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5G시대 패권 노리는 ‘화웨이’ 2인자 잡은 미국…속셈은?

입력 2018.12.10 (18:27) 수정 2018.12.1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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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G20 정상회담에서 무역전쟁 담판 벌이는 미·중 정상 (출처:AP)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G20 정상회담에서 무역전쟁 담판 벌이는 미·중 정상 (출처:AP)

미·중 무역전쟁 휴전 선언 날 '화웨이 2인자' 캐나다서 체포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G20 정상회의가 열린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미·중 무역갈등 봉합에 나선 자리, 갓 구운 등심과 캐러멜 팬케이크를 함께 먹으며 지난 6개월 동안 지속해 온 양국 간 보복관세 전쟁을 내년 1월 1일까지 일단 멈추고 무역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이 시각 캐나다 밴쿠버 국제공항에서는 중국을 대표하는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HUAWEI)'의 멍완저우 글로벌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대한 체포작전이 벌어졌다. 올해 46살인 멍 CFO는 화웨이를 창업한 런정페이 회장의 친딸이며 화웨이 이사회에서 공동 부이사장을 맡고 있다.

멍완저우의 체포는 일개 기업 임원 또는 통신장비회사가 조사를 받는 사건과는 차원이 다른 사건이다. 긴장과 갈등 속에 유지된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가 다시 심각하게 틀어질 수도 있다. 실크로드 리서치 비네슈 모트와니는 "이보다 더 나쁠 수는 없다. 다가오는 협상에 먹구름이 낄 것"이라고 밝히고 "미·중간 G20 합의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던 차에 이제 시장은 무역 전쟁이 완화될 가능성을 더 의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멍완저우 화웨이 CFO(최고재무책임자) (출처:EPA)멍완저우 화웨이 CFO(최고재무책임자) (출처:EPA)

화웨이 후계자 체포..."미·중 글러브 벗고 싸우겠다는 뜻"
"트럼프 '화웨이 사태' 사전에 몰랐다"..中 "강력 반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멍의 체포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며 세계 1위 통신장비 회사의 잠재적인 후계자인 멍을 체포함으로써 미·중 무역 협상에 새로운 갈등 요소가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CNBC는 "화웨이 고위 임원의 체포는 미국과 중국이 글러브까지 완전히 벗어 던지고 싸우겠다는 뜻"이라며 "미국 수사 당국자들이 행정부 고위층으로부터 이를 밀어붙일 허가를 받았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업무 만찬 당시 멍 CFO의 체포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선 긋기에 나섰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현지시간 9일 폭스뉴스 방송인 '폭스 앤 프렌즈'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은 추후에 이 사실을 알았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6일 보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만찬 이후 멍 CFO의 체포 사실을 듣고 극도로 화를 냈다"고 보도했지만 커들로 위원장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해 트럼프가 사전에 인지했는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다만 백악관이 멍 CFO의 체포로 미·중 무역 전쟁에서 확실한 인질을 잡은 것은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침묵 속에 커들로 위원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솔직히 말해 (멍 CFO의) 체포는 무역협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두 문제는 분리된 트랙"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미·중 무역전쟁의 휴전 선언 상황에서 백악관 내 경제와 무역 관련 최고위층이 잇따라 멍 CFO의 체포 관련 건을 연일 언급하는 것 자체가 더 관련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해석하고 있다.

캐나다 밴쿠버 법원에 나온 멍완저우 화웨이 재무책임자 이미지(출처:Reuters) 캐나다 밴쿠버 법원에 나온 멍완저우 화웨이 재무책임자 이미지(출처:Reuters)

캐나다 검찰 "멍 CFO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금융기관도 연루

멍 CFO가 체포된 표면적인 이유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 위반 의혹에 연루됐다는 혐의 때문이다. 멍에 대한 1차 보석 심리가 현지시간 7일 캐나다 밴쿠버 열렸는데 화웨이 측은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보석을 요청했지만 캐나다 검찰은 멍이 2009~2014년에 '스카이콤테크'라는 회사를 이용해 미국의 이란 제재를 어긴 혐의를 받고 있다며 풀어줄 경우 중국으로 도주할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멍 CFO에 대한 보석은 현지시간 10일 속개된다.

