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내가 BTS를 만날 수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입력 2018.12.15 (07:00) 수정 2018.12.1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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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끈질긴K-BTS·워너원도 모르는 티켓팅의 진실

KBS는 매크로를 돌려 연말연시 공연표를 구하기 어렵다는 제보를 받고, 암표와 관련된 다양한 소문들을 확인해보는 보도를 했습니다. 보도 직후 반향과 독자들의 질문을 담아 취재기를 정리해봤습니다.

Q1. 취재에 들어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1. 네. 아주 원초적인 계기일 수 있겠는데요. 저도 방탄소년단의 팬, 아미(ARMY)입니다. 제 가수 콘서트표 예매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암표나 매크로에 관심이 갔습니다.

그런데 최근 팬들 사이에서 도는 '예매 전쟁 승리 비법은 매크로다', '돈만 있으면 대행표 사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더욱더 궁금해졌습니다. 과연 매크로는 얼마나 빠른 걸까? 대행표란 도대체 뭘까? 말이죠.

특히 '대행표'는 팬들이 실제로 사고 있지만, 표의 출처를 알 수 없을 정도로 폐쇄적인 방식이라는 이야기에 무작정 취재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Q2. 암표 평균 가격 점점 오르고 있는 것 같아요?

A2. 예전에는 프로야구 경기, 콘서트 암표가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에는 일명 '엑방원(엑소/방탄/워너원)'이 나오는 각종 '시상식'에서도 암표가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한 예로 지난 10월에 있었던 대중문화예술상에서 BTS가 문화훈장을 받을 때 무료였던 시상식 표가 150만 원짜리로 둔갑했기도 했고요.

제가 취재했던 시상식을 예로 들면 AAA(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는 원래 좌석 가격이 만 2천9백 원 이었는데, 20만 원에서 최고 50만 원까지 불렀고요. 멜론 뮤직 어워드 시상식 같은 경우도 9,900원짜리 티켓 1장을 당일 현장에선 70만 원까지 부르더라고요.

가수 위너 콘서트 티켓팅 날 PC방을 찾았는데, 8시에 티켓 오픈인데 8시 10분부터 11만 원짜리 표가 150만 원에 거래되고 있었습니다. 거의 티켓팅과 같은 시간대에 암표가 티켓베이 등 인터넷 거래 사이트에 올라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일부 팬들은 인터뷰에서 최근 암표 가격이 급상승한 주요한 이유 중에 하나로 높은 암표 가격을 지불할 수 있는 20~30대 팬들이 많이 늘어난 것을 꼽기도 했습니다.

Q3. 매크로 직접 사용해보니 어떤 차이가 있던가요?

A3. 다들 아시는 것처럼 매크로는 정보를 자동으로 반복, 입력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취재 도중에 만난 한 암표상은 "티켓을 구하기 위해 아르바이트 5~6명씩을 두고 매크로를 돌리니 일반인들은 표 구경하기도 어렵다"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요.

그 말을 듣고 SNS상에서 매크로를 직접 구입해봤습니다. 인터파크 등 5개 티켓 예매처용 매크로 2개월 치 사용료가 8만 원이었습니다. 영구 사용할 수 있는 매크로도 있었는데, 이건 좀 더 비쌌습니다.

제가 구입해 본 것은 '색 지정' 매크로였는데요. 티켓 좌석의 고유 색깔, 예를 들어서 보라색 좌석을 선택하고 싶으면 화면 처음부터 끝까지 보라색이 뜨면 잡아라! 이렇게 단축키에 입력해놓는 겁니다. 그러면 일반적으로 5번 이상 일일이 클릭해야 하는 단계가 단축키 2번이면 충분히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시간으로 비교해볼까요. [날짜 선택]부터 [결제창] 전까지 같은 구간을 매크로를 사용하면 2초, 사용하지 않으면 13초가량 걸렸습니다. 0.1초 차이로 티켓 예매 성공이 결정되는 상황에서 매크로를 이기기는 어려워 보였습니다. 취소 표를 잡는 것도 매크로를 사용하니 성공률이 높아졌습니다. (이건 100번 설명하는 것보다 제 리포트를 1분 47초~2분 10초 부분을 보시는 것이 이해하기 쉬우실 겁니다!)

