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장은 ‘회계관계직원’일까?”…전직 대통령들이 던지는 질문

입력 2018.12.11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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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장은 '회계관계직원'이 아니다" 오늘(11일) 남재준 등 전직 국정원장들의 '특활비 상납 혐의' 항소심 선고에서 재판부가 내린 판단입니다.

이명박·박근혜,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특활비 수수 혐의 항소심 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지금 이 짧은 문장때문에 다시금 전직 대통령들의 재판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회계관계직원, 그리고 가중처벌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선 '회계관계직원'의 법적 의미부터 살펴보아야 합니다. 먼저 <회계관계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 제 2조를 보겠습니다. 이 법률 조항은 '국가의 회계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을 회계관계직원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 5조는 이같은 '회계관계직원'이 횡령 등을 통해 국고에 손실을 입힐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른 업무종사자에 비해 더 큰 책임을 묻는겁니다.

두 조항을 조합하면 '국가의 회계사무를 처리하는 회계관계직원이 국고에 손실을 입히면 가중처벌을 받게 된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여기서 질문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국정원장'은 '회계관계직원'에 포함 될까요?

국정원장은 회계관계직원일까?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장을 지낸 김성호·원세훈 전 원장, 그리고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장을 지낸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원장에 대해 법원은 지금까지 모두 '회계관계직원'이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국정원장이 국정원의 업무를 총괄하고 직원들을 감독할 뿐만아니라 예산에 대한 회계검사도 하게 되어있는데, 이 같은 점을 감안하면 국정원장을 국정원 회계사무에 관한 최종적인 감독·승인 업무를 담당하는 회계관계직원으로 봐야 한다는겁니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전직 국정원장들은 대통령에게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정원장 역시 회계관계직원이라고 판단한 법원은 이들이 국고에 손실을 입혔다고 보고 앞서 본 법률 조항에 따라 가중처벌했습니다. 일반적인 횡령 범죄보다 더 무겁게 처벌한겁니다.

회계관계직원에 대한 판단, 그리고 대통령과의 공모관계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바로 전직 국정원장들과 전직 대통령들 사이의 공모관계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김성호·원세훈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특활비를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원장으로부터 특활비를 상납받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앞선 재판에서 법원은 대통령과 국정원장 사이의 공모관계를 인정했습니다. 국정원장들의 국고 손실 범행에 가담했다는겁니다. 이렇게 되면 두 명의 전직 대통령들에게도 특가법상 국고손실 죄가 적용됩니다.

전직 대통령들은 모두 국정원장은 회계관계직원이 아니고, 따라서 특가법상 국고 손실죄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국정원장은 회계관계직원이 아니다"

그런데 오늘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원장의 항소심 재판부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판단을 내놨습니다. 국정원장은 회계관계직원이 아니라고 판단한겁니다.

"중앙관서장이 회계관계 업무를 공무원에게 위임한 경우, 회계관계직원은 그 소속 공무원이 되는 것이지 중앙관서장 본인이 회계관계직원이 되는 것이 아니다."

항소심을 담당한 서울고등법원 형사3부의 설명입니다. 국정원장으로부터 재무관리 업무 등을 위임받은 기조실장은 회계관계직원으로 볼 수 있지만, 국정원장은 본인은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이에 따라 전직 국정원장들에게 특가법상 국고 손실죄가 아닌 일반적인 횡령죄에 따른 형이 선고됐습니다. 징역형이 선고되긴 했지만 가중 처벌을 피하면서 형이 가벼워져 세 명 모두 1심보다 1년씩 감형됐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재판에 영향 미칠까?

오늘 내려진 이 같은 판결이 이명박·박근혜, 두 명의 전직 대통령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앞서 설명한 회계관계직원 관련 법률 조항들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게 해달라고 담당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서에서 변호인은 "회계관계직원의 의미가 불분명하고 지나치게 포괄적·추상적이어서 해석하는 사람의 가치관·윤리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특가법 5조의 구성요건을 지나치게 확대할 수 있는 위험 및 불명확성을 야기한다"고 밝혔습니다.

"입법 취지 등에 비추어보면 회계관계직원의 의미는 최대한 엄격하게 해석함으로써 금전출납을 직접적으로 담당하는 직원에 국한되는 것이 타당하다"고도 밝혔습니다.

결국 국정원장을 회계관계직원으로 보고, 그 공범인 이 전 대통령에게도 특가법상 국고손실죄를 적용한 것이 잘못됐다는 취지입니다.

만일 남은 재판 과정에서 국정원장은 회계관계직원이 아니라는 전직 대통령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형량도 다소 가벼워질 것이라는게 법조계 분석입니다.

