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1억 달러? 어느 ‘Crazy Rich 웨딩’

입력 2018.12.11 (17: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 무케시 암바니(가운데 남성), 아이샤 암바니(맨 오른쪽 여성)

인도에 집결한 글로벌기업 CEO, 힐러리 그리고 비욘세

인도 북서부의 도시 우다이푸르(Udaipur)의 마하라나 푸랏 공항. 토요일이었던 지난 8일 평소보다 4배나 많은 100여 대의 비행기가 공항에 도착했다. 정기편도 아닌 특별 전세기였다.

공항 안팎의 경계는 삼엄했다. 비행기가 내릴 때마다 경호원들은 '손님'을 에워싸고 신속하게 이동시켰다. 공항 밖에는 흰색 유니폼을 입고 터번을 두른 운전사가 럭셔리 세단을 대기시켜놓고 있었다. 로이터는 우다이푸르 공항 소식통을 인용해 5일 동안 세관과 입국심사대가 임시로 운영된다고 보도했다.

공항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입국자는 2016년 미국 대선주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미국 팝가수 비욘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었다.

이날 뭄바이(Mumbai) 공항도 비상이 걸린 것은 마찬가지였다. 인디아 타임스 등 현지 언론은 이날 하루 1,004편의 항공기가 뭄바이 공항을 이용했는데 이는 하루 최고 운송실적이라고 전했다. 군용기 석 대도 뭄바이 공항을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뭄바이 공항의 기존 최고 실적은 지난 6월 폭풍우가 뉴델리를 강타했을 때 기록한 하루 1,003편이다.)

공항에 도착한 '손님'들은 정치와 경제, 스포츠, 연예, 미디어를 망라한 세계 유명 인사들이었다.

철강왕 락시미 미탈, 존 케리 전 미국 국무장관, 아리아나 허핑턴허피텅포스트미디어 그룹 회장, 제임스 머독 21세기폭스 최고경영자, 미국 팝가수 비욘세, 광고 업게 거물 마틴 소렐을 비롯해 에릭슨, HP, 퀄컴 등 IT기업과 JP모건, 골드만 삭스 등 금융기업, 영국 최대 석유화학기업 BP의 고위 경영진까지...세계의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모인 이유는 결혼식 때문이었다.

결혼식 피로연에 참석한 힐러리 클린턴 前미 국무장관(가운데)결혼식 피로연에 참석한 힐러리 클린턴 前미 국무장관(가운데)

최고로 화려하게! 1억 달러짜리 결혼식

결혼식은 12일 뭄바이에서 열리지만 그에 앞서 우다이푸르의 한 호텔에서는 사흘 동안 피로연이 이어졌다.

가수 비욘세 콘서트를 비롯해 인도 볼리우드(뭄바이의 옛 지명인 봄베이(Bombay)와 할리우드(Hollywood)의 합성어) 스타들의 공연이 한 편의 뮤지컬처럼 펼쳐졌다. 음악은 통산 10회 그래미 수상에 빛나는 존 레전드가 피처링했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600명의 유명인사가 참석한 결혼 피로연 파티는 쉽게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현지 언론과 각종 웹사이트들은 참석자들의 인스타그램Instagram을 통해 전해진 의상과 공연, 음식 등 화려한 피로연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보였다.

결혼식 초대장부터 예사롭지 않았는데 목걸이와 2단으로 된 꽃 상자에 30만 루피(약 470만 원)어치의 보석도 포함돼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이 소식통을 통해 추산한 결혼식 행사비용은 1억 달러(1,130억 원)가량이다.


'자산 50조' 아시아 최고 갑부 가문 외동딸

화려한 결혼의 주인공은 인도 최대 민간기업인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스(Reliance Industries Limited, RIL)의 회장 무케시 암바니의 딸 이샤 암바니(27)와 또 다른 인도 억만장자인 아자이 피라말의 아들 아난드 피라말(31)이다.

암바니 가문은 지난해 미국 경제전문매체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 50대 부호 가문'에서 삼성을 제치고 아시아 최고 부호 가문 1위를 차지했다. 2017년 11월 3일 기준 자산보유액이 448억 달러(50조 5천억 원)다.

무케시 회장은 인도를 대표하는 경영자다. 포브스가 발표한 2018년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서는 19위에 이름이 올랐다. 중국 알리바바의 마윈회장도 (20위) 제쳤다. 인도 최고 부자 자리는 12년째 유지하고 있다.

RIL는 석유와 가스를 주력으로 하지만 인도에서 가장 큰 유통업체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고 전력, 금융, 바이오, 방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2016년 설립된 릴라이언스 지오는 인도의 4세대(4G) 통신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 상반기 가입자 2억 명을 돌파하며 인도 최대 통신기업으로도 도약하는 중이다.