Q4. 티켓 예매처에서 매크로 사용을 기술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나요?

A4. 주요 티켓 예매처 관계자에게 물어봤습니다. 하지만 암표는 티켓이 판매된 이후에 일어나는 거래 방식이기 때문에 예매처와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다는 게 기본적인 입장입니다. 하지만 도의적인 책임(?)을 느껴 사람과 컴퓨터를 구별하기 위해 만든 테스트인 '캡챠' 프로그램을 도입,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매크로와 주로 함께 사용되는 '직접 링크 프로그램'을 막기 위해서 예매 사이트 URL이 직접 보이지 않게 조치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음성적인 기술 역시 계속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매크로 사용을 완전히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도 말했습니다.

전문가들도 매크로 사용을 원천적으로 막는 것은 어렵지만, 의지의 문제라고도 말합니다. 고려대 김승주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해킹하고 똑같아서 어떤 매크로를 막는 기술이 나오면 또 그걸 우회하는 기술이 나오고 계속 창과 방패처럼 공방을 주고받는다고 생각하면 된다"면서도 "매크로를 차단하기 위해서 강력한 기술을 내놓을수록 예매자들이 표를 예매하는 데 불편해져서 티켓 예매처도 꾸준히 업데이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매크로 프로그램은 사실상 불법 프로그램"이라며 "매크로를 사용해 특정 사이트에 대한 업무를 방해한 경우 형법상 컴퓨터 장애 업무 방해로 입건되는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티켓베이' 등 인터넷 티켓 중개상에 대해선 "올라온 티켓이 암표로 의심되는 상황만으로 처벌할 수 없다"며 "해당 표가 암표라는 입증의 책임이 경찰에 있는데 단속 인력이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도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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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내가 BTS를 만날 수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 입력 2018-12-15 07:00:32
    • 수정2018-12-15 15:10:12
    취재후·사건후
▲ 끈질긴K-BTS·워너원도 모르는 티켓팅의 진실

KBS는 매크로를 돌려 연말연시 공연표를 구하기 어렵다는 제보를 받고, 암표와 관련된 다양한 소문들을 확인해보는 보도를 했습니다. 보도 직후 반향과 독자들의 질문을 담아 취재기를 정리해봤습니다.

Q1. 취재에 들어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1. 네. 아주 원초적인 계기일 수 있겠는데요. 저도 방탄소년단의 팬, 아미(ARMY)입니다. 제 가수 콘서트표 예매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암표나 매크로에 관심이 갔습니다.

그런데 최근 팬들 사이에서 도는 '예매 전쟁 승리 비법은 매크로다', '돈만 있으면 대행표 사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더욱더 궁금해졌습니다. 과연 매크로는 얼마나 빠른 걸까? 대행표란 도대체 뭘까? 말이죠.

특히 '대행표'는 팬들이 실제로 사고 있지만, 표의 출처를 알 수 없을 정도로 폐쇄적인 방식이라는 이야기에 무작정 취재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Q2. 암표 평균 가격 점점 오르고 있는 것 같아요?

A2. 예전에는 프로야구 경기, 콘서트 암표가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에는 일명 '엑방원(엑소/방탄/워너원)'이 나오는 각종 '시상식'에서도 암표가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한 예로 지난 10월에 있었던 대중문화예술상에서 BTS가 문화훈장을 받을 때 무료였던 시상식 표가 150만 원짜리로 둔갑했기도 했고요.

제가 취재했던 시상식을 예로 들면 AAA(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는 원래 좌석 가격이 만 2천9백 원 이었는데, 20만 원에서 최고 50만 원까지 불렀고요. 멜론 뮤직 어워드 시상식 같은 경우도 9,900원짜리 티켓 1장을 당일 현장에선 70만 원까지 부르더라고요.

