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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보복운전’에 철퇴…징역 23년 구형
입력 2018.12.11 (11:00) 특파원 리포트
[특파원리포트] ‘보복운전’에 철퇴…징역 23년 구형
#여행길 일가족 참변…부부 사망, 딸 2명 중상

지난해 6월, 한 가족이 즐거운 여행길에 올랐다. 그런데 이 여행길이 악몽으로 변했다. 가족이 타고 있던 승합차가 가나가와 현의 도메이 고속도로를 달리다 갑자기 정차했고 뒤따르던 대형 트럭이 추돌하면서 하기야마(45)씨와 부인 도모카(39) 씨가 숨지고 같이 타고 있던 10대 딸 2명은 크게 다쳤다.

#멈춘 게 아니라 멈추게 만든 것…‘보복운전’

얼핏 보면 고속도로에 정차한 '승합차에 무슨 문제가 있었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승합차가 멈춘 진짜 이유를 알면 생각이 달라진다. 자기가 멈춘 것이 아니라 누군가 멈추게 만든 것이니까.


#주차시비가 부른 ‘보복운전’

사고 개요는 이렇다. 사고가 나기 바로 몇분 전 일가족은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렀다. 그런데 거기서 다른 승용차 운전자와 주차문제로 가벼운 실랑이가 있었다고 한다. 주차구역을 막고 있으면 방해가 된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다시 고속도로에 나왔는데 이 승용차가 따라왔다. 그러고는 승용차 운전자의 '보복운전'이 시작됐다. 일가족이 탄 승합차 앞으로 갑자기 끼어들어 진로를 방해하는 운전이 수차례 반복됐다. 급기야는 승용차가 승합차를 가로막고 서는 바람에 고속도로 한가운데 정차해야만 했던 상황. 두 차량 운전자가 차에서 내려 시비를 하는 순간 뒤따르던 대형트럭이 승합차를 덮쳤다. 그렇게 일가족의 여행길은 끝났다.


#징역 23년 구형…“집요하고 위험한 운전”

이 사건의 구형이 어제 내려졌다. 검찰은 승용차 운전자 이시바시(26)에게 '운전치사상' 혐의를 적용해 징역 23년을 구형했다. 사고 1년 6개월 만이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과거 사건과 비교해 굉장히 무거운 구형이다. 보복운전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사법당국의 의지가 담겼다. 검사는 구형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여러번 인터럽트(방해, 끼어들기)를 반복하는 등 집요하고 위험한 운전이다. 상습성이 현저하고 법령을 지킬 생각이 전혀 없다.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자동차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결코 용인돼서는 안된다"고. 반면 승용차 운전자는 자신이 지적을 받은 것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쫓아갔는데 차를 세워도 사고가 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승용차 운전자의 변호인은 정차 후에 일어난 사고라며 '운전치사상'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피고 이시바시의 이런 행동은 처음이 아니었다. 이 사건 한 달 전에는 한 차량이 자신의 차를 추월하려고 하자 이 차의 앞을 막아 세운 뒤 상대방 차량을 발로 차서 파손했다. 또 이 사고 이후인 작년 8월에는 뒤따르던 차량이 경적을 울린 데 격분해 뒷차의 진로를 방해해 정차시킨 뒤 운전자를 끌어내리려 한 혐의도 추가됐다.

검찰이 23년이라는 무거운 형을 구형한 이유가 추가 혐의에서도 확인된다. 이제 판단은 재판부의 몫이다.


#가족들의 아픔은 현재 진행형…“엄벌해 주세요”

구형을 앞둔 며칠 전, 숨진 승합차 운전자의 어머니 하기야마 후미코(78)씨가 언론 인터뷰에 응했다. 후미코 씨는 숨진 아들의 사진을 보며 외로움과 아픔을 달래고 있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은 정리하라고 말하지만 자신은 그럴 수 없단다. 후미코 씨는 사고 당시 아들이 입고 있던 옷을 사고 1년 반이 지난 최근에서야 마주볼 수 있을 정도로 심한 충격을 겪었다고 한다. 옷에 난 구멍도 이제서야 봤다. 하지만 후미코 씨는 이 옷에 대고 인사를 한다 "외출하고 올게. 집 좀 부탁해". 다른 사람이 보면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도 알지만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된다고 말했다. 지금도 아들이 '어머니'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후미코 씨는 이날 재판에도 출석해 의견 진술을 했다. "1년 반이나 지났지만 어떤 것도 잊혀지지 않는다. 아들 부부가 살해됐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놀란 아들이 공포에 떨며 고속도로에서 사과했을 때 피고는 어떤 생각을 했고, 무엇을 반성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설명을 원했지만 불행히도 들을 수 없었다"며 엄한 처벌을 요구했다.

