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훈의 시사본부] “웹툰작가, 모친상으로 휴재해도 악플 시달려”

입력 2018.12.13 (16:33) 수정 2018.12.13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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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성년 작가에게 몇 가지 조언만 해준 대표가 ‘같이 만든’ 작품이라며 수익 30% 편취
- 캐릭터·스토리·디테일... 작가 몫인데, 간단한 기획서 준 에이전시가 ‘원작자’된 경우 많아
- 개인 블로그에 올린 만화 보고 개별 접촉... 자기도 모르게 ‘불공정 계약서’ 쓰게 돼
- 부모님 돌아가셨어도 ‘휴재’하면 “왜 미리 비축 안 해놨냐?” 악플... 마음 무너져
- 포털쪽도 사정은 비슷, 갑상선암으로 장기 휴재한 작가에게 15회차 비축분 先요구하기도
- 웹툰작가 고액 연봉? 상위 1%일뿐... 현실은 엄혹, 각오 단단히 하고 경솔히 계약말길

■ 프로그램명 : 오태훈의 시사본부
■ 코너명 : 시사본부 이슈
■ 방송시간 : 12월 13일(목요일) 12:20~14:00 KBS 1라디오
■ 출연자 : 비담 작가 (레진규탄연대)



▷ 오태훈 : 우리나라 웹툰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헌데 이런 인기 이면에 열악한 노동 환경에 처한 웹툰 작가들의 눈물이 담겨 있다고 하는데요. 웹툰 작가들과 시민단체가 지난주에 우리나라 1위 유료 웹툰업체 앞에서 시위를 펼쳤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서 말씀을 나눠보겠습니다. 작가 비담 씨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비담 : 반갑습니다.

▷ 오태훈 : 1위 업체가 레진코믹스죠?

▶ 비담 : 1위와 2위를 오가기는 하지만 유료 웹툰 플랫폼 중에서는 레진이 1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오태훈 : 이 회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셨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을 문제삼으신 겁니까?

▶ 비담 : 최근에 레진코믹스 전 대표가 미성년인 작가님과 계약을 하면서 그 작가님이 만든 ‘나의 보람’이라는 작품의 저작권과 수익을 5년째 편취해온 사실이 폭로가 됐는데요. 이 사안에 대해서 저희가 대표와 회사에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려고 동료 작가님들뿐만 아니라 또 독자님들이 뭉쳐서 레진을 규탄하는 연대 해서 레규연이라고 이름을 만들고 사옥 앞에서 시위를 진행했습니다.

▷ 오태훈 : 미성년자 작가의 저작권을 편취했다고 말씀하셨어요. 어떤 식으로 이런 저작권 편취가 이루어지고 있습니까?

▶ 비담 : 이 사안이 5~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레진코믹스가 딱 론칭을 준비하던 시기에 당시 피해 작가님은 만화를 아주 좋아하는 평범한 어린 고등학생이셨어요.

▷ 오태훈 : 학생.

