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격리’로부터 해방…인간답게 살 권리

입력 2018.12.09 (21:23) 수정 2018.12.09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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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느 날 갑자기 가족과 떨어져 외딴 건물 안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평생을 살아야 한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실제로 적지 않은 장애인들이 집안 형편이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시설에 수용됩니다.

장애인 시설에 갇혀있던 동생을 데리고 나와서 함께 사는 언니가 이 생활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했는데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묵직합니다.

송형국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13살에 장애인 시설로 보내져 지난해까지 18년을 살아온 중증발달장애인 혜정 씨.

일상적인 인권 침해가 있어왔음을 언니는 뒤늦게 알게 됩니다.

[장혜영/다큐멘터리 감독 : "하다 못해 집에서도 때리는데 남이 돌보면서 힘들어서 몇 대 때렸기로서니 그걸 가지고 문제를 제기하면 끝이 없다(는 말을 들었어요)."]

동생을 시설에서 데리고 나와 사회가 당연한 듯 받아들이는 격리에 대해 말해보기로 마음먹습니다.

[장혜영/다큐멘터리 감독 : "언제 눈 뜰지 무엇을 먹을지 어디를 갈지 누구를 만날지 혹은 누구를 만나지 않을지, 자기 스스로의 삶을 스스로 결정해나가는 자유를 박탈당하는 삶이거든요. 만약에 그럴 수도 있다고 얘기를 한다면 우리 사회는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자유가 없어도 괜찮아요'라고 이야기하는 사회인가?"]

이미 모든 장애인 시설을 폐쇄하고 지역 사회에서 더불어 살도록 지원하는 나라들.

단계적 '탈 시설' 정책을 세워 인프라를 조성 중인 사회.

혜정 씨 자매의 경우 자격 조건 제한 탓에 시설을 나온 뒤 반 년간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급여지원 활동보조인은 알아서 구해야 하는데 사람을 못 구해 결국 친구가 나서줬습니다.

그럼에도 좋아하는 노래를 배우며 '사람'들과 어울렸고, 그러는 동안 더 변한 건 주변 사람들이었습니다.

[장혜영/다큐멘터리 감독 : "아 장애인도 나 같은 사람이구나라고 하는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을 체화하기 시작한 것이죠, 시간으로. 뭔가 장애인을 잘 대하는 방법 같은 건 없다는 것을 주변 사람들이 깨닫기 시작한 게 저는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시설장애인 추정 인원은 약 8만 명.

당연하다고 필요하다고 말하는 분리와 배제가 이들만의 문제일지 영화는 묻고 있습니다.

[장혜영/다큐멘터리 감독 : "가장 우리 사회에서 연약한 사람이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을 때, 그보다 덜 연약한 사람들, 당연하게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를 보장받는다... 문제를 격리라는 방식으로 치워두는 사회는 위험을 감지하기 점점 더 어려워지는 사회로 나아가는 지름길, 그런 구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더 늦기 전에 일단 함께 살아가는 일들을 시작해야 하지 않는가."]

KBS 뉴스 송형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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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인 ‘격리’로부터 해방…인간답게 살 권리
    • 입력 2018-12-09 21:28:35
    • 수정2018-12-09 21:5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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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느 날 갑자기 가족과 떨어져 외딴 건물 안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평생을 살아야 한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실제로 적지 않은 장애인들이 집안 형편이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시설에 수용됩니다.

장애인 시설에 갇혀있던 동생을 데리고 나와서 함께 사는 언니가 이 생활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했는데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묵직합니다.

송형국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13살에 장애인 시설로 보내져 지난해까지 18년을 살아온 중증발달장애인 혜정 씨.

일상적인 인권 침해가 있어왔음을 언니는 뒤늦게 알게 됩니다.

[장혜영/다큐멘터리 감독 : "하다 못해 집에서도 때리는데 남이 돌보면서 힘들어서 몇 대 때렸기로서니 그걸 가지고 문제를 제기하면 끝이 없다(는 말을 들었어요)."]

동생을 시설에서 데리고 나와 사회가 당연한 듯 받아들이는 격리에 대해 말해보기로 마음먹습니다.

[장혜영/다큐멘터리 감독 : "언제 눈 뜰지 무엇을 먹을지 어디를 갈지 누구를 만날지 혹은 누구를 만나지 않을지, 자기 스스로의 삶을 스스로 결정해나가는 자유를 박탈당하는 삶이거든요. 만약에 그럴 수도 있다고 얘기를 한다면 우리 사회는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자유가 없어도 괜찮아요'라고 이야기하는 사회인가?"]

이미 모든 장애인 시설을 폐쇄하고 지역 사회에서 더불어 살도록 지원하는 나라들.

단계적 '탈 시설' 정책을 세워 인프라를 조성 중인 사회.

혜정 씨 자매의 경우 자격 조건 제한 탓에 시설을 나온 뒤 반 년간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급여지원 활동보조인은 알아서 구해야 하는데 사람을 못 구해 결국 친구가 나서줬습니다.

그럼에도 좋아하는 노래를 배우며 '사람'들과 어울렸고, 그러는 동안 더 변한 건 주변 사람들이었습니다.

[장혜영/다큐멘터리 감독 : "아 장애인도 나 같은 사람이구나라고 하는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을 체화하기 시작한 것이죠, 시간으로. 뭔가 장애인을 잘 대하는 방법 같은 건 없다는 것을 주변 사람들이 깨닫기 시작한 게 저는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시설장애인 추정 인원은 약 8만 명.

당연하다고 필요하다고 말하는 분리와 배제가 이들만의 문제일지 영화는 묻고 있습니다.

[장혜영/다큐멘터리 감독 : "가장 우리 사회에서 연약한 사람이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을 때, 그보다 덜 연약한 사람들, 당연하게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를 보장받는다... 문제를 격리라는 방식으로 치워두는 사회는 위험을 감지하기 점점 더 어려워지는 사회로 나아가는 지름길, 그런 구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더 늦기 전에 일단 함께 살아가는 일들을 시작해야 하지 않는가."]

KBS 뉴스 송형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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