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웅담 채취용’ 반달곰?…국내 첫 탈출기

입력 2018.12.11 (08:32) 수정 2018.12.11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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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가슴에 반달모양의 흰털이 나 있어 우리에게 친숙한 반달곰입니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인데요,

국내에는 과연 몇 마리가 있을까요?

사육곰으로 불리며 좁은 철창 안에 갇혀있는 반달곰이 국내에 현재 500여 마리가 넘습니다.

웅담 채취용으로 길러지고 있는게 많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이번에 3마리가 구출됐습니다.

지금부터 그 현장으로 가보시죠.

[리포트]

지난 7일 강원도의 한 곰 농장.

좁은 우리 안에 갇힌 반달곰들이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돕니다.

[임태영/녹색연합 자연생태팀 : "보통 사육되거나 좁은 공간에 갇혀있는 동물들이 전형적으로 보이는 특징인데요. 스트레스나 이런 요인 때문에 계속 같은 자리를 빙빙 돌거나……."]

이렇게 갇혀 지내게 된 곰들이 철창을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임태영/녹색연합 자연생태팀 : "십 년 이상 된 개체에 한해서 웅담 채취용으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웅담채취용으로 길러져 목숨을 잃은 뒤에야 철창을 벗어날 수 있는 신세.

그런데 이날은 이곳 농장의 서른 마리의 곰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린 4쌍둥이 중 3마리가 탈출을 앞두고 있습니다.

[임태영/녹색연합 자연생태팀 : "안쪽부터 반이, 달이, 곰이 세 마리가 오늘 구출되는 곰입니다."]

한 환경단체가 온라인 모금으로 4천만 원을 모아 농장주로부터 곰 3마리를 매입했습니다.

[이홍우/사육곰 농장주 : "먹이도 제대로 못 먹고 그러니까 한두 마리라도 가서 좀 배불리 잘 먹고 잘 살라고 보낸 거죠."]

조심스럽게 마취 총을 쏘고 드디어 이송 준비를 합니다.

난생 처음 철창 밖으로 나오는 곰들, 과연 상태는 어떨까요?

[김정호/청주동물원 진료사육팀장 : "시멘트 바닥에서 좀 오래 생활해서 그런지 발바닥에 상처가 좀 있어요."]

3남매중 수컷인 '반이'와 '달이'는 청주동물원으로 암컷인 '곰이'는 전주동물원으로 옮겨질 예정인데요.

국내 최초로 시도된 사육곰 구출 작전.

단 3마리만 행운을 얻게 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임태영/녹색연합 자연생태팀 : "곰을 구출해도 이 친구들이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 없는 거예요. (이번에) 세 마리만 받아 줄 수 있다고 했기 때문에……."]

구출 3일째, 곰들은 과연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첫날 앞뒤로 움직이며 불안해 보였던 '반이'와 '달이'.

[권혁범/청주동물원 곰사육사 : "처음 왔을 때 반이가 달이를 보고 놀라서 바로 도망가는 모습을 봤어요. CCTV로 확인해보니까 계속 얼굴을 확인하면서 지금 서로 이렇게 쳐다보고 있고요."]

한날한시에 태어난 쌍둥이지만 떨어져 있던 탓에 처음 서로를 보게 됐다는데요.

'반이'는 아직 조심스러운데 반해 '달이'는 사육사와 곧잘 친해진 듯 보이고 먹이도 곧잘 받아먹습니다.

[김정호/청주동물원 진료사육팀장 : "성장기에 조금 덜먹어서 그런지 몸이 좀 작아요. 100kg은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지금 한 60~70kg 정도 나가는 것 같아요."]

살을 찌워 덩치가 커지고, 적응을 하게 되면 동물원의 다른 곰들과 함께 생활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아직 전국에는 500여 마리의 사육곰이 남아있습니다.

반달곰 100여 마리가 있는 충남 당진의 한 곰 농장.

겨울 동면에 들어야 할 곰들이 철창으로 만든 우리에서 잠을 청하고 있습니다.

국제적 멸종위기종 반달곰이 국내에선 어떻게 웅담채취용으로 사육되게 됐을까요?

[대한뉴스/1985년 9월 6일 : "곰에서 나오는 웅담과 피, 가죽 등은 국내 수요뿐 아니라 수입 대체 효과도 얻을 수 있는……."]

지난 1980년대 농가 수익 증대를 위해 정부가 장려해 시작되게 됐는데요.

