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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K] “문재인 공산주의자” 무죄, “김사복 빨갱이” 발언도 무죄?
입력 2018.12.12 (10:18) 수정 2018.12.12 (13:38) 취재K
[취재K] “문재인 공산주의자” 무죄, “김사복 빨갱이” 발언도 무죄?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얘기했다가 명예훼손으로 기소된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고영주 변호사, 그리고 신연희 전 강남 구청장. 이들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무죄였다.

그런데 이번엔 영화 '택시운전사'의 실제 주인공인 고(故)김사복 씨를 '빨갱이'라고 지칭한 지만원(76)씨가 논란이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사자명예훼손·명예훼손 혐의로 지씨를 조사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11일 밝혔다.

지만원 “김사복은 빨갱이로 알려져”

지씨는 1980년 5·18 참상을 세계에 알린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광주행을 도운 택시기사 김사복 씨를 폄훼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이 스토리는 '택시운전사'(주연 송강호)로 영화화돼 큰 인기를 얻었다.

헌데 지씨는 글에서 "힌츠페터가 5·18 음모에 가담한 간첩', 김사복은 빨갱이로 알려졌고 더러는 그를 간첩이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이 지금은 고인이 된 김사복씨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비슷한 이유로 기소됐지만,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그리고 신연희 전 강남구청장의 경우와 무엇이 다른지이다.

두 사람은 모두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로 말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 발언에 대해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보고 기소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고영주 전 이사장과 신연희 전 구청장에 대한 무죄 이유는 무엇일까.


명예훼손은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성립

법에서 명예훼손은 사실(事實)의 적시가 있어야 성립한다. 적시한 사실이 진실에 부합하든 아니든 상관없이 사실을 통해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면 명예훼손 책임 성립한다. 반면 주관적인 생각이 포함된 의견일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 개인의 표현의 자유로 보는 것이다.

법원이 '문재인 대통령은 공산주의자"라는 발언에 대해 형사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이 발언이 사실 적시가 아닌 의견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고 전 이사장 사건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김경진 판사는 '공산주의자' 용어가 사실 여부를 판단할 수 없는 주관적 평가 영역에 속하는 이상 명예훼손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공산주의자' 용어가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주로 '북한 추종자'라는 부정적 의미로 통용되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런 사정만으로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는) 표현이 부정적 의미를 갖는 사실 적시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우리 사회에서 '공산주의자'라는 평가는 판단하는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좌우되는 상대적 측면이 있다. 전쟁 세대와 전후 세대의 생각이 같을 수 없듯이 고 전 이사장과 문 대통령 입장에서 일치된 견해를 보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공산주의자는 북한 정권과 내통하거나 긴밀한 관계 뿐 아니라 북한 정권에 우호적이거나 유화적 정책을 펴는 사람을 부정적으로 이를 때도 쓰인다"면서 "공적 존재가 국가 사회적 영향력이 크면 클수록 정치적 이념은 더욱 철저히 검증돼야 하고 이에 대해 광범위하게 문제 제기가 허용돼야 한다"며 "정치적 입장이나 주장과 철학은 공론의 장에서 가장 잘 평가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산주의자 여부는 객관적 징표 없는 평가의 영역”

결국 재판부는 공산주의자의 발언이 사실에 대한 영역이 아닌 평가의 영역으로 보고 명예훼손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같은 이유로 지난 2월 신연희 전 강남구청장에 대한 공직선거법 1심 재판에서도 재판부는 신 전 구청장의 카카오톡 메시지 다수에 대해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을 인정하면서도 유독 '공산주의자' 발언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어느 한 개인이 공산주의자인지 여부는 갖고 있는 인식, 견해에 대한 평가 일 수밖에 없다. 공산주의자로서의 객관적, 징표가 존재하는 것도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며 "신 전 구청장은 '사드 배치 반대' 등 21개 항목을 근거로 열거한 후 '공산주의자'라는 결론을 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사복 케이스는?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로 지칭한 발언이 무죄라면, 택시운전사'의 실제 주인공인 김사복 씨를 '빨갱이'라고 지칭한 발언도 무죄일까.

