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시민권 받으세요”…투자 유치에 안간힘

입력 2018.12.17 (18:06) 수정 2018.12.17 (18:4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세계를 한눈에 보는 <글로벌 경제> 조항리 아나운서와 함께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 주제는요?

[답변]

아이들 방학 앞두고 해외여행 계획 세우는 분들 많으실 텐데요.

출국할 때 반드시 챙겨야 하는 것, 뭘까요?

바로 '여권'이죠.

국적과 신분을 확인해주는 여권은 그 나라에 속한 국민에게만 발급되는데요,

그런데 이 여권을 투자자들에게 주는 나라들이 있다고 합니다.

카리브 해 연안에 위치한 이곳은 도미니캅니다.

우리나라에선 도미니카연방으로 알려졌죠.

인구 7만 명이 사는 이 작은 섬나라에 최근 중국과 러시아, 중동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시민권 취득을 위해섭니다.

[레녹스 린턴/도미니카연방의회 의원 : "(시민권을 취득하려면 비용이 얼마나 드나요?) 십만 불(약 1억 1천만 원)이요. 현재 거주 중인 국가에서 내면 됩니다."]

시민권 발급까지는 평균 6개월 정도가 걸리는데요.

소득세, 증여세, 상속세 등 각종 세금 혜택은 물론 영국, 싱가포르 등 122개국을 입국할 수 있습니다.

카리브 해에 있는 앤티가 바부다, 그레나다 등 다른 섬나라에서도 1억에서 2억 원의 비용이면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앵커]

카리브 해 연안 국가들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요.

어떻습니까?

[답변]

맞습니다.

일부 유럽 국가에서도 투자 이민 제도를 적극적으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그리스와 스페인, 포르투갈, 헝가리 등 열 개 나라가 넘습니다.

누구든 정해진 돈만 내면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어 '황금 비자(golden visa)' 제도라고 불립니다.

더욱더 적극적인 나라들도 있습니다.

지중해에 위치한 섬나라 키프로스와 몰탑니다.

키프로스는 2백만 유로(약 26억 원) 이상의 부동산을 살 경우 시민권을 주고 있고요.

몰타는 백만 유로, 12억 원 정돕니다.

몰타 정부에 9억 원 정도를 주고 나머지는 부동산이나 채권을 구매하는 방식입니다.

[장 필립/해외 투자 자문 회사 : "몰타 시민은 미국과 캐나다를 포함한 166개가 넘는 국가를 무비자로 방문 가능합니다. 영주권자는 셍겐 지역의 유럽 국가를 비자 없이 왕래 가능합니다."]

몰타뿐 아니라 키프로스도 유럽연합(EU) 회원국이죠.

EU 회원국은 셍겐 조약에 따라 여권 없이 자유롭게 국경 이동이 가능해, 투자이민자들에게 인깁니다.

[앵커]

여러 국가가 이른바 '국적 장사'에 나선 이유, 어디에 있을까요?

[답변]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경제적 효과 때문입니다.

외신들은 경제가 불안한 나라들이 재정 확충을 위한 방편으로 투자이민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카리브 해에 위치한 세인트키츠네비습니다.

15만 달러, 1억 7천만 원을 기부하면 시민권 획득이 가능한데요.

이렇게 벌어들인 수익이 한해 GDP의 14%에 달합니다.

[로라 브릴우드/국제투명성기구 정책 담당자 : "4개의 국가에서 시민권을, 12개 국가에서 영주권을 주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유럽 국가에서는 250억 유로(약 32조 원)가 넘는 투자 이민이 이루어졌습니다."]

재정 위기에 빠졌던 포르투갈과 그리스도 자국 부동산을 산 외국인에게 시민권을 부여하고 있는데요,

그 덕분에 부동산 시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습니다.

[소티리스 후루툴라키스/부동산 업체 관계자 : "매달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앵커]

긍정적인 효과도 물론 있겠지만, 부패한 기업인이나 정치인이 해외 도피처로 사용하는 등의 부작용 우려 역시 커 보이는데요?

[답변]

그렇습니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시민권 취득 비용이 무려 270억 원에 달합니다.

