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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러시아에 원유·금광 자원 내 준 베네수엘라…마두로 속내는
입력 2018.12.08 (14:53) 특파원 리포트
[특파원리포트] 러시아에 원유·금광 자원 내 준 베네수엘라…마두로 속내는
주말 오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인근 발렌시아시에 사는 소니아 모레노 주부는 차 안에서 남편과 도시락을 먹어야 했다. 온 가족이 함께 보내야 할 주말에 오전부터 주유소 앞에서 기름을 넣기 위해 5시간여 동안 긴 차량 행렬에서 기다리다 점심을 차 안에서 해결해야 했던 것이다.

10월 말부터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와 인근 대도시 등에서 흔히 일어나는 광경이다. 세계 원유 매장량 1위 국가, 기름을 생산하는 원유 부국 베네수엘라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국영석유회사는 묵묵부답…하루 생산량은 3분의 1로

국영석유회사 페데베사(PDVSA)는 이런 기름 부족 사태에 대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민들 사이에서는 기름이 바닥나고 있다는 소문만 나돌고 있다. 다만, 원유 생산 시설의 노후화와 생산 인력의 국외 탈출로 원유 생산량이 줄었기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을 뿐이다. 실제, 하루 300만 배럴을 생산했었던 베네수엘라였지만 지난해 180만 배럴로 줄었고, 다시 1년도 되지 않아 135만 배럴로 감소했다. 하루 생산량이 3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 5월 치러진 베네수엘라 대통령 선거를 '엉터리 선거'라고 규정짓고 국영석유회사 페데베사가 발행한 모든 채권을 미국 국민이 사들이는 것을 금지하는 제재를 실행한 바 있다. 그 뒤 생산량은 더 줄어 100만 배럴 이하로 떨어졌을 것이란 것이 미 언론의 관측이다.


기름값 올리자 폭동 일어난 악몽이 두렵나?

리터당 기름값이 한화로 1원도 안하는 나라가 베네수엘라다. 페데베사가 운영하는 주유소가 적자를 보고 있지만, 정부는 보조금을 지원하며 적자를 메워주고 있다.

정부의 재정난에도 기름값을 올리지 못하고 보조금을 지원하면서 이런 기름값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것은 1989년 악몽 때문이다. 저유가로 인한 경제 위기에 기름값을 올렸다가 대규모 폭동이 일어나 수백 명이 사망한 적이 있다. 식량난과 의약품난에 4,000%를 넘는 초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 부담없이 주유하는 기름의 부족사태는 마두로 대통령의 위기를 부를 수 있는 이유다.


60억 달러에 원유·금 채굴권 내줘…국영화 포기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12월 5일부터 사흘간 러시아를 급하게 방문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자신의 생명을 살릴 동아줄을 얻기 위해서다.

러시아는 베네수엘라의 주 채권국이다. 지난해 '디폴트' 국가부도위기에 직면했을 때 러시아는 베네수엘라의 빚을 10년간 분할 상환할 수 있도록 해줬다. 하지만, 이마저도 갚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푸틴 대통령을 만나 어려움을 토로했고 푸틴 대통령은 "베네수엘라가 겪고 있는 어려운 상황을 이해한다."라고 말했다. 사흘간의 방문 뒤 마두로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로부터 원유 개발에 50억 달러를, 금광 채굴에는 10억 달러를 각각 투자받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차베스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 시절 자원을 국유화했던 정책을 포기하고 러시아에 사실상 자원개발권을 넘겨준 것이다.

최근 불어닥친 '골드러시'와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최악의 경제위기에 몰린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대통령은 오리노코 열대우림에 '전략적 개발 지역'을 조성하고 내년까지 오리노코 금광에서 50억 달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마두로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금은 절대로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다. 아무도 우리를 막지 못할 것"이라며 금광 개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러시아의 투자로 원유 생산량을 늘려 기름 부족 사태를 막고 금광을 캐 빚을 갚겠다는 마두로 대통령의 계획이 깔려 있는 것이다.


제재 피해 영국에서 금괴 인출 시도

미국 재무부는 11월 초 베네수엘라와의 금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도 베네수엘라가 맡겼던 5억 5,000만달러 상당의 금괴 14톤 인출을 거부했다. 베네수엘라 정부 관계자들은 영국을 찾아 금괴를 찾아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금괴를 찾아오더라도 마두로 정권이 미국의 제재를 뚫고 국제시장에 금을 판매할 수 있을 지 의문이 남는다.

