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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인터폴 적색수배자” vs “난민 출신 축구선수”…태국의 선택은?
입력 2018.12.06 (07:03) 수정 2018.12.06 (07:04) 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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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인터폴 적색수배자” vs “난민 출신 축구선수”…태국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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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정부가 고민에 빠졌다.
지난달 27일 방콕 수완나품 공항을 통해 입국하려다 현재 구금 중에 있는 한 축구선수의 처리 문제 때문이다.

호주서 난민 인정받은 바레인 출신 축구선수 태국서 구금

하킴 알아라이비(Hakeem Ali Mohamed Ali Al_Araibi, 25)라는 이름의 이 선수는 전 바레인 국가대표 축구선수 출신으로 지금은 호주 멜버른의 파스코발레 FC (Pascoe Vale FC)에서 활약 중이다.

바레인 국가대표 출신인 하킴은 현재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호주 파스코발레 FC에서 뛰고 있다.바레인 국가대표 출신인 하킴은 현재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호주 파스코발레 FC에서 뛰고 있다.

바레인 왕실 비리 폭로했다 체포돼 고문....호주 망명 후 인터폴 적색수배 올라

하킴은 '아랍의 봄'이 한창이던 2012년 바레인 왕실의 스포츠 비리를 폭로했다가 당국에 체포돼 고문받는 등 탄압에 직면하자 2014년 호주로 도피해 망명을 신청했다. 호주 정부는 지난해 하킴에게 난민 지위를 인정해 영주권을 주었고, 현재 시민권을 신청해 놓은 상태이다.

문제는 하킴이 인터폴(ICPO, 국제형사경찰기구) 적색 수배자에 올라와 있다는 점.
바레인은 하킴이 2012년 11월에 경찰서 기물을 파손했다며 궐석재판으로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하킴은 부인과 함께 휴가를 즐기러 태국에 입국하려다 수완나품 공항의 이민경찰에 체포돼 현재 방콕에 있는 이민자수용소(Immigration Detention Center)에 구금되어 있다. 인터폴 적색 수배자이기 때문이다. 태국 이민청은 지난 3일 법원으로부터 앞으로 12일 동안 하킴에 대한 구금 연장을 허락받은 상태이다.

방콕 이민자수용소에 구금된 하킴(출처 gofundme.com)방콕 이민자수용소에 구금된 하킴(출처 gofundme.com)

호주 정부·인권단체 하킴 석방 요구..."강제 송환되면 생명 위험"

당장 호주 정부와 국제인권단체들은 하킴을 석방하고 호주로 돌려보낼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킴이 바레인 정부를 비판해 고문까지 당한 만큼 바레인으로 강제 송환될 경우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폴 스테펜(Paul Stephen) 태국 주재 호주 대리대사는 태국 이민청을 방문해 호주 정부의 우려를 전달하고 하킴을 호주로 돌려보내 줄 것을 요청했다. 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 호주 지부도 지난 4일 멜버른에 있는 태국 영사관 앞에서 하킴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아태 난민인권네트워크(The Asia Pacific Refugee Rights Network)도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에게 하킴의 호주 귀환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호주 멜버른에 있는 태국 영사관 앞에서 열린 하킴 석방을 위한 시위(출처: yahya alhadid)호주 멜버른에 있는 태국 영사관 앞에서 열린 하킴 석방을 위한 시위(출처: yahya alhadid)

태국 이민청, "법에 따라 처리"...강제 송환 가능성도

하지만 수라쳇 학판 태국 이민청장은 법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입장만 밝힌 채 구체적인 처리 방안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민청장은 앞으로 12일 안에 바레인에서 하킴에 대한 체포영장이 온다면 태국 외교부에서 이를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혀 하킴의 강제 송환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태국 주재 호주 대리대사 일행의 방문을 받은 태국 이민청장(왼쪽에서 세 번째) (출처: 태국 이민청)태국 주재 호주 대리대사 일행의 방문을 받은 태국 이민청장(왼쪽에서 세 번째) (출처: 태국 이민청)

