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도심 덮친 ‘끓는 물’…당시 상황은?

입력 2018.12.06 (08:30) 수정 2018.12.0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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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그젯밤 경기도 고양 백석역 근처의 지하 온수관 파열 사고 현장입니다.

펄펄 끓는 뜨거운 물이 발목이 잠길 정도로 넘치고 수증기가 시야를 가로막아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고 합니다.

1명이 숨지고, 40여 명이 다쳤는데, 사망자의 안타까운 사연까지 전해졌습니다.

지금부터 현장으로 가 보시죠.

[리포트]

온수관 파열 사고로 숨진 송 모 씨의 빈소가 차려진 장례식장.

유족들은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유가족/음성변조 : "유가족 입장에서는 정말 이건 참담하기 그지없고, 이해할 수가 없어요. 정말 열심히 살아온 사람 중의 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어요. 딸 바보라고 할까? 정말 딸을 너무 사랑했고, 자상했고."]

내년 4월 결혼을 앞둔 딸과 예비 사위와 함께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송 씨는 사고 현장을 지났습니다.

딸과 헤어진 지 불과 10여분 만이었습니다.

[고인의 지인/음성변조 : "차를 타고 가다가 (물기둥이) 창문을 때리면서 무너져서 물이 들어오는 바람에 죽었다는데 아파서 죽었거나 그런 거도 아니고 멀쩡한 사람이 느닷없이…."]

온수관 파열 사고가 난 바로 다음날인 어제, 복구가 한창인 사고현장은 간밤의 피해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박정혁/인근 상인 : "아침 7시에 나와서 정리를 했는데도 아직도 정리를 다 끝내지 못했습니다. 가게 내부가 만신창이가 돼서 정리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복구에 정신이 없는 가운데, 시민들 대부분은 여전히 공포에 질려 있었습니다.

[인근 주민 : "지금 막 손이 떨리고 일을 못 하겠어요. 너무 충격…. 어제 '이렇게 죽는구나' 싶어서 3층에서 올라가야 해요? 내려가야 해요? 막 소리 질러도 듣는 사람도 없고…."]

처음 사고를 인지한 건 저녁 8시 40분이 지난 시각. 어디선가 '펑'하는 둔탁한 소리가 들린 뒤 도로에서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는데요,

지금부터 당시 화면을 보시죠.

["뭐예요? 연기 나는데?"]

뿌연 연기가 조금씩 피어오르는가 싶더니,

["뭐야, 뭐야, 뭐야?"]

119 신고를 위해 전화를 하는 사이 연기는 빠르게 가게 안으로 들이닥쳤습니다.

불과 2분 뒤, 가게 안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 됐습니다.

[박정혁/인근 상인 : "갑자기 수증기까지 오니까 연기가 마셔도 되는지 안 되는 건지 걱정이 돼서…."]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도로 바닥에서 물이 역류하기 시작하더니 인도를 넘어 가게 안까지 들이닥쳤습니다.

김이 펄펄 나는 뜨거운 물이었습니다.

[박정혁/인근 상인 : "물이 어디까지 찰지 모르니까 바로 옆에 백석역이 있으니까 지하로 빠지겠지 했는데 계속 물이 들어오니까 너무 걱정되고 나 이러다 죽는 거 아니야 그런 생각까지 했어요."]

그 시각, 도로 밖 사정은 더 긴박했습니다.

사람 키 서너 배가 넘는 물기둥이 마치 용암처럼 솟구쳐 올랐고, 도로 곳곳에는 돌덩이와 콘크리트 파편이 나뒹굴었습니다.

["이거 뜨거운 물이야 뜨거운 물!"]

짙은 수증기로 한치 앞이 안 보이는 상황.

도로에는 멈춰선 차들이 뒤엉켰고, 소방차와 구급차 소리만 요란하게 울렸습니다.

[김오경/일산소방서 백석119안전센터장 : "1미터도 안 보일 정도였으니까 대처하기가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물이 워낙 뜨겁다 보니까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도로 건물 내부 할 것 없이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의 외침이 여기저기서 터졌습니다.

[박정혁/인근 상인 : "계단은 이미 수증기가 차서 앞도 안 보여서 제가 사람들 대피하는데 '이리로 오세요' 하면서 손뼉 치면서 소리를 내면서 인도해서 2층으로 피신했거든요."]

