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시간이 괴로워요”…구글 번역기 켜놓고 상담

입력 2018.12.10 (21:32) 수정 2018.12.1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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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날마다 맞닥뜨려야 하는 학교 교실은 이들에게 어떤 곳일까요?

이들이 행복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준비를 제대로 하고 있을까요?

유감스럽게도 대답은 '아직도 멀었다'입니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많이 있는 서울의 한 초등학교를 변기성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정답은~ (인권입니다.) 행.복.추.구.권! (아...)"]

[선생님 : "이중에 정답이 있을까요 없을까요?"]

여느 초등학교 교실과 다르지 않은, 신나 보이기까지 하는 수업시간.

["1이 돼서 4곱하기 7는 28퍼센트 입니다."]

그런데 국어 시간이 되자 갑자기 분위기가 가라앉습니다.

[선생님 : "발표해볼 친구? (...) 아무도 없어요?"]

더듬더듬 책 읽기는 괴롭기만 하고,

["가.치.가.높.은.것.이.많.다.고."]

엉뚱한 책을 꺼낸 채 중국어로 된 답을 적어 넣기도 합니다.

그나마 한국에서 나고자란 아이들은 괜찮은 편,

학령기 중간에 입국해 우리말을 거의 못하는 중도입국 학생이 전국 다문화 학생의 20%입니다.

[김민경/담임교사 : "국어는 도구적 교과라고 하잖아요. 언어적 내용을 학생들이 잘 인지하지 못하면 다른 과목 잘할 수 없듯이..."]

우리말을 가르치는 예비학교를 운영하기도 하지만 명확한 설치 기준이 없다보니 전국 초중고 중 269곳은 중도입국 학생이 10명이 넘는데도 예비학교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업을 돕는 통역강사의 수도 불과 650명. 강사 한 명이 학생 36명을 맡아야 합니다.

선생님이 상담을 위해 구글 번역기를 써야 하는 실정입니다.

[초등학교 교사/음성변조 : "베트남 같은 경우는 (학교에) 통역하실 분이 안 계시니까. 구글 번역기 켜 놓고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 거에요, 어쩔수 없으니까. 아이도 답답하고 저도 답답하니까..."]

정부의 지원 사업도 치밀하지 못합니다.

교육부와 여성가족부가 멘토링 서비스를 거의 똑같이 제공하다보니 서비스를 아예 못받는 경우가 넘쳐나는데도 멘토가 2명 이상 중복지원된 경우가 3백 50여건에 달했습니다.

선생님들은 다문화는 다양성일뿐 아이들의 족쇄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합니다.

[최영남/대동초등학교 교장 : "아이들은 누구나 순수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학부모 또한 내 자식이 바르게 자라는 것을 기대하는 건 국적불문하고 모두 똑같은 마음입니다."]

아이들이 차별없이 자라기 위해 우리 교실은 많은 준비가 필요해보입니다.

KBS 뉴스 변기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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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어 시간이 괴로워요”…구글 번역기 켜놓고 상담
    • 입력 2018-12-10 21:35:35
    • 수정2018-12-11 15:42:06
    뉴스 9
[앵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날마다 맞닥뜨려야 하는 학교 교실은 이들에게 어떤 곳일까요?

이들이 행복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준비를 제대로 하고 있을까요?

유감스럽게도 대답은 '아직도 멀었다'입니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많이 있는 서울의 한 초등학교를 변기성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정답은~ (인권입니다.) 행.복.추.구.권! (아...)"]

[선생님 : "이중에 정답이 있을까요 없을까요?"]

여느 초등학교 교실과 다르지 않은, 신나 보이기까지 하는 수업시간.

["1이 돼서 4곱하기 7는 28퍼센트 입니다."]

그런데 국어 시간이 되자 갑자기 분위기가 가라앉습니다.

[선생님 : "발표해볼 친구? (...) 아무도 없어요?"]

더듬더듬 책 읽기는 괴롭기만 하고,

["가.치.가.높.은.것.이.많.다.고."]

엉뚱한 책을 꺼낸 채 중국어로 된 답을 적어 넣기도 합니다.

그나마 한국에서 나고자란 아이들은 괜찮은 편,

학령기 중간에 입국해 우리말을 거의 못하는 중도입국 학생이 전국 다문화 학생의 20%입니다.

[김민경/담임교사 : "국어는 도구적 교과라고 하잖아요. 언어적 내용을 학생들이 잘 인지하지 못하면 다른 과목 잘할 수 없듯이..."]

우리말을 가르치는 예비학교를 운영하기도 하지만 명확한 설치 기준이 없다보니 전국 초중고 중 269곳은 중도입국 학생이 10명이 넘는데도 예비학교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업을 돕는 통역강사의 수도 불과 650명. 강사 한 명이 학생 36명을 맡아야 합니다.

선생님이 상담을 위해 구글 번역기를 써야 하는 실정입니다.

[초등학교 교사/음성변조 : "베트남 같은 경우는 (학교에) 통역하실 분이 안 계시니까. 구글 번역기 켜 놓고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 거에요, 어쩔수 없으니까. 아이도 답답하고 저도 답답하니까..."]

정부의 지원 사업도 치밀하지 못합니다.

교육부와 여성가족부가 멘토링 서비스를 거의 똑같이 제공하다보니 서비스를 아예 못받는 경우가 넘쳐나는데도 멘토가 2명 이상 중복지원된 경우가 3백 50여건에 달했습니다.

선생님들은 다문화는 다양성일뿐 아이들의 족쇄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합니다.

[최영남/대동초등학교 교장 : "아이들은 누구나 순수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학부모 또한 내 자식이 바르게 자라는 것을 기대하는 건 국적불문하고 모두 똑같은 마음입니다."]

아이들이 차별없이 자라기 위해 우리 교실은 많은 준비가 필요해보입니다.

KBS 뉴스 변기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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