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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임종헌, 공판 준비 절차로 본 그들의 재판 전략
입력 2018.12.16 (07:01) 수정 2018.12.16 (08:15) 취재K
‘사법농단’ 임종헌, 공판 준비 절차로 본 그들의 재판 전략
사법농단 사태의 중심에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재판 일정이 지난 10일 첫 공판준비기일을 기점으로 시작됐습니다.

판사 경력만 30년, 차기 대법관 '0'순위에서 자신이 일했던 법대 아래 피고인석에 앉게 된 임 전 차장은 변호인들과 어떤 변론을 펼치게 될까요.

법조 경력 20~30년차 '고참급' 변호인 대거 포진

임 전 차장의 화려한 경력만큼이나 첫 공판준비기일 법정에 나온 변호인의 법조계 경력도 쟁쟁했습니다.

임 전 차장의 사법연수원 두 기수 선배인 부장판사 출신 김경선 변호사, 연수원 동기인 강우식 변호사, 연수원 3년 후배로 판사 출신인 오승원 변호사, 대검찰청 공안기획관을 지낸 김창희 변호사 등이 변호인석에 앉았습니다.

첫 공판준비기일에 법정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역시 판사 출신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때 국회 측 대표 변호사를 맡은 황정근 변호사, 대한변협 이사 등을 지낸 문한식 변호사도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법조 경력만 20~30년씩 되는 고참급 변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겁니다.

"공소장일본주의 위반"…변호인의 첫 반격

통상 공판준비기일은 본 재판에 앞서 재판부와 검사, 변호인이 재판 일정을 정하고 증거 채택 여부 등을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어떻게 보면 형식적인 자리일 수 있는데, 임 전 차장의 재판은 첫 공판준비기일부터 검찰과 변호인 측의 공방으로 달아올랐습니다.

임 전 차장 측 오승원 변호사 '공소장일본주의'를 들고 나왔습니다.

"공소장일본주의 = 검찰이 법원에 제출하는 것은 공소장 하나이며 공소사실에 대한 증거는 물론 법원에 예단을 생기게 할 수 있는 것은 증거가 아니라도 제출할 수 없다는 원칙"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 문제를 제기한 겁니다. 임 전 차장 공소장은 243쪽 분량, 오 변호사는 이 공소장에 검찰의 의견이나 배경 설명 등 재판부에게 사건에 대한 예단을 줄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강제징용 소송 고의 지연 혐의를 적으면서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일본 정부의 관계 등을 나열했다는 식입니다.

"혐의와 직접 관련 없는 내용을 적어 '공소장일본주의'를 위반했다. 공소 제기 자체가 위법이기 때문에 공소 기각 판결을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검찰은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재판을 시작도 전에 포기하라는 것"이라며 반박했습니다. "법원행정처에서 수년에 걸쳐 은밀히 이뤄진 범행"이라며 "공소사실을 특정하기 위해서는 해당 범행마다 동기와 배경을 기재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했습니다.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증거기록 20만쪽" 복사 문제로 충돌한 이유는

첫 공판준비기에 나온 또 다른 쟁점은 증거 기록 복사입니다. 검찰이 수사 단계에서 수집한 관련 기록은 20만 쪽에 이른다고 합니다. 재판을 준비하려면 변호인이 검찰에 가서 이 기록을 복사해와야 하는데요. 한 장당 50원씩의 비용을 내면 한 부를 복사하는 데만 1,000만 원이 드는 방대한 양입니다.

검찰은 이 기록 중 40% 정도만 우선 복사를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다른 공범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앞서 구속 영장이 청구됐다가 기각된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 그리고 검찰 소환이 예상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이 임 전 차장의 공소장에 공범으로 적시돼 있습니다.

검찰 입장에선 공범 수사가 끝나기 전에 기록이 밖으로 나가게 되면, 증거 인멸이나 말 맞추기 등으로 수사에 지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조사가 모두 끝난 자료만 우선 복사를 해주겠다는 겁니다.

변호인은 반발했습니다. 법정에서 우선 밝힌 이유는 "전체 기록을 보지 못하면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전체 기록을 다 보기 전까진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을 인정하는지도 밝히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변호인이 이런 주장을 펼칠 때 재판 전략을 엿볼 수 있는 대목도 나왔습니다.