[인근 주민 : "밖에는 물 때문에 한 발짝도 못 움직이고 수증기 때문에 앞은 안 보이고 거기서 고립돼서 있는데 어떡해야 할지 아무 생각도 안 났어요. 그냥 무섭기만 했지."]

지하 2.5미터 깊이의 열 수송관이 터지면서 일어난 참사였습니다.

뜨거운 물기둥이 솟구쳐 오르면서 거리에는 부상자들이 속출했습니다.

상상도 못했던 화상 환자들이었습니다.

[인근 상인 : "차에서 내려오다가 그랬는지 양발이 벌겋게 데였더라고. 그래서 여기서 물을 사서 뿌리더라고. 식혀 주려고…."]

[정동목/인근 상인 : "불난 줄 알고 자기 딴에는 겁나니까 피하려고 나왔어. 그런데 맨발로 나왔어요. 살려 달라고 (소리쳐서) 우리 아들이 가게 안에 데리고 와서 찬물로 부어서 119까지 불러서 태워서 바로 보냈거든."]

뜨거운 물바다가 된 도로에서 사람들은 우왕좌왕했고, 이 일대는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정정훈/인근 상인 : "오토바이 배달하는 친구들 뭣도 모르고 가다가 물이 차니까 오토바이가 잠기니까 거기에서 걸어 내려왔다고. 그래서 이쪽에 서너 사람이 앉아서 양말 벗겨 보니까 완전히 살갗이 다 벗겨지고 그런 상태였다고요."]

[화상 피해 주민 : "너무 많이 다쳐서 병원마다 다 (화상 환자가) 차서 거기서도 막 빨리 응급처치하고 내보내고 우리 나오면 사람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었거든요."]

한 시간 반 동안 쏟아진 뜨거운 물에 40여 명의 인명 피해는 물론 난방과 온수가 끊기기도 했습니다.

파열된 열 수송관은 1991년 설치된 것으로 노후된 부분이 수압을 견디지 못해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요.

매설 이후 특별한 교체는 물론, 매년 2번의 의무적인 정밀점검 기록조차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인재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난방 열공급 수송관에 대한 공포마저 확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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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도심 덮친 ‘끓는 물’…당시 상황은?
    • 입력 2018-12-06 08:25:50
    • 수정2018-12-06 10:3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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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그젯밤 경기도 고양 백석역 근처의 지하 온수관 파열 사고 현장입니다.

펄펄 끓는 뜨거운 물이 발목이 잠길 정도로 넘치고 수증기가 시야를 가로막아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고 합니다.

1명이 숨지고, 40여 명이 다쳤는데, 사망자의 안타까운 사연까지 전해졌습니다.

지금부터 현장으로 가 보시죠.

[리포트]

온수관 파열 사고로 숨진 송 모 씨의 빈소가 차려진 장례식장.

유족들은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유가족/음성변조 : "유가족 입장에서는 정말 이건 참담하기 그지없고, 이해할 수가 없어요. 정말 열심히 살아온 사람 중의 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어요. 딸 바보라고 할까? 정말 딸을 너무 사랑했고, 자상했고."]

내년 4월 결혼을 앞둔 딸과 예비 사위와 함께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송 씨는 사고 현장을 지났습니다.

딸과 헤어진 지 불과 10여분 만이었습니다.

[고인의 지인/음성변조 : "차를 타고 가다가 (물기둥이) 창문을 때리면서 무너져서 물이 들어오는 바람에 죽었다는데 아파서 죽었거나 그런 거도 아니고 멀쩡한 사람이 느닷없이…."]

온수관 파열 사고가 난 바로 다음날인 어제, 복구가 한창인 사고현장은 간밤의 피해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박정혁/인근 상인 : "아침 7시에 나와서 정리를 했는데도 아직도 정리를 다 끝내지 못했습니다. 가게 내부가 만신창이가 돼서 정리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복구에 정신이 없는 가운데, 시민들 대부분은 여전히 공포에 질려 있었습니다.

[인근 주민 : "지금 막 손이 떨리고 일을 못 하겠어요. 너무 충격…. 어제 '이렇게 죽는구나' 싶어서 3층에서 올라가야 해요? 내려가야 해요? 막 소리 질러도 듣는 사람도 없고…."]