미국 수사당국은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를 위반하고 이란과 다른 국가들에 제품을 판매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를 벌여왔다. 미국 현지언론들은 멍 CFO가 2007년 이란에 진출한 홍콩기업 스카이콤테크(Skycom Tech)를 보유한 화웨이 홀딩스의 이사회 멤버를 역임했고 이듬해인 2008년 2월 스카이콤테크의 이사에 오른 뒤 다음 해 4월 사임한 것으로 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화웨이는 최소한 2016년 이후에도 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특히 유령업체를 내세워 이란 시장에 접근했고 이 과정에서 여러 금융기관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계 은행인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의 이름이 이미 오르내리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멍 CFO에 대한 체포영장은 8월 22일 미 뉴욕 동부지방법원에서 발부된 상태였고 그의 동선을 추적해 온 미 사법당국은 캐나다에 협조를 요청했으며 홍콩에서 멕시코로 향하던 멍 CFO는 경유지인 벤쿠버에서 1일 체포됐다.


화웨이, 세계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 1위..스마트폰 시장 2위 애플 위협

화웨이는 지난해 세계 통신장비 시장에서 28%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뒤를 에릭슨(27%), 노키아(23%), ZTE(13%)가 쫓고 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삼성전자(21.1%)와 애플(14.3%)에 이어 화웨이는 3위(10.1%)에 올라 있다. 2010년부터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었는데 지난해 1억 5,300만대를 팔아 점유율 3위에 올랐고 올해 2분기에는 애플을 제치고 세계 2위에 오른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화웨이는 창업 초기인 1987년 네트워크 및 통신장비 업체로 시작해 중국 농촌 지역을 돌며 단순한 통신 교환기를 팔다가 도시로 진출해 몸집을 키웠다. 이후 신흥국과 동남아시아 시장을 거쳐 유럽과 미국 등으로 시장을 넓혀갔다. 현재는 170여 개국에 화웨이 통신 장비가 들어가 있다. 이런 화웨이의 성장은 5G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절정에 달할 것으로 시장은 전망하고 있다. 화웨이는 5세대 이동통신으로 불리는 5G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노리고 있다. 내년 6월에는 스마트폰용 5G 통신용 칩을, 9월에는 5G 스마트폰을 출시할 예정이다.

화웨이, 세계 기업별 특허 출원 1위...연구개발비 한 해 15조 원 투입
중국 차세대 5G 산업의 핵심 연구 생산 기지

주목할 만한 것은 화웨이가 보유한 세계 특허이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세계 기업별 특허 출원 건수에서 1위(4,024건)를 차지했다. 지난해 화웨이는 138억 달러, 약 15조 원을 연구개발에 투입했는데 매출 대비 15%에 달하고 전체 18만여 명의 직원 가운데 R&D 인력이 8만 명에 달할 정도로 연구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화웨이 R&D 투자액 대부분은 5G 기술 개발에 썼다고 봐야 한다며 자율주행차, 드론(무인기), 스마트시티 등 차세대 산업으로 꼽히는 모든 것들이 5G 기반에서 연동되고 서비스가 창출될 텐데 화웨이의 움직임은 이미 매우 위협적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모든 움직이는 것을 상품화하는 모빌리티(전기자동차와 드론, 전기 오토바이 등 차세대 이동수단 및 이동기구)와 AI(인공지능) 그리고 금융과 기술을 결합한 FinTech(핀테크) 산업 육성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중국의 기술 굴기를 실현할 핵심산업으로 이들 기술 개발과 상호 융합에 전력을 쏟고 있는데 핵심 기반기술이 바로 5G 기술이고, 5G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곳이 화웨이이다. 그런 만큼 화웨이는 중국 정부에 있어서는 절대적으로 보호해야 할 연구개발 전진기지면서도 산업기지인 것이다.

