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강릉선 KTX에 블랙박스 한 대도 없었다…선로 인근 CCTV도 ‘먹통’

입력 2018.12.11 (18:41) 수정 2018.12.11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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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사고의 정확한 원인 조사를 위해 열차 운전석에 블랙박스 설치가 의무화돼 있지만, 탈선 사고가 난 강릉선 열차들에는 단 한 대도 설치되지 않았던 사실이 KBS 취재 결과 드러났습니다.

코레일의 한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강릉선을 다니는 총 15대의 KTX에 아직까지 블랙박스가 한 대도 설치되지 않았다"고 시인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강릉선 열차에 블랙박스를 설치하기 위한 준비는 지난해 8월 정도부터 했지만 계획 수립과 입찰 공고, 업체 선정 등의 과정이 전체적으로 지연됐다"면서 "강릉선 블랙박스 구매 계약은 지난달 30일에야 체결됐다"고 말했습니다.

철도안전법 39조는 철도사고가 났을 때 신속하고 정확한 상황 파악을 위해 철도 차량에 영상기록장치, 즉 블랙박스 장착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이 내용을 담은 철도안전법 개정안은 지난해 1월 20일부터 시행됐습니다.

강릉선은 이 개정안이 시행된 지 1년여 뒤인 지난해 12월에 개통됐지만, 블랙박스를 장착하지 않은 채1년 동안 운행한 것입니다.

강릉선을 다니는 KTX는 모두 15대로, 규정대로라면 코레일은 열차의 맨 앞과 맨 뒤쪽에 위치한 운전실에 블랙박스를 각각 한 대씩, 모두 30대 설치해야 합니다.

현재 코레일이 운영하는 70대의 경부선·호남선 KTX를 비롯해 디젤 전기동차 등엔 모두 1200여 대의 블랙박스가 설치돼있지만, 강릉선 KTX는 예외였던 것입니다.

한편, 탈선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21B 선로전환기' 바로 옆에 달려있던 CCTV는 공교롭게도 사고 전날 꺼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사고 당시 상황 파악을 위해 CCTV 수거를 하러 현장에 갔었지만, 21B 선로전환기 인근에 위치한 CCTV가 꺼져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해당 CCTV의 전원 장치가 사고 전날 꺼진 것으로 파악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완수 의원(자유한국당)은 "운전 조작과 전방 상황을 촬영해 철도 사고 조사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블랙박스 설치를 법으로 의무화했지만, 강릉선 KTX 열차에서는 하나도 지키지 않아 안전 불감증만 높아지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코레일의 운영 체계에 총체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난 만큼, 안전 시스템의 재검토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국토교통부 산하 철도특별사법경찰대는 강릉선 열차 블랙박스 미설치와 인근 CCTV가 작동하지 않은 경위에 대해 코레일 책임자들을 상대로 조사하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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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8-12-11 18:4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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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사고의 정확한 원인 조사를 위해 열차 운전석에 블랙박스 설치가 의무화돼 있지만, 탈선 사고가 난 강릉선 열차들에는 단 한 대도 설치되지 않았던 사실이 KBS 취재 결과 드러났습니다.

코레일의 한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강릉선을 다니는 총 15대의 KTX에 아직까지 블랙박스가 한 대도 설치되지 않았다"고 시인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강릉선 열차에 블랙박스를 설치하기 위한 준비는 지난해 8월 정도부터 했지만 계획 수립과 입찰 공고, 업체 선정 등의 과정이 전체적으로 지연됐다"면서 "강릉선 블랙박스 구매 계약은 지난달 30일에야 체결됐다"고 말했습니다.

철도안전법 39조는 철도사고가 났을 때 신속하고 정확한 상황 파악을 위해 철도 차량에 영상기록장치, 즉 블랙박스 장착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이 내용을 담은 철도안전법 개정안은 지난해 1월 20일부터 시행됐습니다.

강릉선은 이 개정안이 시행된 지 1년여 뒤인 지난해 12월에 개통됐지만, 블랙박스를 장착하지 않은 채1년 동안 운행한 것입니다.

강릉선을 다니는 KTX는 모두 15대로, 규정대로라면 코레일은 열차의 맨 앞과 맨 뒤쪽에 위치한 운전실에 블랙박스를 각각 한 대씩, 모두 30대 설치해야 합니다.

현재 코레일이 운영하는 70대의 경부선·호남선 KTX를 비롯해 디젤 전기동차 등엔 모두 1200여 대의 블랙박스가 설치돼있지만, 강릉선 KTX는 예외였던 것입니다.

한편, 탈선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21B 선로전환기' 바로 옆에 달려있던 CCTV는 공교롭게도 사고 전날 꺼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사고 당시 상황 파악을 위해 CCTV 수거를 하러 현장에 갔었지만, 21B 선로전환기 인근에 위치한 CCTV가 꺼져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해당 CCTV의 전원 장치가 사고 전날 꺼진 것으로 파악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완수 의원(자유한국당)은 "운전 조작과 전방 상황을 촬영해 철도 사고 조사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블랙박스 설치를 법으로 의무화했지만, 강릉선 KTX 열차에서는 하나도 지키지 않아 안전 불감증만 높아지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코레일의 운영 체계에 총체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난 만큼, 안전 시스템의 재검토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국토교통부 산하 철도특별사법경찰대는 강릉선 열차 블랙박스 미설치와 인근 CCTV가 작동하지 않은 경위에 대해 코레일 책임자들을 상대로 조사하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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