과연 두 대통령의 재판을 심리하는 재판부는 어떻게 판단할까요?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 절차는 내일(12일) 시작됩니다. 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은 아직 첫 재판기일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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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정원장은 ‘회계관계직원’일까?”…전직 대통령들이 던지는 질문
    • 입력 2018-12-11 18:54:13
    사회
"국정원장은 '회계관계직원'이 아니다" 오늘(11일) 남재준 등 전직 국정원장들의 '특활비 상납 혐의' 항소심 선고에서 재판부가 내린 판단입니다.

이명박·박근혜,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특활비 수수 혐의 항소심 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지금 이 짧은 문장때문에 다시금 전직 대통령들의 재판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회계관계직원, 그리고 가중처벌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선 '회계관계직원'의 법적 의미부터 살펴보아야 합니다. 먼저 <회계관계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 제 2조를 보겠습니다. 이 법률 조항은 '국가의 회계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을 회계관계직원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 5조는 이같은 '회계관계직원'이 횡령 등을 통해 국고에 손실을 입힐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른 업무종사자에 비해 더 큰 책임을 묻는겁니다.

두 조항을 조합하면 '국가의 회계사무를 처리하는 회계관계직원이 국고에 손실을 입히면 가중처벌을 받게 된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여기서 질문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국정원장'은 '회계관계직원'에 포함 될까요?

국정원장은 회계관계직원일까?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장을 지낸 김성호·원세훈 전 원장, 그리고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장을 지낸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원장에 대해 법원은 지금까지 모두 '회계관계직원'이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국정원장이 국정원의 업무를 총괄하고 직원들을 감독할 뿐만아니라 예산에 대한 회계검사도 하게 되어있는데, 이 같은 점을 감안하면 국정원장을 국정원 회계사무에 관한 최종적인 감독·승인 업무를 담당하는 회계관계직원으로 봐야 한다는겁니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전직 국정원장들은 대통령에게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정원장 역시 회계관계직원이라고 판단한 법원은 이들이 국고에 손실을 입혔다고 보고 앞서 본 법률 조항에 따라 가중처벌했습니다. 일반적인 횡령 범죄보다 더 무겁게 처벌한겁니다.

회계관계직원에 대한 판단, 그리고 대통령과의 공모관계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바로 전직 국정원장들과 전직 대통령들 사이의 공모관계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김성호·원세훈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특활비를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원장으로부터 특활비를 상납받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앞선 재판에서 법원은 대통령과 국정원장 사이의 공모관계를 인정했습니다. 국정원장들의 국고 손실 범행에 가담했다는겁니다. 이렇게 되면 두 명의 전직 대통령들에게도 특가법상 국고손실 죄가 적용됩니다.

전직 대통령들은 모두 국정원장은 회계관계직원이 아니고, 따라서 특가법상 국고 손실죄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국정원장은 회계관계직원이 아니다"

그런데 오늘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원장의 항소심 재판부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판단을 내놨습니다. 국정원장은 회계관계직원이 아니라고 판단한겁니다.

"중앙관서장이 회계관계 업무를 공무원에게 위임한 경우, 회계관계직원은 그 소속 공무원이 되는 것이지 중앙관서장 본인이 회계관계직원이 되는 것이 아니다."

항소심을 담당한 서울고등법원 형사3부의 설명입니다. 국정원장으로부터 재무관리 업무 등을 위임받은 기조실장은 회계관계직원으로 볼 수 있지만, 국정원장은 본인은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이에 따라 전직 국정원장들에게 특가법상 국고 손실죄가 아닌 일반적인 횡령죄에 따른 형이 선고됐습니다. 징역형이 선고되긴 했지만 가중 처벌을 피하면서 형이 가벼워져 세 명 모두 1심보다 1년씩 감형됐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재판에 영향 미칠까?

오늘 내려진 이 같은 판결이 이명박·박근혜, 두 명의 전직 대통령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앞서 설명한 회계관계직원 관련 법률 조항들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게 해달라고 담당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서에서 변호인은 "회계관계직원의 의미가 불분명하고 지나치게 포괄적·추상적이어서 해석하는 사람의 가치관·윤리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특가법 5조의 구성요건을 지나치게 확대할 수 있는 위험 및 불명확성을 야기한다"고 밝혔습니다.

"입법 취지 등에 비추어보면 회계관계직원의 의미는 최대한 엄격하게 해석함으로써 금전출납을 직접적으로 담당하는 직원에 국한되는 것이 타당하다"고도 밝혔습니다.

결국 국정원장을 회계관계직원으로 보고, 그 공범인 이 전 대통령에게도 특가법상 국고손실죄를 적용한 것이 잘못됐다는 취지입니다.

만일 남은 재판 과정에서 국정원장은 회계관계직원이 아니라는 전직 대통령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형량도 다소 가벼워질 것이라는게 법조계 분석입니다.

과연 두 대통령의 재판을 심리하는 재판부는 어떻게 판단할까요?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 절차는 내일(12일) 시작됩니다. 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은 아직 첫 재판기일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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