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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돋보기] 美 ‘화웨이 견제’는 내로남불?
입력 2018.12.11 (15:10) 글로벌 돋보기
[글로벌 돋보기] 美 ‘화웨이 견제’는 내로남불?
캐나다가 화웨이 부회장이자 창립주의 딸을 체포한 여파가 만만치 않다. '90일 휴전에 들어간 미중 무역 분쟁이 재점화하는 게 아니냐', '미중 기술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각종 분석과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이자 5G 시장의 선두주자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강한 압박 움직임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멍완저우 체포로 이슈가 되긴 했지만, 사실 미국의 화웨이 견제는 최근 불거진 일이 아니다. 일찌감치 자국 내 화웨이 통신장비 사용을 금지했고, 올해 들어서는 동맹국들에게 화웨이 퇴출에 동참하라고도 요구해왔다.

미국의 '안티 화웨이'의 배경에는 안보 문제가 있다. 미국은 중국이 세계 5G 시장을 장악하게 되면, 미국과 동맹국 안보에 위협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2년 당시 미 의회 보고서에도 그런 우려가 잘 드러나있다. 보고서는 "화웨이 통신 장비가 미국의 보안과 안전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화웨이 장비에 스파이 기기나 도청을 위한 소프트웨어가 설치될 수 있다는 우려다. 화웨이는 펄쩍 뛰었지만, 허튼 의심만은 아니었다.

실제로 2016년, 미국에서 판매되던 화웨이 스마트폰에서 '백도어'가 발견됐다. '백도어(backdoor)'는 인증되지 않은 사용자가 무단으로 시스템에 접근해서 메시지, 통화기록, 위치 정보 등을 알아내는 가상 통로를 말한다. 실제로 이를 활용한다면 도청이나 해킹을 통한 스파이 활동, 통신 교란 등이 이뤄질 수도 있다.

이에 대해 화웨이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중국 기업의 실수이지, 중국 정부와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그치지 않았다. 여기에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이 인민장교 출신이고, 비상장 기업으로 회사 경영과 관련한 핵심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미국의 의심을 더 키웠다. 중국 정부의 막강한 지원 속에 성장한 화웨이가 미국의 군사외교, 산업 기밀 등의 정보들을 빼낼 '뒷문'을 중국 정부에 열어준다는 의심이다. 화웨이 창업주의 딸이자 후계자로 지목돼온 멍완저우 부회장의 체포는 어쩌면 예견된 수순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살펴볼 점이 있다. 미국의 화웨이 안보 문제 의혹에 공감하고, 제품 퇴출에 동참한 국가들. 영국과 호주, 뉴질랜드다. 여기에 동참 조짐을 보이는 캐나다까지, 미국을 중심으로 이들 다섯 국가들은 동맹국이다. 이른바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특급 정보 공유 동맹이다.

다섯 개의 눈이란 뜻의 '파이브 아이즈'는 정보기관 연합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 등 공산권 국가에 대한 군사외교 정보를 수집하고 공유하는데서 비롯됐다. 각국의 정보, 첩보기관이 속해 있다. 미국의 경우 중앙정보국 CIA, 연방수사국 FBI, 국방정보국, 국가지리정보국, 국가안보국이, 영국은 정보청 보안부 M15, 비밀 정보부 M16, SIS 등이 참여하는 식이다. 이런 기관들이 수집한 모든 정보를 회원국들이 자국 기관의 정보처럼 이용하도록 밀약을 맺었다. 상대방 회원국 국민을 도감청하고 정보를 수집해 교환하기도 한다. 사찰에 서로 협력하자는 동맹이다. 대신 상대 회원국의 지도자와 정부 관계자들은 건드리지 않는다.

지난해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 ‘스노든’의 한 장면. 파이브아이즈의 사찰 활동을 고발한 미 국가안보국 내부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의 이야기를 다뤘다. 지난해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 ‘스노든’의 한 장면. 파이브아이즈의 사찰 활동을 고발한 미 국가안보국 내부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의 이야기를 다뤘다.