그래도 억만장자들에게 인기 있는 나라 중 하난데요,

그 이유가 시민권 취득 여부를 감출 수 있어 돈세탁이나 재산을 숨기는데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키프로스의 경우 주로 러시아 부호나 기업인, 정치인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가디언이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1조 3천억 원을 소유한 러시아 전 상원의원, 푸틴 대통령 저택에 건설비를 대준 혐의를 받는 3조 원대 자산가 등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키프로스는 지난 2013년 '황금 비자' 제도를 도입해, 그동안 5조 원이 넘는 이익을 거뒀습니다.

[아나 고메즈/유럽의회 의원 : "이것은 부패한 정치인, 범죄자 그리고 돈세탁을 목적으로 하는 부유층 이주자들에게 빠른 길을 제공하여 돕는 것과 같습니다."]

EU 집행위원회는 '황금 비자' 제도가 EU 안보를 큰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앵커]

어떻게 보면 부자들만을 위한 제도인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 드는데, 혹시 가짜 서류로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취득하는 사례도 있습니까?

[답변]

네. 특히 홍콩에서는 중국인들에게 캐나다 영주권 취득을 도와주겠다며 접근해 수수료를 챙기는 브로커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캐나다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퀘벡 주의 투자 이민 프로그램입니다.

퀘벡 주 정부가 최소 17억 원의 자산을 보유한 신청자에 한해 10억 원을 투자할 경우 영주권을 발급해주고 있습니다.

CBC 보도에 따르면, 브로커들은 이민 신청자들에게 자산을 부풀리거나 범죄 기록을 은폐하는 등 서류를 허위로 조작하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캐나다 영주권 알선 브로커 : "법적으로 문제없는 7장의 서류를 만들어 드릴 수 있습니다. 도피나 자산 은폐 목적을 위한 용도로 사용 가능합니다."]

지난해 캐나다 영주권을 취득한 사람은 5천여 명.

하지만 이들 중 95%는 퀘벡이 아닌 다른 주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세계 부호들이 시민권을 마치 쇼핑하듯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단순히 조세 회피 목적이 아니라 정치적,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질 것을 대비해 두 번째, 세 번째 시민권을 취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글로벌 경제] “시민권 받으세요”…투자 유치에 안간힘
    • 입력 2018-12-17 18:10:30
    • 수정2018-12-17 18:42:18
    통합뉴스룸ET
[앵커]

세계를 한눈에 보는 <글로벌 경제> 조항리 아나운서와 함께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 주제는요?

[답변]

아이들 방학 앞두고 해외여행 계획 세우는 분들 많으실 텐데요.

출국할 때 반드시 챙겨야 하는 것, 뭘까요?

바로 '여권'이죠.

국적과 신분을 확인해주는 여권은 그 나라에 속한 국민에게만 발급되는데요,

그런데 이 여권을 투자자들에게 주는 나라들이 있다고 합니다.

카리브 해 연안에 위치한 이곳은 도미니캅니다.

우리나라에선 도미니카연방으로 알려졌죠.

인구 7만 명이 사는 이 작은 섬나라에 최근 중국과 러시아, 중동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시민권 취득을 위해섭니다.

[레녹스 린턴/도미니카연방의회 의원 : "(시민권을 취득하려면 비용이 얼마나 드나요?) 십만 불(약 1억 1천만 원)이요. 현재 거주 중인 국가에서 내면 됩니다."]

시민권 발급까지는 평균 6개월 정도가 걸리는데요.

소득세, 증여세, 상속세 등 각종 세금 혜택은 물론 영국, 싱가포르 등 122개국을 입국할 수 있습니다.

카리브 해에 있는 앤티가 바부다, 그레나다 등 다른 섬나라에서도 1억에서 2억 원의 비용이면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앵커]

카리브 해 연안 국가들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요.

어떻습니까?

[답변]

맞습니다.

일부 유럽 국가에서도 투자 이민 제도를 적극적으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그리스와 스페인, 포르투갈, 헝가리 등 열 개 나라가 넘습니다.

누구든 정해진 돈만 내면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어 '황금 비자(golden visa)' 제도라고 불립니다.

더욱더 적극적인 나라들도 있습니다.

지중해에 위치한 섬나라 키프로스와 몰탑니다.

키프로스는 2백만 유로(약 26억 원) 이상의 부동산을 살 경우 시민권을 주고 있고요.