[김광수/사육곰 농장주 : "가죽도 팔 수 있고 고기도 팔 수 있고 발바닥도 팔 수 있고 이런 식으로 장려를 했죠."]

하지만 이후 멸종위기동물 보호 협약에다 사육곰 증식을 막기 위한 중성화 수술이 의무화되면서 1,600마리에 육박하던 곰은 현재 500여 마리가 됐습니다.

현재 곰 사육 농가는 10년 이상 자란 곰을 도축해 웅담, 즉 쓸개만 판매할 수 있다고 합니다.

반달곰을 10년 이상 키우기에는 사료 값 대기도 벅차다는 게 농장주들의 입장입니다.

[이홍우/사육곰 농장주 : "사료 값을 어떻게 충당할 수 없어서 먹이를 제대로 못 주거든요. 평소에 100을 먹었다고 하면 (지금은) 50밖에 안 주고 있어요."]

때문에 폐업을 원하는 농장이 늘고 있지만 당장 곰을 처분할 길은 마땅치 않습니다.

[김광수/사육곰 농장주 : "웅담 외의 모든 부산물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주면 우리는 지원을 해달라고 안 하겠다 이거죠. 그걸 못하면 정부가 다 매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준희/환경부 생물다양성과장 : "곰을 매입해서 보호하는 것은 예산 규모가 너무 많이 들어서 국민적인 동의 이런 게 있기 전에는 추진하기가 쉽지 않을 사안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지금 현 단계에서 다시 (곰 부산물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굉장히 후퇴하는 그런 것으로 보여서……."]

농가와 정부의 입장이 맞서는 가운데, 사육 곰들의 환경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습니다.

[임태영/녹색연합 자연생태팀 : "기본적으로 바닥이 시멘트로 돼 있거나 뜬장 형태로 돼 있어요. 철창이. 뜬장에서 지내는 건 어쨌든 바닥이 없이 생활하는 것이기 때문에 굉장히 오랜 시간 생활할 때 불편함이 있을 수 있고요. 배설물 처리 같은 것이 잘되지 않아서 위생적인 환경이 마련되지 못하는 부분도……."]

10년이 지나야 그것도 죽어서 비로소 철창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사육 곰.

야생동물이지만 합법적으로 갇혀 살아가는 반달가슴곰 540마리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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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웅담 채취용’ 반달곰?…국내 첫 탈출기
    • 입력 2018-12-11 08:40:06
    • 수정2018-12-11 08:4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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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가슴에 반달모양의 흰털이 나 있어 우리에게 친숙한 반달곰입니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인데요,

국내에는 과연 몇 마리가 있을까요?

사육곰으로 불리며 좁은 철창 안에 갇혀있는 반달곰이 국내에 현재 500여 마리가 넘습니다.

웅담 채취용으로 길러지고 있는게 많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이번에 3마리가 구출됐습니다.

지금부터 그 현장으로 가보시죠.

[리포트]

지난 7일 강원도의 한 곰 농장.

좁은 우리 안에 갇힌 반달곰들이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돕니다.

[임태영/녹색연합 자연생태팀 : "보통 사육되거나 좁은 공간에 갇혀있는 동물들이 전형적으로 보이는 특징인데요. 스트레스나 이런 요인 때문에 계속 같은 자리를 빙빙 돌거나……."]

이렇게 갇혀 지내게 된 곰들이 철창을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임태영/녹색연합 자연생태팀 : "십 년 이상 된 개체에 한해서 웅담 채취용으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웅담채취용으로 길러져 목숨을 잃은 뒤에야 철창을 벗어날 수 있는 신세.

그런데 이날은 이곳 농장의 서른 마리의 곰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린 4쌍둥이 중 3마리가 탈출을 앞두고 있습니다.

[임태영/녹색연합 자연생태팀 : "안쪽부터 반이, 달이, 곰이 세 마리가 오늘 구출되는 곰입니다."]

한 환경단체가 온라인 모금으로 4천만 원을 모아 농장주로부터 곰 3마리를 매입했습니다.

[이홍우/사육곰 농장주 : "먹이도 제대로 못 먹고 그러니까 한두 마리라도 가서 좀 배불리 잘 먹고 잘 살라고 보낸 거죠."]

조심스럽게 마취 총을 쏘고 드디어 이송 준비를 합니다.

난생 처음 철창 밖으로 나오는 곰들, 과연 상태는 어떨까요?

[김정호/청주동물원 진료사육팀장 : "시멘트 바닥에서 좀 오래 생활해서 그런지 발바닥에 상처가 좀 있어요."]

