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90대 노정객의 특별한 추모 ‘왼손 거수경례’

입력 2018.12.05 (19:55) 수정 2018.12.05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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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장례 절차가 진행 중인 미국 워싱턴에서 사력을 다해 '왼손 거수경례'에 나선 90대 노정객의 추모 모습이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한때 대권을 놓고 '아버지 부시'와 경쟁했던 밥 돌 전 상원의원, 올해 95살인 돌 전 의원은 우리에게는 '미국 공화당 원내대표' 타이틀로 더 유명한 인물이다.

양팔과 손이 거의 마비 상태인 돌 전 의원은 부시 전 대통령의 관 앞에서 수행원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에서 힘겹게 몸을 일으킨 뒤 가까스로 떨리는 팔을 끌어올려 거수경례를 했다.

오랜 정적이자 친구, 그리고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전우로서 최고의 예를 갖춰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한 것이다.

밥 돌 전 미국 상원의원이 워싱턴DC 미국 의사당 중앙홀에 안치된 조지 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시신이 담긴 안치된 관 앞에서 거수 경례를 하고 있다. [AP통신]밥 돌 전 미국 상원의원이 워싱턴DC 미국 의사당 중앙홀에 안치된 조지 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시신이 담긴 안치된 관 앞에서 거수 경례를 하고 있다. [AP통신]

■휠체어에서 몸은 일으켰지만...'왼손 거수경례' 이유는?

거동이 불편한 밥 돌 전 상원의원은 지난달 30일 타개한 부시 전 대통령을 조문하기 위해 이날(현지시간 4일) 휠체어를 탄 채 미국 워싱턴DC의 국회 의사당을 찾았다.

그리고 수많은 조문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행원의 도움을 받아 부시 전 대통령의 시신이 안치된 중앙홀에 다가섰다.

잠시 뒤 수행원의 부축을 받아 가까스로 몸을 일으킨 돌 전 의원은 왼팔을 끌어올려 고인에게 거수 경계를 했다.

휠체어에서 일어나 거수경례를 하기까지의 시간은 불과 15초, 실제로 거수경례가 진행된 시간은 채 1초가 되지 못했다. 펴진 손가락도 겨우 세 개에 불과했다.

경호원의 도움을 받아 겨우 몸은 일으켰지만 힘에 부쳐 잠시도 서 있지 못하는 상태인데도 고인에게 최고의 예우를 표하기 위해 마비된 오른손 대신 왼손으로나마 거수경례를 했다. 왼손조차 부분 마비 상태여서 거수경례에는 손가락 세 개만 사용됐다.

고인이 된 부시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돌 전 의원은 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 출신이다. 전쟁 당시 포탄에 맞아 팔 부위에 심각한 부상을 입어 오래전부터 오른팔과 손을 전혀 사용하지 못했고, 왼손 역시 부분적으로 마비 상태였다는 게 외신의 설명이다.


■부시家 "위대한 세대의 강력한 경의"...미국 언론, "드라마틱한 순간"

밥 돌 전 상원의원의 '왼손 거수경례'는 곧바로 미국 사회 전반에 감동을 안겼다.

부시 전 대통령의 대변인 짐 맥그래스는 돌 전 의원의 거수경례에 대해 "위대한 세대의 동료가 마지막으로 보내는 강력한 경의의 제스처(a last, powerful gesture of respect from one member of the Greatest Generation)였다"라고 표현했다.

부시 전 대통령의 아들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역시 트위터에 돌 전 의원의 조문 영상을 올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랍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미국 주요 언론들도 돌 전 의원의 '거수경례' 조문 소식을 관련 영상과 함께 전하며, 두 사람의 오랜 인연을 소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공화당 후보로서 부시 대통령과 경쟁했던 밥 돌 전 의원이 감동적인 모습을 보였다, 수행원의 도움으로 그는 부시 앞에 잠시 설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USA투데이는 "밥 돌이 미 의사당에서 부시 H.W. 대통령에 대한 마지막 거수경례를 위해 일어섰다"는 제목의 기사를 출고했고, 폭스뉴스는 "밥 돌이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거수경례를 하기 위해 휠체어에서 일어나는 드라마틱한 순간이 연출됐다"고 당시 상황을 표현했다.


■재조명되는 부시-돌의 인연...'전우'에서 '정적', '친구'로

27년간 미국 연방 상원의원을 지낸 밥 돌 전 의원은 1988년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부시 전 대통령과 맞붙은 인연이 있다. 그는 당시 경선에서 패배했지만, 이후 부시 전 대통령과 오랜 친구로 지내며 우정을 쌓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1992년 대선에서 패해 정계를 은퇴한 부시 전 대통령이 1996년 대선에 출마한 밥 돌 전 의원에 대해 "그가 원하는 건 뭐든지 하겠다"며 지지 선언을 한 것은 여러 일화 중에 하나다.

이런 부시 전 대통령에 대해 돌 전 의원은 최근 CNN과 가진 인터뷰에서 "부시는 초당파적인 대통령이었고, 우리는 많은 일을 함께 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각별한 인연을 반영해 캔자스 대학의 돌 정치연구소는 부시 전 대통령이 남긴 유산과 두 사람의 관계를 기리기 위해 특별 애도 기간을 설정했다. 연구소 측은 조문객들이 남긴 방명록을 부시 전 대통령의 유족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94세를 일기로 타계한 故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의 유해는 5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립대성당에서 열리는 장례식이 끝난 뒤 다시 고향인 텍사스로 운구될 예정이며, 이후 텍사스 A&M 대학 내 부인 바버라 여사와 딸 로빈이 잠든 부시 도서관 내 정원에 묻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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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주인공은 한때 대권을 놓고 '아버지 부시'와 경쟁했던 밥 돌 전 상원의원, 올해 95살인 돌 전 의원은 우리에게는 '미국 공화당 원내대표' 타이틀로 더 유명한 인물이다.

