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연전연패 日 원전…생존의 몸부림

입력 2018.12.07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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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원전업계가 심각한 위기감에 빠졌다. 지난 2011년 3.11 대지진 이후 일본 내 신규 원전 건설이 사실상 막힌 상태에서, 정부까지 나서 해외 진출을 시도했지만 이마저 실패의 연속이다.

'핵'에 대한 욕심이 있는 일본으로서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원자력 기술. 하지만 실상은 녹록지 않다.

수주해놓고 철수...헛발질 계속

아사히 신문은 6일 '원전 수출 정책, 또 실패'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를 실었다. 최근 일본 언론들은 일제히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 중공업이 추진하던 터키 원전 계획에서 철수하기로 사실상 방침을 정했다고 보도했다.

2013년 10월 아베 총리는 터키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통해 '터키 원자력 에너지 협력 공동 선언'을 이끌어냈다. 터키에의 원자력 발전소 수출의 길이 열린 순간이었다.

2조엔, 우리 돈 20조 원 규모의 사업을 일본이 가져갔고, 아베 총리의 정상 세일즈가 평가받았다.

하지만 불과 5년, 환희에 찼던 일본 정부와 원자력 업계는 어떻게든 발을 빼기 위해 터키를 설득하려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문제는 올해 들어 불거지기 시작했다. 사업화를 위해 미쓰비시 중공업이 현장 조사를 실시한 결과 당초 사업비가 예상액의 2배가 넘는 4조 엔(40조 원가량)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기 때문이다.

아사히는 참여 기업이 일단 사업비를 부담하고, 이후 발전 사업으로 이익을 회수하는 구조에서 사업비 증가는 전기료를 인상하지 않을 경우 채산성을 맞출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즉, 터키 측에서 전기료 인상을 수락하지 않을 경우 사업성을 담보할 수 없고,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부글부글 터키, "실망했다"...안절부절 日

터키 측은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터키의 에너지 자급률은 26%로 사용하는 천연가스의 99%와 석유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래서 추진하고 있는 것이 에너지 공급원의 분산, 그리고 그 핵심이 원자력 발전소다. 국내 전력의 10% 가량을 원전을 통해 충당하겠다는 것인데, 그 첫발이 일본과의 원전사업이었지만 일본이 손을 들어버리면서 터키 내 여론이 급속히 얼어붙어 버렸다.

비슷한 시기 터키 원전을 수주한 러시아 국영기업의 경우 비슷한 사업비(200억 달러, 2조 2,600억 엔)로 이미 공사에까지 들어가 2023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어 일본의 입장을 더욱 난처하게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내년 1월 세코 경제산업상을 터키에 파견해 원전 대신 최신 석탄화력발전소를 제안할 계획을 세우는 등 달래기에 나서고 있지만, 의도한 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잇따른 해외 원전 사업 실패...생존 기로 선 일본 원전 업계

일본 정부는 2011년 3.11 대지진 이후 국내에 사실상 원전을 지을 수 없게 되면서 민관 합동으로 해외 원전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하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못하다. 2012년에는 리투아니아에서 국민투표 끝에 '히타치'가 추진하던 원전 건설 수출이 좌절됐고, 2010년 합의됐던 베트남 원전 계획도 2016년 백지화됐다.

히타치와 도시바, 미쓰비시 중공업 등 일본 내 굴지의 원전 업체들이 참여한 타이완 원전 사업도 2014년 사실상 중단됐다.

특히 원전 사업 확대를 위해 미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했던 도시바가 되려 인수했던 웨스팅하우스의 경영파탄으로 해외 원전건설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하게 되는 등 원전 사업자들이 생존에 내몰리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유일하게 히타치가 영국 서부에 원전 2기 건설을 추진하는 사업이 남아 있지만, 이 또한 건설비가 크게 오르면서 영국 정부에 자금 지원을 요청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경쟁력 상실 위기...소형 원자로·고속 증식로로 기술 전환 모색, '핵 기술' 포기 못 해

1990년대까지 세계 원자력 시장은 일본이 주도했다. 90년대 지어진 원전 56기 가운데 16기가 일본 기술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프랑스와 캐나다가 절반인 8기로 그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는 4기를 건설한 실적을 보였다.

그러던 것이 2000년 이후에는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모두 85기의 원전이 건설된 가운데, 중국이 33개, 러시아가 15개의 원전을 건설하면서 세계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인도가 11기, 한국이 9기로 뒤를 이었고, 일본은 5기에 머물렀다.

특히 일본은 국내 시장의 동결이 뼈아팠다.

2011년 당시 54개의 원전을 가동하며 전체 전기량의 30%를 원자력에 의존하던 일본이었지만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원전의 위험성이 크게 대두하면서 기존 원전에도 엄격한 안전 기준을 요구받게 됐다.

지난달 현재 54기 중 재가동된 것은 9기에 불과하고 23기는 폐로가 결정됐다. 상태가 이렇다 보니 신규 원전 건설은 생각도 못 하는 상황이다.

폐로가 결정된 고속증식로 몬쥬폐로가 결정된 고속증식로 몬쥬

기존 경수로형 원전 사업이 막히면서 일본 정부는 2040년까지 기존 원전 출력의 1/3 정도 되는 소형원자로를 실용화해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원전에 대한 국내 반대 여론이 높지만 재생 에너지의 보충형태로라도 원전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와 함께 위험성으로 폐로를 결정한 고속증식로 몬쥬의 대체기를 이번 세기까지 실용화하겠다는 계획도 세우며 '핵' 기술을 절대 포기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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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07 07:03:35
    특파원 리포트
일본 원전업계가 심각한 위기감에 빠졌다. 지난 2011년 3.11 대지진 이후 일본 내 신규 원전 건설이 사실상 막힌 상태에서, 정부까지 나서 해외 진출을 시도했지만 이마저 실패의 연속이다.