변호인 "다른 사람이 어떻게 진술했는지를 봐야 입장 정리가 가능하다."
검찰 "피고인이 다른 사람의 입장을 확인해야 공소사실을 인정하거나 다투는 걸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인가?"
변호인 "꼭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소사실을 보면 직권남용, 누구에게 어떤 것을 시켰다는 것이데 해당하는 분들이 어떤 진술을 했는지..."
검찰 "피고인은 피고인 입장에서 정하면 되지 않나"
변호인 "그렇게 할 문제가 아니다"


이번 사법농단 수사 과정에서 양승태 사법부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한 심의관 등 일선 판사부터 고위직 판사까지 대거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습니다. 임 전 차장 측이 재판 전략상 이들의 진술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변호인의 발언입니다.

임 전 차장에게 적용된 가장 핵심적인 죄명은 '직권남용'입니다. 임 전 차장이 하급자인 심의관들에게 부당한 지시를 받았다고 했는지, 직속상관이었던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은 어떤 지시를 했다고 했는지 등이 재판의 변수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을 비롯해 앞으로 기소가 예상되는 사법농단 사태 연루자들의 재판 전략도 임 전 차장의 재판과 많이 닮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이 임 전 차장과 공모 관계로 보고 있는 만큼 큰 틀에서 범죄 혐의, 그리고 이에 대한 반박 논리도 비슷하게 전개가 될 전망입니다.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은 구속 영장 심사 때부터 "잘못은 했지만 죄는 되지 않는다"고 변론을 했습니다. 정치적, 행정적, 도덕적으로 책임질 문제지 형사 책임까지 물을 사안은 아니라는겁니다. 검찰이 직권 남용 혐의를 적용한 걸 두고 "직권남용의 남용"이라고도 했습니다.

앞서 열린 구속영장 심사에서 고영한 전 대법관은 "내가 관여한 게 많지 않다"는 취지로, 박병대 전 대법관은 "챙겨보라는 정도로 얘기한 것을 밑에서 과도하게 행동한 것"이라고 변론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모두 공모 관계를 부인하거나 일부 사실 관계를 인정하더라도 "잘못은 했지만 죄는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임 전 차장 측의 변론 전략과 맞닿아 있습니다.

임 전 차장에 대한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19일 열립니다. 쟁점이 많고 사안이 복잡한 만큼 앞으로 몇 차례 더 준비기일을 연 뒤, 본 재판은 해를 넘겨 시작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판준비기일에 피고인의 출석 의무는 없어서 임 전 차장은 본 재판부터 법정에 출석합니다.
  • ‘사법농단’ 임종헌, 공판 준비 절차로 본 그들의 재판 전략
    • 입력 2018.12.16 (07:01)
    • 수정 2018.12.16 (08:15)
    취재K
‘사법농단’ 임종헌, 공판 준비 절차로 본 그들의 재판 전략
사법농단 사태의 중심에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재판 일정이 지난 10일 첫 공판준비기일을 기점으로 시작됐습니다.

판사 경력만 30년, 차기 대법관 '0'순위에서 자신이 일했던 법대 아래 피고인석에 앉게 된 임 전 차장은 변호인들과 어떤 변론을 펼치게 될까요.

법조 경력 20~30년차 '고참급' 변호인 대거 포진

임 전 차장의 화려한 경력만큼이나 첫 공판준비기일 법정에 나온 변호인의 법조계 경력도 쟁쟁했습니다.

임 전 차장의 사법연수원 두 기수 선배인 부장판사 출신 김경선 변호사, 연수원 동기인 강우식 변호사, 연수원 3년 후배로 판사 출신인 오승원 변호사, 대검찰청 공안기획관을 지낸 김창희 변호사 등이 변호인석에 앉았습니다.

첫 공판준비기일에 법정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역시 판사 출신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때 국회 측 대표 변호사를 맡은 황정근 변호사, 대한변협 이사 등을 지낸 문한식 변호사도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법조 경력만 20~30년씩 되는 고참급 변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겁니다.

"공소장일본주의 위반"…변호인의 첫 반격

통상 공판준비기일은 본 재판에 앞서 재판부와 검사, 변호인이 재판 일정을 정하고 증거 채택 여부 등을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어떻게 보면 형식적인 자리일 수 있는데, 임 전 차장의 재판은 첫 공판준비기일부터 검찰과 변호인 측의 공방으로 달아올랐습니다.

임 전 차장 측 오승원 변호사 '공소장일본주의'를 들고 나왔습니다.

"공소장일본주의 = 검찰이 법원에 제출하는 것은 공소장 하나이며 공소사실에 대한 증거는 물론 법원에 예단을 생기게 할 수 있는 것은 증거가 아니라도 제출할 수 없다는 원칙"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 문제를 제기한 겁니다. 임 전 차장 공소장은 243쪽 분량, 오 변호사는 이 공소장에 검찰의 의견이나 배경 설명 등 재판부에게 사건에 대한 예단을 줄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강제징용 소송 고의 지연 혐의를 적으면서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일본 정부의 관계 등을 나열했다는 식입니다.

