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스페셜] 그들이 독일 2부리그로 간 까닭은?

입력 2018.12.08 (22:00) 수정 2019.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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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독일 프로축구 리그인 '분데스리가'는 세계적인 선수들의 환상적인 플레이와 가장 많은 관중들의 환호로 유럽 리그 중에서도 꿈의 무대로 불리는데요,

우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1부가 아닌 2부리그에도 활발히 진출해 활약하고 있습니다.

국가대표라는 자존심을 생각하면 2부리그가 쉽지만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요,

축구 국가대표들이 독일 2부리그로 간 까닭을 베를린 유광석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독일 북부 항구도시 킬, 인구 30만, 교민수 200여 명의 도시가 요즘 들썩이고 있습니다.

동네 꼬마들의환영을 받으며 등장한 바로 이 사람 때문입니다.

주말 홈경기를 앞두고 모든 선수가 모였습니다.

비디오로 상태팀 전력을 분석하고 감독의 작전을 습득합니다.

[마렌 슈나이더/홀슈타인 킬 언론담당 : "상대팀이 경기에서 이렇게 나올 것 같다, 예측을 하죠."]

["(트레이닝 전에 항상 회의를 하나요?) 네. 항상 이런 회의를 합니다."]

체력훈련과 전술훈련이 쉴 새 없이 이어집니다.

이재성 선수가 홀슈타인 킬 팀에 합류한 지 넉 달여가 지났습니다.

언어와 문화, 음식 차이에서 오는 초반 어려움이 있지만, 성공적으로 적응하고 있다고 구단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감독은 이재성 선수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았습니다.

["이번 경기에서 이재성 선수에게 기대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팀 발터/홀슈타인 킬 감독 : "세 골을 준비해서 세 골을 모두 넣어주면 최고죠.(웃음) 아닙니다. 전면에서 효율적으로 움직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골을 하나 더 넣어주면 기쁘겠지만요."]

하위 리그를 맴돌던 홀슈타인 킬은 지난 시즌 처음 2부리그에 올라 3위를 차지했습니다.

상승세를 타고 1부리그 도약을 꿈꾸는 구단이 구단 역사상 최고 이적료인 20억 원을 주고 영입한 선수가 바로 이재성입니다.

이에 부응하듯 이재성은 8월 데뷔전에서 도움 2개를 기록하고, 이날까지 10경기에서 1골 5도움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K리그 MVP 출신의 국가대표 미드필더가 2부리그로 가는 데 대해 팬들의 아쉬움이 컸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재성/홀슈타인 킬 : "월드컵을 다녀온 이후로 많이 동기부여가 떨어진 상태였어요. 그러다 보니까 더욱 해외 진출을 갈망했었고, 그 상황 속에서 환경을 바꿔야 동기부여가 올라갈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존심을 내세우기보다 실력으로 인정받아 1부리그로 올라가는 게 목표입니다.

[이재성/홀슈타인 킬 : "저 혼자만의 도전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도전이기 때문에 더 사명감을 갖고 또 자부심을 갖고 지금 도전을 이어가고 있어요."]

이재성 선수는 이틀 뒤 홈경기에서 2호골, 다음 원정경기에서 3호골을 작렬시켰습니다.

비가 내리는 독일 서부 보훔 경기장,

보훔이 전반 2분만에 선제골을 내주고 무기력하게 끌려가던 후반 12분,

드디어 이청용 선수가 투입됐습니다.

이청용이 중앙과 좌우를 오가며 날카로운 패스를 넣어주고 슛까지 날리자 공격이 살아납니다.

결국 보훔은 동점골에 이어 후반 추가시간에 역전골까지 뽑아내며 짜릿한 승리를 만끽했습니다.

[이청용/VfL 보훔 : "다행히 저 다음에도 더 좋은 찬스가 있어서 마지막 몇 초 남기고 역전할 수 있어서 기쁨이 더 큰 거 같습니다."]

이청용 선수가 국가대표팀의 호주 원정 평가전에 이어 소속팀 경기에서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면서 독일 팬들의 기대감도 한층 커졌습니다.

[마빈 바움호프/보훔 팬 : "어시스트도 많이 하고 결정적 패스로 공을 골대 앞까지 가게 해주고 당연히 그런 선수가 우리 팀에 필요합니다."]

2009년 영국 프리미어리그 데뷔와 함께 전성기를 누리던 이청용,

하지만 2011년 정강이뼈 부상 이후 결장과 팀의 강등을 경험하며 오랜 부진 끝에 선택한 팀이 보훔입니다.