결국, 베네수엘라를 구할 수 있는 건 유가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차기 의장을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이 맡게 된 것도 이런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차기 의장은 베네수엘라 장성 출신 마누엘 케베도 석유장관으로 마두로 대통령의 심복이다. 하지만, 미국의 제재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은 인물이다. 마두로 정권에는 마누엘을 의장으로 앉혀 유가 인상을 노리고 국제적 입지를 다지는 기반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물가 잡는다고 0을 다섯 개 떼냈지만…한 달 최저임금은 달걀 두 판

마두로 정권은 지난 8월 볼리바르 화폐에서 0을 다섯개 떼내는 '액면절하'를 단행했다. 물가가 폭등하면서 화폐는 휴지에 불과하게 되자 취한 조치다.

새로 발행된 화폐는 '볼리바르 소베라노'. 화폐개혁이 시작된지 4개월이 지났지만 물가 폭등은 지속되고 있다. 암달러 시장(12월7일)에서 1달러를 주면 550 볼리바르 소베라노로 바꿔준다. 마두로 정권은 12월 1일부터 한 달 최저임금을 4,500 볼리바르 소베라노로 이전보다 150% 인상했다. 물가가 하루가 다르게 폭등하니 또 임금을 올린 것이다. 하지만, 암달러 시세로 약 8달러에 불과하다. 시장에서 달걀 한 판의 가격은 1,700볼리바르 소베라노, 한 달 최저임금으로 달걀 두 판 정도를 사는 게 베네수엘라 물가 현실이다.

지난 9월 마두로 대통령은 영부인과 함께 투자자금 유치를 위해 중국을 방문했다 귀국길에 터키 유명식당을 찾아 고급 스테이크 식사를 했다. 관련 동영상이 유포되면서 식량난에 허덕이는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물가는 여전히 폭등 중이다. 원유와 금광 등 국유화했던 자원개발을 사실상 포기하고 외국에 개발권을 넘긴 마두로 정권이 배고픔을 벗어나고자 나라를 떠나는 국민들의 아픔을 어떻게 보듬을지 두고 볼 일이다.
  • [특파원리포트] 러시아에 원유·금광 자원 내 준 베네수엘라…마두로 속내는
    • 입력 2018.12.08 (14:53)
    특파원 리포트
[특파원리포트] 러시아에 원유·금광 자원 내 준 베네수엘라…마두로 속내는
주말 오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인근 발렌시아시에 사는 소니아 모레노 주부는 차 안에서 남편과 도시락을 먹어야 했다. 온 가족이 함께 보내야 할 주말에 오전부터 주유소 앞에서 기름을 넣기 위해 5시간여 동안 긴 차량 행렬에서 기다리다 점심을 차 안에서 해결해야 했던 것이다.

10월 말부터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와 인근 대도시 등에서 흔히 일어나는 광경이다. 세계 원유 매장량 1위 국가, 기름을 생산하는 원유 부국 베네수엘라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국영석유회사는 묵묵부답…하루 생산량은 3분의 1로

국영석유회사 페데베사(PDVSA)는 이런 기름 부족 사태에 대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민들 사이에서는 기름이 바닥나고 있다는 소문만 나돌고 있다. 다만, 원유 생산 시설의 노후화와 생산 인력의 국외 탈출로 원유 생산량이 줄었기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을 뿐이다. 실제, 하루 300만 배럴을 생산했었던 베네수엘라였지만 지난해 180만 배럴로 줄었고, 다시 1년도 되지 않아 135만 배럴로 감소했다. 하루 생산량이 3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 5월 치러진 베네수엘라 대통령 선거를 '엉터리 선거'라고 규정짓고 국영석유회사 페데베사가 발행한 모든 채권을 미국 국민이 사들이는 것을 금지하는 제재를 실행한 바 있다. 그 뒤 생산량은 더 줄어 100만 배럴 이하로 떨어졌을 것이란 것이 미 언론의 관측이다.


기름값 올리자 폭동 일어난 악몽이 두렵나?

리터당 기름값이 한화로 1원도 안하는 나라가 베네수엘라다. 페데베사가 운영하는 주유소가 적자를 보고 있지만, 정부는 보조금을 지원하며 적자를 메워주고 있다.