몰타는 백만 유로, 12억 원 정돕니다.

몰타 정부에 9억 원 정도를 주고 나머지는 부동산이나 채권을 구매하는 방식입니다.

[장 필립/해외 투자 자문 회사 : "몰타 시민은 미국과 캐나다를 포함한 166개가 넘는 국가를 무비자로 방문 가능합니다. 영주권자는 셍겐 지역의 유럽 국가를 비자 없이 왕래 가능합니다."]

몰타뿐 아니라 키프로스도 유럽연합(EU) 회원국이죠.

EU 회원국은 셍겐 조약에 따라 여권 없이 자유롭게 국경 이동이 가능해, 투자이민자들에게 인깁니다.

[앵커]

여러 국가가 이른바 '국적 장사'에 나선 이유, 어디에 있을까요?

[답변]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경제적 효과 때문입니다.

외신들은 경제가 불안한 나라들이 재정 확충을 위한 방편으로 투자이민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카리브 해에 위치한 세인트키츠네비습니다.

15만 달러, 1억 7천만 원을 기부하면 시민권 획득이 가능한데요.

이렇게 벌어들인 수익이 한해 GDP의 14%에 달합니다.

[로라 브릴우드/국제투명성기구 정책 담당자 : "4개의 국가에서 시민권을, 12개 국가에서 영주권을 주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유럽 국가에서는 250억 유로(약 32조 원)가 넘는 투자 이민이 이루어졌습니다."]

재정 위기에 빠졌던 포르투갈과 그리스도 자국 부동산을 산 외국인에게 시민권을 부여하고 있는데요,

그 덕분에 부동산 시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습니다.

[소티리스 후루툴라키스/부동산 업체 관계자 : "매달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앵커]

긍정적인 효과도 물론 있겠지만, 부패한 기업인이나 정치인이 해외 도피처로 사용하는 등의 부작용 우려 역시 커 보이는데요?

[답변]

그렇습니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시민권 취득 비용이 무려 270억 원에 달합니다.

그래도 억만장자들에게 인기 있는 나라 중 하난데요,

그 이유가 시민권 취득 여부를 감출 수 있어 돈세탁이나 재산을 숨기는데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키프로스의 경우 주로 러시아 부호나 기업인, 정치인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가디언이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1조 3천억 원을 소유한 러시아 전 상원의원, 푸틴 대통령 저택에 건설비를 대준 혐의를 받는 3조 원대 자산가 등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키프로스는 지난 2013년 '황금 비자' 제도를 도입해, 그동안 5조 원이 넘는 이익을 거뒀습니다.

[아나 고메즈/유럽의회 의원 : "이것은 부패한 정치인, 범죄자 그리고 돈세탁을 목적으로 하는 부유층 이주자들에게 빠른 길을 제공하여 돕는 것과 같습니다."]

EU 집행위원회는 '황금 비자' 제도가 EU 안보를 큰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앵커]

어떻게 보면 부자들만을 위한 제도인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 드는데, 혹시 가짜 서류로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취득하는 사례도 있습니까?

[답변]

네. 특히 홍콩에서는 중국인들에게 캐나다 영주권 취득을 도와주겠다며 접근해 수수료를 챙기는 브로커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캐나다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퀘벡 주의 투자 이민 프로그램입니다.

퀘벡 주 정부가 최소 17억 원의 자산을 보유한 신청자에 한해 10억 원을 투자할 경우 영주권을 발급해주고 있습니다.

CBC 보도에 따르면, 브로커들은 이민 신청자들에게 자산을 부풀리거나 범죄 기록을 은폐하는 등 서류를 허위로 조작하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캐나다 영주권 알선 브로커 : "법적으로 문제없는 7장의 서류를 만들어 드릴 수 있습니다. 도피나 자산 은폐 목적을 위한 용도로 사용 가능합니다."]

지난해 캐나다 영주권을 취득한 사람은 5천여 명.

하지만 이들 중 95%는 퀘벡이 아닌 다른 주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세계 부호들이 시민권을 마치 쇼핑하듯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단순히 조세 회피 목적이 아니라 정치적,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질 것을 대비해 두 번째, 세 번째 시민권을 취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