'빨갱이'이란 용어가 '공산주의자'와 거의 같은 의미로 쓰이는 점을 감안할 때 그럴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 사례는 위의 두 경우는 다르게 볼 여지가 많다.

지만원씨가 김사복씨에 대해 올린 글은 두 개다.

이 중 10월 13일에 올린 '힌츠페터와 김사복의 정체'라는 글을 보자.

글에는 "육영수 당시 대통령 영부인의 살해범 문세광을 태워다준 고급 세단이 김사복씨 소유 차이고, 그를 태운 운전기사가 김사복의 고용인이라고 주장한다. 또 광주 민주화 항쟁 현장으로 갈때 김사복의 택시에서 내린 힌츠페터는 접선 장소에서 대기하고 있던 북한특수요원들의 차를 타고 샛길를 통해 광주로 들어갔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간첩 힌츠페터와 반국가 반체제 인물들과 공동해온 그를 놓고 간첩이라 의심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 아닐 것이다라고 적고 있다.

이런 식으로 지만원씨는 2개의 글에서 김사복씨에 대한 간첩 의혹을 제기하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여러가지 의혹을 제기한다.

앞으로 지씨가 기소될 경우 법정에서 치열한 법리 공방을 펼쳐질 것으로 보이는데, 고영주 전 이사장과 신연희 전 구청장의 경우 처럼 법원이 단순히 평가의 영역으로 볼지는 의문이다. 북한 특수요원들의 도움을 받아 힌츠페터가 광주로 들어간 것 등을 단순한 평가의 영역으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한 변호사는 "문 대통령의 경우 공인이라는 부분이 많이 감안됐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 경우는 공인으로 보기도 어려운 만큼 이런 점이 판결시 고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희는 종북 Vs.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공산주의자 발언이 형사적으로는 처벌받지 않았지만 민사 책임에서는 자유롭지 않았다.

문대통령이 고 전 이사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법원은 1심(3,000만원), 2심(1,000만원) 모두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2심 판결을 보면 형사재판과는 다른 논리로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남북이 대치하고 국가보안법으로 처벌받는 우리 현실에서 공산주의자가 갖는 의미는 치명적”이라며 “아무리 공적인 존재에게 한 말이라도 해도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모멸적인 부분까지 인정받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문 대통령이 공산주의자라는 표현이 가치판단이나 의견으로 보이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문 대통령이 체제 전복활동을 한 범죄자들을 변호하며 동조했다는 등의 사실을 의견과 혼합해 표현한 것"이라며 사실 적시로 봤다. 즉 형사재판과는 달리 민사 재판에서는 고 전 이사장의 발언이 의견과 사실이 섞여 있기 때문에 사실 적시로 봐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한 것이다.

이에 대해 법조계 인사는 “형사재판은 죄형법정주의를 따르는 만큼 사실의 입증 요구 정도가 민사재판에 비해 훨씬 엄격하다”며 "민사재판인 손해배상소송은 과실에 의한 피해 등도 폭넓게 따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비슷한 경우에 민사 책임조차 인정하지 않은 사례도 있다.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 부부가 자신들에 대해 '종북(從北)' '주사파'라는 표현을 쓴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대법원은 배상책임이 없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당시 이 전 대표부부는 공인이거나 이에 준하는 지위에 있었다"며 "이 전 대표 등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의문이나 의혹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문제 제기가 허용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히 "이 전 대표는 면책특권을 누리는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대응하고 반박, 비판하는 등 상호 정치적 공방을 통해 국민의 평가를 받을 기회가 충분히 있었다"고 했다.

