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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임신하면 진찰료 더 내라”…日 출산정책 후진?
입력 2018.12.17 (15:29) 특파원 리포트
[특파원리포트] “임신하면 진찰료 더 내라”…日 출산정책 후진?
인구감소에 대한 일본의 고민은 우리보다 깊고 오래됐다. 정부와 지자체가 갖가지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출산 장려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는 정책이 슬그머니 시행돼 논란이 일고 있다. 임신한 여성은 의료기관 진찰료를 더 내야하는 제도이다. 민감한 제도가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슬그머니 시행된 것이다. 언론의 잇따른 문제 제기로 논란이 커진 뒤에야 제도 개선을 약속하고 나섰다.

임신여성은 추가 요금..."사실상 세금" vs. "위험 예방"

문제의 제도가 공론화된 출발점은 지난 11월 초 NHK 보도였다. 임신부가 병원에서 진찰을 받으면 '가산'명목의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는 사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이 인터넷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24살 임신부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여성이 "피부과에 갔는데 임신부 가산요금이 붙었다. 왜 더 내야하지?"라는 트윗을 올렸는데, 일주일 새 3만 5천여 번 이상 리트윗됐다. "사실상 세금", "콘택트 렌즈 처방전에도 가산 요금", "위험생각해 신중히 진찰하므로 손해 아냐" 등등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임신부 진찰료 가산제도는 지난 4월부터 시행됐다. 임신부가 의료기관을 방문하면, 모든 진료과목에서 초진 750 엔(약7,500원), 재진 380 엔(약 3,800 원)의 추가요금이 총진료비에 추가된다. 의료보험 적용으로 자기 부담률이 30%일 경우, 초진 230엔(약 2,300 원), 재진 110엔 (약 1,100 원)을 더 내야 하는 셈이다. 임신 여성 대부분은 이러한 제도가 있는지 전혀 몰랐거나, 추가 요금이 왜 필요한 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구체적 기준은 없지만 임신부에 도움될 거라고?

후생노동성이 NHK를 통해 이런저런 궁금증에 대한 답변을 내놨다.

진찰이 끝난 뒤 임신부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가산요금을 내지 않는다. 의료기관이 환자의 임신사실을 확인한 뒤 진찰한 경우에만 가산할 수 있다.

(임신사실을 알고 진찰 중 어떤 배려를 하면 가산이 되는지) 구체적 기준은 없다. 다만, 진찰에 가산요금이 있다면 (의료진이) 임신부에 영향이 없는 약을 조사해 정중히 설명한 등 질 높은 진찰을 할 동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임신부 가산이 가능해져서 안심하고 진료를 받으러 올 수 있게 되는지 여부는) 진료보수(진료비)의 이야기만으로 논의해서는 안된다. 임신부 가산은 어디까지나 그 일부이다. 임신부는 신경이 쓰이는 부분을 의사에게 제대로 물어봐서 불안을 해소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임신부가 안심하고 진료받도록 하겠다는 설명,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배려를 받게 되는지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천차만별의 건강상태를 지닌 각각에 맞춰 진찰하고 약을 처방하고 의료처치를 하는 것은 진료행위의 기본 중 기본인데, 임신부라고 특별히 돈을 더 내라는 것 자체가 파격적이다.

목적에만 눈 먼 정책...관료주의의 그늘

2017년 10월 진료보수 결정협의회 회의록을 보면, 제도 검토 단계부터 논란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당시 후생노동성은 “임신부가 외래에 와서 투약을 할 경우 태아에 영향이 없는지 등을 배려한 진찰이 필요하다. 그에 대한 평가(가산)를 고려하는 게 어떠한가?”라고 제안했다. 임신부가 안심하고 진료 받을 환경 조성을 추가 부담 부과 목적으로 꼽았다. “임신부에 대한 어떤 배려를 평가하겠다는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는 반론이 있었지만, 결론은 정부 뜻대로 나왔다.


국립 성육의료연구센터 '임신과 약' 정보센터장을 겸하고 있는 무라시마 아쓰코 모성내과의는 '태아 걱정 때문에 산부인과 이외 진료를 기피하는 사람, 산부인과 의사로서 다른 분야 질병에 익숙하지 않는 사람, 산부인과 이외 분야 의사로서 임신부 진료의 위험을 기피하는 사람, 임신부를 제대로 진료해야 한다는 사람'등 다양한 부류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가산요금을 하나의 계기로, 임신부가 고립되는 상황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면서도 결국 "임신부를 제대로 진료해야 임신부 가산요금에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버티다 버티다...여론악화에 물러난 日정부

'임신부가 더 안심하고 진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취지로 진찰료를 더 받겠다는 발상은 집권당 내에서도 강한 반발을 불렀다. '사회 전체가 육아를 지원한다는 생각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논란이 두 달째로 접어들고도 꽤 시간이 흐른 12월 13일 오전, 자민당 후생노동관계 합동회의가 열렸다. 후생노동성은 본래 가산할 수 없는 진료의 내용을 관계기관에 주지시키거나 2020년 진료보수 개정 때 이를 재검토하는 방안 등을 설명했다.