중국 통신사 화웨이와 ZTE가 일으키는 미국 안보 이슈에 대한 조사 보고서 (출처:미국 하원)중국 통신사 화웨이와 ZTE가 일으키는 미국 안보 이슈에 대한 조사 보고서 (출처:미국 하원)

미국 정보당국 "화웨이는 中 정부 지령 따라 기밀정보 수집 정치공작 동원"

이런 화웨이에 대해 미국 정보당국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는 2012년 10월 8일 발간한 '중국 통신사 화웨이와 ZTE가 일으키는 미국 안보 문제에 대한 조사 보고서'에서 화웨이는 미국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 그 자체라고 명시하고 화웨이는 자발적으로 중국 정부와 공산당의 지령을 따라 기밀을 훔치고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며 미국의 적성국과 수상한 거래까지 하는 기업"이라고 적시했다. 보고서는 "중국 공산당은 선전에 있는 화웨이 본사 사내에 당 위원회를 두고 유지하고 있지만, 화웨이가 위원회의 성격과 기능을 밝히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며 "중국이 악의적 목적을 위해 자국 통신업체들을 이용할 수단, 기회, 동기를 갖고 있다"며 "화웨이가 중국 정부의 지령에 따라 기밀정보 수집과 같은 정치공작에 동원될 뿐만 아니라 첨단기술 절도, 이적행위를 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화웨이 창업자 중국군 장교 출신..기업 내 비공개 공산당 조직 활동"

특히 화웨이 창업자이자 멍CFO의 아버지인 런청페이 회장은 전직 중국군 장교이다. 로이연구소(Lowy Institute)는 논문을 통해 "중국 인민 해방군과 화웨이의 관계가 불투명한 탓에 우려가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제임스 루이스 부회장은 "화웨이가 좋은 물건을 만드는 훌륭한 회사지만 중국 정보기관의 한 조직으로 활동한다"며 "화웨이는 처음부터 그랬고 중국 정부가 화웨이를 매우 크게 지원하는 이유도 거기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영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화웨이·ZTE 제품 금지

미국은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이런 화웨이와 ZTE 등 중국 통신 장비업체에 대한 금수 조처를 내렸고 세계 각국에서 화웨이와 관련해 국가 안보 위협 이슈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5G 이동통신 사업에 두 업체가 참가하지 못하도록 금지했고, 영국은 이미 도입한 4G망용 화웨이 장비를 2년 이내에 퇴출시키겠다고 발표했다. 또 보안검증 미달을 이유로 정부 부처에서 두 회사 제품 사용을 금지했다. 일본 정부는 정부와 자위대에서 사용하는 통신기기 입찰에 화웨이와 ZTE 제품을 배제하는 방침을 확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중 양국은 겉으로는 이번 사건의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트위터에 "중국과의 대화가 아주 잘 되고 있다"고 적었고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미국과 캐나다 당국에 멍 CFO 석방을 요구하면서 "이 문제와 무역협상을 연관 짓지 말라"고 말했다.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도 "미국과 중국은 90일 이내에 무역협상을 타결할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멍 CFO, 미국 뉴욕 법원에서 재판 예상...최대 30년 형

