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 오도독] 서울 2달 만에 공급부족? 아파트 공급부족론의 허상

입력 2018.12.17 (10:02) 수정 2018.12.17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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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울지역도 아파트 전셋값이 떨어진다는 기사들이 나온다. 매매가나 전셋값 하락 소식은 기본이고, 입주홍수, 역전세난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송파구 헬리오시티 9,510가구 입주하면서 송파구뿐만 아니라 인근 위례신도시까지 전셋값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이 5만 2천가구를 웃돌아 2009년 이래 최다 수준이고, 2020년에도 4만 천가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는 부동산 114의 분석자료도 나왔다.

그런데 말이다. 불과 2달전까지만 해도 언론은 공급 부족이라는 기사를 쏟아냈다. 특히 지난 10월 18일에는 주택산업연구원이 이런 주장을 하고 나왔다. 서울의 주택공급은 충분한데 아파트 공급이 부족하다는 주장이었다. 서울의 아파트 수요가 연평균 4만호인데 연평균 공급량은 3만 천호에 불과하니 매년 9천호 가량의 아파트가 부족하다는 분석이었다. 게다가 주택산업연구원은 지난해까지 6년간 약 5만 4천호의 누적 공급량이 부족했다고 주장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의 이런 계산법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수는 정말 부족하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불과 2달. 그동안 무슨 경천동지할 사건이 일어난 것도 아니다. 아파트 입주나 완공 예정 물량은 이미 데이터로 나와 있어서 정확한 수치를 알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왜 언론은,언론에 등장하는 자칭 부동산 전문가들은 2달 전에는 공급이 부족하다고 이야기하다가 이제 와서는 전셋값 하락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일까?

사실은 이들도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은 비교적 정확히 알아낼 수 있지만, 수요는 짐작하고 추정하는 것 일뿐이다. 정확하기 힘들다. 수요에는 투기수요, 투자수요, 실수요가 있다. 그런데 시장상황에 따라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면 사려는 사람 입장에선 아무래도 더 떨어질 것 같으니까 기다릴 것이고, 가격이 올라갈 것 같다 싶으면 불안한 마음에 집 살 시기를 앞당기거나 투기적 가수요가 발생하게 된다. 결국 수요라는 것에는 시장의 분위기, 즉 시장의 심리가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걸 부동산 학자들이나 언론이 어떻게 정확히 측정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도 늘 공급이 부족하다는 기사가 상대적으로 훨씬 많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살펴보자.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자유시장경제주의자라고 스스로를 정의하며 조선일보가 만든 인터넷방송에 나와 부동산 공급확대를 지상과제처럼 주장해 온 사람이고, 주택산업연구원은 건설사들이 만든 이익단체인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등이 공동 출자해서 만든 주택연구기관이다.

이른바 '조중동'이나 매일경제, 한국경제를 비롯한 한국의 상업 신문사들이 왜 광고성 부동산 기사를 그토록 많이 내보내는지에 대해서야 이미 많이 알려진 이야기다. 자신들의 수익원 대부분이 광고주에 의탁해 있는 언론사가 서민 독자들의 주거 안정보다 건설, 부동산업 광고주들의 눈치를 더 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그래서 서울 주택 공급부족론은 일단 일정 정도 할인(discount)을 하고 들어야 한다. 정확한 예측에 기반했다기 보다는 자신들의 사업적 소망에 바탕을 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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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언론 오도독] 서울 2달 만에 공급부족? 아파트 공급부족론의 허상
    • 입력 2018-12-17 10:02:54
    • 수정2018-12-17 10:12:33
    한국언론 오도독


요즘 서울지역도 아파트 전셋값이 떨어진다는 기사들이 나온다. 매매가나 전셋값 하락 소식은 기본이고, 입주홍수, 역전세난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송파구 헬리오시티 9,510가구 입주하면서 송파구뿐만 아니라 인근 위례신도시까지 전셋값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이 5만 2천가구를 웃돌아 2009년 이래 최다 수준이고, 2020년에도 4만 천가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는 부동산 114의 분석자료도 나왔다.

그런데 말이다. 불과 2달전까지만 해도 언론은 공급 부족이라는 기사를 쏟아냈다. 특히 지난 10월 18일에는 주택산업연구원이 이런 주장을 하고 나왔다. 서울의 주택공급은 충분한데 아파트 공급이 부족하다는 주장이었다. 서울의 아파트 수요가 연평균 4만호인데 연평균 공급량은 3만 천호에 불과하니 매년 9천호 가량의 아파트가 부족하다는 분석이었다. 게다가 주택산업연구원은 지난해까지 6년간 약 5만 4천호의 누적 공급량이 부족했다고 주장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의 이런 계산법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수는 정말 부족하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불과 2달. 그동안 무슨 경천동지할 사건이 일어난 것도 아니다. 아파트 입주나 완공 예정 물량은 이미 데이터로 나와 있어서 정확한 수치를 알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왜 언론은,언론에 등장하는 자칭 부동산 전문가들은 2달 전에는 공급이 부족하다고 이야기하다가 이제 와서는 전셋값 하락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일까?

사실은 이들도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은 비교적 정확히 알아낼 수 있지만, 수요는 짐작하고 추정하는 것 일뿐이다. 정확하기 힘들다. 수요에는 투기수요, 투자수요, 실수요가 있다. 그런데 시장상황에 따라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면 사려는 사람 입장에선 아무래도 더 떨어질 것 같으니까 기다릴 것이고, 가격이 올라갈 것 같다 싶으면 불안한 마음에 집 살 시기를 앞당기거나 투기적 가수요가 발생하게 된다. 결국 수요라는 것에는 시장의 분위기, 즉 시장의 심리가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걸 부동산 학자들이나 언론이 어떻게 정확히 측정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도 늘 공급이 부족하다는 기사가 상대적으로 훨씬 많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살펴보자.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자유시장경제주의자라고 스스로를 정의하며 조선일보가 만든 인터넷방송에 나와 부동산 공급확대를 지상과제처럼 주장해 온 사람이고, 주택산업연구원은 건설사들이 만든 이익단체인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등이 공동 출자해서 만든 주택연구기관이다.

이른바 '조중동'이나 매일경제, 한국경제를 비롯한 한국의 상업 신문사들이 왜 광고성 부동산 기사를 그토록 많이 내보내는지에 대해서야 이미 많이 알려진 이야기다. 자신들의 수익원 대부분이 광고주에 의탁해 있는 언론사가 서민 독자들의 주거 안정보다 건설, 부동산업 광고주들의 눈치를 더 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그래서 서울 주택 공급부족론은 일단 일정 정도 할인(discount)을 하고 들어야 한다. 정확한 예측에 기반했다기 보다는 자신들의 사업적 소망에 바탕을 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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