외동딸 이샤는 미국 아이비리그 출신으로 RIL의 통신사업 진출을 맡는 등 일찌감치 후계자 수업을 받아왔다. 2015년 포브스가 선정한 '주목할만 한 아시아 여성'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암바니 회장의 뭄바이 저택. 27층(실제 60층 높이)으로 헬기 이착륙장, 비행기 격납고, 영화관 등을 갖추고 있으며 직원 600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암바니 회장의 뭄바이 저택. 27층(실제 60층 높이)으로 헬기 이착륙장, 비행기 격납고, 영화관 등을 갖추고 있으며 직원 600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돈 피라말 가문도 억만장자

암바니 가문과 맺어질 피라말 가문 역시 인도 재벌이다.

피라말 그룹(Piramal Group)은 헬스케어와 제약, 금융 분야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아자이 피라말 회장은 자산 49억 달러로, 포브스 2018년 세계 억만장자 순위 404위에 올랐다. 아들인 아난드 피라말 역시 2011년부터 그룹에서 일하고 있는데 피라말 부동산을 설립해 뭄바이 인근 지역 개발에 집중하며 또다른 부를 축적하고 있다.

상위 10%부자들이 국가 소득 절반 이상을 가져가는 나라

이번 혼사로 이들 가문의 영향력은 인도 산업 전반으로 뻗어나가게 됐다. 13억 인도 시장을 바라보는 글로벌 기업들의 축하가 경쟁처럼 이뤄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제 성장으로 억만장자가 늘고 있는 인도는 부가 더 많은 부를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불평등은 심각하다. 인도 상위 10% 부자들이 국가 전체 소득의 55%를 가져간다.(2016년 기준, 세계 불평등 데이터베이스) 세계에서 단일 국가 가운데 브라질과 함께 불평등 수준이 가장 심각하다.

이런 구조를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의식한걸까? 두 가문은 결혼식 축제 기간 자선 행사를 열었다. 7일부터 10일까지 매일 세 번씩 5천 명분의 식사를 대접했다.


가디언은 "수백만 명이 끔찍한 빈곤 속에서 살아가는 인도에서 초호화 결혼식의 모든 과정이 철저한 계획에 따라 이뤄졌다"고 일침을 가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상상을 초월한 아시아인 부자들을 다룬 미국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Crazy Rich Asians'을 빗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결혼식 중 하나가 될 지 모를 이 결혼식은 부자 아시아인들을 부끄럽게 만들 수 있다"고 비꼬았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글로벌 돋보기] 1억 달러? 어느 ‘Crazy Rich 웨딩’
    • 입력 2018-12-11 17:00:38
    글로벌 돋보기
▲ 무케시 암바니(가운데 남성), 아이샤 암바니(맨 오른쪽 여성)

인도에 집결한 글로벌기업 CEO, 힐러리 그리고 비욘세

인도 북서부의 도시 우다이푸르(Udaipur)의 마하라나 푸랏 공항. 토요일이었던 지난 8일 평소보다 4배나 많은 100여 대의 비행기가 공항에 도착했다. 정기편도 아닌 특별 전세기였다.

공항 안팎의 경계는 삼엄했다. 비행기가 내릴 때마다 경호원들은 '손님'을 에워싸고 신속하게 이동시켰다. 공항 밖에는 흰색 유니폼을 입고 터번을 두른 운전사가 럭셔리 세단을 대기시켜놓고 있었다. 로이터는 우다이푸르 공항 소식통을 인용해 5일 동안 세관과 입국심사대가 임시로 운영된다고 보도했다.

공항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입국자는 2016년 미국 대선주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미국 팝가수 비욘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었다.

이날 뭄바이(Mumbai) 공항도 비상이 걸린 것은 마찬가지였다. 인디아 타임스 등 현지 언론은 이날 하루 1,004편의 항공기가 뭄바이 공항을 이용했는데 이는 하루 최고 운송실적이라고 전했다. 군용기 석 대도 뭄바이 공항을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뭄바이 공항의 기존 최고 실적은 지난 6월 폭풍우가 뉴델리를 강타했을 때 기록한 하루 1,003편이다.)

공항에 도착한 '손님'들은 정치와 경제, 스포츠, 연예, 미디어를 망라한 세계 유명 인사들이었다.

철강왕 락시미 미탈, 존 케리 전 미국 국무장관, 아리아나 허핑턴허피텅포스트미디어 그룹 회장, 제임스 머독 21세기폭스 최고경영자, 미국 팝가수 비욘세, 광고 업게 거물 마틴 소렐을 비롯해 에릭슨, HP, 퀄컴 등 IT기업과 JP모건, 골드만 삭스 등 금융기업, 영국 최대 석유화학기업 BP의 고위 경영진까지...세계의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모인 이유는 결혼식 때문이었다.