멍 CFO는 조만간 미국으로 이송될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법원이 보석을 허가하면 일단 구속 상태는 면하지만 이후 미국이 제출한 '범죄인 인도 요청'에 관한 재판이 캐나다 현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이 과정을 통해 미국으로 보내지는데 범죄인 인도 절차가 상당히 오래 걸릴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결국 멍 CFO가 미국으로 인도되면 뉴욕 동부연방법원에서 '대이란 제재 위반' 관련 재판이 진행되고 혐의가 인정되면 최대 30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미국이 화웨이 건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앞서 문제가 된 중국 ZTE 건을 보면 참고할 수 있다. 미국은 지난해 3월 중국 ZTE가 무역제재 대상인 이란에 수출을 진행했다는 혐의로 약 12억 달러(약 1조 3,500억 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1년 만인 올 4월 허위진술을 이유로 미국기업과 7년간 거래금지 명령을 내렸다. ZTE는 화웨이에 이어 2위인 기업으로 제재 이후 미국기업들로부터 부품을 공급받지 못해 큰 타격을 입었다. 실제로 ZTE는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65%가 하락하며 제재에 따른 대규모 손실을 보았다. 화웨이 역시 비슷한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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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G20 정상회담에서 무역전쟁 담판 벌이는 미·중 정상 (출처:AP)
미·중 무역전쟁 휴전 선언 날 '화웨이 2인자' 캐나다서 체포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G20 정상회의가 열린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미·중 무역갈등 봉합에 나선 자리, 갓 구운 등심과 캐러멜 팬케이크를 함께 먹으며 지난 6개월 동안 지속해 온 양국 간 보복관세 전쟁을 내년 1월 1일까지 일단 멈추고 무역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이 시각 캐나다 밴쿠버 국제공항에서는 중국을 대표하는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HUAWEI)'의 멍완저우 글로벌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대한 체포작전이 벌어졌다. 올해 46살인 멍 CFO는 화웨이를 창업한 런정페이 회장의 친딸이며 화웨이 이사회에서 공동 부이사장을 맡고 있다.

멍완저우의 체포는 일개 기업 임원 또는 통신장비회사가 조사를 받는 사건과는 차원이 다른 사건이다. 긴장과 갈등 속에 유지된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가 다시 심각하게 틀어질 수도 있다. 실크로드 리서치 비네슈 모트와니는 "이보다 더 나쁠 수는 없다. 다가오는 협상에 먹구름이 낄 것"이라고 밝히고 "미·중간 G20 합의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던 차에 이제 시장은 무역 전쟁이 완화될 가능성을 더 의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멍완저우 화웨이 CFO(최고재무책임자) (출처:EPA)
화웨이 후계자 체포..."미·중 글러브 벗고 싸우겠다는 뜻"
"트럼프 '화웨이 사태' 사전에 몰랐다"..中 "강력 반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멍의 체포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며 세계 1위 통신장비 회사의 잠재적인 후계자인 멍을 체포함으로써 미·중 무역 협상에 새로운 갈등 요소가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CNBC는 "화웨이 고위 임원의 체포는 미국과 중국이 글러브까지 완전히 벗어 던지고 싸우겠다는 뜻"이라며 "미국 수사 당국자들이 행정부 고위층으로부터 이를 밀어붙일 허가를 받았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업무 만찬 당시 멍 CFO의 체포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선 긋기에 나섰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현지시간 9일 폭스뉴스 방송인 '폭스 앤 프렌즈'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은 추후에 이 사실을 알았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6일 보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만찬 이후 멍 CFO의 체포 사실을 듣고 극도로 화를 냈다"고 보도했지만 커들로 위원장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해 트럼프가 사전에 인지했는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다만 백악관이 멍 CFO의 체포로 미·중 무역 전쟁에서 확실한 인질을 잡은 것은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침묵 속에 커들로 위원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솔직히 말해 (멍 CFO의) 체포는 무역협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두 문제는 분리된 트랙"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미·중 무역전쟁의 휴전 선언 상황에서 백악관 내 경제와 무역 관련 최고위층이 잇따라 멍 CFO의 체포 관련 건을 연일 언급하는 것 자체가 더 관련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해석하고 있다.

캐나다 밴쿠버 법원에 나온 멍완저우 화웨이 재무책임자 이미지(출처:Reuters)
캐나다 검찰 "멍 CFO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금융기관도 연루

멍 CFO가 체포된 표면적인 이유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 위반 의혹에 연루됐다는 혐의 때문이다. 멍에 대한 1차 보석 심리가 현지시간 7일 캐나다 밴쿠버 열렸는데 화웨이 측은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보석을 요청했지만 캐나다 검찰은 멍이 2009~2014년에 '스카이콤테크'라는 회사를 이용해 미국의 이란 제재를 어긴 혐의를 받고 있다며 풀어줄 경우 중국으로 도주할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멍 CFO에 대한 보석은 현지시간 10일 속개된다.