정부의 재정난에도 기름값을 올리지 못하고 보조금을 지원하면서 이런 기름값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것은 1989년 악몽 때문이다. 저유가로 인한 경제 위기에 기름값을 올렸다가 대규모 폭동이 일어나 수백 명이 사망한 적이 있다. 식량난과 의약품난에 4,000%를 넘는 초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 부담없이 주유하는 기름의 부족사태는 마두로 대통령의 위기를 부를 수 있는 이유다.


60억 달러에 원유·금 채굴권 내줘…국영화 포기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12월 5일부터 사흘간 러시아를 급하게 방문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자신의 생명을 살릴 동아줄을 얻기 위해서다.

러시아는 베네수엘라의 주 채권국이다. 지난해 '디폴트' 국가부도위기에 직면했을 때 러시아는 베네수엘라의 빚을 10년간 분할 상환할 수 있도록 해줬다. 하지만, 이마저도 갚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푸틴 대통령을 만나 어려움을 토로했고 푸틴 대통령은 "베네수엘라가 겪고 있는 어려운 상황을 이해한다."라고 말했다. 사흘간의 방문 뒤 마두로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로부터 원유 개발에 50억 달러를, 금광 채굴에는 10억 달러를 각각 투자받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차베스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 시절 자원을 국유화했던 정책을 포기하고 러시아에 사실상 자원개발권을 넘겨준 것이다.

최근 불어닥친 '골드러시'와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최악의 경제위기에 몰린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대통령은 오리노코 열대우림에 '전략적 개발 지역'을 조성하고 내년까지 오리노코 금광에서 50억 달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마두로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금은 절대로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다. 아무도 우리를 막지 못할 것"이라며 금광 개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러시아의 투자로 원유 생산량을 늘려 기름 부족 사태를 막고 금광을 캐 빚을 갚겠다는 마두로 대통령의 계획이 깔려 있는 것이다.


제재 피해 영국에서 금괴 인출 시도

미국 재무부는 11월 초 베네수엘라와의 금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도 베네수엘라가 맡겼던 5억 5,000만달러 상당의 금괴 14톤 인출을 거부했다. 베네수엘라 정부 관계자들은 영국을 찾아 금괴를 찾아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금괴를 찾아오더라도 마두로 정권이 미국의 제재를 뚫고 국제시장에 금을 판매할 수 있을 지 의문이 남는다.

결국, 베네수엘라를 구할 수 있는 건 유가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차기 의장을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이 맡게 된 것도 이런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차기 의장은 베네수엘라 장성 출신 마누엘 케베도 석유장관으로 마두로 대통령의 심복이다. 하지만, 미국의 제재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은 인물이다. 마두로 정권에는 마누엘을 의장으로 앉혀 유가 인상을 노리고 국제적 입지를 다지는 기반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물가 잡는다고 0을 다섯 개 떼냈지만…한 달 최저임금은 달걀 두 판

마두로 정권은 지난 8월 볼리바르 화폐에서 0을 다섯개 떼내는 '액면절하'를 단행했다. 물가가 폭등하면서 화폐는 휴지에 불과하게 되자 취한 조치다.

새로 발행된 화폐는 '볼리바르 소베라노'. 화폐개혁이 시작된지 4개월이 지났지만 물가 폭등은 지속되고 있다. 암달러 시장(12월7일)에서 1달러를 주면 550 볼리바르 소베라노로 바꿔준다. 마두로 정권은 12월 1일부터 한 달 최저임금을 4,500 볼리바르 소베라노로 이전보다 150% 인상했다. 물가가 하루가 다르게 폭등하니 또 임금을 올린 것이다. 하지만, 암달러 시세로 약 8달러에 불과하다. 시장에서 달걀 한 판의 가격은 1,700볼리바르 소베라노, 한 달 최저임금으로 달걀 두 판 정도를 사는 게 베네수엘라 물가 현실이다.

지난 9월 마두로 대통령은 영부인과 함께 투자자금 유치를 위해 중국을 방문했다 귀국길에 터키 유명식당을 찾아 고급 스테이크 식사를 했다. 관련 동영상이 유포되면서 식량난에 허덕이는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물가는 여전히 폭등 중이다. 원유와 금광 등 국유화했던 자원개발을 사실상 포기하고 외국에 개발권을 넘긴 마두로 정권이 배고픔을 벗어나고자 나라를 떠나는 국민들의 아픔을 어떻게 보듬을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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