[이청용/VfL 보훔 : "지난 2~3년간 많은 경기에 못 뛰었기 때문에 당연히 다른 구단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진 않았어요. 그렇기 때문에 보훔이라는 구단이 손을 내밀어줬을 때 굉장히 고마운 마음이었고.."]

국가대표를 꿈꾸며 혼자 힘으로 분데스리가 진출에 성공한 선수도 있습니다.

2002년 월드컵을 보며 유럽 진출을 꿈꿨던 소년,

필리핀을 거쳐 20살 때 포르투칼 등에서 입단 테스트를 받았지만 고배를 마셨습니다.

좌절하지 않고 유럽 2,3부리그 100여 개 구단에 자기소개서와 동영상을 보냈습니다.

마침내 2015년 독일 2부리그 상 파울리의 유스팀에 입단했습니다.

[박이영/FC 상 파울리 : "제가 만약에 유럽에 한번도 가보지 않고 도전을 해보지 않고 축구선수 생활을 마감한다면 그냥 평생 후회하고 살 것 같아서 좀 무모하더라도 어떻게든 해보려고.."]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선 수비수인데도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의 2부리그 잔류를 확정지었습니다.

[마르쿠스 카우친스키/FC 상 파울리 감독 : "자신의 기술로 공을 앞쪽으로 끌고 가고 위협적으로 플레이하면서 왼쪽이나 오른쪽으로나 바로 쏠 수 있습니다."]

3년 간 자신의 집에 묵게해 주며 아들 같이 돌봐준 독일인 가족은 정신적인 버팀목입니다.

[토마스 슐체/사업가 : "그의 꿈을 실현시켜 주기 위해 지원해주고 빨리 프로계약서에 사인한 일 등이 믿기지 않게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함부르크SV의 황희찬, 뒤스부르크의 서영재 선수도 독일 2부리그에서 활약 중입니다.

국내 최정상에서 내려와 새로운 무대에 도전한 이재성,

부상을 딛고 부활을 시작한 이청용, 혼자 힘으로 부딪히며 국가대표를 꿈꾸는 박이영,

한국의 팬들이 이들의 도전을 응원합니다.