▶ 비담 : 그래서 블로그에 자기가 직접 그린 만화를 올리기도 했는데 레진 대표가 당시에 이 작가님의 블로그에 올라온 만화를 보고 접근을 한 겁니다. “팬이다, 재능이 엄청나신 것 같다, 나와 함께 작업을 해보지 않겠느냐?” 이러면 어린 지망생의 입장에서는 너무 가슴이 뛰는 말이죠. 그래서 기꺼이 작품을 만들겠다고 하고 레진코믹스라는 플랫폼을 만들 건데 여기서 작품을 연재하겠다, 이렇게 결심을 굳히게 됩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막 플랫폼이 만들어지던 시기였기 때문에 작가님이 처음이기도 하니까 만든 시놉시스 같은 것들을 들고 대표에게 직접 찾아가서 이게 어떻냐, 이런 제안 같은 것들을 넣어봤어요. 그럴 때 이제 대표가 캐릭터 이름은 보람으로 좀 바꾸는 게 좋겠다, 이런 조언뿐만 아니라 야하게 그려야 팔린다 이러면서 미성년인 작가에게 수위 높여서 그릴 것, 이런 것들을 주문했었는데 줄거리나 콘티, 대본 같은 것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고 그냥 이 정도 조언만 했거든요. 그런데 이 작품이 정식으로 연재가 되자마자 대표가 작가에게 “그런데 사실 이 작품은 우리가 같이 만든 것 아니냐?” 이렇게 주장을 하면서 대사 한 줄 쓴 적이 없는데 글작가로 자신의 이름을 올리고 그림 작가로 그 어린 작가님의 이름을 올려서 글작가 몫으로 수익의 30%를 가져갔습니다. 피해 작가님이 쓴 첫 계약서에는 글작가와 그림 작가가 따로 나뉜다는 내용이 전혀 없었어요. 그리고 당연히 수익을 누군가에게 배분해야 된다는 조항도 없었는데 회사는 이를 알면서도 대표에게 글작가 몫의 수익으로 30%를 지급하고 또 이 작품을 대표가 직접 참여한 작품이라고 대대적인 홍보를 해버린 겁니다. 그래서 이거를 또 작가님이 몇 달 뒤에 아무리 어리신 분이라도 이게 좀 이상하다는 건 알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어렵사리 용기를 내서 좀 이거는 이상한 것 같다고 대표에게 말하자 대표가 그 어린 작가님을 불러내서 “네가 어려서 모르나 본데 이게 업계 관행이다, 작가님이 내게 수익을 주지 않는 것은 작가님이 나를 착취하는 거다, 그런 나쁜 작가가 돼서는 안 된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면서 그러면 내가 특별히 작가님을 아끼니까 30%를 가져갔는데 15%만 가져가겠다.“ 이렇게 어르고 달래서 작가님에게 수익 배분한다는 계약서에 사인을 시킵니다. 그러고 난 다음에 그 상태가 쭉 이어져 온 건데요. 작품이 완결난 뒤에도 원작자라는 이름으로 자기 이름이 올라가 있습니다.

▷ 오태훈 : 그러면 이 부분이 그냥 하나의 예일 뿐인 것인가요? 아니면 전체적인 관행으로 이게 굳혀져 있는 상황입니까?

▶ 비담 : 실제로 에이전시나 다른 업체에서 되게 간단한 기획서만을 주고 그 작품을 디테일하게 캐릭터를 만들고 스토리를 만들어서 작가가 가져와도 원작자 이름으로 에이전시가 표기되는 경우는 많습니다.

▷ 오태훈 : 그래요? 개별 연락을 통해서 문단에 진입하기 때문에 이런 것들에 대한 대처 방법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부족하다면서요, 작가들이?

▶ 비담 : 네, 이게 사실은 예전에는 만화계가 문하생이 스승 밑에서 배우는 도제 방식이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흔히 잘 아는 미생의 윤태호 작가님도 허영만 화실 출신이다, 이렇게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이게 출판만화 시장이 웹툰 시장으로 재편성되면서 작가들이 직접 관련 학과에 진학을 하거나 학원을 다녀서 실력을 쌓아서 자기 작품을 만들어서 투고를 해서 데뷔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어린 작가 지망생들이 학원이나 이런 걸 다니지 않은 경우에는 대부분 자기 SNS나 블로그에 그림을 올려요. 이번에 이 작품을 빼앗긴 작가님도 자기 블로그에 만화를 올리다가 컨택을 받았는데 이런 식으로 SNS에 올린 작품이 컨택을 받아서 데뷔를 하기 때문에 미성년인 분들도 당연히 데뷔하게 되고 심하게는 중학생인 분들도 데뷔 제안을 받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이분들은 당연히 업계 관행에 대해서 알 수 없고 독소조항이 있어도 이것을 전혀 파악할 수 없는 거죠. 그래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매우 불공정한 계약서에 사인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 오태훈 : 웹툰산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웹툰 업계가 상당히 많은 성장을 하고 있어요. 헌데 그에 비해서 관행 같은 것들은 너무나 짧은 시간에 성장했기 때문에 굳어져 있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웹툰작가 요즘에 인기도 많고 그래서 나와서 말씀하는 거 들어보면 마감에 대한 압박 같은 얘기 참 많이 하시더군요. 마감 압박이 실제로 어느 정도입니까?