숨진 하기야마 씨의 큰딸(17)도 편지로 자신의 심경을 고백했다. "사건의 모습을 최대한 생각하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다시 볼 수 없다는 현실을 느낄 때면 괴로움을 참을 수 없습니다. 소중한 부모님을 잃고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모릅니다. 더 함께 있고 싶었지만 다시 만날 수가 없습니다. 아버지 어머니를 생각해 엄벌에 처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큰딸의 호소가 재판정에 울렸다.


#줄지 않는 난폭운전

현재 일본에서 난폭운전의 정의는 이렇다.

▲앞차와의 간격을 줄여 빨리 가도록 자극한다.
▲차를 접근시켜 진로를 방해한다.
▲필요없는 곳에서 급제동으로 위협한다.

난폭운전은 사고가 나지 않아도 처벌된다. 충분한 차간 거리를 유지하지 않으면 일반 도로에서는 5만엔(우리돈 50만원) 이하의 벌금, 고속도로에서는 3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만엔 이하의 벌금이다. 불필요한 급제동을 해도 3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만엔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일본의 운전자들은 난폭운전에 당한 경험이 얼마나 있을까? 일본자동차연맹(JAF) 조사를 보면 운전자의 절반 이상이 난폭운전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끔 있다'가 46.6%, '자주 있다'가 7.9%다. 질서를 잘 지키고 양보를 잘 한다고 알려진 일본에서도 난폭운전은 존재한다.

위 사건을 계기로 일본에서는 난폭운전에 대한 단속이 강화됐다. 보복심리에서 난폭운전을 하거나 난폭운전이 보복운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의 난폭운전은 줄지 않고 있다. 매년 7천 5백 건 이상의 난폭·위협운전이 적발된다. 이 가운데 고속도로에서 적발된 경우가 90%다. 고속도로가 난폭 보복운전의 주무대가 되고 있는 거다.

#난폭 보복 운전 줄이려면?…“6초만 참아라”

일본 분노관리협회는 난폭 보복운전을 이렇게 분석했다. "공격적인 끼어들기나 경적 울림을 당하게 되면 마치 내가 '바보'가 된 것 같고 '무시' 당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차와 나를 동일시하게 되고 상대방에게 반격(보복운전)을 하게 된다". 난폭 보복운전을 줄이는 현실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화가 나면 6초만 참아라.
▲가족 사진 등 소중한 존재를 보이는 곳에 놓아둔다.

분노가 다른 사람의 생명까지 앗아가는 상황이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된다. 보복운전에 23년이라는 중형이 구형된 이번 사건에 대한 선고는 14일 내려진다.
  • [특파원리포트] ‘보복운전’에 철퇴…징역 23년 구형
    • 입력 2018.12.11 (11:00)
    특파원 리포트
[특파원리포트] ‘보복운전’에 철퇴…징역 23년 구형
#여행길 일가족 참변…부부 사망, 딸 2명 중상

지난해 6월, 한 가족이 즐거운 여행길에 올랐다. 그런데 이 여행길이 악몽으로 변했다. 가족이 타고 있던 승합차가 가나가와 현의 도메이 고속도로를 달리다 갑자기 정차했고 뒤따르던 대형 트럭이 추돌하면서 하기야마(45)씨와 부인 도모카(39) 씨가 숨지고 같이 타고 있던 10대 딸 2명은 크게 다쳤다.

#멈춘 게 아니라 멈추게 만든 것…‘보복운전’

얼핏 보면 고속도로에 정차한 '승합차에 무슨 문제가 있었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승합차가 멈춘 진짜 이유를 알면 생각이 달라진다. 자기가 멈춘 것이 아니라 누군가 멈추게 만든 것이니까.


#주차시비가 부른 ‘보복운전’

사고 개요는 이렇다. 사고가 나기 바로 몇분 전 일가족은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렀다. 그런데 거기서 다른 승용차 운전자와 주차문제로 가벼운 실랑이가 있었다고 한다. 주차구역을 막고 있으면 방해가 된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다시 고속도로에 나왔는데 이 승용차가 따라왔다. 그러고는 승용차 운전자의 '보복운전'이 시작됐다. 일가족이 탄 승합차 앞으로 갑자기 끼어들어 진로를 방해하는 운전이 수차례 반복됐다. 급기야는 승용차가 승합차를 가로막고 서는 바람에 고속도로 한가운데 정차해야만 했던 상황. 두 차량 운전자가 차에서 내려 시비를 하는 순간 뒤따르던 대형트럭이 승합차를 덮쳤다. 그렇게 일가족의 여행길은 끝났다.