개인의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은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소중한 기본권이다. 하지만 법정에서 만나는 각종 명예훼손 소송은 이 둘이 서로 충돌해 벌어지는 법적 분쟁이다. 우리나라 법원은 민사재판과 형사재판, 그리고 피해자의 공인 여부, 그리고 발언의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발언자의 책임 여부를 가리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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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12 (10:18)
    • 수정 2018.12.12 (13:38)
    취재K
[취재K] “문재인 공산주의자” 무죄, “김사복 빨갱이” 발언도 무죄?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얘기했다가 명예훼손으로 기소된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고영주 변호사, 그리고 신연희 전 강남 구청장. 이들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무죄였다.

그런데 이번엔 영화 '택시운전사'의 실제 주인공인 고(故)김사복 씨를 '빨갱이'라고 지칭한 지만원(76)씨가 논란이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사자명예훼손·명예훼손 혐의로 지씨를 조사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11일 밝혔다.

지만원 “김사복은 빨갱이로 알려져”

지씨는 1980년 5·18 참상을 세계에 알린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광주행을 도운 택시기사 김사복 씨를 폄훼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이 스토리는 '택시운전사'(주연 송강호)로 영화화돼 큰 인기를 얻었다.

헌데 지씨는 글에서 "힌츠페터가 5·18 음모에 가담한 간첩', 김사복은 빨갱이로 알려졌고 더러는 그를 간첩이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이 지금은 고인이 된 김사복씨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비슷한 이유로 기소됐지만,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그리고 신연희 전 강남구청장의 경우와 무엇이 다른지이다.

두 사람은 모두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로 말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 발언에 대해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보고 기소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고영주 전 이사장과 신연희 전 구청장에 대한 무죄 이유는 무엇일까.


명예훼손은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성립

법에서 명예훼손은 사실(事實)의 적시가 있어야 성립한다. 적시한 사실이 진실에 부합하든 아니든 상관없이 사실을 통해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면 명예훼손 책임 성립한다. 반면 주관적인 생각이 포함된 의견일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 개인의 표현의 자유로 보는 것이다.

법원이 '문재인 대통령은 공산주의자"라는 발언에 대해 형사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이 발언이 사실 적시가 아닌 의견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고 전 이사장 사건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김경진 판사는 '공산주의자' 용어가 사실 여부를 판단할 수 없는 주관적 평가 영역에 속하는 이상 명예훼손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공산주의자' 용어가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주로 '북한 추종자'라는 부정적 의미로 통용되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런 사정만으로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는) 표현이 부정적 의미를 갖는 사실 적시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우리 사회에서 '공산주의자'라는 평가는 판단하는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좌우되는 상대적 측면이 있다. 전쟁 세대와 전후 세대의 생각이 같을 수 없듯이 고 전 이사장과 문 대통령 입장에서 일치된 견해를 보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공산주의자는 북한 정권과 내통하거나 긴밀한 관계 뿐 아니라 북한 정권에 우호적이거나 유화적 정책을 펴는 사람을 부정적으로 이를 때도 쓰인다"면서 "공적 존재가 국가 사회적 영향력이 크면 클수록 정치적 이념은 더욱 철저히 검증돼야 하고 이에 대해 광범위하게 문제 제기가 허용돼야 한다"며 "정치적 입장이나 주장과 철학은 공론의 장에서 가장 잘 평가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산주의자 여부는 객관적 징표 없는 평가의 영역”

결국 재판부는 공산주의자의 발언이 사실에 대한 영역이 아닌 평가의 영역으로 보고 명예훼손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같은 이유로 지난 2월 신연희 전 강남구청장에 대한 공직선거법 1심 재판에서도 재판부는 신 전 구청장의 카카오톡 메시지 다수에 대해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을 인정하면서도 유독 '공산주의자' 발언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어느 한 개인이 공산주의자인지 여부는 갖고 있는 인식, 견해에 대한 평가 일 수밖에 없다. 공산주의자로서의 객관적, 징표가 존재하는 것도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며 "신 전 구청장은 '사드 배치 반대' 등 21개 항목을 근거로 열거한 후 '공산주의자'라는 결론을 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사복 케이스는?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로 지칭한 발언이 무죄라면, 택시운전사'의 실제 주인공인 김사복 씨를 '빨갱이'라고 지칭한 발언도 무죄일까.