▶ 비담 : 요새 주간 연재라고 해서 매주 한 회차씩 웹툰이 연재가 되고 있는데 이게 한 해에 연재되는 분량을 보면 70~80컷 정도고 전부 다 컬러로 작업을 합니다. 그래서 이 정도 수치를 말을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쉽게 그러면 70~80컷이니까 일주일에 하루에 10컷씩 그리면 되는 거 아닌가? 이렇게 간단하게 생각을 하세요. 그런데 사실 웹툰이라는 것은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처럼 시나리오 작가, 촬영 감독, 스태프들이 함께 모여서 만드는 게 아니라 작가 혼자서 스토리부터 연출까지 전부 다해야 되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이게 마감을 맞추려면 하루에 70컷 콘티를 짜고 그다음 날에는 70컷 선을 따고 그다음 날에는 또 이 70컷을 채색하고 명암하고 편집하고 이렇게 매일매일 10시간에서 많게는 20시간씩도 일을 해야 돼요. 그래서 하루 만에 콘티나 선, 채색, 명암을 다 하는 게 불가능하잖아요. 그러면 당연히 마감을 맞추기 위해서는 밤샘 작업도 필수고 생활리듬도 망가지게 됩니다.

▷ 오태훈 : 마감을 지키지 못하게 되면 불이익 같은 건 어떤 걸 받게 되는 거예요?

▶ 비담 : 불이익이라고 한다면 마감을 놓쳐서 휴재를 하면 당연히 그 회차분의 고료라든가 수익이 미지급되고요. 이거는 사실 어쩔 수 없이 당연한 건데 문제는 이 휴재를 할 때 그냥 휴재를 한다고 말을 하면 독자들의 반발이 심하기 때문에 휴재를 하게 된 사정에 대해서 밝히는 게 약간 암묵적인 관행처럼 만연해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아마 독자님들도 휴재 공지가 올라오면 결혼을 하게 돼서, 부모님이 상을 당해서, 이사를 하게 돼서 휴재를 한다, 이런 내용의 공지를 보셨을 건데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의 독자님들이 이거를 이해해주시기도 하지만 악플이 달립니다. 그래서 몇 달 전 결혼을 한다고 휴재를 하게 되면 상견례는 몇 달 전에 했는데 그동안 비축분 안 만들어놓고 뭐 했냐? 비축분을 미리 만들어놔야 프로지, 프로의식도 없다, 부모님이 돌아가셨어도 나는 작가님 웹툰 보려고 일주일 기다렸는데 왜 비축분도 없이 휴재를 해버리느냐? 이런 소리를 댓글로 다는데 그런 악플에 가까운 댓글을 보면 마음이 무너질 수밖에 없죠. 그리고 또 레진코믹스에서는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마감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 지각비라는 것을 가져갔거든요.

▷ 오태훈 : 그게 뭐예요? 지각비?

▶ 비담 : 정상적으로 업로드는 될 수 있는데 업로드되는 날보다 레진코믹스가 이틀 앞에 마감이라는 날짜를 임의로 정해서 그보다 조금 늦게 작품을 원고를 제출하면 업로드는 정상적으로 되지만 자기들이 업로드하는데 좀 고생을 했다, 이러면서 그달에 많게는 최대 9%까지 수익을 가져갑니다. 이거를 지각비라고 부르면서 거의 3억이 넘는 금액을 작가들에게 뜯어갔어요.

▷ 오태훈 : 지금 1위 업계가 레진코믹스라고 말씀해 주셨고 포털에도 지금 연재가 되는 곳들이 많이 있고요. 다른 쪽의 업체들은 레진코믹스와 비슷한 상황입니까? 어때요?