베를린에서 유광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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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08 22:16:59
    • 수정2019-01-07 0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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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독일 프로축구 리그인 '분데스리가'는 세계적인 선수들의 환상적인 플레이와 가장 많은 관중들의 환호로 유럽 리그 중에서도 꿈의 무대로 불리는데요, 우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1부가 아닌 2부리그에도 활발히 진출해 활약하고 있습니다. 국가대표라는 자존심을 생각하면 2부리그가 쉽지만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요, 축구 국가대표들이 독일 2부리그로 간 까닭을 베를린 유광석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독일 북부 항구도시 킬, 인구 30만, 교민수 200여 명의 도시가 요즘 들썩이고 있습니다. 동네 꼬마들의환영을 받으며 등장한 바로 이 사람 때문입니다. 주말 홈경기를 앞두고 모든 선수가 모였습니다. 비디오로 상태팀 전력을 분석하고 감독의 작전을 습득합니다. [마렌 슈나이더/홀슈타인 킬 언론담당 : "상대팀이 경기에서 이렇게 나올 것 같다, 예측을 하죠."] ["(트레이닝 전에 항상 회의를 하나요?) 네. 항상 이런 회의를 합니다."] 체력훈련과 전술훈련이 쉴 새 없이 이어집니다. 이재성 선수가 홀슈타인 킬 팀에 합류한 지 넉 달여가 지났습니다. 언어와 문화, 음식 차이에서 오는 초반 어려움이 있지만, 성공적으로 적응하고 있다고 구단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감독은 이재성 선수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았습니다. ["이번 경기에서 이재성 선수에게 기대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팀 발터/홀슈타인 킬 감독 : "세 골을 준비해서 세 골을 모두 넣어주면 최고죠.(웃음) 아닙니다. 전면에서 효율적으로 움직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골을 하나 더 넣어주면 기쁘겠지만요."] 하위 리그를 맴돌던 홀슈타인 킬은 지난 시즌 처음 2부리그에 올라 3위를 차지했습니다. 상승세를 타고 1부리그 도약을 꿈꾸는 구단이 구단 역사상 최고 이적료인 20억 원을 주고 영입한 선수가 바로 이재성입니다. 이에 부응하듯 이재성은 8월 데뷔전에서 도움 2개를 기록하고, 이날까지 10경기에서 1골 5도움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K리그 MVP 출신의 국가대표 미드필더가 2부리그로 가는 데 대해 팬들의 아쉬움이 컸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재성/홀슈타인 킬 : "월드컵을 다녀온 이후로 많이 동기부여가 떨어진 상태였어요. 그러다 보니까 더욱 해외 진출을 갈망했었고, 그 상황 속에서 환경을 바꿔야 동기부여가 올라갈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존심을 내세우기보다 실력으로 인정받아 1부리그로 올라가는 게 목표입니다. [이재성/홀슈타인 킬 : "저 혼자만의 도전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도전이기 때문에 더 사명감을 갖고 또 자부심을 갖고 지금 도전을 이어가고 있어요."] 이재성 선수는 이틀 뒤 홈경기에서 2호골, 다음 원정경기에서 3호골을 작렬시켰습니다. 비가 내리는 독일 서부 보훔 경기장, 보훔이 전반 2분만에 선제골을 내주고 무기력하게 끌려가던 후반 12분, 드디어 이청용 선수가 투입됐습니다. 이청용이 중앙과 좌우를 오가며 날카로운 패스를 넣어주고 슛까지 날리자 공격이 살아납니다. 결국 보훔은 동점골에 이어 후반 추가시간에 역전골까지 뽑아내며 짜릿한 승리를 만끽했습니다. [이청용/VfL 보훔 : "다행히 저 다음에도 더 좋은 찬스가 있어서 마지막 몇 초 남기고 역전할 수 있어서 기쁨이 더 큰 거 같습니다."] 이청용 선수가 국가대표팀의 호주 원정 평가전에 이어 소속팀 경기에서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면서 독일 팬들의 기대감도 한층 커졌습니다. [마빈 바움호프/보훔 팬 : "어시스트도 많이 하고 결정적 패스로 공을 골대 앞까지 가게 해주고 당연히 그런 선수가 우리 팀에 필요합니다."] 2009년 영국 프리미어리그 데뷔와 함께 전성기를 누리던 이청용, 하지만 2011년 정강이뼈 부상 이후 결장과 팀의 강등을 경험하며 오랜 부진 끝에 선택한 팀이 보훔입니다. [이청용/VfL 보훔 : "지난 2~3년간 많은 경기에 못 뛰었기 때문에 당연히 다른 구단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진 않았어요. 그렇기 때문에 보훔이라는 구단이 손을 내밀어줬을 때 굉장히 고마운 마음이었고.."] 국가대표를 꿈꾸며 혼자 힘으로 분데스리가 진출에 성공한 선수도 있습니다. 2002년 월드컵을 보며 유럽 진출을 꿈꿨던 소년, 필리핀을 거쳐 20살 때 포르투칼 등에서 입단 테스트를 받았지만 고배를 마셨습니다. 좌절하지 않고 유럽 2,3부리그 100여 개 구단에 자기소개서와 동영상을 보냈습니다. 마침내 2015년 독일 2부리그 상 파울리의 유스팀에 입단했습니다. [박이영/FC 상 파울리 : "제가 만약에 유럽에 한번도 가보지 않고 도전을 해보지 않고 축구선수 생활을 마감한다면 그냥 평생 후회하고 살 것 같아서 좀 무모하더라도 어떻게든 해보려고.."]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선 수비수인데도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의 2부리그 잔류를 확정지었습니다. [마르쿠스 카우친스키/FC 상 파울리 감독 : "자신의 기술로 공을 앞쪽으로 끌고 가고 위협적으로 플레이하면서 왼쪽이나 오른쪽으로나 바로 쏠 수 있습니다."] 3년 간 자신의 집에 묵게해 주며 아들 같이 돌봐준 독일인 가족은 정신적인 버팀목입니다. [토마스 슐체/사업가 : "그의 꿈을 실현시켜 주기 위해 지원해주고 빨리 프로계약서에 사인한 일 등이 믿기지 않게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함부르크SV의 황희찬, 뒤스부르크의 서영재 선수도 독일 2부리그에서 활약 중입니다. 국내 최정상에서 내려와 새로운 무대에 도전한 이재성, 부상을 딛고 부활을 시작한 이청용, 혼자 힘으로 부딪히며 국가대표를 꿈꾸는 박이영, 한국의 팬들이 이들의 도전을 응원합니다. 베를린에서 유광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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