처음 사고를 인지한 건 저녁 8시 40분이 지난 시각. 어디선가 '펑'하는 둔탁한 소리가 들린 뒤 도로에서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는데요,

지금부터 당시 화면을 보시죠.

["뭐예요? 연기 나는데?"]

뿌연 연기가 조금씩 피어오르는가 싶더니,

["뭐야, 뭐야, 뭐야?"]

119 신고를 위해 전화를 하는 사이 연기는 빠르게 가게 안으로 들이닥쳤습니다.

불과 2분 뒤, 가게 안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 됐습니다.

[박정혁/인근 상인 : "갑자기 수증기까지 오니까 연기가 마셔도 되는지 안 되는 건지 걱정이 돼서…."]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도로 바닥에서 물이 역류하기 시작하더니 인도를 넘어 가게 안까지 들이닥쳤습니다.

김이 펄펄 나는 뜨거운 물이었습니다.

[박정혁/인근 상인 : "물이 어디까지 찰지 모르니까 바로 옆에 백석역이 있으니까 지하로 빠지겠지 했는데 계속 물이 들어오니까 너무 걱정되고 나 이러다 죽는 거 아니야 그런 생각까지 했어요."]

그 시각, 도로 밖 사정은 더 긴박했습니다.

사람 키 서너 배가 넘는 물기둥이 마치 용암처럼 솟구쳐 올랐고, 도로 곳곳에는 돌덩이와 콘크리트 파편이 나뒹굴었습니다.

["이거 뜨거운 물이야 뜨거운 물!"]

짙은 수증기로 한치 앞이 안 보이는 상황.

도로에는 멈춰선 차들이 뒤엉켰고, 소방차와 구급차 소리만 요란하게 울렸습니다.

[김오경/일산소방서 백석119안전센터장 : "1미터도 안 보일 정도였으니까 대처하기가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물이 워낙 뜨겁다 보니까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도로 건물 내부 할 것 없이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의 외침이 여기저기서 터졌습니다.

[박정혁/인근 상인 : "계단은 이미 수증기가 차서 앞도 안 보여서 제가 사람들 대피하는데 '이리로 오세요' 하면서 손뼉 치면서 소리를 내면서 인도해서 2층으로 피신했거든요."]

[인근 주민 : "밖에는 물 때문에 한 발짝도 못 움직이고 수증기 때문에 앞은 안 보이고 거기서 고립돼서 있는데 어떡해야 할지 아무 생각도 안 났어요. 그냥 무섭기만 했지."]

지하 2.5미터 깊이의 열 수송관이 터지면서 일어난 참사였습니다.

뜨거운 물기둥이 솟구쳐 오르면서 거리에는 부상자들이 속출했습니다.

상상도 못했던 화상 환자들이었습니다.

[인근 상인 : "차에서 내려오다가 그랬는지 양발이 벌겋게 데였더라고. 그래서 여기서 물을 사서 뿌리더라고. 식혀 주려고…."]

[정동목/인근 상인 : "불난 줄 알고 자기 딴에는 겁나니까 피하려고 나왔어. 그런데 맨발로 나왔어요. 살려 달라고 (소리쳐서) 우리 아들이 가게 안에 데리고 와서 찬물로 부어서 119까지 불러서 태워서 바로 보냈거든."]

뜨거운 물바다가 된 도로에서 사람들은 우왕좌왕했고, 이 일대는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정정훈/인근 상인 : "오토바이 배달하는 친구들 뭣도 모르고 가다가 물이 차니까 오토바이가 잠기니까 거기에서 걸어 내려왔다고. 그래서 이쪽에 서너 사람이 앉아서 양말 벗겨 보니까 완전히 살갗이 다 벗겨지고 그런 상태였다고요."]

[화상 피해 주민 : "너무 많이 다쳐서 병원마다 다 (화상 환자가) 차서 거기서도 막 빨리 응급처치하고 내보내고 우리 나오면 사람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었거든요."]

한 시간 반 동안 쏟아진 뜨거운 물에 40여 명의 인명 피해는 물론 난방과 온수가 끊기기도 했습니다.

파열된 열 수송관은 1991년 설치된 것으로 노후된 부분이 수압을 견디지 못해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요.

매설 이후 특별한 교체는 물론, 매년 2번의 의무적인 정밀점검 기록조차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인재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난방 열공급 수송관에 대한 공포마저 확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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