▶ 비담 : 레진코믹스 같은 경우에는 유료로 웹툰을 판매를 하고 있어서 네이버와 다음은 고료제고 무료 웹툰이기 때문에 좀 고료라는 부분이 작가에게 안정적인 메리트는 있다고는 할 수 있는데요. 그렇지만 워낙 웹툰 업계 전반에 불공정과 갑질이 만연하기 때문에 그쪽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제가 인상 깊게 기억하는 사례 중에 하나는 한 작가님이 네이버에서 연재하시는 분인데 갑상선암으로 좀 장기간 휴재를 하게 되셨어요. 그런데 이분이 편집부에 투병생활을 마치고 편집부에 복귀를 하겠다고 요청을 하셨는데 담당자가 15회차 비축분을 요구를 했습니다. 복귀를 하려면 넉 달치의 연재분을 미리 그려오라고 요구를 한 거죠.

▷ 오태훈 : 어떻게 다 그려요, 그거를?

▶ 비담 : 그렇죠. 그 넉 달 동안에는 또 수입이 없는데 휴재를 했으니까 넉 달 치를 미리 해와서 복귀를 해라, 그렇게 하면 사실상 작가는 굉장히 장기간 동안 고생을 하면서 복귀를 하는 동안 마음고생도 하게 되는데 이런 자잘한 사례들이 있기는 했지만 네이버가 워낙 대기업이고 웹툰계의 시초라고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작가님들이 이런 부분들이 있어도 문제삼기를 꺼려할 수밖에 없고 수면 위로 올라온 문제들은 비교적 레진코믹스나 이런 데에 비해서는 적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오태훈 : 그러니까 이번에 형사고소 관련된 건 미성년자 웹툰작가에 대한 저작권 편취 문제였습니다. 지금 웹툰을 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회사와 계약을 한다는 자체에 대해서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좀 많은데 학생들이 이런 웹툰 업계에 데뷔하기 앞서서 좀 주의해야 한다, 이런 점들이 있으면 끝으로 말씀해 주시죠.

▶ 비담 : 현재 웹툰에 말씀하신 대로 예능에도 웹툰작가님들이 워낙 많이 나오시고 대기업 임원들의 연봉만큼 받는다, 이런 기사들이 올라오면서 웹툰작가를 지향하는 분들이 되게 많이 계신데요. 제가 가까이서 지켜본 웹툰작가님들의 삶은 사실 그렇게 화려하지도 안정적이지도 않았어요. 이게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우리은행이라는 대기업이 위비툰이라는 플랫폼을 만들었다가 1년 만에 접어버려서 거기서 연재하는 작가님들이 전부 다 실직자가 되게 생겼거든요. 그래서 그분들이 굉장히 많은 고통을 받고 계신데 이런 일들이 일련에 수도 없이 일어납니다. 그러니까 화려하게 언론에 노출되는 작가님들의 삶은 정말 상위 1%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작가님들은 내가 과연 차기작을 할 수나 있을까? 작가 생활을 한다면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이런 고통과 고민을 계속하고 계세요. 그래서 저는 그런 언론에 비치는 화려한 면만 보고 덜컥 웹툰작가가 되겠다고 생각하지 말고 정말 이건 내가 작품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아니면 버틸 수 없을 만큼 힘든 환경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럼에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지향을 해 주셨으면 좋겠고 또 계약을 한다면 덜컥 사인하지 말고 최소한 어른들에게라도 물어보고 혹은 업계 관련된 분들 가운데 상담을 받아주시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꼭 이런 분들의 문을 두드린 다음에 계약서에 사인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오태훈 : 알겠습니다. 웹툰협회라든가 이런 쪽에서도 여러 가지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나 싶네요. 웹툰 업계 문제점 짚어봤습니다. 비담 작가와 함께했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 비담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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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태훈의 시사본부] “웹툰작가, 모친상으로 휴재해도 악플 시달려”
    • 입력 2018-12-13 16:33:05
    • 수정2018-12-13 19:45:17
    최영일의 시사본부
- 미성년 작가에게 몇 가지 조언만 해준 대표가 ‘같이 만든’ 작품이라며 수익 30% 편취
- 캐릭터·스토리·디테일... 작가 몫인데, 간단한 기획서 준 에이전시가 ‘원작자’된 경우 많아
- 개인 블로그에 올린 만화 보고 개별 접촉... 자기도 모르게 ‘불공정 계약서’ 쓰게 돼
- 부모님 돌아가셨어도 ‘휴재’하면 “왜 미리 비축 안 해놨냐?” 악플... 마음 무너져
- 포털쪽도 사정은 비슷, 갑상선암으로 장기 휴재한 작가에게 15회차 비축분 先요구하기도
- 웹툰작가 고액 연봉? 상위 1%일뿐... 현실은 엄혹, 각오 단단히 하고 경솔히 계약말길