#징역 23년 구형…“집요하고 위험한 운전”

이 사건의 구형이 어제 내려졌다. 검찰은 승용차 운전자 이시바시(26)에게 '운전치사상' 혐의를 적용해 징역 23년을 구형했다. 사고 1년 6개월 만이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과거 사건과 비교해 굉장히 무거운 구형이다. 보복운전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사법당국의 의지가 담겼다. 검사는 구형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여러번 인터럽트(방해, 끼어들기)를 반복하는 등 집요하고 위험한 운전이다. 상습성이 현저하고 법령을 지킬 생각이 전혀 없다.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자동차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결코 용인돼서는 안된다"고. 반면 승용차 운전자는 자신이 지적을 받은 것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쫓아갔는데 차를 세워도 사고가 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승용차 운전자의 변호인은 정차 후에 일어난 사고라며 '운전치사상'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피고 이시바시의 이런 행동은 처음이 아니었다. 이 사건 한 달 전에는 한 차량이 자신의 차를 추월하려고 하자 이 차의 앞을 막아 세운 뒤 상대방 차량을 발로 차서 파손했다. 또 이 사고 이후인 작년 8월에는 뒤따르던 차량이 경적을 울린 데 격분해 뒷차의 진로를 방해해 정차시킨 뒤 운전자를 끌어내리려 한 혐의도 추가됐다.

검찰이 23년이라는 무거운 형을 구형한 이유가 추가 혐의에서도 확인된다. 이제 판단은 재판부의 몫이다.


#가족들의 아픔은 현재 진행형…“엄벌해 주세요”

구형을 앞둔 며칠 전, 숨진 승합차 운전자의 어머니 하기야마 후미코(78)씨가 언론 인터뷰에 응했다. 후미코 씨는 숨진 아들의 사진을 보며 외로움과 아픔을 달래고 있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은 정리하라고 말하지만 자신은 그럴 수 없단다. 후미코 씨는 사고 당시 아들이 입고 있던 옷을 사고 1년 반이 지난 최근에서야 마주볼 수 있을 정도로 심한 충격을 겪었다고 한다. 옷에 난 구멍도 이제서야 봤다. 하지만 후미코 씨는 이 옷에 대고 인사를 한다 "외출하고 올게. 집 좀 부탁해". 다른 사람이 보면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도 알지만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된다고 말했다. 지금도 아들이 '어머니'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후미코 씨는 이날 재판에도 출석해 의견 진술을 했다. "1년 반이나 지났지만 어떤 것도 잊혀지지 않는다. 아들 부부가 살해됐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놀란 아들이 공포에 떨며 고속도로에서 사과했을 때 피고는 어떤 생각을 했고, 무엇을 반성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설명을 원했지만 불행히도 들을 수 없었다"며 엄한 처벌을 요구했다.

숨진 하기야마 씨의 큰딸(17)도 편지로 자신의 심경을 고백했다. "사건의 모습을 최대한 생각하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다시 볼 수 없다는 현실을 느낄 때면 괴로움을 참을 수 없습니다. 소중한 부모님을 잃고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모릅니다. 더 함께 있고 싶었지만 다시 만날 수가 없습니다. 아버지 어머니를 생각해 엄벌에 처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큰딸의 호소가 재판정에 울렸다.


#줄지 않는 난폭운전

현재 일본에서 난폭운전의 정의는 이렇다.

▲앞차와의 간격을 줄여 빨리 가도록 자극한다.
▲차를 접근시켜 진로를 방해한다.
▲필요없는 곳에서 급제동으로 위협한다.

난폭운전은 사고가 나지 않아도 처벌된다. 충분한 차간 거리를 유지하지 않으면 일반 도로에서는 5만엔(우리돈 50만원) 이하의 벌금, 고속도로에서는 3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만엔 이하의 벌금이다. 불필요한 급제동을 해도 3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만엔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일본의 운전자들은 난폭운전에 당한 경험이 얼마나 있을까? 일본자동차연맹(JAF) 조사를 보면 운전자의 절반 이상이 난폭운전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끔 있다'가 46.6%, '자주 있다'가 7.9%다. 질서를 잘 지키고 양보를 잘 한다고 알려진 일본에서도 난폭운전은 존재한다.

위 사건을 계기로 일본에서는 난폭운전에 대한 단속이 강화됐다. 보복심리에서 난폭운전을 하거나 난폭운전이 보복운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의 난폭운전은 줄지 않고 있다. 매년 7천 5백 건 이상의 난폭·위협운전이 적발된다. 이 가운데 고속도로에서 적발된 경우가 90%다. 고속도로가 난폭 보복운전의 주무대가 되고 있는 거다.

#난폭 보복 운전 줄이려면?…“6초만 참아라”

일본 분노관리협회는 난폭 보복운전을 이렇게 분석했다. "공격적인 끼어들기나 경적 울림을 당하게 되면 마치 내가 '바보'가 된 것 같고 '무시' 당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차와 나를 동일시하게 되고 상대방에게 반격(보복운전)을 하게 된다". 난폭 보복운전을 줄이는 현실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화가 나면 6초만 참아라.
▲가족 사진 등 소중한 존재를 보이는 곳에 놓아둔다.

분노가 다른 사람의 생명까지 앗아가는 상황이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된다. 보복운전에 23년이라는 중형이 구형된 이번 사건에 대한 선고는 14일 내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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