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KTX 탈선’ 교신기록 공개…사고 28분 전 “이상 신호 감지”

입력 2018.12.12 (08:33) 수정 2018.12.12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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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전 7시 35분 발생한 서울행 806호 KTX 산천 열차의 탈선 사고 전후 상황이 자세하게 담긴 관제 녹취록이 공개됐습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이헌승 의원이 코레일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사고 당시 관제 녹취록에는 당일 선로 이상 신호가 감지된 오전 7시 7분부터 806 열차가 탈선된 직후인 7시 36분까지 29분간 상황이 기록돼 있습니다. 교신은 서울 구로구 철도교통관제센터와 강릉역, 강릉기지, 열차의 4각 체제로 이뤄졌습니다.

사고 당일 오전 7시 7분. 강릉기지 관제사가 "선로전환기 이상 신호를 감지했다"고 말하면서 상황이 시작됩니다.

당시 고장은 강릉역에서 서울로 향하는 방향의 철길에 설치된 선로전환기에서 발생했지만, 고장 신호는 인근 강릉 차량기지를 오가는 철로에 있는 선로전환기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경보시스템과 연결되는 두 선로전환기의 회로가 뒤바뀌어 끼워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구로 관제사는 깜짝 놀란 듯 "큰일 났네, 이거"라며 "H1636 열차가 강릉에서 8시 13분 출발해야 하는데 이것부터 (차량기지에서) 못 나오고 있고, 그다음에는 D1691이 있다"고 말합니다. 'H'는 차량기지에서 나가는 차량을, 'D'는 기지로 들어가는 차량을 뜻하는 기호로 이들 차량은 영동선을 오가는 일반 열차입니다. H1636이 운행하려면 차량기지에서 나와 강릉역으로 갔다가 출발해야 하는데 고장 때문에 차량기지에서 나오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이들은 바로 차량기지 쪽 선로전환기에 초기대응팀 등 역무원을 급파합니다.

구로 관제사는 역무원이 직접 선로전환기를 제어하는 작업을 뜻하는 '수동취급'을 할 준비까지 하라고 당부합니다.

이후 7시 17분, 구로 관제사가 화제를 바꿔 강릉역에 "806 열차가 나가는 데는 지장이 없느냐"고 묻습니다. 서울행 806 열차는 이미 강릉역에서 출발 대기 중이었습니다.

강릉역 관제사는 "아 이것은 보낼 수 있다, 신호에서 그렇게 얘기했다"고 답합니다. 806 열차가 달려갈 철길의 선로전환기가 고장 난 상태였지만 아무도 이 사실을 알지 못한 것입니다.

이후 이들의 관심은 다시 아무 이상 없는 차량기지 쪽 선로전환기로 쏠렸습니다.

이들은 806 열차가 출발하자마자 수동취급으로 선로전환기를 조작해 H1636 열차부터 차량기지에서 출고시키자는 의논을 합니다. 수동취급에 필요한 승인번호를 주고받거나 작업에 필요한 '지도권'과 '지도표' 등을 준비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그러다 7시 26분, 강릉역에 대기 중이던 806호 기장이 '출발감속'이라고 외칩니다. 출발감속은 역에서 이 열차가 출발해도 좋다는 신호등이 떴다는 뜻의 용어입니다. 바로 앞 철길이 어긋나 있지만 이를 알리는 경보가 없으니 출발 신호가 뜬 것입니다.

이 열차는 7시 30분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관제사들은 7시 34분까지 계속 차량기지 쪽 선로전환기의 수동조작을 어떻게 할지에만 몰두했습니다.

7시 35분. 806호 기장이 관제사들을 두 차례 불렀습니다.

806 열차가 시속 105㎞로 속도를 내다 서울방향 선로전환기 인근에서 탈선한 후였습니다. 철로에서 튕겨 나온 열차는 차량기지 쪽 선로전환기에서 고장을 확인하던 강릉역 역무팀장 윤모씨를 덮쳐 윤씨가 부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기장은 "분기선에 가다가 열차가 탈선했다"는 교신을 합니다. 그제야 구로 관제센터와 강릉역에서는 열차가 탈선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강릉역 관제사는 믿기지 않는 듯 "806 열차, 열차 탈선했다고 했습니까"라며 되묻습니다.

