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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돋보기] 대통령이 자기 월급 깎겠다는데 왜 판사들이 난리?
입력 2018.12.13 (15:00) 글로벌 돋보기
[글로벌 돋보기] 대통령이 자기 월급 깎겠다는데 왜 판사들이 난리?
사진 속 인물은 지난 여름 선거에서 89년만의 정권 교체를 이뤄내고 지난 1일 취임한 멕시코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암로) 대통령이다.

신임 암로 대통령은 멕시코에 만연해 있는 부패와 불평등, 폭력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추진하고 있다. '검소한 대통령'을 자처하며 취임한 직후, 대통령 전용기를 비롯한 연방정부 항공기들을 매각하고 대통령 대저택을 시민들을 위한 박물관으로 탈바꿈시켰으며 공무원들의 급여를 삭감하려는 등의 노력도 그 일환이다.

그런 암로 대통령이 최근 사법부와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이유는 급여 삭감 문제. 암로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급여를 전임 대통령보다 60%나 적은 월 10만 8천 페소(한화 약 607만 원)로 낮췄다.

그러면서 다른 모든 공무원들의 월급이 이보다 높지 않게 삭감한 것이 발단. 이름하여 '연방공무원 보수법(공무원 급여에 관한 연방법).' 여당인 모레나(MORENA·국가재건운동)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멕시코 연방 의회는 지난 9월 이 법을 개정하였다.


제도혁명당(PRI)과 국민행동당(PAN) 등 보수 야당 의원들은 이 법이 적절한 법률제정 절차를 위반하고 삼권분립의 원칙에 위배되는 위헌적 법률이라고 주장하며 대법원에 위헌법률심판과 함께 법 적용 중지를 요청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연방 1심 법원 판사들과 연방 2심 법원 판사들 또한 이 법이 법관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헌법소원을 제출했고, 국가인권위원회(CNDH)도 개인의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처럼 법원이 집단 반발하자 멕시코 연방 대법원은 지난 7일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 결정이 있을 때까지 이 법의 적용을 일시 중지하도록 명령했다.

대법원이 의회가 통과시킨 정부 법안의 효력을 정지시키자 집권 여당인 모레나는 11일 대법원 결정에 불복해 정식 소송(가처분 신청 인용 무효 소송)을 제기하면서 행정부와 사법부의 대립은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다. 멕시코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10일에는 연방법원 판사 천 4백여 명이 대통령이 추진하는 판사 급여 삭감과 사법부 개입 시도를 비난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공개적인 항의 집회까지 열었다.


멕시코의 판사들은 꽤 많은 월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 연방대법원이 "연방법원 판사가 60만 페소의 월급을 받는다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하면서 트위터에 첨부한 공무원 임금표를 봐도 대법원 판사 11명의 월급은 약 27만 페소(약 1,500만 원)으로 연봉으로 따지면 우리돈 1억 8천만 원 정도이다.

이 밖에 보너스와 위험수당을 모두 합치면 연간 급여는 423만 페소로 한화 2억 3천만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2009년 판사 급여를 낮춘 현행법이 시행되기 전에 임명된 대법원 판사 2명은 소급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694만 페소(한화 약 3억 9천만 원)의 고액연봉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미국 연방대법원장의 연봉이 26만 7천 달러(3억 천2백만 원 정도)라는 사실도 함께 전했다.

암로 대통령은 "멕시코 대법원장보다 더 많이 버는 공직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뿐이다"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봉은 40만 달러, 한화 약 4억 5천만 원 정도이다.

멕시코 대법원이 '공무원의 대통령 월급 이상 수령 금지법 시행 중지 명령'을 내리며 멕시코에서는 당분간 현 공무원의 급여체계는 유지되고 월급이 60만 페소(약 3천 350만 원)라는 대법관 등 일부 공무원은 대통령보다도 더 많은 급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암로 대통령은 "멕시코 대법원 판사들은 세상에서 가장 많은 급여를 받으며 이는 부당하다"고 비판하면서 "판사들의 고액 급여는 멕시코의 부패 수준과 맞먹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레나 등 여권은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공무원은 자신의 업무에 합당한 급여를 받는다'고 규정한 헙법을 지키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며 "대법원의 현명한 위헌법률 심판을 기대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멕시코 사법부는 "대통령이 국가의 독립기구를 통제하려 한다"며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급여 조정안의 진짜 의도는 우리 민주주의의 견제와 균형 시스템을 약화시키고 법치주의를 침해하려는 것"이라고 맞선다. 또 "오직 개인적 이득을 노려 판사들을 음해하는 것은 사법부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을 뿐"이라고까지 말했다.

"판사와 고위 공무원들이 받는 지나치게 높은 급여는 모욕적"이라고까지 주장하면서 자신의 월급을 절반 이상 자진 삭감한 암로 대통령, 그리고 '삼권분립 원칙'을 내세우며 "급여 삭감 불가능 원칙은 특권이 아니라 사법부의 독립을 보장하는 수단"이라고 맞서는 멕시코 판사협회.

암로 대통령의 개혁 조치에 집단으로 맞서는 법원을 바라보는 멕시코 국민들의 여론은 부정적이다.

