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 오도독] “4억 로또”?…아파트 분양 기사가 당신을 속이는 5가지 방법

입력 2018.12.10 (07:00) 수정 2018.12.10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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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3개월 전 조선일보 기사다. 마치 해당 아파트를 분양만 받으면 4억원을 벌 수 있을 것처럼 써 놨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해당 단지의 “전용 84㎡가 15억원 중후반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올 초 입주한 “인근 서초동 래미안서초에스티지 전용 83㎡의 현 시세가 19억원대”니 “3-4억원가량 저렴하게 공급되는 셈”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10월 모집공고문에 나온 확정 분양가는 5층 이상의 전용 84㎡가 17억 3천만원. 15억원 중후반대가 될 거라는 조선일보의 전망치보다 2억원쯤 높았다. 그렇다면 당연히 시세 차익이 최대 4억원이 될 것이라는 기존 분석도 수정돼야 했지만 조선일보는 그러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이후에도 11월 1일 관련기사를 쓰면서 제목에 아예 “당첨만 되면 최대 4억”이라고 길거리에서 호객 행위를 하듯 보도했다. 또, 일주일 후인 11월 8일 후속 보도를 하면서도 “서초 에스티지S 등 인근 신축 아파트 같은 평형보다 3~4억원가량 저렴한 점도 청약 수요가 몰린 원인으로 분석”했다.



위 : 조선일보 11월 1일 / 아래 : 11월 8일위 : 조선일보 11월 1일 / 아래 : 11월 8일

이렇게 해당 분양 아파트는 이른바 “4억 로또 아파트”가 됐다. 그런데 청약경쟁률이 수십 대 1이라던 이 “4억 로또 아파트”는 청약 당첨자들 일부가 분양을 포기해서 예비당첨자들에게 그 몫이 돌아갔고, 그 예비당첨자들도 분양을 받지 않아 결국 26가구의 잔여 가구가 남게 됐다. 전체 분양 가구수가 232가구였으니 10% 넘게 미분양된 것이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한국의 상업 신문사들은 청약 경쟁률이 수십 대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미분양이 된 건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와 복잡한 청약제도 탓이라고 비판하다가, 지난 6일 잔여 26가구 추첨에 2만 3천명이 몰리자 역시 ‘로또 아파트’의 신화가 계속될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그런데 하나 하나 따져보면 이 ‘4억 로또 아파트’라는 언론의 계산법 자체가 엉터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1.아파트는 층, 향, 입지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지하철 인근 아파트 단지라해도 지하철과 거리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4억 로또 아파트”의 관련 기사들을 보면 이런 차이를 지적한 기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면서 지하철역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가까운 단지 아파트와 분양 아파트를 단순 비교한다.

2.뿐만 아니다. 언론은 매도호가와 실거래가도 잘 구별하지 않는다. 매도호가는 인근 아파트 소유자들이 부르는 호가일뿐이니 실거래가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또,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최근 가장 비싸게 거래된 가격과 분양가를 비교하니 가격차가 크게 차이나 보인다. 지하철에 가장 가깝고, 층이나 향도 좋아 최근에 가장 비싸게 거래된 인근 아파트와 분양가를 단순 비교하면 몇 억원씩 차이가 나기도 하지만, 그걸 일반화시키는 것은 곤란하다.

3.또, 분양가와 인근 시세를 비교할때, 분양가에 아파트 옵션가를 더해 비교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요즘 아파트 입주자들은 대부분 옵션을 포함해서 아파트를 분양받고, 옵션이 포함되면 분양가가 몇 천만원씩 올라가는 것은 일반적이다.

4.대출이자나 기회비용에 대한 분석도 거의 없다. 해당 아파트 단지는 분양가격이 모두 9억원이 넘어가니 중도금 대출이 되지 않아 대출이자는 없다. 그러나 매수자 입장에서는 10억원 안팎의 돈을 수 년 동안 묻어두고, 자신은 다른 곳에 거주해야 하니 이 기회비용이 만만치 않다. 아무리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수 천만 원이 된다.

5.언론의 계산법은 기본적으로 아파트 가격이 미래에도 현재가 이상이 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전제로 한다. 향후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는 가정은 전혀 계산에 넣지 않는다.