가수 위너 콘서트 티켓팅 날 PC방을 찾았는데, 8시에 티켓 오픈인데 8시 10분부터 11만 원짜리 표가 150만 원에 거래되고 있었습니다. 거의 티켓팅과 같은 시간대에 암표가 티켓베이 등 인터넷 거래 사이트에 올라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일부 팬들은 인터뷰에서 최근 암표 가격이 급상승한 주요한 이유 중에 하나로 높은 암표 가격을 지불할 수 있는 20~30대 팬들이 많이 늘어난 것을 꼽기도 했습니다.

Q3. 매크로 직접 사용해보니 어떤 차이가 있던가요?

A3. 다들 아시는 것처럼 매크로는 정보를 자동으로 반복, 입력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취재 도중에 만난 한 암표상은 "티켓을 구하기 위해 아르바이트 5~6명씩을 두고 매크로를 돌리니 일반인들은 표 구경하기도 어렵다"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요.

그 말을 듣고 SNS상에서 매크로를 직접 구입해봤습니다. 인터파크 등 5개 티켓 예매처용 매크로 2개월 치 사용료가 8만 원이었습니다. 영구 사용할 수 있는 매크로도 있었는데, 이건 좀 더 비쌌습니다.

제가 구입해 본 것은 '색 지정' 매크로였는데요. 티켓 좌석의 고유 색깔, 예를 들어서 보라색 좌석을 선택하고 싶으면 화면 처음부터 끝까지 보라색이 뜨면 잡아라! 이렇게 단축키에 입력해놓는 겁니다. 그러면 일반적으로 5번 이상 일일이 클릭해야 하는 단계가 단축키 2번이면 충분히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시간으로 비교해볼까요. [날짜 선택]부터 [결제창] 전까지 같은 구간을 매크로를 사용하면 2초, 사용하지 않으면 13초가량 걸렸습니다. 0.1초 차이로 티켓 예매 성공이 결정되는 상황에서 매크로를 이기기는 어려워 보였습니다. 취소 표를 잡는 것도 매크로를 사용하니 성공률이 높아졌습니다. (이건 100번 설명하는 것보다 제 리포트를 1분 47초~2분 10초 부분을 보시는 것이 이해하기 쉬우실 겁니다!)

Q4. 티켓 예매처에서 매크로 사용을 기술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나요?

A4. 주요 티켓 예매처 관계자에게 물어봤습니다. 하지만 암표는 티켓이 판매된 이후에 일어나는 거래 방식이기 때문에 예매처와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다는 게 기본적인 입장입니다. 하지만 도의적인 책임(?)을 느껴 사람과 컴퓨터를 구별하기 위해 만든 테스트인 '캡챠' 프로그램을 도입,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매크로와 주로 함께 사용되는 '직접 링크 프로그램'을 막기 위해서 예매 사이트 URL이 직접 보이지 않게 조치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음성적인 기술 역시 계속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매크로 사용을 완전히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도 말했습니다.

전문가들도 매크로 사용을 원천적으로 막는 것은 어렵지만, 의지의 문제라고도 말합니다. 고려대 김승주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해킹하고 똑같아서 어떤 매크로를 막는 기술이 나오면 또 그걸 우회하는 기술이 나오고 계속 창과 방패처럼 공방을 주고받는다고 생각하면 된다"면서도 "매크로를 차단하기 위해서 강력한 기술을 내놓을수록 예매자들이 표를 예매하는 데 불편해져서 티켓 예매처도 꾸준히 업데이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매크로 프로그램은 사실상 불법 프로그램"이라며 "매크로를 사용해 특정 사이트에 대한 업무를 방해한 경우 형법상 컴퓨터 장애 업무 방해로 입건되는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티켓베이' 등 인터넷 티켓 중개상에 대해선 "올라온 티켓이 암표로 의심되는 상황만으로 처벌할 수 없다"며 "해당 표가 암표라는 입증의 책임이 경찰에 있는데 단속 인력이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도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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