결혼식 피로연에 참석한 힐러리 클린턴 前미 국무장관(가운데)
최고로 화려하게! 1억 달러짜리 결혼식

결혼식은 12일 뭄바이에서 열리지만 그에 앞서 우다이푸르의 한 호텔에서는 사흘 동안 피로연이 이어졌다.

가수 비욘세 콘서트를 비롯해 인도 볼리우드(뭄바이의 옛 지명인 봄베이(Bombay)와 할리우드(Hollywood)의 합성어) 스타들의 공연이 한 편의 뮤지컬처럼 펼쳐졌다. 음악은 통산 10회 그래미 수상에 빛나는 존 레전드가 피처링했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600명의 유명인사가 참석한 결혼 피로연 파티는 쉽게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현지 언론과 각종 웹사이트들은 참석자들의 인스타그램Instagram을 통해 전해진 의상과 공연, 음식 등 화려한 피로연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보였다.

결혼식 초대장부터 예사롭지 않았는데 목걸이와 2단으로 된 꽃 상자에 30만 루피(약 470만 원)어치의 보석도 포함돼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이 소식통을 통해 추산한 결혼식 행사비용은 1억 달러(1,130억 원)가량이다.


'자산 50조' 아시아 최고 갑부 가문 외동딸

화려한 결혼의 주인공은 인도 최대 민간기업인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스(Reliance Industries Limited, RIL)의 회장 무케시 암바니의 딸 이샤 암바니(27)와 또 다른 인도 억만장자인 아자이 피라말의 아들 아난드 피라말(31)이다.

암바니 가문은 지난해 미국 경제전문매체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 50대 부호 가문'에서 삼성을 제치고 아시아 최고 부호 가문 1위를 차지했다. 2017년 11월 3일 기준 자산보유액이 448억 달러(50조 5천억 원)다.

무케시 회장은 인도를 대표하는 경영자다. 포브스가 발표한 2018년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서는 19위에 이름이 올랐다. 중국 알리바바의 마윈회장도 (20위) 제쳤다. 인도 최고 부자 자리는 12년째 유지하고 있다.

RIL는 석유와 가스를 주력으로 하지만 인도에서 가장 큰 유통업체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고 전력, 금융, 바이오, 방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2016년 설립된 릴라이언스 지오는 인도의 4세대(4G) 통신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 상반기 가입자 2억 명을 돌파하며 인도 최대 통신기업으로도 도약하는 중이다.

외동딸 이샤는 미국 아이비리그 출신으로 RIL의 통신사업 진출을 맡는 등 일찌감치 후계자 수업을 받아왔다. 2015년 포브스가 선정한 '주목할만 한 아시아 여성'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암바니 회장의 뭄바이 저택. 27층(실제 60층 높이)으로 헬기 이착륙장, 비행기 격납고, 영화관 등을 갖추고 있으며 직원 600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돈 피라말 가문도 억만장자

암바니 가문과 맺어질 피라말 가문 역시 인도 재벌이다.

피라말 그룹(Piramal Group)은 헬스케어와 제약, 금융 분야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아자이 피라말 회장은 자산 49억 달러로, 포브스 2018년 세계 억만장자 순위 404위에 올랐다. 아들인 아난드 피라말 역시 2011년부터 그룹에서 일하고 있는데 피라말 부동산을 설립해 뭄바이 인근 지역 개발에 집중하며 또다른 부를 축적하고 있다.

상위 10%부자들이 국가 소득 절반 이상을 가져가는 나라

이번 혼사로 이들 가문의 영향력은 인도 산업 전반으로 뻗어나가게 됐다. 13억 인도 시장을 바라보는 글로벌 기업들의 축하가 경쟁처럼 이뤄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제 성장으로 억만장자가 늘고 있는 인도는 부가 더 많은 부를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불평등은 심각하다. 인도 상위 10% 부자들이 국가 전체 소득의 55%를 가져간다.(2016년 기준, 세계 불평등 데이터베이스) 세계에서 단일 국가 가운데 브라질과 함께 불평등 수준이 가장 심각하다.

이런 구조를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의식한걸까? 두 가문은 결혼식 축제 기간 자선 행사를 열었다. 7일부터 10일까지 매일 세 번씩 5천 명분의 식사를 대접했다.


가디언은 "수백만 명이 끔찍한 빈곤 속에서 살아가는 인도에서 초호화 결혼식의 모든 과정이 철저한 계획에 따라 이뤄졌다"고 일침을 가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상상을 초월한 아시아인 부자들을 다룬 미국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Crazy Rich Asians'을 빗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결혼식 중 하나가 될 지 모를 이 결혼식은 부자 아시아인들을 부끄럽게 만들 수 있다"고 비꼬았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