하지만 태국 언론에서도 하킴 알아라이비를 바레인으로 강제 송환하는 것은 여러 가지로 문제가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문제없다는 답변받고 입국했는데 구금"

태국 언론에 따르면 하킴은 태국으로 오기 전 이미 호주 주재 태국 영사관에 인터폴 수배를 받고 있는 자신이 태국에 갈 경우 신변에 문제가 없는지 문의했고 태국 영사관으로부터 문제없다는 확답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더구나 하킴은 태국에 도착했을 때 처음에는 입국만 거부된다는 말만 들었고 호주 대사관의 협조로 호주로 돌아가는 항공편을 예약했으나 갑자기 수갑이 채워지고 이민자 수용소로 이송 조처됐다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바레인 대사관의 요청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이민청에서는 함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하킴 알아이비는 바레인으로 강제 송환될까?
태국은 전 세계 145개국이 가입된 유엔난민협약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이미 태국 접경지대에 들어와 사는 미얀마 카렌 난민 문제로 골치가 아픈 태국 입장에서는 난민에 대해 그렇게 우호적이지 않다.

태국의 고민....강제송환이냐 석방이냐?

그렇다고 태국이 만약 호주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하킴을 바레인에 강제송환하는 결정을 할 경우 국제사회의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등 적잖은 부담이 따른다. 한 국가가 인터폴 수배자를 꼭 송환해야 하는 법적 강제력은 없다고 한다. 태국에서도 직무 유기 등의 혐의로 징역 5년이 선고돼 해외도피 중인 잉락 전 총리도 태국 정부가 인터폴 수배를 요청해 놓은 상태지만 태국으로 강제송환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더구나 태국은 바레인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고 있지도 않다.

이런 이유로 태국 군부 정권에 쓴소리를 많이 하지 않는 태국 언론들도 하킴을 호주로 돌려보내거나 최소한 정당한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인터폴 적색 수배자를 바레인으로 송환할지, 정치적 탄압으로 망명을 신청한 난민으로 보고 호주로 돌려보낼지 태국의 선택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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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06 (07:03)
    • 수정 2018.12.06 (07:04)
    특파원 리포트
[특파원리포트] “인터폴 적색수배자” vs “난민 출신 축구선수”…태국의 선택은?
태국 정부가 고민에 빠졌다.
지난달 27일 방콕 수완나품 공항을 통해 입국하려다 현재 구금 중에 있는 한 축구선수의 처리 문제 때문이다.

호주서 난민 인정받은 바레인 출신 축구선수 태국서 구금

하킴 알아라이비(Hakeem Ali Mohamed Ali Al_Araibi, 25)라는 이름의 이 선수는 전 바레인 국가대표 축구선수 출신으로 지금은 호주 멜버른의 파스코발레 FC (Pascoe Vale FC)에서 활약 중이다.

바레인 국가대표 출신인 하킴은 현재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호주 파스코발레 FC에서 뛰고 있다.바레인 국가대표 출신인 하킴은 현재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호주 파스코발레 FC에서 뛰고 있다.

바레인 왕실 비리 폭로했다 체포돼 고문....호주 망명 후 인터폴 적색수배 올라

하킴은 '아랍의 봄'이 한창이던 2012년 바레인 왕실의 스포츠 비리를 폭로했다가 당국에 체포돼 고문받는 등 탄압에 직면하자 2014년 호주로 도피해 망명을 신청했다. 호주 정부는 지난해 하킴에게 난민 지위를 인정해 영주권을 주었고, 현재 시민권을 신청해 놓은 상태이다.

문제는 하킴이 인터폴(ICPO, 국제형사경찰기구) 적색 수배자에 올라와 있다는 점.
바레인은 하킴이 2012년 11월에 경찰서 기물을 파손했다며 궐석재판으로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하킴은 부인과 함께 휴가를 즐기러 태국에 입국하려다 수완나품 공항의 이민경찰에 체포돼 현재 방콕에 있는 이민자수용소(Immigration Detention Center)에 구금되어 있다. 인터폴 적색 수배자이기 때문이다. 태국 이민청은 지난 3일 법원으로부터 앞으로 12일 동안 하킴에 대한 구금 연장을 허락받은 상태이다.