'핵'에 대한 욕심이 있는 일본으로서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원자력 기술. 하지만 실상은 녹록지 않다.

수주해놓고 철수...헛발질 계속

아사히 신문은 6일 '원전 수출 정책, 또 실패'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를 실었다. 최근 일본 언론들은 일제히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 중공업이 추진하던 터키 원전 계획에서 철수하기로 사실상 방침을 정했다고 보도했다.

2013년 10월 아베 총리는 터키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통해 '터키 원자력 에너지 협력 공동 선언'을 이끌어냈다. 터키에의 원자력 발전소 수출의 길이 열린 순간이었다.

2조엔, 우리 돈 20조 원 규모의 사업을 일본이 가져갔고, 아베 총리의 정상 세일즈가 평가받았다.

하지만 불과 5년, 환희에 찼던 일본 정부와 원자력 업계는 어떻게든 발을 빼기 위해 터키를 설득하려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문제는 올해 들어 불거지기 시작했다. 사업화를 위해 미쓰비시 중공업이 현장 조사를 실시한 결과 당초 사업비가 예상액의 2배가 넘는 4조 엔(40조 원가량)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기 때문이다.

아사히는 참여 기업이 일단 사업비를 부담하고, 이후 발전 사업으로 이익을 회수하는 구조에서 사업비 증가는 전기료를 인상하지 않을 경우 채산성을 맞출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즉, 터키 측에서 전기료 인상을 수락하지 않을 경우 사업성을 담보할 수 없고,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부글부글 터키, "실망했다"...안절부절 日

터키 측은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터키의 에너지 자급률은 26%로 사용하는 천연가스의 99%와 석유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래서 추진하고 있는 것이 에너지 공급원의 분산, 그리고 그 핵심이 원자력 발전소다. 국내 전력의 10% 가량을 원전을 통해 충당하겠다는 것인데, 그 첫발이 일본과의 원전사업이었지만 일본이 손을 들어버리면서 터키 내 여론이 급속히 얼어붙어 버렸다.

비슷한 시기 터키 원전을 수주한 러시아 국영기업의 경우 비슷한 사업비(200억 달러, 2조 2,600억 엔)로 이미 공사에까지 들어가 2023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어 일본의 입장을 더욱 난처하게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내년 1월 세코 경제산업상을 터키에 파견해 원전 대신 최신 석탄화력발전소를 제안할 계획을 세우는 등 달래기에 나서고 있지만, 의도한 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잇따른 해외 원전 사업 실패...생존 기로 선 일본 원전 업계

일본 정부는 2011년 3.11 대지진 이후 국내에 사실상 원전을 지을 수 없게 되면서 민관 합동으로 해외 원전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하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못하다. 2012년에는 리투아니아에서 국민투표 끝에 '히타치'가 추진하던 원전 건설 수출이 좌절됐고, 2010년 합의됐던 베트남 원전 계획도 2016년 백지화됐다.

히타치와 도시바, 미쓰비시 중공업 등 일본 내 굴지의 원전 업체들이 참여한 타이완 원전 사업도 2014년 사실상 중단됐다.

특히 원전 사업 확대를 위해 미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했던 도시바가 되려 인수했던 웨스팅하우스의 경영파탄으로 해외 원전건설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하게 되는 등 원전 사업자들이 생존에 내몰리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유일하게 히타치가 영국 서부에 원전 2기 건설을 추진하는 사업이 남아 있지만, 이 또한 건설비가 크게 오르면서 영국 정부에 자금 지원을 요청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경쟁력 상실 위기...소형 원자로·고속 증식로로 기술 전환 모색, '핵 기술' 포기 못 해

1990년대까지 세계 원자력 시장은 일본이 주도했다. 90년대 지어진 원전 56기 가운데 16기가 일본 기술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프랑스와 캐나다가 절반인 8기로 그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는 4기를 건설한 실적을 보였다.

그러던 것이 2000년 이후에는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모두 85기의 원전이 건설된 가운데, 중국이 33개, 러시아가 15개의 원전을 건설하면서 세계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인도가 11기, 한국이 9기로 뒤를 이었고, 일본은 5기에 머물렀다.

특히 일본은 국내 시장의 동결이 뼈아팠다.

2011년 당시 54개의 원전을 가동하며 전체 전기량의 30%를 원자력에 의존하던 일본이었지만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원전의 위험성이 크게 대두하면서 기존 원전에도 엄격한 안전 기준을 요구받게 됐다.

지난달 현재 54기 중 재가동된 것은 9기에 불과하고 23기는 폐로가 결정됐다. 상태가 이렇다 보니 신규 원전 건설은 생각도 못 하는 상황이다.

폐로가 결정된 고속증식로 몬쥬
기존 경수로형 원전 사업이 막히면서 일본 정부는 2040년까지 기존 원전 출력의 1/3 정도 되는 소형원자로를 실용화해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원전에 대한 국내 반대 여론이 높지만 재생 에너지의 보충형태로라도 원전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와 함께 위험성으로 폐로를 결정한 고속증식로 몬쥬의 대체기를 이번 세기까지 실용화하겠다는 계획도 세우며 '핵' 기술을 절대 포기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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