"혐의와 직접 관련 없는 내용을 적어 '공소장일본주의'를 위반했다. 공소 제기 자체가 위법이기 때문에 공소 기각 판결을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검찰은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재판을 시작도 전에 포기하라는 것"이라며 반박했습니다. "법원행정처에서 수년에 걸쳐 은밀히 이뤄진 범행"이라며 "공소사실을 특정하기 위해서는 해당 범행마다 동기와 배경을 기재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했습니다.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증거기록 20만쪽" 복사 문제로 충돌한 이유는

첫 공판준비기에 나온 또 다른 쟁점은 증거 기록 복사입니다. 검찰이 수사 단계에서 수집한 관련 기록은 20만 쪽에 이른다고 합니다. 재판을 준비하려면 변호인이 검찰에 가서 이 기록을 복사해와야 하는데요. 한 장당 50원씩의 비용을 내면 한 부를 복사하는 데만 1,000만 원이 드는 방대한 양입니다.

검찰은 이 기록 중 40% 정도만 우선 복사를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다른 공범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앞서 구속 영장이 청구됐다가 기각된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 그리고 검찰 소환이 예상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이 임 전 차장의 공소장에 공범으로 적시돼 있습니다.

검찰 입장에선 공범 수사가 끝나기 전에 기록이 밖으로 나가게 되면, 증거 인멸이나 말 맞추기 등으로 수사에 지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조사가 모두 끝난 자료만 우선 복사를 해주겠다는 겁니다.

변호인은 반발했습니다. 법정에서 우선 밝힌 이유는 "전체 기록을 보지 못하면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전체 기록을 다 보기 전까진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을 인정하는지도 밝히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변호인이 이런 주장을 펼칠 때 재판 전략을 엿볼 수 있는 대목도 나왔습니다.

변호인 "다른 사람이 어떻게 진술했는지를 봐야 입장 정리가 가능하다."
검찰 "피고인이 다른 사람의 입장을 확인해야 공소사실을 인정하거나 다투는 걸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인가?"
변호인 "꼭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소사실을 보면 직권남용, 누구에게 어떤 것을 시켰다는 것이데 해당하는 분들이 어떤 진술을 했는지..."
검찰 "피고인은 피고인 입장에서 정하면 되지 않나"
변호인 "그렇게 할 문제가 아니다"


이번 사법농단 수사 과정에서 양승태 사법부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한 심의관 등 일선 판사부터 고위직 판사까지 대거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습니다. 임 전 차장 측이 재판 전략상 이들의 진술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변호인의 발언입니다.

임 전 차장에게 적용된 가장 핵심적인 죄명은 '직권남용'입니다. 임 전 차장이 하급자인 심의관들에게 부당한 지시를 받았다고 했는지, 직속상관이었던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은 어떤 지시를 했다고 했는지 등이 재판의 변수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을 비롯해 앞으로 기소가 예상되는 사법농단 사태 연루자들의 재판 전략도 임 전 차장의 재판과 많이 닮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이 임 전 차장과 공모 관계로 보고 있는 만큼 큰 틀에서 범죄 혐의, 그리고 이에 대한 반박 논리도 비슷하게 전개가 될 전망입니다.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은 구속 영장 심사 때부터 "잘못은 했지만 죄는 되지 않는다"고 변론을 했습니다. 정치적, 행정적, 도덕적으로 책임질 문제지 형사 책임까지 물을 사안은 아니라는겁니다. 검찰이 직권 남용 혐의를 적용한 걸 두고 "직권남용의 남용"이라고도 했습니다.

앞서 열린 구속영장 심사에서 고영한 전 대법관은 "내가 관여한 게 많지 않다"는 취지로, 박병대 전 대법관은 "챙겨보라는 정도로 얘기한 것을 밑에서 과도하게 행동한 것"이라고 변론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모두 공모 관계를 부인하거나 일부 사실 관계를 인정하더라도 "잘못은 했지만 죄는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임 전 차장 측의 변론 전략과 맞닿아 있습니다.

임 전 차장에 대한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19일 열립니다. 쟁점이 많고 사안이 복잡한 만큼 앞으로 몇 차례 더 준비기일을 연 뒤, 본 재판은 해를 넘겨 시작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판준비기일에 피고인의 출석 의무는 없어서 임 전 차장은 본 재판부터 법정에 출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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