미국 수사당국은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를 위반하고 이란과 다른 국가들에 제품을 판매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를 벌여왔다. 미국 현지언론들은 멍 CFO가 2007년 이란에 진출한 홍콩기업 스카이콤테크(Skycom Tech)를 보유한 화웨이 홀딩스의 이사회 멤버를 역임했고 이듬해인 2008년 2월 스카이콤테크의 이사에 오른 뒤 다음 해 4월 사임한 것으로 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화웨이는 최소한 2016년 이후에도 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특히 유령업체를 내세워 이란 시장에 접근했고 이 과정에서 여러 금융기관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계 은행인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의 이름이 이미 오르내리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멍 CFO에 대한 체포영장은 8월 22일 미 뉴욕 동부지방법원에서 발부된 상태였고 그의 동선을 추적해 온 미 사법당국은 캐나다에 협조를 요청했으며 홍콩에서 멕시코로 향하던 멍 CFO는 경유지인 벤쿠버에서 1일 체포됐다.


화웨이, 세계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 1위..스마트폰 시장 2위 애플 위협

화웨이는 지난해 세계 통신장비 시장에서 28%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뒤를 에릭슨(27%), 노키아(23%), ZTE(13%)가 쫓고 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삼성전자(21.1%)와 애플(14.3%)에 이어 화웨이는 3위(10.1%)에 올라 있다. 2010년부터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었는데 지난해 1억 5,300만대를 팔아 점유율 3위에 올랐고 올해 2분기에는 애플을 제치고 세계 2위에 오른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화웨이는 창업 초기인 1987년 네트워크 및 통신장비 업체로 시작해 중국 농촌 지역을 돌며 단순한 통신 교환기를 팔다가 도시로 진출해 몸집을 키웠다. 이후 신흥국과 동남아시아 시장을 거쳐 유럽과 미국 등으로 시장을 넓혀갔다. 현재는 170여 개국에 화웨이 통신 장비가 들어가 있다. 이런 화웨이의 성장은 5G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절정에 달할 것으로 시장은 전망하고 있다. 화웨이는 5세대 이동통신으로 불리는 5G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노리고 있다. 내년 6월에는 스마트폰용 5G 통신용 칩을, 9월에는 5G 스마트폰을 출시할 예정이다.

화웨이, 세계 기업별 특허 출원 1위...연구개발비 한 해 15조 원 투입
중국 차세대 5G 산업의 핵심 연구 생산 기지

주목할 만한 것은 화웨이가 보유한 세계 특허이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세계 기업별 특허 출원 건수에서 1위(4,024건)를 차지했다. 지난해 화웨이는 138억 달러, 약 15조 원을 연구개발에 투입했는데 매출 대비 15%에 달하고 전체 18만여 명의 직원 가운데 R&D 인력이 8만 명에 달할 정도로 연구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화웨이 R&D 투자액 대부분은 5G 기술 개발에 썼다고 봐야 한다며 자율주행차, 드론(무인기), 스마트시티 등 차세대 산업으로 꼽히는 모든 것들이 5G 기반에서 연동되고 서비스가 창출될 텐데 화웨이의 움직임은 이미 매우 위협적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모든 움직이는 것을 상품화하는 모빌리티(전기자동차와 드론, 전기 오토바이 등 차세대 이동수단 및 이동기구)와 AI(인공지능) 그리고 금융과 기술을 결합한 FinTech(핀테크) 산업 육성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중국의 기술 굴기를 실현할 핵심산업으로 이들 기술 개발과 상호 융합에 전력을 쏟고 있는데 핵심 기반기술이 바로 5G 기술이고, 5G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곳이 화웨이이다. 그런 만큼 화웨이는 중국 정부에 있어서는 절대적으로 보호해야 할 연구개발 전진기지면서도 산업기지인 것이다.