강릉기지 관제사도 사태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806 열차가 올라가다가 탈선했다고 합니다. 기지에서 뭐… 진로를 만진 모양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헌승 의원은 "사고 28분 전에 고장 신호가 감지돼 조금만 더 현장에서 판단을 잘 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지만 아무도 열차를 중지시키지 못했다"며 "이에 대해 국토부가 제대로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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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12 08:33:06
    • 수정2018-12-12 08:3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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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전 7시 35분 발생한 서울행 806호 KTX 산천 열차의 탈선 사고 전후 상황이 자세하게 담긴 관제 녹취록이 공개됐습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이헌승 의원이 코레일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사고 당시 관제 녹취록에는 당일 선로 이상 신호가 감지된 오전 7시 7분부터 806 열차가 탈선된 직후인 7시 36분까지 29분간 상황이 기록돼 있습니다. 교신은 서울 구로구 철도교통관제센터와 강릉역, 강릉기지, 열차의 4각 체제로 이뤄졌습니다.

사고 당일 오전 7시 7분. 강릉기지 관제사가 "선로전환기 이상 신호를 감지했다"고 말하면서 상황이 시작됩니다.

당시 고장은 강릉역에서 서울로 향하는 방향의 철길에 설치된 선로전환기에서 발생했지만, 고장 신호는 인근 강릉 차량기지를 오가는 철로에 있는 선로전환기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경보시스템과 연결되는 두 선로전환기의 회로가 뒤바뀌어 끼워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구로 관제사는 깜짝 놀란 듯 "큰일 났네, 이거"라며 "H1636 열차가 강릉에서 8시 13분 출발해야 하는데 이것부터 (차량기지에서) 못 나오고 있고, 그다음에는 D1691이 있다"고 말합니다. 'H'는 차량기지에서 나가는 차량을, 'D'는 기지로 들어가는 차량을 뜻하는 기호로 이들 차량은 영동선을 오가는 일반 열차입니다. H1636이 운행하려면 차량기지에서 나와 강릉역으로 갔다가 출발해야 하는데 고장 때문에 차량기지에서 나오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이들은 바로 차량기지 쪽 선로전환기에 초기대응팀 등 역무원을 급파합니다.

구로 관제사는 역무원이 직접 선로전환기를 제어하는 작업을 뜻하는 '수동취급'을 할 준비까지 하라고 당부합니다.

이후 7시 17분, 구로 관제사가 화제를 바꿔 강릉역에 "806 열차가 나가는 데는 지장이 없느냐"고 묻습니다. 서울행 806 열차는 이미 강릉역에서 출발 대기 중이었습니다.

강릉역 관제사는 "아 이것은 보낼 수 있다, 신호에서 그렇게 얘기했다"고 답합니다. 806 열차가 달려갈 철길의 선로전환기가 고장 난 상태였지만 아무도 이 사실을 알지 못한 것입니다.

이후 이들의 관심은 다시 아무 이상 없는 차량기지 쪽 선로전환기로 쏠렸습니다.

이들은 806 열차가 출발하자마자 수동취급으로 선로전환기를 조작해 H1636 열차부터 차량기지에서 출고시키자는 의논을 합니다. 수동취급에 필요한 승인번호를 주고받거나 작업에 필요한 '지도권'과 '지도표' 등을 준비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그러다 7시 26분, 강릉역에 대기 중이던 806호 기장이 '출발감속'이라고 외칩니다. 출발감속은 역에서 이 열차가 출발해도 좋다는 신호등이 떴다는 뜻의 용어입니다. 바로 앞 철길이 어긋나 있지만 이를 알리는 경보가 없으니 출발 신호가 뜬 것입니다.

이 열차는 7시 30분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관제사들은 7시 34분까지 계속 차량기지 쪽 선로전환기의 수동조작을 어떻게 할지에만 몰두했습니다.

7시 35분. 806호 기장이 관제사들을 두 차례 불렀습니다.

806 열차가 시속 105㎞로 속도를 내다 서울방향 선로전환기 인근에서 탈선한 후였습니다. 철로에서 튕겨 나온 열차는 차량기지 쪽 선로전환기에서 고장을 확인하던 강릉역 역무팀장 윤모씨를 덮쳐 윤씨가 부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기장은 "분기선에 가다가 열차가 탈선했다"는 교신을 합니다. 그제야 구로 관제센터와 강릉역에서는 열차가 탈선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강릉역 관제사는 믿기지 않는 듯 "806 열차, 열차 탈선했다고 했습니까"라며 되묻습니다.

강릉기지 관제사도 사태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806 열차가 올라가다가 탈선했다고 합니다. 기지에서 뭐… 진로를 만진 모양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헌승 의원은 "사고 28분 전에 고장 신호가 감지돼 조금만 더 현장에서 판단을 잘 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지만 아무도 열차를 중지시키지 못했다"며 "이에 대해 국토부가 제대로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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