한마디로 거대한 감시자, 빅브라더다. 철저히 비밀리에 활동해오다가 2013년에야 내부고발자에 의해 실체가 드러났다. 미국 국가안보국과 CIA의 컴퓨터기술자였던 에드워드 스노든이 국가안보국의 도감청 기밀 문서를 폭로했다. 여기에는 미국 정부가 통신 사업자에 고객 수백만 명의 통화기록을 제출하도록 요구한 비밀문서와, 구글, 페이스북 등이 보유한 서버에 접근할 수 있는 감시 프로그램에 대한 내용이 들어있었다.

게다가 파이브아이즈는 지난해 IT기업이 제품에 '백도어'를 삽입하도록 하는 내용을 논의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미국이 화웨이 제품에 대해 비난했던 그 '백도어'다. IT 제품에 백도어를 만들어두면, 사법당국이 필요할 때마다 개인 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뜻이다. 테러리스트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국제인권단체들은 인터넷 사용자의 사이버 보안과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고 강력히 규탄했다.

이렇게 놓고 보면 화웨이나 파이브아이즈나 별 다를게 없어보인다. 제3국 입장에서는 미국이나 중국이나 국가 안보에 위협적인 존재다. 중국으로서는,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화웨이의 기밀 유출에 대한 미국의 의심의 눈초리가 무척 억울할 수도 있다. 어쩌면 내로남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중요한 건 이번 화웨이 사태로 인해 전세계 안보 네트워크, 국가 보안 이슈가 본격화될 거란 전망이다. 이번에 수면 위로 드러난 미중간 기술 전쟁을 통해 사이버 보안 문제 등이 격화될 수도 있다.

곧 '파이브 아이즈'에 일본이 가입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정부 부처와 자위대가 정보통신기술 기기를 구매할 때 중국 업체 화웨이와 ZTE의 제품을 배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내로남불이든 아니든 한국도 미중 간의 갈등을 결코 바라보고만 있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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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1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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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돋보기] 美 ‘화웨이 견제’는 내로남불?
캐나다가 화웨이 부회장이자 창립주의 딸을 체포한 여파가 만만치 않다. '90일 휴전에 들어간 미중 무역 분쟁이 재점화하는 게 아니냐', '미중 기술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각종 분석과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이자 5G 시장의 선두주자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강한 압박 움직임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멍완저우 체포로 이슈가 되긴 했지만, 사실 미국의 화웨이 견제는 최근 불거진 일이 아니다. 일찌감치 자국 내 화웨이 통신장비 사용을 금지했고, 올해 들어서는 동맹국들에게 화웨이 퇴출에 동참하라고도 요구해왔다.

미국의 '안티 화웨이'의 배경에는 안보 문제가 있다. 미국은 중국이 세계 5G 시장을 장악하게 되면, 미국과 동맹국 안보에 위협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2년 당시 미 의회 보고서에도 그런 우려가 잘 드러나있다. 보고서는 "화웨이 통신 장비가 미국의 보안과 안전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화웨이 장비에 스파이 기기나 도청을 위한 소프트웨어가 설치될 수 있다는 우려다. 화웨이는 펄쩍 뛰었지만, 허튼 의심만은 아니었다.

실제로 2016년, 미국에서 판매되던 화웨이 스마트폰에서 '백도어'가 발견됐다. '백도어(backdoor)'는 인증되지 않은 사용자가 무단으로 시스템에 접근해서 메시지, 통화기록, 위치 정보 등을 알아내는 가상 통로를 말한다. 실제로 이를 활용한다면 도청이나 해킹을 통한 스파이 활동, 통신 교란 등이 이뤄질 수도 있다.