중국 통신사 화웨이와 ZTE가 일으키는 미국 안보 이슈에 대한 조사 보고서 (출처:미국 하원)
미국 정보당국 "화웨이는 中 정부 지령 따라 기밀정보 수집 정치공작 동원"

이런 화웨이에 대해 미국 정보당국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는 2012년 10월 8일 발간한 '중국 통신사 화웨이와 ZTE가 일으키는 미국 안보 문제에 대한 조사 보고서'에서 화웨이는 미국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 그 자체라고 명시하고 화웨이는 자발적으로 중국 정부와 공산당의 지령을 따라 기밀을 훔치고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며 미국의 적성국과 수상한 거래까지 하는 기업"이라고 적시했다. 보고서는 "중국 공산당은 선전에 있는 화웨이 본사 사내에 당 위원회를 두고 유지하고 있지만, 화웨이가 위원회의 성격과 기능을 밝히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며 "중국이 악의적 목적을 위해 자국 통신업체들을 이용할 수단, 기회, 동기를 갖고 있다"며 "화웨이가 중국 정부의 지령에 따라 기밀정보 수집과 같은 정치공작에 동원될 뿐만 아니라 첨단기술 절도, 이적행위를 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화웨이 창업자 중국군 장교 출신..기업 내 비공개 공산당 조직 활동"

특히 화웨이 창업자이자 멍CFO의 아버지인 런청페이 회장은 전직 중국군 장교이다. 로이연구소(Lowy Institute)는 논문을 통해 "중국 인민 해방군과 화웨이의 관계가 불투명한 탓에 우려가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제임스 루이스 부회장은 "화웨이가 좋은 물건을 만드는 훌륭한 회사지만 중국 정보기관의 한 조직으로 활동한다"며 "화웨이는 처음부터 그랬고 중국 정부가 화웨이를 매우 크게 지원하는 이유도 거기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영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화웨이·ZTE 제품 금지

미국은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이런 화웨이와 ZTE 등 중국 통신 장비업체에 대한 금수 조처를 내렸고 세계 각국에서 화웨이와 관련해 국가 안보 위협 이슈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5G 이동통신 사업에 두 업체가 참가하지 못하도록 금지했고, 영국은 이미 도입한 4G망용 화웨이 장비를 2년 이내에 퇴출시키겠다고 발표했다. 또 보안검증 미달을 이유로 정부 부처에서 두 회사 제품 사용을 금지했다. 일본 정부는 정부와 자위대에서 사용하는 통신기기 입찰에 화웨이와 ZTE 제품을 배제하는 방침을 확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중 양국은 겉으로는 이번 사건의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트위터에 "중국과의 대화가 아주 잘 되고 있다"고 적었고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미국과 캐나다 당국에 멍 CFO 석방을 요구하면서 "이 문제와 무역협상을 연관 짓지 말라"고 말했다.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도 "미국과 중국은 90일 이내에 무역협상을 타결할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멍 CFO, 미국 뉴욕 법원에서 재판 예상...최대 30년 형

멍 CFO는 조만간 미국으로 이송될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법원이 보석을 허가하면 일단 구속 상태는 면하지만 이후 미국이 제출한 '범죄인 인도 요청'에 관한 재판이 캐나다 현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이 과정을 통해 미국으로 보내지는데 범죄인 인도 절차가 상당히 오래 걸릴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결국 멍 CFO가 미국으로 인도되면 뉴욕 동부연방법원에서 '대이란 제재 위반' 관련 재판이 진행되고 혐의가 인정되면 최대 30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미국이 화웨이 건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앞서 문제가 된 중국 ZTE 건을 보면 참고할 수 있다. 미국은 지난해 3월 중국 ZTE가 무역제재 대상인 이란에 수출을 진행했다는 혐의로 약 12억 달러(약 1조 3,500억 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1년 만인 올 4월 허위진술을 이유로 미국기업과 7년간 거래금지 명령을 내렸다. ZTE는 화웨이에 이어 2위인 기업으로 제재 이후 미국기업들로부터 부품을 공급받지 못해 큰 타격을 입었다. 실제로 ZTE는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65%가 하락하며 제재에 따른 대규모 손실을 보았다. 화웨이 역시 비슷한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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