'빨갱이'이란 용어가 '공산주의자'와 거의 같은 의미로 쓰이는 점을 감안할 때 그럴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 사례는 위의 두 경우는 다르게 볼 여지가 많다.

지만원씨가 김사복씨에 대해 올린 글은 두 개다.

이 중 10월 13일에 올린 '힌츠페터와 김사복의 정체'라는 글을 보자.

글에는 "육영수 당시 대통령 영부인의 살해범 문세광을 태워다준 고급 세단이 김사복씨 소유 차이고, 그를 태운 운전기사가 김사복의 고용인이라고 주장한다. 또 광주 민주화 항쟁 현장으로 갈때 김사복의 택시에서 내린 힌츠페터는 접선 장소에서 대기하고 있던 북한특수요원들의 차를 타고 샛길를 통해 광주로 들어갔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간첩 힌츠페터와 반국가 반체제 인물들과 공동해온 그를 놓고 간첩이라 의심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 아닐 것이다라고 적고 있다.

이런 식으로 지만원씨는 2개의 글에서 김사복씨에 대한 간첩 의혹을 제기하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여러가지 의혹을 제기한다.

앞으로 지씨가 기소될 경우 법정에서 치열한 법리 공방을 펼쳐질 것으로 보이는데, 고영주 전 이사장과 신연희 전 구청장의 경우 처럼 법원이 단순히 평가의 영역으로 볼지는 의문이다. 북한 특수요원들의 도움을 받아 힌츠페터가 광주로 들어간 것 등을 단순한 평가의 영역으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한 변호사는 "문 대통령의 경우 공인이라는 부분이 많이 감안됐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 경우는 공인으로 보기도 어려운 만큼 이런 점이 판결시 고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희는 종북 Vs.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공산주의자 발언이 형사적으로는 처벌받지 않았지만 민사 책임에서는 자유롭지 않았다.

문대통령이 고 전 이사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법원은 1심(3,000만원), 2심(1,000만원) 모두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2심 판결을 보면 형사재판과는 다른 논리로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남북이 대치하고 국가보안법으로 처벌받는 우리 현실에서 공산주의자가 갖는 의미는 치명적”이라며 “아무리 공적인 존재에게 한 말이라도 해도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모멸적인 부분까지 인정받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문 대통령이 공산주의자라는 표현이 가치판단이나 의견으로 보이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문 대통령이 체제 전복활동을 한 범죄자들을 변호하며 동조했다는 등의 사실을 의견과 혼합해 표현한 것"이라며 사실 적시로 봤다. 즉 형사재판과는 달리 민사 재판에서는 고 전 이사장의 발언이 의견과 사실이 섞여 있기 때문에 사실 적시로 봐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한 것이다.

이에 대해 법조계 인사는 “형사재판은 죄형법정주의를 따르는 만큼 사실의 입증 요구 정도가 민사재판에 비해 훨씬 엄격하다”며 "민사재판인 손해배상소송은 과실에 의한 피해 등도 폭넓게 따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비슷한 경우에 민사 책임조차 인정하지 않은 사례도 있다.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 부부가 자신들에 대해 '종북(從北)' '주사파'라는 표현을 쓴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대법원은 배상책임이 없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당시 이 전 대표부부는 공인이거나 이에 준하는 지위에 있었다"며 "이 전 대표 등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의문이나 의혹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문제 제기가 허용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히 "이 전 대표는 면책특권을 누리는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대응하고 반박, 비판하는 등 상호 정치적 공방을 통해 국민의 평가를 받을 기회가 충분히 있었다"고 했다.

개인의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은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소중한 기본권이다. 하지만 법정에서 만나는 각종 명예훼손 소송은 이 둘이 서로 충돌해 벌어지는 법적 분쟁이다. 우리나라 법원은 민사재판과 형사재판, 그리고 피해자의 공인 여부, 그리고 발언의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발언자의 책임 여부를 가리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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