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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의 눈] 87년 뒤에도 높은 곳 오르는 약자들…되풀이되는 ‘고공농성’
입력 2018.12.15 (21:13) 수정 2018.12.15 (21:57) 뉴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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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의 눈] 87년 뒤에도 높은 곳 오르는 약자들…되풀이되는 ‘고공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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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931년 5월, 평양 을밀대 쪽진 머리 여성이 지붕에 올랐습니다.

평원고무공장 노동자 강주룡입니다.

그 아래, 구경꾼들도 모였습니다.

임금삭감에 항의해 파업과 단식을 하다, 마지막으로 을밀대에 오른 강주룡...

잡지 동광은 강주룡을 체공녀라고 불렀는데 우리나라 최초의 고공농성자입니다.

올해는 대통령이 광복절 기념사에서 언급하고, 강주룡의 삶을 담은 소설이 나오면서 더 특별해졌습니다.

2018년의 '강주룡'들, 그들은 어떤 말을 품고 있을까요?

윤봄이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75m 높이 굴뚝, 이곳에도 강주룡이 있습니다.

[박준호/파인텍 노동자 : "안녕하십니까. 금속노조 파인텍 지회 박준호입니다."]

내일(16일)로 400일째.

찌는듯한 지난 여름을 겨우 넘기고 이젠 추위와 싸웁니다.

[박준호/파인텍 노동자 : "(눈도 많이 왔는데, 춥진 않으세요?) 바람이 많이 차가워진 것 같습니다."]

어쩌면 단순한 요구, 일자리를 되돌려달란 겁니다.

마지막으로 택한 게 바로 고공농성입니다.

[박준호/파인텍 노동자 :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습니까. 가진 게 몸밖에 없는데... 힘든 투쟁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죠."]

11m 높이의 이 조명탑에도 사람이 있습니다.

[안드레/동국대 전 학생회장 : "(위에 많이 춥지 않으세요?) 날씨가 영하권으로 떨어져서 좀 많이 추운데..."]

이곳의 강주룡은 동국대 학생 안드레 씨입니다.

역시 겨울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안드레/동국대 전 학생회장 : "물이 한 번 얼면 잘 녹지를 않습니다. 그래서 물 먹는 것도 어려움이 있고요."]

교비 횡령 의혹을 받는 현 총장의 퇴진, 나아가 총장 직선제를 요구 중입니다.

[안드레/동국대 전 학생회장 : "4년 동안 싸워 왔습니다. 권력의 장벽을 뚫는 게 어렵다는 것을 체감합니다."]

어두운 소식만 있는 건 아닙니다.

40m 높이 통신탑에 올랐던 엘지 유플러스 설치 기사들.

어제, 사흘 만에 땅을 밟았습니다.

[고진복/LGU+ 설치기사 : "3일 만에 해결됐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요, 너무 힘들게 싸워가지고... 그냥 믿기지가 않습니다. 지금 상황이."]

비정규직 노조원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고용하겠단 약속을 받아낸 겁니다.

그 사흘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비닐로 겨우 바람을 막은 좁은 공간...

동료들이 올려주는 밥으로 겨우 끼니를 해결했습니다.

[김충태/LGU+ 설치기사 : "쉴 때는 휴대전화로 혹시 저희 이야기가 뉴스에 올라왔나 검색을 하거나..."]

저만치 보이는 노숙 농성장, 4년 넘게 싸우다 결국 통신탑에 올랐습니다.

[김충태/LGU+ 설치기사 : "무관심이 솔직히 너무 서운했습니다. 우리 이야기를 조금 더 크게 전달하기 위해서 이곳에 올라왔습니다."]

어딘가 올라야만 관심을 갖는 건 87년 전과 마찬가지.

2018년 노동자들은 여전히 높은 곳에 오르고 있습니다.

[박서련/'체공녀 강주룡' 저자 : "고공농성이란 이제는 없어져야 할 투쟁 방식이 아닌가...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하는 그들의 선택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2019년은 다를까요?

하루라도 빨리 내려와 동료와 가족 품에 안기기를, 모든 '강주룡'들의 희망입니다.

