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택시업계 강경투쟁 돌입…벼랑 끝 ‘택시’ vs ‘카풀’

입력 2018.12.12 (08:33) 수정 2018.12.12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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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그제였죠.

'카카오 카풀' 시행에 반대하는 택시기사가 국회 앞에서 분신해 숨졌습니다.

카카오 측이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지 불과 나흘 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카카오 카풀을 둘러싼 갈등은 해결의 실마리는 커녕 오히려 극한 대결로 치닫고 있습니다.

택시 업계는 오는 20일, 10만 명 규모의 3차 집회를 예고하며 총공세에 나섰는데요,

어떤 상황인지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어제 오후 경기도의 한 장례식장입니다.

카카오 카풀 서비스 철회를 주장하며 분신해 숨진 택시기사 최 모 씨의 빈소가 뒤늦게 차려졌습니다.

[김희열/동료 택시기사 : "안타깝죠. 두말할 것도 없이 같은 동료였고 오랫동안 8년 이상을 같이 근무를 했고. 말리지 못한 것이 더욱 안타깝고……."]

최 씨는 지난 8년간 그저 묵묵히 운전대를 잡아왔던 그런 기사였다고 동료들은 말합니다.

[동료 택시기사/음성변조 : "아들 하나 딸 하나 있고 전부 다 결혼을 시켰어요. 손녀까지 보고 그런 상황이고. 저희들도 엄청 당황스럽죠. 회사에 말썽도 없었고……. 망연자실하다 그럴까? 그런 거죠."]

그랬던 최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그제, 한 동료는 오전부터 울분을 토하는 최 씨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김희열/동료 택시기사 : "카카오 카풀 시범서비스가 시작됐잖아요. 뉴스를 보고 굉장히 화가 나고 분개해서 본인이 전화를 해서 그런 것을 참지 못하겠다. 분신이라도 하고 싶다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대화를 나누며 최 씨의 마음을 겨우 달랬나 싶었는데 몇 시간 뒤 심상치 않은 목소리로 다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김희열/동료 택시기사 : "오후에 전화가 갑자기 와서 국회 앞이라고. 많은 대화를 했어요. 상황이 안 좋아 보이고 심각해 보여서 112에 바로 신고를 했는데……."]

김 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국회 정문 앞으로 서행하는 수상한 택시 한 대를 발견했습니다.

바로 최 씨가 모는 택시였습니다.

기름 냄새가 차량 밖까지 나는데다 차량 조수석엔 휘발유통 같은 것도 보였습니다.

하지만 최 씨는 경찰의 검문을 피해 차량을 몰고 5백여 미터 이동한 뒤 온몸에 기름을 끼얹고 불을 붙였습니다.

[이주수/영등포소방서 : "소방서에서 도착했을 때는 이미 (진화가) 다 끝난 상황이었고요. 호흡과 맥박은 있었고요. 말하거나 이런 상황은 아니었고요. 호흡으로도 (불길이) 들어갔을 거고 노출되는 (신체는) 다 화상을 입었을 거고요."]

인근 병원으로 급히 이송돼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최 씨는 끝내 숨졌습니다.

택시노조 측은 최 씨가 숨진 뒤 마지막 심정을 남긴 유서를 공개했습니다.

카풀이라는 두 글자 아래 써내려간 유서에는 카풀이 무산될 때까지 투쟁을 바란다며 카카오 카풀에 대한 반대로 가득했습니다.

[이원형/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서울지역본부의장 : "택시근로자들 관련해서 애로사항, 힘든 부분 적어놨고요. 카풀 관련돼서 반대한다는 그런 내용이죠."]

최 씨는 앞선 10월과 지난달에도 카카오 카풀 시행을 반대하는 택시업계의 대규모 집회에도 참석해 서비스 시행을 반대해왔다고 하는데요.

[이원형/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서울지역본부의장 : "1차 광화문 집회하고 2차 여의도 집회, 그전에 판교 카카오본사 앞에서 두 차례에 걸쳐서 약식 집회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카풀 서비스 시행을 앞두고 택시 업계의 반대는 오랜 기간 이어져왔는데요.

카카오 측과 택시업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논의를 함께 해왔지만 이렇다할 상생안은 마련되지 못했습니다.

결국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지난 7일 카카오 카풀이 시범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택시 기사들의 불만은 더욱 커졌는데요.

왜 그랬을까요?