이런 점들을 염두에 두고 다시 한 번 해당 분양 아파트와 인근 아파트의 시세를 비교해보자. 5층 이상의 해당 아파트 84㎡를 분양받기 위해 필요한 돈은 분양가 17억 3천만 원, 여기에 옵션가격은 3천만 원이라고 치고, 10억 원 안팎의 돈이 수 년 동안 묶여 있고 자신은 다른 곳에 거주해야 하지만 이 거주비용이나 기회비용도 최소로 잡아 4천만 원이라고 계산한다.

17억 3천만원+3천만원+4천만원= 18억원이다.

그런데 인근 신축 아파트인 서초에스티지S의 6월 실거래가는 16억 750만 원(12층)이었고, 7월은 17억 9700만 원(11층)에 거래됐다. 인근 또 다른 아파트 단지인 서초에스티지의 경우 가장 최근인 9월에 거래된 2층이 18억 1000만 원, 8월에 거래된 25층이 18억 9천 백만 원이었다. 동일 면적으론 9월 21억 원, 최고가로 거래됐던 한 건을 제외하면 최근 6개월 동안의 실거래가는 아무리 높게 봐도 18-9억 원 수준이었다는 말이다. 분양 아파트 가격과 비교하면 최대 1억원 차이다.

결국 조선일보가 보도한 것처럼 이 분양 아파트를 최대 4억 원의 차익을 볼 ‘로또 아파트’라고 단정하기는 불가능하다. 만약 분양을 받고 입주를 기다리는 수 년의 기간동안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차라리 현금을 갖고 있다가 기회를 노리는 게 매수자 입장에서는 더 나을 수 있다. 지하철과의 거리 등 입지, 인근 아파트와의 가격 비교를 엄밀하게 하다 보면 이 아파트의 분양가격은 애당초 큰 메리트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조선일보같은 한국의 상업 신문사들은 분양가격은 최대한 낮춰 보이도록 하고, 인근 아파트 시세는 최대한 부풀려 보이게 하는 기사 쓰기 행태를 반복해 왔다. 일반 독자나 소비자보다는 광고주인 건설사의 광고를 대행해 주는 듯한 양태다. 그래서 기사 내용만 보면 사실상 광고다. 그것도 과장 광고...본 기자가 이런 언론사들을 ‘상업 신문사’라고 정의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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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10 07:00:05
    • 수정2018-12-10 07:43:07
    한국언론 오도독
불과 3개월 전 조선일보 기사다. 마치 해당 아파트를 분양만 받으면 4억원을 벌 수 있을 것처럼 써 놨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해당 단지의 “전용 84㎡가 15억원 중후반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올 초 입주한 “인근 서초동 래미안서초에스티지 전용 83㎡의 현 시세가 19억원대”니 “3-4억원가량 저렴하게 공급되는 셈”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10월 모집공고문에 나온 확정 분양가는 5층 이상의 전용 84㎡가 17억 3천만원. 15억원 중후반대가 될 거라는 조선일보의 전망치보다 2억원쯤 높았다. 그렇다면 당연히 시세 차익이 최대 4억원이 될 것이라는 기존 분석도 수정돼야 했지만 조선일보는 그러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이후에도 11월 1일 관련기사를 쓰면서 제목에 아예 “당첨만 되면 최대 4억”이라고 길거리에서 호객 행위를 하듯 보도했다. 또, 일주일 후인 11월 8일 후속 보도를 하면서도 “서초 에스티지S 등 인근 신축 아파트 같은 평형보다 3~4억원가량 저렴한 점도 청약 수요가 몰린 원인으로 분석”했다.



위 : 조선일보 11월 1일 / 아래 : 11월 8일
이렇게 해당 분양 아파트는 이른바 “4억 로또 아파트”가 됐다. 그런데 청약경쟁률이 수십 대 1이라던 이 “4억 로또 아파트”는 청약 당첨자들 일부가 분양을 포기해서 예비당첨자들에게 그 몫이 돌아갔고, 그 예비당첨자들도 분양을 받지 않아 결국 26가구의 잔여 가구가 남게 됐다. 전체 분양 가구수가 232가구였으니 10% 넘게 미분양된 것이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한국의 상업 신문사들은 청약 경쟁률이 수십 대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미분양이 된 건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와 복잡한 청약제도 탓이라고 비판하다가, 지난 6일 잔여 26가구 추첨에 2만 3천명이 몰리자 역시 ‘로또 아파트’의 신화가 계속될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그런데 하나 하나 따져보면 이 ‘4억 로또 아파트’라는 언론의 계산법 자체가 엉터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1.아파트는 층, 향, 입지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지하철 인근 아파트 단지라해도 지하철과 거리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4억 로또 아파트”의 관련 기사들을 보면 이런 차이를 지적한 기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면서 지하철역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가까운 단지 아파트와 분양 아파트를 단순 비교한다.

