사려면 25센트를 더 내야 합니다.

바로 병값입니다.

일종의 보증금이 붙는 건데, '판트(Pfand)' 라고 합니다.

대신, 나중에 빈 페트병을 (보시는 것처럼) 판트 기계에 가져 오면 일정 금액의 돈을 돌려 줍니다.

종류와 무게별로 환급되는 돈은 다르지만, 8센트에서 25센트 내욉니다.

'판트' 제도 덕분일까요?

독일에선 플라스틱 페트병 재활용률이 97%가 넘습니다.

더 주목할 점은 보증금이 없는 페트병조차도 93.6%가 재활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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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경제] 재활용 안 되는 종이컵…왜?
    • 입력 2018-12-05 18:12:29
    • 수정2018-12-05 18:17:57
    통합뉴스룸ET
[앵커]

세계를 한눈에 보는 <글로벌 경제> 조항리 아나운서와 함께 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2018년 한해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요, 옥스퍼드가 올해 전 세계에서 가장 이슈가 됐던 단어를 발표했죠. 어떤 단어가 선정됐나요?

[답변]

영국의 옥스퍼드 사전이 꼽은 올해의 키워드는 바로 Toxic입니다.

우리말로 풀면 '유독한', '유해한' 정도의 뜻이 되겠죠.

건강과 환경에 해가 되는 것에 전 세계인의 관심이 그만큼 높았다는 걸 반증하는 얘길텐데요.

영국의 '콜린스' 사전도 이와 비슷한 '일회용'을 올해의 단어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플라스틱 '아웃'을 외쳤던 각국 정부와 기업들, 잘 진행되고 있을까요?

먼저 이탈리아로 가보겠습니다.

밀라노에 위치한 한 화장품 매장입니다.

이곳의 콘셉트는 바로 '노 플라스틱'.

샴푸나 샤워젤 등의 제품을 고체로 만들어 포장 용기를 아예 없앴습니다.

대신, 천으로 만든 '낫랩(knot wrap)'과 버려진 테이크아웃 커피 컵을 재활용한 박스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화장품 매장 관계자 : "화려한 색감을 사용하고 포장이 없는 네이키드 제품의 신선함을 담아냈습니다."]

독일, 영국 등지에선 일회용 비닐 봉투와 용기 등 '포장지 없는' 식료품 매장들이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빨대 퇴출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르면 내년부터 플라스틱 빨대 사용이 전면 금지된 영국에선 맥도날드 등 기업들이 종이 빨대로 교체하고 있고요,

미국 시애틀에선 지난 7월부터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면 250달러의 벌금이 부과됩니다.

[앵커]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정부와 기업들의 노력이 엿보입니다. 그런데 이 플라스틱 퇴출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던데요?

[답변]

현재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플라스틱은 연간 3억 톤이 넘는데요,

영국 매체, 가디언이 앞으로 10년 간 플라스틱 생산량이 오히려 40%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지난달, 인도네시아 해안에서 고래 한 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습니다.

고래 뱃속에서는 플라스틱 컵 115개를 포함해 슬리퍼, 페트병 등 쓰레기 천여 개가 들어 있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남아공 인근 해변에서 구조된 거북이 입 안에는 플라스틱 봉투가 들어 있었고요.

과테말라에선 플라스틱 바구니에 끼어 움직이지 못하는 거북이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앵커]

문제는 사용된 플라스틱이 그대로 버려진다는 데 있을 텐데요?

[답변]

그렇습니다. 현재 플라스틱이 재활용되는 비율은 9% 불과합니다.

나머지는 모두 버려지거나 매립·소각되는데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커피 인기가 치솟으면서 상황이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앵커]

커피가 환경 오염의 원인이란 얘긴가요?

[답변]

그렇습니다. 아이스 음료를 담는 플라스틱 컵도 재활용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요,

종이컵마저도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커피 전문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테이크아웃 종이컵 얘깁니다.

매년 영국에서만 25억 개의 커피 컵이 소비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 커피 컵의 재활용률은 0.25%.

4백개 가운데 단 한 개만 재활용된다는 뜻입니다.

[런던 시민 : "길가의 쓰레기통은 이미 수많은 종이컵으로 넘쳐납니다."]

다른 나라들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캐나다는 연간 15억 개, 미국에선 무려 6백억 개의 커피 컵이 매년 버려지고 있습니다.

[앵커]

종이라서 당연히 재활용이 된다고 생각했는데요, 재활용이 어려운 이유가 뭔가요?

[답변]

비밀은 종이컵에 있습니다.

종이컵 안쪽을 만져 보면 겉면과 달리 매끈거리는데요,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에틸렌 코팅이 둘러져 있어 그렇습니다.

종이가 물에 젖는 걸 방지하기 위해 코팅 처리를 한 건데, 최대 12%까지 포함돼 있습니다.

문제는 이 코팅을 분리하는 과정이 까다롭고, 비용도 많이 든다는 점입니다.

[영국 제지 업체 관계자 : "현재 컵을 수거하고 배달해 줄 공급망도 부족합니다. 오히려 용량 초과가 되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렇게 버려진 커피 컵이 시간이 지나면서 잘게 부서져 크기 5mm 미만의 미세 플라스틱이 된다는 겁니다.

실제로, 미국의 한 대학 연구팀이 전 세계 수돗물과 맥주 속 미세 플라스틱을 조사한 결과 81% 수돗물에서 리터당 5.45개, 모든 맥주에서는 리터당 4.05개가 들어 있었습니다.

미세 플라스틱은 대부분 폴리에틸렌이었습니다.

[찬 홀 시온/그린피스 관계자 : "플라스틱 오염은 우리 일상 곳곳에 존재합니다. 플라스틱의 독소는 암 유발 물질로, 특히 임신부와 성장기 아이들에게 치명적이라고 판명되었습니다"]

[앵커]

종이컵이 사실상 플라스틱이란 얘긴데, 이 때문에 영국에선 종이컵도 규제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요?

[답변]

그렇습니다. 영국 정부는 모든 일회용 종이컵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시범적으로 영국 외무부가 지난 4월부터 기관 내 있는 식당과 카페에서 종이컵 사용료를 받았는데요.

그 결과, 개인 컵을 가져오는 비율이 6개월 만에 7%에서 42%로 증가했습니다.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선 각국 정부가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쪽에 힘이 실리는 이윱니다.

실제로, 독일에선 페트병에 든 음료를 사려면 25센트를 더 내야 합니다.

바로 병값입니다.

일종의 보증금이 붙는 건데, '판트(Pfand)' 라고 합니다.

대신, 나중에 빈 페트병을 (보시는 것처럼) 판트 기계에 가져 오면 일정 금액의 돈을 돌려 줍니다.

종류와 무게별로 환급되는 돈은 다르지만, 8센트에서 25센트 내욉니다.

'판트' 제도 덕분일까요?

독일에선 플라스틱 페트병 재활용률이 97%가 넘습니다.

더 주목할 점은 보증금이 없는 페트병조차도 93.6%가 재활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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