[택시기사/음성변조 : "예전 같으면 연말이면 택시잡기가 힘들었는데 (요즘은) 입금하기 하루하루 힘드니까……."]

[택시기사/음성변조 : "한 달에 (매일) 15~20만 원 입금하던 걸 지금 7만 원도 안 돼 7만 원도. 그러니까 반으로 확 줄어버리는데. 15시간씩 운행을 해도 그렇게 못 버는 입장인데..."]

특히, 장거리 운행은 카풀 시행 이후 직격탄을 맞았다고 합니다.

[택시기사/음성변조 : "장거리 손님은 3분의 1도 안되게 떨어져. 인천공항 같은 데는 한 달에 한두 번 가던 것도 없어요. 싹 끊겼어요. 수도권, 부천, 고양, 일산하고 신도시. 여하튼 다 줄었어."]

[김희열/택시기사 : "우리도 뭐 심지어는 택시 그만두고 자가용 사서 카풀해야 되지 않냐 이야기가 돌 정도로 심각한 화제예요. 앞으로 더 활성화가 된다면 택시업계는 다 죽어요."]

택시기사 최 씨의 분신 사망으로 일반 시민들도 양측의 대립이 원만히 해결되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은데요.

[김문년/경북 안동시 : "입법기관이 함께 고민을 하고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돼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고귀한 삶이 희생되지 않도록 특단의 어떤 대책을 강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카풀 시행 찬반을 놓고는 냉정하게 봐야 한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시민/음성변조 : "시대가 바뀌고 있고 교통 상황도 변하고 있는데 하나만 고집할 수는 없지 않으냐 이거죠. 그 부분도 굉장히 깊게 생각을 해야 하는 문제점이라고 생각해요."]

오는 17일 서비스 시작을 예고했던 카카오 측은 어제 카풀서비스를 둘러싼 현안에 대해 열린 입장으로 정부와 국회 등 관계기관, 택시업계와 함께 논의하겠다며 한 발 물러선 입장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택시 업계는 오는 20일 10만 명 규모의 집회를 예고하면서, 오늘부터 국회 앞 천막농성을 시작으로 강경 투쟁에 나섰습니다.

택시 수요가 점차 많아지는 연말을 맞아 걱정과 우려도 나오는 가운데, 하루빨리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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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택시업계 강경투쟁 돌입…벼랑 끝 ‘택시’ vs ‘카풀’
    • 입력 2018-12-12 08:41:08
    • 수정2018-12-12 08:4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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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그제였죠.

'카카오 카풀' 시행에 반대하는 택시기사가 국회 앞에서 분신해 숨졌습니다.

카카오 측이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지 불과 나흘 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카카오 카풀을 둘러싼 갈등은 해결의 실마리는 커녕 오히려 극한 대결로 치닫고 있습니다.

택시 업계는 오는 20일, 10만 명 규모의 3차 집회를 예고하며 총공세에 나섰는데요,

어떤 상황인지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어제 오후 경기도의 한 장례식장입니다.

카카오 카풀 서비스 철회를 주장하며 분신해 숨진 택시기사 최 모 씨의 빈소가 뒤늦게 차려졌습니다.

[김희열/동료 택시기사 : "안타깝죠. 두말할 것도 없이 같은 동료였고 오랫동안 8년 이상을 같이 근무를 했고. 말리지 못한 것이 더욱 안타깝고……."]

최 씨는 지난 8년간 그저 묵묵히 운전대를 잡아왔던 그런 기사였다고 동료들은 말합니다.

[동료 택시기사/음성변조 : "아들 하나 딸 하나 있고 전부 다 결혼을 시켰어요. 손녀까지 보고 그런 상황이고. 저희들도 엄청 당황스럽죠. 회사에 말썽도 없었고……. 망연자실하다 그럴까? 그런 거죠."]

그랬던 최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그제, 한 동료는 오전부터 울분을 토하는 최 씨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김희열/동료 택시기사 : "카카오 카풀 시범서비스가 시작됐잖아요. 뉴스를 보고 굉장히 화가 나고 분개해서 본인이 전화를 해서 그런 것을 참지 못하겠다. 분신이라도 하고 싶다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대화를 나누며 최 씨의 마음을 겨우 달랬나 싶었는데 몇 시간 뒤 심상치 않은 목소리로 다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김희열/동료 택시기사 : "오후에 전화가 갑자기 와서 국회 앞이라고. 많은 대화를 했어요. 상황이 안 좋아 보이고 심각해 보여서 112에 바로 신고를 했는데……."]