KBS 뉴스 윤봄이입니다.
  • [앵커의 눈] 87년 뒤에도 높은 곳 오르는 약자들…되풀이되는 ‘고공농성’
    • 입력 2018.12.15 (21:13)
    • 수정 2018.12.15 (21:57)
    뉴스 9
[앵커의 눈] 87년 뒤에도 높은 곳 오르는 약자들…되풀이되는 ‘고공농성’
[앵커]

1931년 5월, 평양 을밀대 쪽진 머리 여성이 지붕에 올랐습니다.

평원고무공장 노동자 강주룡입니다.

그 아래, 구경꾼들도 모였습니다.

임금삭감에 항의해 파업과 단식을 하다, 마지막으로 을밀대에 오른 강주룡...

잡지 동광은 강주룡을 체공녀라고 불렀는데 우리나라 최초의 고공농성자입니다.

올해는 대통령이 광복절 기념사에서 언급하고, 강주룡의 삶을 담은 소설이 나오면서 더 특별해졌습니다.

2018년의 '강주룡'들, 그들은 어떤 말을 품고 있을까요?

윤봄이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75m 높이 굴뚝, 이곳에도 강주룡이 있습니다.

[박준호/파인텍 노동자 : "안녕하십니까. 금속노조 파인텍 지회 박준호입니다."]

내일(16일)로 400일째.

찌는듯한 지난 여름을 겨우 넘기고 이젠 추위와 싸웁니다.

[박준호/파인텍 노동자 : "(눈도 많이 왔는데, 춥진 않으세요?) 바람이 많이 차가워진 것 같습니다."]

어쩌면 단순한 요구, 일자리를 되돌려달란 겁니다.

마지막으로 택한 게 바로 고공농성입니다.

[박준호/파인텍 노동자 :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습니까. 가진 게 몸밖에 없는데... 힘든 투쟁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죠."]

11m 높이의 이 조명탑에도 사람이 있습니다.

[안드레/동국대 전 학생회장 : "(위에 많이 춥지 않으세요?) 날씨가 영하권으로 떨어져서 좀 많이 추운데..."]

이곳의 강주룡은 동국대 학생 안드레 씨입니다.

역시 겨울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안드레/동국대 전 학생회장 : "물이 한 번 얼면 잘 녹지를 않습니다. 그래서 물 먹는 것도 어려움이 있고요."]

교비 횡령 의혹을 받는 현 총장의 퇴진, 나아가 총장 직선제를 요구 중입니다.

[안드레/동국대 전 학생회장 : "4년 동안 싸워 왔습니다. 권력의 장벽을 뚫는 게 어렵다는 것을 체감합니다."]

어두운 소식만 있는 건 아닙니다.

40m 높이 통신탑에 올랐던 엘지 유플러스 설치 기사들.

어제, 사흘 만에 땅을 밟았습니다.

[고진복/LGU+ 설치기사 : "3일 만에 해결됐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요, 너무 힘들게 싸워가지고... 그냥 믿기지가 않습니다. 지금 상황이."]

비정규직 노조원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고용하겠단 약속을 받아낸 겁니다.

그 사흘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비닐로 겨우 바람을 막은 좁은 공간...

동료들이 올려주는 밥으로 겨우 끼니를 해결했습니다.

[김충태/LGU+ 설치기사 : "쉴 때는 휴대전화로 혹시 저희 이야기가 뉴스에 올라왔나 검색을 하거나..."]

저만치 보이는 노숙 농성장, 4년 넘게 싸우다 결국 통신탑에 올랐습니다.

[김충태/LGU+ 설치기사 : "무관심이 솔직히 너무 서운했습니다. 우리 이야기를 조금 더 크게 전달하기 위해서 이곳에 올라왔습니다."]

어딘가 올라야만 관심을 갖는 건 87년 전과 마찬가지.

2018년 노동자들은 여전히 높은 곳에 오르고 있습니다.

[박서련/'체공녀 강주룡' 저자 : "고공농성이란 이제는 없어져야 할 투쟁 방식이 아닌가...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하는 그들의 선택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2019년은 다를까요?

하루라도 빨리 내려와 동료와 가족 품에 안기기를, 모든 '강주룡'들의 희망입니다.

KBS 뉴스 윤봄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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