2.뿐만 아니다. 언론은 매도호가와 실거래가도 잘 구별하지 않는다. 매도호가는 인근 아파트 소유자들이 부르는 호가일뿐이니 실거래가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또,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최근 가장 비싸게 거래된 가격과 분양가를 비교하니 가격차가 크게 차이나 보인다. 지하철에 가장 가깝고, 층이나 향도 좋아 최근에 가장 비싸게 거래된 인근 아파트와 분양가를 단순 비교하면 몇 억원씩 차이가 나기도 하지만, 그걸 일반화시키는 것은 곤란하다.

3.또, 분양가와 인근 시세를 비교할때, 분양가에 아파트 옵션가를 더해 비교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요즘 아파트 입주자들은 대부분 옵션을 포함해서 아파트를 분양받고, 옵션이 포함되면 분양가가 몇 천만원씩 올라가는 것은 일반적이다.

4.대출이자나 기회비용에 대한 분석도 거의 없다. 해당 아파트 단지는 분양가격이 모두 9억원이 넘어가니 중도금 대출이 되지 않아 대출이자는 없다. 그러나 매수자 입장에서는 10억원 안팎의 돈을 수 년 동안 묻어두고, 자신은 다른 곳에 거주해야 하니 이 기회비용이 만만치 않다. 아무리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수 천만 원이 된다.

5.언론의 계산법은 기본적으로 아파트 가격이 미래에도 현재가 이상이 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전제로 한다. 향후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는 가정은 전혀 계산에 넣지 않는다.

이런 점들을 염두에 두고 다시 한 번 해당 분양 아파트와 인근 아파트의 시세를 비교해보자. 5층 이상의 해당 아파트 84㎡를 분양받기 위해 필요한 돈은 분양가 17억 3천만 원, 여기에 옵션가격은 3천만 원이라고 치고, 10억 원 안팎의 돈이 수 년 동안 묶여 있고 자신은 다른 곳에 거주해야 하지만 이 거주비용이나 기회비용도 최소로 잡아 4천만 원이라고 계산한다.

17억 3천만원+3천만원+4천만원= 18억원이다.

그런데 인근 신축 아파트인 서초에스티지S의 6월 실거래가는 16억 750만 원(12층)이었고, 7월은 17억 9700만 원(11층)에 거래됐다. 인근 또 다른 아파트 단지인 서초에스티지의 경우 가장 최근인 9월에 거래된 2층이 18억 1000만 원, 8월에 거래된 25층이 18억 9천 백만 원이었다. 동일 면적으론 9월 21억 원, 최고가로 거래됐던 한 건을 제외하면 최근 6개월 동안의 실거래가는 아무리 높게 봐도 18-9억 원 수준이었다는 말이다. 분양 아파트 가격과 비교하면 최대 1억원 차이다.

결국 조선일보가 보도한 것처럼 이 분양 아파트를 최대 4억 원의 차익을 볼 ‘로또 아파트’라고 단정하기는 불가능하다. 만약 분양을 받고 입주를 기다리는 수 년의 기간동안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차라리 현금을 갖고 있다가 기회를 노리는 게 매수자 입장에서는 더 나을 수 있다. 지하철과의 거리 등 입지, 인근 아파트와의 가격 비교를 엄밀하게 하다 보면 이 아파트의 분양가격은 애당초 큰 메리트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조선일보같은 한국의 상업 신문사들은 분양가격은 최대한 낮춰 보이도록 하고, 인근 아파트 시세는 최대한 부풀려 보이게 하는 기사 쓰기 행태를 반복해 왔다. 일반 독자나 소비자보다는 광고주인 건설사의 광고를 대행해 주는 듯한 양태다. 그래서 기사 내용만 보면 사실상 광고다. 그것도 과장 광고...본 기자가 이런 언론사들을 ‘상업 신문사’라고 정의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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