■ 프로그램명 : 오태훈의 시사본부
■ 코너명 : 시사본부 이슈
■ 방송시간 : 12월 13일(목요일) 12:20~14:00 KBS 1라디오
■ 출연자 : 비담 작가 (레진규탄연대)



▷ 오태훈 : 우리나라 웹툰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헌데 이런 인기 이면에 열악한 노동 환경에 처한 웹툰 작가들의 눈물이 담겨 있다고 하는데요. 웹툰 작가들과 시민단체가 지난주에 우리나라 1위 유료 웹툰업체 앞에서 시위를 펼쳤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서 말씀을 나눠보겠습니다. 작가 비담 씨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비담 : 반갑습니다.

▷ 오태훈 : 1위 업체가 레진코믹스죠?

▶ 비담 : 1위와 2위를 오가기는 하지만 유료 웹툰 플랫폼 중에서는 레진이 1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오태훈 : 이 회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셨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을 문제삼으신 겁니까?

▶ 비담 : 최근에 레진코믹스 전 대표가 미성년인 작가님과 계약을 하면서 그 작가님이 만든 ‘나의 보람’이라는 작품의 저작권과 수익을 5년째 편취해온 사실이 폭로가 됐는데요. 이 사안에 대해서 저희가 대표와 회사에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려고 동료 작가님들뿐만 아니라 또 독자님들이 뭉쳐서 레진을 규탄하는 연대 해서 레규연이라고 이름을 만들고 사옥 앞에서 시위를 진행했습니다.

▷ 오태훈 : 미성년자 작가의 저작권을 편취했다고 말씀하셨어요. 어떤 식으로 이런 저작권 편취가 이루어지고 있습니까?

▶ 비담 : 이 사안이 5~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레진코믹스가 딱 론칭을 준비하던 시기에 당시 피해 작가님은 만화를 아주 좋아하는 평범한 어린 고등학생이셨어요.

▷ 오태훈 : 학생.