3남매중 수컷인 '반이'와 '달이'는 청주동물원으로 암컷인 '곰이'는 전주동물원으로 옮겨질 예정인데요.

국내 최초로 시도된 사육곰 구출 작전.

단 3마리만 행운을 얻게 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임태영/녹색연합 자연생태팀 : "곰을 구출해도 이 친구들이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 없는 거예요. (이번에) 세 마리만 받아 줄 수 있다고 했기 때문에……."]

구출 3일째, 곰들은 과연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첫날 앞뒤로 움직이며 불안해 보였던 '반이'와 '달이'.

[권혁범/청주동물원 곰사육사 : "처음 왔을 때 반이가 달이를 보고 놀라서 바로 도망가는 모습을 봤어요. CCTV로 확인해보니까 계속 얼굴을 확인하면서 지금 서로 이렇게 쳐다보고 있고요."]

한날한시에 태어난 쌍둥이지만 떨어져 있던 탓에 처음 서로를 보게 됐다는데요.

'반이'는 아직 조심스러운데 반해 '달이'는 사육사와 곧잘 친해진 듯 보이고 먹이도 곧잘 받아먹습니다.

[김정호/청주동물원 진료사육팀장 : "성장기에 조금 덜먹어서 그런지 몸이 좀 작아요. 100kg은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지금 한 60~70kg 정도 나가는 것 같아요."]

살을 찌워 덩치가 커지고, 적응을 하게 되면 동물원의 다른 곰들과 함께 생활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아직 전국에는 500여 마리의 사육곰이 남아있습니다.

반달곰 100여 마리가 있는 충남 당진의 한 곰 농장.

겨울 동면에 들어야 할 곰들이 철창으로 만든 우리에서 잠을 청하고 있습니다.

국제적 멸종위기종 반달곰이 국내에선 어떻게 웅담채취용으로 사육되게 됐을까요?

[대한뉴스/1985년 9월 6일 : "곰에서 나오는 웅담과 피, 가죽 등은 국내 수요뿐 아니라 수입 대체 효과도 얻을 수 있는……."]

지난 1980년대 농가 수익 증대를 위해 정부가 장려해 시작되게 됐는데요.

[김광수/사육곰 농장주 : "가죽도 팔 수 있고 고기도 팔 수 있고 발바닥도 팔 수 있고 이런 식으로 장려를 했죠."]

하지만 이후 멸종위기동물 보호 협약에다 사육곰 증식을 막기 위한 중성화 수술이 의무화되면서 1,600마리에 육박하던 곰은 현재 500여 마리가 됐습니다.

현재 곰 사육 농가는 10년 이상 자란 곰을 도축해 웅담, 즉 쓸개만 판매할 수 있다고 합니다.

반달곰을 10년 이상 키우기에는 사료 값 대기도 벅차다는 게 농장주들의 입장입니다.

[이홍우/사육곰 농장주 : "사료 값을 어떻게 충당할 수 없어서 먹이를 제대로 못 주거든요. 평소에 100을 먹었다고 하면 (지금은) 50밖에 안 주고 있어요."]

때문에 폐업을 원하는 농장이 늘고 있지만 당장 곰을 처분할 길은 마땅치 않습니다.

[김광수/사육곰 농장주 : "웅담 외의 모든 부산물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주면 우리는 지원을 해달라고 안 하겠다 이거죠. 그걸 못하면 정부가 다 매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준희/환경부 생물다양성과장 : "곰을 매입해서 보호하는 것은 예산 규모가 너무 많이 들어서 국민적인 동의 이런 게 있기 전에는 추진하기가 쉽지 않을 사안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지금 현 단계에서 다시 (곰 부산물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굉장히 후퇴하는 그런 것으로 보여서……."]

농가와 정부의 입장이 맞서는 가운데, 사육 곰들의 환경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습니다.

[임태영/녹색연합 자연생태팀 : "기본적으로 바닥이 시멘트로 돼 있거나 뜬장 형태로 돼 있어요. 철창이. 뜬장에서 지내는 건 어쨌든 바닥이 없이 생활하는 것이기 때문에 굉장히 오랜 시간 생활할 때 불편함이 있을 수 있고요. 배설물 처리 같은 것이 잘되지 않아서 위생적인 환경이 마련되지 못하는 부분도……."]

10년이 지나야 그것도 죽어서 비로소 철창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사육 곰.

야생동물이지만 합법적으로 갇혀 살아가는 반달가슴곰 540마리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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