후생노동관계 당정 대책회의, 13일(현지 시각)후생노동관계 당정 대책회의, 13일(현지 시각)

회의에서는 "(의료비)자기부담이 증가하는 것에 대한 이해를 얻지 못했다. 폐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고이즈미 신지로 자민당 후생노동부 회장은 "임신부의 본인 부담 상승을 중단하지 않으면, 국민의 이해를 얻을 수 없다. 지혜를 모아 즉시 후생노동성과 조정작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13일 오후, 공동여당인 공명당에서도 후생노동그룹 회의를 열고, 제도에 대한 우려가 불식되지 않는다며, 의료비 추가 지불의 동결을 요구했다. 야마구치 공명당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당 차원에서 자기부담 동결을 검토하도록 정부에 요청하겠다.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대응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후생노동성은 "임신부를 배려한 제도 도입이었지만, 부담 증가에 대한 이해를 얻지 못했다"고 인정하고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14일, 네모토 다쿠미 후생노동상이 결국 한발 물러났다. 내각회의 뒤 기자회견을 열고 "임신부가 더 안심하고 진료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임산부 가산의 취지는 중요하지만,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적당한지 다시 한 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후생노동성은 조만간 후생노동상 자문 기관인 중앙사회보험의료협의회 논의를 거쳐, 말 많고 탈 많은 '임신부 가산 제도'의 동결을 올해 안에 결정할 예정이다.

네모토 후생상은 다만 "임신부가 안심하고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면서 임신부 배려 진료를 촉진하는 활동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또 어떤 제도가 나올까?

나름의 목적에 사로잡혀 사회적 합의를 무시한 채 추진하는 정책, 관료주의의 또 다른 이름이다.
  • [특파원리포트] “임신하면 진찰료 더 내라”…日 출산정책 후진?
    • 입력 2018.12.17 (15:29)
    특파원 리포트
[특파원리포트] “임신하면 진찰료 더 내라”…日 출산정책 후진?
인구감소에 대한 일본의 고민은 우리보다 깊고 오래됐다. 정부와 지자체가 갖가지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출산 장려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는 정책이 슬그머니 시행돼 논란이 일고 있다. 임신한 여성은 의료기관 진찰료를 더 내야하는 제도이다. 민감한 제도가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슬그머니 시행된 것이다. 언론의 잇따른 문제 제기로 논란이 커진 뒤에야 제도 개선을 약속하고 나섰다.

임신여성은 추가 요금..."사실상 세금" vs. "위험 예방"

문제의 제도가 공론화된 출발점은 지난 11월 초 NHK 보도였다. 임신부가 병원에서 진찰을 받으면 '가산'명목의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는 사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이 인터넷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24살 임신부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여성이 "피부과에 갔는데 임신부 가산요금이 붙었다. 왜 더 내야하지?"라는 트윗을 올렸는데, 일주일 새 3만 5천여 번 이상 리트윗됐다. "사실상 세금", "콘택트 렌즈 처방전에도 가산 요금", "위험생각해 신중히 진찰하므로 손해 아냐" 등등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임신부 진찰료 가산제도는 지난 4월부터 시행됐다. 임신부가 의료기관을 방문하면, 모든 진료과목에서 초진 750 엔(약7,500원), 재진 380 엔(약 3,800 원)의 추가요금이 총진료비에 추가된다. 의료보험 적용으로 자기 부담률이 30%일 경우, 초진 230엔(약 2,300 원), 재진 110엔 (약 1,100 원)을 더 내야 하는 셈이다. 임신 여성 대부분은 이러한 제도가 있는지 전혀 몰랐거나, 추가 요금이 왜 필요한 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구체적 기준은 없지만 임신부에 도움될 거라고?

후생노동성이 NHK를 통해 이런저런 궁금증에 대한 답변을 내놨다.

진찰이 끝난 뒤 임신부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가산요금을 내지 않는다. 의료기관이 환자의 임신사실을 확인한 뒤 진찰한 경우에만 가산할 수 있다.