▶ 비담 : 그래서 블로그에 자기가 직접 그린 만화를 올리기도 했는데 레진 대표가 당시에 이 작가님의 블로그에 올라온 만화를 보고 접근을 한 겁니다. “팬이다, 재능이 엄청나신 것 같다, 나와 함께 작업을 해보지 않겠느냐?” 이러면 어린 지망생의 입장에서는 너무 가슴이 뛰는 말이죠. 그래서 기꺼이 작품을 만들겠다고 하고 레진코믹스라는 플랫폼을 만들 건데 여기서 작품을 연재하겠다, 이렇게 결심을 굳히게 됩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막 플랫폼이 만들어지던 시기였기 때문에 작가님이 처음이기도 하니까 만든 시놉시스 같은 것들을 들고 대표에게 직접 찾아가서 이게 어떻냐, 이런 제안 같은 것들을 넣어봤어요. 그럴 때 이제 대표가 캐릭터 이름은 보람으로 좀 바꾸는 게 좋겠다, 이런 조언뿐만 아니라 야하게 그려야 팔린다 이러면서 미성년인 작가에게 수위 높여서 그릴 것, 이런 것들을 주문했었는데 줄거리나 콘티, 대본 같은 것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고 그냥 이 정도 조언만 했거든요. 그런데 이 작품이 정식으로 연재가 되자마자 대표가 작가에게 “그런데 사실 이 작품은 우리가 같이 만든 것 아니냐?” 이렇게 주장을 하면서 대사 한 줄 쓴 적이 없는데 글작가로 자신의 이름을 올리고 그림 작가로 그 어린 작가님의 이름을 올려서 글작가 몫으로 수익의 30%를 가져갔습니다. 피해 작가님이 쓴 첫 계약서에는 글작가와 그림 작가가 따로 나뉜다는 내용이 전혀 없었어요. 그리고 당연히 수익을 누군가에게 배분해야 된다는 조항도 없었는데 회사는 이를 알면서도 대표에게 글작가 몫의 수익으로 30%를 지급하고 또 이 작품을 대표가 직접 참여한 작품이라고 대대적인 홍보를 해버린 겁니다. 그래서 이거를 또 작가님이 몇 달 뒤에 아무리 어리신 분이라도 이게 좀 이상하다는 건 알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어렵사리 용기를 내서 좀 이거는 이상한 것 같다고 대표에게 말하자 대표가 그 어린 작가님을 불러내서 “네가 어려서 모르나 본데 이게 업계 관행이다, 작가님이 내게 수익을 주지 않는 것은 작가님이 나를 착취하는 거다, 그런 나쁜 작가가 돼서는 안 된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면서 그러면 내가 특별히 작가님을 아끼니까 30%를 가져갔는데 15%만 가져가겠다.“ 이렇게 어르고 달래서 작가님에게 수익 배분한다는 계약서에 사인을 시킵니다. 그러고 난 다음에 그 상태가 쭉 이어져 온 건데요. 작품이 완결난 뒤에도 원작자라는 이름으로 자기 이름이 올라가 있습니다.

▷ 오태훈 : 그러면 이 부분이 그냥 하나의 예일 뿐인 것인가요? 아니면 전체적인 관행으로 이게 굳혀져 있는 상황입니까?

▶ 비담 : 실제로 에이전시나 다른 업체에서 되게 간단한 기획서만을 주고 그 작품을 디테일하게 캐릭터를 만들고 스토리를 만들어서 작가가 가져와도 원작자 이름으로 에이전시가 표기되는 경우는 많습니다.

▷ 오태훈 : 그래요? 개별 연락을 통해서 문단에 진입하기 때문에 이런 것들에 대한 대처 방법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부족하다면서요, 작가들이?

▶ 비담 : 네, 이게 사실은 예전에는 만화계가 문하생이 스승 밑에서 배우는 도제 방식이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흔히 잘 아는 미생의 윤태호 작가님도 허영만 화실 출신이다, 이렇게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이게 출판만화 시장이 웹툰 시장으로 재편성되면서 작가들이 직접 관련 학과에 진학을 하거나 학원을 다녀서 실력을 쌓아서 자기 작품을 만들어서 투고를 해서 데뷔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어린 작가 지망생들이 학원이나 이런 걸 다니지 않은 경우에는 대부분 자기 SNS나 블로그에 그림을 올려요. 이번에 이 작품을 빼앗긴 작가님도 자기 블로그에 만화를 올리다가 컨택을 받았는데 이런 식으로 SNS에 올린 작품이 컨택을 받아서 데뷔를 하기 때문에 미성년인 분들도 당연히 데뷔하게 되고 심하게는 중학생인 분들도 데뷔 제안을 받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이분들은 당연히 업계 관행에 대해서 알 수 없고 독소조항이 있어도 이것을 전혀 파악할 수 없는 거죠. 그래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매우 불공정한 계약서에 사인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 오태훈 : 웹툰산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웹툰 업계가 상당히 많은 성장을 하고 있어요. 헌데 그에 비해서 관행 같은 것들은 너무나 짧은 시간에 성장했기 때문에 굳어져 있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웹툰작가 요즘에 인기도 많고 그래서 나와서 말씀하는 거 들어보면 마감에 대한 압박 같은 얘기 참 많이 하시더군요. 마감 압박이 실제로 어느 정도입니까?