이에 대해 화웨이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중국 기업의 실수이지, 중국 정부와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그치지 않았다. 여기에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이 인민장교 출신이고, 비상장 기업으로 회사 경영과 관련한 핵심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미국의 의심을 더 키웠다. 중국 정부의 막강한 지원 속에 성장한 화웨이가 미국의 군사외교, 산업 기밀 등의 정보들을 빼낼 '뒷문'을 중국 정부에 열어준다는 의심이다. 화웨이 창업주의 딸이자 후계자로 지목돼온 멍완저우 부회장의 체포는 어쩌면 예견된 수순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살펴볼 점이 있다. 미국의 화웨이 안보 문제 의혹에 공감하고, 제품 퇴출에 동참한 국가들. 영국과 호주, 뉴질랜드다. 여기에 동참 조짐을 보이는 캐나다까지, 미국을 중심으로 이들 다섯 국가들은 동맹국이다. 이른바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특급 정보 공유 동맹이다.

다섯 개의 눈이란 뜻의 '파이브 아이즈'는 정보기관 연합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 등 공산권 국가에 대한 군사외교 정보를 수집하고 공유하는데서 비롯됐다. 각국의 정보, 첩보기관이 속해 있다. 미국의 경우 중앙정보국 CIA, 연방수사국 FBI, 국방정보국, 국가지리정보국, 국가안보국이, 영국은 정보청 보안부 M15, 비밀 정보부 M16, SIS 등이 참여하는 식이다. 이런 기관들이 수집한 모든 정보를 회원국들이 자국 기관의 정보처럼 이용하도록 밀약을 맺었다. 상대방 회원국 국민을 도감청하고 정보를 수집해 교환하기도 한다. 사찰에 서로 협력하자는 동맹이다. 대신 상대 회원국의 지도자와 정부 관계자들은 건드리지 않는다.

지난해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 ‘스노든’의 한 장면. 파이브아이즈의 사찰 활동을 고발한 미 국가안보국 내부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의 이야기를 다뤘다. 지난해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 ‘스노든’의 한 장면. 파이브아이즈의 사찰 활동을 고발한 미 국가안보국 내부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의 이야기를 다뤘다.

한마디로 거대한 감시자, 빅브라더다. 철저히 비밀리에 활동해오다가 2013년에야 내부고발자에 의해 실체가 드러났다. 미국 국가안보국과 CIA의 컴퓨터기술자였던 에드워드 스노든이 국가안보국의 도감청 기밀 문서를 폭로했다. 여기에는 미국 정부가 통신 사업자에 고객 수백만 명의 통화기록을 제출하도록 요구한 비밀문서와, 구글, 페이스북 등이 보유한 서버에 접근할 수 있는 감시 프로그램에 대한 내용이 들어있었다.

게다가 파이브아이즈는 지난해 IT기업이 제품에 '백도어'를 삽입하도록 하는 내용을 논의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미국이 화웨이 제품에 대해 비난했던 그 '백도어'다. IT 제품에 백도어를 만들어두면, 사법당국이 필요할 때마다 개인 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뜻이다. 테러리스트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국제인권단체들은 인터넷 사용자의 사이버 보안과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고 강력히 규탄했다.

이렇게 놓고 보면 화웨이나 파이브아이즈나 별 다를게 없어보인다. 제3국 입장에서는 미국이나 중국이나 국가 안보에 위협적인 존재다. 중국으로서는,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화웨이의 기밀 유출에 대한 미국의 의심의 눈초리가 무척 억울할 수도 있다. 어쩌면 내로남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중요한 건 이번 화웨이 사태로 인해 전세계 안보 네트워크, 국가 보안 이슈가 본격화될 거란 전망이다. 이번에 수면 위로 드러난 미중간 기술 전쟁을 통해 사이버 보안 문제 등이 격화될 수도 있다.

곧 '파이브 아이즈'에 일본이 가입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정부 부처와 자위대가 정보통신기술 기기를 구매할 때 중국 업체 화웨이와 ZTE의 제품을 배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내로남불이든 아니든 한국도 미중 간의 갈등을 결코 바라보고만 있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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