(임신사실을 알고 진찰 중 어떤 배려를 하면 가산이 되는지) 구체적 기준은 없다. 다만, 진찰에 가산요금이 있다면 (의료진이) 임신부에 영향이 없는 약을 조사해 정중히 설명한 등 질 높은 진찰을 할 동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임신부 가산이 가능해져서 안심하고 진료를 받으러 올 수 있게 되는지 여부는) 진료보수(진료비)의 이야기만으로 논의해서는 안된다. 임신부 가산은 어디까지나 그 일부이다. 임신부는 신경이 쓰이는 부분을 의사에게 제대로 물어봐서 불안을 해소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임신부가 안심하고 진료받도록 하겠다는 설명,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배려를 받게 되는지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천차만별의 건강상태를 지닌 각각에 맞춰 진찰하고 약을 처방하고 의료처치를 하는 것은 진료행위의 기본 중 기본인데, 임신부라고 특별히 돈을 더 내라는 것 자체가 파격적이다.

목적에만 눈 먼 정책...관료주의의 그늘

2017년 10월 진료보수 결정협의회 회의록을 보면, 제도 검토 단계부터 논란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당시 후생노동성은 “임신부가 외래에 와서 투약을 할 경우 태아에 영향이 없는지 등을 배려한 진찰이 필요하다. 그에 대한 평가(가산)를 고려하는 게 어떠한가?”라고 제안했다. 임신부가 안심하고 진료 받을 환경 조성을 추가 부담 부과 목적으로 꼽았다. “임신부에 대한 어떤 배려를 평가하겠다는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는 반론이 있었지만, 결론은 정부 뜻대로 나왔다.


국립 성육의료연구센터 '임신과 약' 정보센터장을 겸하고 있는 무라시마 아쓰코 모성내과의는 '태아 걱정 때문에 산부인과 이외 진료를 기피하는 사람, 산부인과 의사로서 다른 분야 질병에 익숙하지 않는 사람, 산부인과 이외 분야 의사로서 임신부 진료의 위험을 기피하는 사람, 임신부를 제대로 진료해야 한다는 사람'등 다양한 부류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가산요금을 하나의 계기로, 임신부가 고립되는 상황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면서도 결국 "임신부를 제대로 진료해야 임신부 가산요금에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버티다 버티다...여론악화에 물러난 日정부

'임신부가 더 안심하고 진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취지로 진찰료를 더 받겠다는 발상은 집권당 내에서도 강한 반발을 불렀다. '사회 전체가 육아를 지원한다는 생각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논란이 두 달째로 접어들고도 꽤 시간이 흐른 12월 13일 오전, 자민당 후생노동관계 합동회의가 열렸다. 후생노동성은 본래 가산할 수 없는 진료의 내용을 관계기관에 주지시키거나 2020년 진료보수 개정 때 이를 재검토하는 방안 등을 설명했다.

후생노동관계 당정 대책회의, 13일(현지 시각)후생노동관계 당정 대책회의, 13일(현지 시각)

회의에서는 "(의료비)자기부담이 증가하는 것에 대한 이해를 얻지 못했다. 폐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고이즈미 신지로 자민당 후생노동부 회장은 "임신부의 본인 부담 상승을 중단하지 않으면, 국민의 이해를 얻을 수 없다. 지혜를 모아 즉시 후생노동성과 조정작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13일 오후, 공동여당인 공명당에서도 후생노동그룹 회의를 열고, 제도에 대한 우려가 불식되지 않는다며, 의료비 추가 지불의 동결을 요구했다. 야마구치 공명당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당 차원에서 자기부담 동결을 검토하도록 정부에 요청하겠다.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대응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후생노동성은 "임신부를 배려한 제도 도입이었지만, 부담 증가에 대한 이해를 얻지 못했다"고 인정하고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14일, 네모토 다쿠미 후생노동상이 결국 한발 물러났다. 내각회의 뒤 기자회견을 열고 "임신부가 더 안심하고 진료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임산부 가산의 취지는 중요하지만,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적당한지 다시 한 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후생노동성은 조만간 후생노동상 자문 기관인 중앙사회보험의료협의회 논의를 거쳐, 말 많고 탈 많은 '임신부 가산 제도'의 동결을 올해 안에 결정할 예정이다.

네모토 후생상은 다만 "임신부가 안심하고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면서 임신부 배려 진료를 촉진하는 활동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또 어떤 제도가 나올까?

나름의 목적에 사로잡혀 사회적 합의를 무시한 채 추진하는 정책, 관료주의의 또 다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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