2013년 국제투명성 감시기구의 조사 결과로도 멕시코 사법부가 부패했다고 판단하는 여론의 비중은 80%에 달했다. 2017년 국가별 부패 지수를 봐도 멕시코는 100점 만점에 29점, 조사 대상 180개 나라 가운데 135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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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1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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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돋보기] 대통령이 자기 월급 깎겠다는데 왜 판사들이 난리?
사진 속 인물은 지난 여름 선거에서 89년만의 정권 교체를 이뤄내고 지난 1일 취임한 멕시코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암로) 대통령이다.

신임 암로 대통령은 멕시코에 만연해 있는 부패와 불평등, 폭력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추진하고 있다. '검소한 대통령'을 자처하며 취임한 직후, 대통령 전용기를 비롯한 연방정부 항공기들을 매각하고 대통령 대저택을 시민들을 위한 박물관으로 탈바꿈시켰으며 공무원들의 급여를 삭감하려는 등의 노력도 그 일환이다.

그런 암로 대통령이 최근 사법부와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이유는 급여 삭감 문제. 암로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급여를 전임 대통령보다 60%나 적은 월 10만 8천 페소(한화 약 607만 원)로 낮췄다.

그러면서 다른 모든 공무원들의 월급이 이보다 높지 않게 삭감한 것이 발단. 이름하여 '연방공무원 보수법(공무원 급여에 관한 연방법).' 여당인 모레나(MORENA·국가재건운동)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멕시코 연방 의회는 지난 9월 이 법을 개정하였다.


제도혁명당(PRI)과 국민행동당(PAN) 등 보수 야당 의원들은 이 법이 적절한 법률제정 절차를 위반하고 삼권분립의 원칙에 위배되는 위헌적 법률이라고 주장하며 대법원에 위헌법률심판과 함께 법 적용 중지를 요청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연방 1심 법원 판사들과 연방 2심 법원 판사들 또한 이 법이 법관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헌법소원을 제출했고, 국가인권위원회(CNDH)도 개인의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처럼 법원이 집단 반발하자 멕시코 연방 대법원은 지난 7일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 결정이 있을 때까지 이 법의 적용을 일시 중지하도록 명령했다.

대법원이 의회가 통과시킨 정부 법안의 효력을 정지시키자 집권 여당인 모레나는 11일 대법원 결정에 불복해 정식 소송(가처분 신청 인용 무효 소송)을 제기하면서 행정부와 사법부의 대립은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다. 멕시코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10일에는 연방법원 판사 천 4백여 명이 대통령이 추진하는 판사 급여 삭감과 사법부 개입 시도를 비난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공개적인 항의 집회까지 열었다.


멕시코의 판사들은 꽤 많은 월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 연방대법원이 "연방법원 판사가 60만 페소의 월급을 받는다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하면서 트위터에 첨부한 공무원 임금표를 봐도 대법원 판사 11명의 월급은 약 27만 페소(약 1,500만 원)으로 연봉으로 따지면 우리돈 1억 8천만 원 정도이다.

이 밖에 보너스와 위험수당을 모두 합치면 연간 급여는 423만 페소로 한화 2억 3천만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2009년 판사 급여를 낮춘 현행법이 시행되기 전에 임명된 대법원 판사 2명은 소급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694만 페소(한화 약 3억 9천만 원)의 고액연봉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미국 연방대법원장의 연봉이 26만 7천 달러(3억 천2백만 원 정도)라는 사실도 함께 전했다.

암로 대통령은 "멕시코 대법원장보다 더 많이 버는 공직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뿐이다"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봉은 40만 달러, 한화 약 4억 5천만 원 정도이다.

멕시코 대법원이 '공무원의 대통령 월급 이상 수령 금지법 시행 중지 명령'을 내리며 멕시코에서는 당분간 현 공무원의 급여체계는 유지되고 월급이 60만 페소(약 3천 350만 원)라는 대법관 등 일부 공무원은 대통령보다도 더 많은 급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암로 대통령은 "멕시코 대법원 판사들은 세상에서 가장 많은 급여를 받으며 이는 부당하다"고 비판하면서 "판사들의 고액 급여는 멕시코의 부패 수준과 맞먹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레나 등 여권은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공무원은 자신의 업무에 합당한 급여를 받는다'고 규정한 헙법을 지키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며 "대법원의 현명한 위헌법률 심판을 기대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멕시코 사법부는 "대통령이 국가의 독립기구를 통제하려 한다"며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급여 조정안의 진짜 의도는 우리 민주주의의 견제와 균형 시스템을 약화시키고 법치주의를 침해하려는 것"이라고 맞선다. 또 "오직 개인적 이득을 노려 판사들을 음해하는 것은 사법부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을 뿐"이라고까지 말했다.

"판사와 고위 공무원들이 받는 지나치게 높은 급여는 모욕적"이라고까지 주장하면서 자신의 월급을 절반 이상 자진 삭감한 암로 대통령, 그리고 '삼권분립 원칙'을 내세우며 "급여 삭감 불가능 원칙은 특권이 아니라 사법부의 독립을 보장하는 수단"이라고 맞서는 멕시코 판사협회.

암로 대통령의 개혁 조치에 집단으로 맞서는 법원을 바라보는 멕시코 국민들의 여론은 부정적이다.

2013년 국제투명성 감시기구의 조사 결과로도 멕시코 사법부가 부패했다고 판단하는 여론의 비중은 80%에 달했다. 2017년 국가별 부패 지수를 봐도 멕시코는 100점 만점에 29점, 조사 대상 180개 나라 가운데 135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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