▶ 비담 : 요새 주간 연재라고 해서 매주 한 회차씩 웹툰이 연재가 되고 있는데 이게 한 해에 연재되는 분량을 보면 70~80컷 정도고 전부 다 컬러로 작업을 합니다. 그래서 이 정도 수치를 말을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쉽게 그러면 70~80컷이니까 일주일에 하루에 10컷씩 그리면 되는 거 아닌가? 이렇게 간단하게 생각을 하세요. 그런데 사실 웹툰이라는 것은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처럼 시나리오 작가, 촬영 감독, 스태프들이 함께 모여서 만드는 게 아니라 작가 혼자서 스토리부터 연출까지 전부 다해야 되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이게 마감을 맞추려면 하루에 70컷 콘티를 짜고 그다음 날에는 70컷 선을 따고 그다음 날에는 또 이 70컷을 채색하고 명암하고 편집하고 이렇게 매일매일 10시간에서 많게는 20시간씩도 일을 해야 돼요. 그래서 하루 만에 콘티나 선, 채색, 명암을 다 하는 게 불가능하잖아요. 그러면 당연히 마감을 맞추기 위해서는 밤샘 작업도 필수고 생활리듬도 망가지게 됩니다.

▷ 오태훈 : 마감을 지키지 못하게 되면 불이익 같은 건 어떤 걸 받게 되는 거예요?

▶ 비담 : 불이익이라고 한다면 마감을 놓쳐서 휴재를 하면 당연히 그 회차분의 고료라든가 수익이 미지급되고요. 이거는 사실 어쩔 수 없이 당연한 건데 문제는 이 휴재를 할 때 그냥 휴재를 한다고 말을 하면 독자들의 반발이 심하기 때문에 휴재를 하게 된 사정에 대해서 밝히는 게 약간 암묵적인 관행처럼 만연해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아마 독자님들도 휴재 공지가 올라오면 결혼을 하게 돼서, 부모님이 상을 당해서, 이사를 하게 돼서 휴재를 한다, 이런 내용의 공지를 보셨을 건데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의 독자님들이 이거를 이해해주시기도 하지만 악플이 달립니다. 그래서 몇 달 전 결혼을 한다고 휴재를 하게 되면 상견례는 몇 달 전에 했는데 그동안 비축분 안 만들어놓고 뭐 했냐? 비축분을 미리 만들어놔야 프로지, 프로의식도 없다, 부모님이 돌아가셨어도 나는 작가님 웹툰 보려고 일주일 기다렸는데 왜 비축분도 없이 휴재를 해버리느냐? 이런 소리를 댓글로 다는데 그런 악플에 가까운 댓글을 보면 마음이 무너질 수밖에 없죠. 그리고 또 레진코믹스에서는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마감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 지각비라는 것을 가져갔거든요.

▷ 오태훈 : 그게 뭐예요? 지각비?

▶ 비담 : 정상적으로 업로드는 될 수 있는데 업로드되는 날보다 레진코믹스가 이틀 앞에 마감이라는 날짜를 임의로 정해서 그보다 조금 늦게 작품을 원고를 제출하면 업로드는 정상적으로 되지만 자기들이 업로드하는데 좀 고생을 했다, 이러면서 그달에 많게는 최대 9%까지 수익을 가져갑니다. 이거를 지각비라고 부르면서 거의 3억이 넘는 금액을 작가들에게 뜯어갔어요.