김 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국회 정문 앞으로 서행하는 수상한 택시 한 대를 발견했습니다.

바로 최 씨가 모는 택시였습니다.

기름 냄새가 차량 밖까지 나는데다 차량 조수석엔 휘발유통 같은 것도 보였습니다.

하지만 최 씨는 경찰의 검문을 피해 차량을 몰고 5백여 미터 이동한 뒤 온몸에 기름을 끼얹고 불을 붙였습니다.

[이주수/영등포소방서 : "소방서에서 도착했을 때는 이미 (진화가) 다 끝난 상황이었고요. 호흡과 맥박은 있었고요. 말하거나 이런 상황은 아니었고요. 호흡으로도 (불길이) 들어갔을 거고 노출되는 (신체는) 다 화상을 입었을 거고요."]

인근 병원으로 급히 이송돼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최 씨는 끝내 숨졌습니다.

택시노조 측은 최 씨가 숨진 뒤 마지막 심정을 남긴 유서를 공개했습니다.

카풀이라는 두 글자 아래 써내려간 유서에는 카풀이 무산될 때까지 투쟁을 바란다며 카카오 카풀에 대한 반대로 가득했습니다.

[이원형/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서울지역본부의장 : "택시근로자들 관련해서 애로사항, 힘든 부분 적어놨고요. 카풀 관련돼서 반대한다는 그런 내용이죠."]

최 씨는 앞선 10월과 지난달에도 카카오 카풀 시행을 반대하는 택시업계의 대규모 집회에도 참석해 서비스 시행을 반대해왔다고 하는데요.

[이원형/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서울지역본부의장 : "1차 광화문 집회하고 2차 여의도 집회, 그전에 판교 카카오본사 앞에서 두 차례에 걸쳐서 약식 집회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카풀 서비스 시행을 앞두고 택시 업계의 반대는 오랜 기간 이어져왔는데요.

카카오 측과 택시업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논의를 함께 해왔지만 이렇다할 상생안은 마련되지 못했습니다.

결국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지난 7일 카카오 카풀이 시범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택시 기사들의 불만은 더욱 커졌는데요.

왜 그랬을까요?

[택시기사/음성변조 : "예전 같으면 연말이면 택시잡기가 힘들었는데 (요즘은) 입금하기 하루하루 힘드니까……."]

[택시기사/음성변조 : "한 달에 (매일) 15~20만 원 입금하던 걸 지금 7만 원도 안 돼 7만 원도. 그러니까 반으로 확 줄어버리는데. 15시간씩 운행을 해도 그렇게 못 버는 입장인데..."]

특히, 장거리 운행은 카풀 시행 이후 직격탄을 맞았다고 합니다.

[택시기사/음성변조 : "장거리 손님은 3분의 1도 안되게 떨어져. 인천공항 같은 데는 한 달에 한두 번 가던 것도 없어요. 싹 끊겼어요. 수도권, 부천, 고양, 일산하고 신도시. 여하튼 다 줄었어."]

[김희열/택시기사 : "우리도 뭐 심지어는 택시 그만두고 자가용 사서 카풀해야 되지 않냐 이야기가 돌 정도로 심각한 화제예요. 앞으로 더 활성화가 된다면 택시업계는 다 죽어요."]

택시기사 최 씨의 분신 사망으로 일반 시민들도 양측의 대립이 원만히 해결되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은데요.

[김문년/경북 안동시 : "입법기관이 함께 고민을 하고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돼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고귀한 삶이 희생되지 않도록 특단의 어떤 대책을 강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카풀 시행 찬반을 놓고는 냉정하게 봐야 한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시민/음성변조 : "시대가 바뀌고 있고 교통 상황도 변하고 있는데 하나만 고집할 수는 없지 않으냐 이거죠. 그 부분도 굉장히 깊게 생각을 해야 하는 문제점이라고 생각해요."]

오는 17일 서비스 시작을 예고했던 카카오 측은 어제 카풀서비스를 둘러싼 현안에 대해 열린 입장으로 정부와 국회 등 관계기관, 택시업계와 함께 논의하겠다며 한 발 물러선 입장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택시 업계는 오는 20일 10만 명 규모의 집회를 예고하면서, 오늘부터 국회 앞 천막농성을 시작으로 강경 투쟁에 나섰습니다.

택시 수요가 점차 많아지는 연말을 맞아 걱정과 우려도 나오는 가운데, 하루빨리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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