양팔과 손이 거의 마비 상태인 돌 전 의원은 부시 전 대통령의 관 앞에서 수행원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에서 힘겹게 몸을 일으킨 뒤 가까스로 떨리는 팔을 끌어올려 거수경례를 했다.

오랜 정적이자 친구, 그리고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전우로서 최고의 예를 갖춰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한 것이다.

밥 돌 전 미국 상원의원이 워싱턴DC 미국 의사당 중앙홀에 안치된 조지 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시신이 담긴 안치된 관 앞에서 거수 경례를 하고 있다. [AP통신]
■휠체어에서 몸은 일으켰지만...'왼손 거수경례' 이유는?

거동이 불편한 밥 돌 전 상원의원은 지난달 30일 타개한 부시 전 대통령을 조문하기 위해 이날(현지시간 4일) 휠체어를 탄 채 미국 워싱턴DC의 국회 의사당을 찾았다.

그리고 수많은 조문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행원의 도움을 받아 부시 전 대통령의 시신이 안치된 중앙홀에 다가섰다.

잠시 뒤 수행원의 부축을 받아 가까스로 몸을 일으킨 돌 전 의원은 왼팔을 끌어올려 고인에게 거수 경계를 했다.

휠체어에서 일어나 거수경례를 하기까지의 시간은 불과 15초, 실제로 거수경례가 진행된 시간은 채 1초가 되지 못했다. 펴진 손가락도 겨우 세 개에 불과했다.

경호원의 도움을 받아 겨우 몸은 일으켰지만 힘에 부쳐 잠시도 서 있지 못하는 상태인데도 고인에게 최고의 예우를 표하기 위해 마비된 오른손 대신 왼손으로나마 거수경례를 했다. 왼손조차 부분 마비 상태여서 거수경례에는 손가락 세 개만 사용됐다.

고인이 된 부시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돌 전 의원은 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 출신이다. 전쟁 당시 포탄에 맞아 팔 부위에 심각한 부상을 입어 오래전부터 오른팔과 손을 전혀 사용하지 못했고, 왼손 역시 부분적으로 마비 상태였다는 게 외신의 설명이다.


■부시家 "위대한 세대의 강력한 경의"...미국 언론, "드라마틱한 순간"

밥 돌 전 상원의원의 '왼손 거수경례'는 곧바로 미국 사회 전반에 감동을 안겼다.

부시 전 대통령의 대변인 짐 맥그래스는 돌 전 의원의 거수경례에 대해 "위대한 세대의 동료가 마지막으로 보내는 강력한 경의의 제스처(a last, powerful gesture of respect from one member of the Greatest Generation)였다"라고 표현했다.

부시 전 대통령의 아들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역시 트위터에 돌 전 의원의 조문 영상을 올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랍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미국 주요 언론들도 돌 전 의원의 '거수경례' 조문 소식을 관련 영상과 함께 전하며, 두 사람의 오랜 인연을 소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공화당 후보로서 부시 대통령과 경쟁했던 밥 돌 전 의원이 감동적인 모습을 보였다, 수행원의 도움으로 그는 부시 앞에 잠시 설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USA투데이는 "밥 돌이 미 의사당에서 부시 H.W. 대통령에 대한 마지막 거수경례를 위해 일어섰다"는 제목의 기사를 출고했고, 폭스뉴스는 "밥 돌이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거수경례를 하기 위해 휠체어에서 일어나는 드라마틱한 순간이 연출됐다"고 당시 상황을 표현했다.


■재조명되는 부시-돌의 인연...'전우'에서 '정적', '친구'로

27년간 미국 연방 상원의원을 지낸 밥 돌 전 의원은 1988년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부시 전 대통령과 맞붙은 인연이 있다. 그는 당시 경선에서 패배했지만, 이후 부시 전 대통령과 오랜 친구로 지내며 우정을 쌓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1992년 대선에서 패해 정계를 은퇴한 부시 전 대통령이 1996년 대선에 출마한 밥 돌 전 의원에 대해 "그가 원하는 건 뭐든지 하겠다"며 지지 선언을 한 것은 여러 일화 중에 하나다.

이런 부시 전 대통령에 대해 돌 전 의원은 최근 CNN과 가진 인터뷰에서 "부시는 초당파적인 대통령이었고, 우리는 많은 일을 함께 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각별한 인연을 반영해 캔자스 대학의 돌 정치연구소는 부시 전 대통령이 남긴 유산과 두 사람의 관계를 기리기 위해 특별 애도 기간을 설정했다. 연구소 측은 조문객들이 남긴 방명록을 부시 전 대통령의 유족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94세를 일기로 타계한 故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의 유해는 5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립대성당에서 열리는 장례식이 끝난 뒤 다시 고향인 텍사스로 운구될 예정이며, 이후 텍사스 A&M 대학 내 부인 바버라 여사와 딸 로빈이 잠든 부시 도서관 내 정원에 묻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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