방콕 이민자수용소에 구금된 하킴(출처 gofundme.com)방콕 이민자수용소에 구금된 하킴(출처 gofundme.com)

호주 정부·인권단체 하킴 석방 요구..."강제 송환되면 생명 위험"

당장 호주 정부와 국제인권단체들은 하킴을 석방하고 호주로 돌려보낼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킴이 바레인 정부를 비판해 고문까지 당한 만큼 바레인으로 강제 송환될 경우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폴 스테펜(Paul Stephen) 태국 주재 호주 대리대사는 태국 이민청을 방문해 호주 정부의 우려를 전달하고 하킴을 호주로 돌려보내 줄 것을 요청했다. 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 호주 지부도 지난 4일 멜버른에 있는 태국 영사관 앞에서 하킴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아태 난민인권네트워크(The Asia Pacific Refugee Rights Network)도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에게 하킴의 호주 귀환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호주 멜버른에 있는 태국 영사관 앞에서 열린 하킴 석방을 위한 시위(출처: yahya alhadid)호주 멜버른에 있는 태국 영사관 앞에서 열린 하킴 석방을 위한 시위(출처: yahya alhadid)

태국 이민청, "법에 따라 처리"...강제 송환 가능성도

하지만 수라쳇 학판 태국 이민청장은 법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입장만 밝힌 채 구체적인 처리 방안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민청장은 앞으로 12일 안에 바레인에서 하킴에 대한 체포영장이 온다면 태국 외교부에서 이를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혀 하킴의 강제 송환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태국 주재 호주 대리대사 일행의 방문을 받은 태국 이민청장(왼쪽에서 세 번째) (출처: 태국 이민청)태국 주재 호주 대리대사 일행의 방문을 받은 태국 이민청장(왼쪽에서 세 번째) (출처: 태국 이민청)

하지만 태국 언론에서도 하킴 알아라이비를 바레인으로 강제 송환하는 것은 여러 가지로 문제가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문제없다는 답변받고 입국했는데 구금"

태국 언론에 따르면 하킴은 태국으로 오기 전 이미 호주 주재 태국 영사관에 인터폴 수배를 받고 있는 자신이 태국에 갈 경우 신변에 문제가 없는지 문의했고 태국 영사관으로부터 문제없다는 확답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더구나 하킴은 태국에 도착했을 때 처음에는 입국만 거부된다는 말만 들었고 호주 대사관의 협조로 호주로 돌아가는 항공편을 예약했으나 갑자기 수갑이 채워지고 이민자 수용소로 이송 조처됐다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바레인 대사관의 요청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이민청에서는 함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하킴 알아이비는 바레인으로 강제 송환될까?
태국은 전 세계 145개국이 가입된 유엔난민협약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이미 태국 접경지대에 들어와 사는 미얀마 카렌 난민 문제로 골치가 아픈 태국 입장에서는 난민에 대해 그렇게 우호적이지 않다.

태국의 고민....강제송환이냐 석방이냐?

그렇다고 태국이 만약 호주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하킴을 바레인에 강제송환하는 결정을 할 경우 국제사회의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등 적잖은 부담이 따른다. 한 국가가 인터폴 수배자를 꼭 송환해야 하는 법적 강제력은 없다고 한다. 태국에서도 직무 유기 등의 혐의로 징역 5년이 선고돼 해외도피 중인 잉락 전 총리도 태국 정부가 인터폴 수배를 요청해 놓은 상태지만 태국으로 강제송환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더구나 태국은 바레인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고 있지도 않다.

이런 이유로 태국 군부 정권에 쓴소리를 많이 하지 않는 태국 언론들도 하킴을 호주로 돌려보내거나 최소한 정당한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인터폴 적색 수배자를 바레인으로 송환할지, 정치적 탄압으로 망명을 신청한 난민으로 보고 호주로 돌려보낼지 태국의 선택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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