▷ 오태훈 : 지금 1위 업계가 레진코믹스라고 말씀해 주셨고 포털에도 지금 연재가 되는 곳들이 많이 있고요. 다른 쪽의 업체들은 레진코믹스와 비슷한 상황입니까? 어때요?

▶ 비담 : 레진코믹스 같은 경우에는 유료로 웹툰을 판매를 하고 있어서 네이버와 다음은 고료제고 무료 웹툰이기 때문에 좀 고료라는 부분이 작가에게 안정적인 메리트는 있다고는 할 수 있는데요. 그렇지만 워낙 웹툰 업계 전반에 불공정과 갑질이 만연하기 때문에 그쪽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제가 인상 깊게 기억하는 사례 중에 하나는 한 작가님이 네이버에서 연재하시는 분인데 갑상선암으로 좀 장기간 휴재를 하게 되셨어요. 그런데 이분이 편집부에 투병생활을 마치고 편집부에 복귀를 하겠다고 요청을 하셨는데 담당자가 15회차 비축분을 요구를 했습니다. 복귀를 하려면 넉 달치의 연재분을 미리 그려오라고 요구를 한 거죠.

▷ 오태훈 : 어떻게 다 그려요, 그거를?

▶ 비담 : 그렇죠. 그 넉 달 동안에는 또 수입이 없는데 휴재를 했으니까 넉 달 치를 미리 해와서 복귀를 해라, 그렇게 하면 사실상 작가는 굉장히 장기간 동안 고생을 하면서 복귀를 하는 동안 마음고생도 하게 되는데 이런 자잘한 사례들이 있기는 했지만 네이버가 워낙 대기업이고 웹툰계의 시초라고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작가님들이 이런 부분들이 있어도 문제삼기를 꺼려할 수밖에 없고 수면 위로 올라온 문제들은 비교적 레진코믹스나 이런 데에 비해서는 적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오태훈 : 그러니까 이번에 형사고소 관련된 건 미성년자 웹툰작가에 대한 저작권 편취 문제였습니다. 지금 웹툰을 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회사와 계약을 한다는 자체에 대해서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좀 많은데 학생들이 이런 웹툰 업계에 데뷔하기 앞서서 좀 주의해야 한다, 이런 점들이 있으면 끝으로 말씀해 주시죠.

▶ 비담 : 현재 웹툰에 말씀하신 대로 예능에도 웹툰작가님들이 워낙 많이 나오시고 대기업 임원들의 연봉만큼 받는다, 이런 기사들이 올라오면서 웹툰작가를 지향하는 분들이 되게 많이 계신데요. 제가 가까이서 지켜본 웹툰작가님들의 삶은 사실 그렇게 화려하지도 안정적이지도 않았어요. 이게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우리은행이라는 대기업이 위비툰이라는 플랫폼을 만들었다가 1년 만에 접어버려서 거기서 연재하는 작가님들이 전부 다 실직자가 되게 생겼거든요. 그래서 그분들이 굉장히 많은 고통을 받고 계신데 이런 일들이 일련에 수도 없이 일어납니다. 그러니까 화려하게 언론에 노출되는 작가님들의 삶은 정말 상위 1%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작가님들은 내가 과연 차기작을 할 수나 있을까? 작가 생활을 한다면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이런 고통과 고민을 계속하고 계세요. 그래서 저는 그런 언론에 비치는 화려한 면만 보고 덜컥 웹툰작가가 되겠다고 생각하지 말고 정말 이건 내가 작품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아니면 버틸 수 없을 만큼 힘든 환경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럼에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지향을 해 주셨으면 좋겠고 또 계약을 한다면 덜컥 사인하지 말고 최소한 어른들에게라도 물어보고 혹은 업계 관련된 분들 가운데 상담을 받아주시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꼭 이런 분들의 문을 두드린 다음에 계약서에 사인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오태훈 : 알겠습니다. 웹툰협회라든가 이런 쪽에서도 여러 가지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나 싶네요. 웹툰 업계 문제점 짚어봤습니다. 비담 작가와 함께했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 비담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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