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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손가락 사고’ 식기세척기…SK매직 “뒷면 가리겠다”
입력 2018.12.18 (07:04) 수정 2018.12.18 (07:09) 취재후
[취재후] ‘손가락 사고’ 식기세척기…SK매직 “뒷면 가리겠다”
3살 최지수 어린이는 지난 10월, 손가락 한 마디가 잘려나가 봉합수술을 받았습니다. 다행히 수술이 잘 돼 건반도 연주하고 인형도 갖고 놀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선으로 잘렸다가 붙은 흉터가 크게 남았습니다.

원인은 현재 국내 식기세척기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SK매직의 식기세척기였습니다. 어떻게 가정용 식기세척기에 손가락이 잘릴 수 있나, 싶지만 세척기 뒷면의 마감 처리가 제대로 안 돼 날카로운 금속 부분이 문제였습니다. 회사는 설계상 결함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도 "반은 부모 잘못"이라고 봤습니다.

[연관 기사] ‘설계 결함’에 아이 손가락 잘렸는데…“절반은 부모 탓”?

문제의 식기세척기 뒷면. 둥근 날 부분이 테이핑 되지 않은 채 그대로 노출돼 있다.문제의 식기세척기 뒷면. 둥근 날 부분이 테이핑 되지 않은 채 그대로 노출돼 있다.

“자녀 감독 소홀히 해…반은 부모 책임”

최 씨는 2015년에 빌트인이 아닌 스탠딩형 식기세척기를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1년 뒤 지금 집으로 이사를 오면서 벽에 붙일 공간이 없어 옆으로 세워 설치했습니다. 최 씨는 "설치할 때 기사가 주의를 주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SK매직 손해사정사의 법률 자문 의견서를 보겠습니다. "설계상 결함이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쓰여있습니다. 식기세척기를 싱크대 등 안에 넣는 방식이 아니라 그냥 세워두는 방식으로 사용할 경우 뒷면의 불완전한 마감이 외부에 노출될 수 있고, 이게 신체를 다치게 할 위험이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도 뒤를 가리는 별도의 마감을 하지 않은 건 비용 절감 측면 외에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는 게 이유입니다. 또 사용설명서 등에서 사전에 이런 위험을 안내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텐데 그러지 않았다는 거죠.

그럼에도 SK매직 측은 제조사 과실이 50%라고 피해자 측에 통보했습니다. 역시 의견서를 볼까요. "피해자의 친권자가 만 2세에 불과한 피해자에 대한 보호감독의무를 게을리 한 과실로 발생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피보험자의 책임을 40~50% 정도로 제한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부모가 지수 군을 제대로 돌봤다면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SK매직 측 손해사정사의 자문 의견서. 제품의 설계상 결함이 보인다는 내용이 쓰여 있다.SK매직 측 손해사정사의 자문 의견서. 제품의 설계상 결함이 보인다는 내용이 쓰여 있다.

식기세척기 마감에 다친 사람 6명…“앞만 보이게 만든 제품은 전기적 요건만 맞으면 OK”

식기세척기에 사람이 다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한국소비자원은 2014년부터 지난 10월까지 식기세척기의 마감이 잘못돼 모두 6명이 다쳤다고 집계했습니다. 전국 병원과 소방서 80여 곳에 접수된 내용을 취합한 수치인데요. 한두 명도 아니고 6명이라니, 사후 처리가 어떻게 됐는지 물어봤습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시민들이 직접 접수할 때에는 회사나 모델명을 알려줘 소비자원에서 조사하는 경우도 있지만, 병원 등에서 치료 내용을 수집할 때에는 모델명이 나와있지 않아 따로 조사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부상을 당하고도 그냥 넘어간 사람도 있고 제조사에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를 한 경우도 있을 겁니다.

가전제품에 대한 안전 인증 기준은 국가기술표준원이 마련합니다. '전기용품 안전 기준'에는 마감 처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정해 놨습니다. 22.14항에 쓰인 "기기의 기능상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통상 사용시 또는 사용자의 보수 중에 위험을 줄 수 있는 요철이 있는 모서리 또는 날카로운 모서리가 없어야 한다"는 게 그 내용입니다.

제품의 사진을 살펴본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뒷면 덮개가 없는 상태로 판매되고 있다면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빌트인 등 사용자에게 앞면만 노출되는 제품은 전기적인 사항만 만족되면 인증이 허용되는데, 빌트인이 아니라면 앞뒤 모두 마감 처리를 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SK매직 “뒷면 덮개 무상으로 붙여주겠다”

KBS 보도 이후 SK매직 측은 오늘(17일)부터 해당 제품을 구매해 설치한 모든 고객들에게 전화를 걸고 있습니다. 안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뒷면을 가리는 덮개를 붙여주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또 현재 판매 중인 식기세척기 21개 종류 중 뒷면 덮개가 없는 12인용 모델 11개에 모두 덮개를 설치하겠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문제의 모델은 올해에만 3,800대가 팔린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취재진이 찾아본 식기세척기 후기 중에는 이번 사례처럼 공간이 좁아 식기세척기를 노출해 세워 두고 쓴다는 내용도 여럿 있었습니다.

SK매직 측은 또 "이번 사고를 계기로 설계와 생산, 설치 등 모든 영역에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 고객의 안전과 관련된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관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보도와 제조사 측의 조처로 더 이상 유사한 사고는 일어나질 않길 바랍니다.
  • [취재후] ‘손가락 사고’ 식기세척기…SK매직 “뒷면 가리겠다”
    • 입력 2018.12.18 (07:04)
    • 수정 2018.12.18 (07:09)
    취재후
[취재후] ‘손가락 사고’ 식기세척기…SK매직 “뒷면 가리겠다”
3살 최지수 어린이는 지난 10월, 손가락 한 마디가 잘려나가 봉합수술을 받았습니다. 다행히 수술이 잘 돼 건반도 연주하고 인형도 갖고 놀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선으로 잘렸다가 붙은 흉터가 크게 남았습니다.

원인은 현재 국내 식기세척기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SK매직의 식기세척기였습니다. 어떻게 가정용 식기세척기에 손가락이 잘릴 수 있나, 싶지만 세척기 뒷면의 마감 처리가 제대로 안 돼 날카로운 금속 부분이 문제였습니다. 회사는 설계상 결함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도 "반은 부모 잘못"이라고 봤습니다.

[연관 기사] ‘설계 결함’에 아이 손가락 잘렸는데…“절반은 부모 탓”?

문제의 식기세척기 뒷면. 둥근 날 부분이 테이핑 되지 않은 채 그대로 노출돼 있다.문제의 식기세척기 뒷면. 둥근 날 부분이 테이핑 되지 않은 채 그대로 노출돼 있다.

“자녀 감독 소홀히 해…반은 부모 책임”

최 씨는 2015년에 빌트인이 아닌 스탠딩형 식기세척기를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1년 뒤 지금 집으로 이사를 오면서 벽에 붙일 공간이 없어 옆으로 세워 설치했습니다. 최 씨는 "설치할 때 기사가 주의를 주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SK매직 손해사정사의 법률 자문 의견서를 보겠습니다. "설계상 결함이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쓰여있습니다. 식기세척기를 싱크대 등 안에 넣는 방식이 아니라 그냥 세워두는 방식으로 사용할 경우 뒷면의 불완전한 마감이 외부에 노출될 수 있고, 이게 신체를 다치게 할 위험이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도 뒤를 가리는 별도의 마감을 하지 않은 건 비용 절감 측면 외에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는 게 이유입니다. 또 사용설명서 등에서 사전에 이런 위험을 안내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텐데 그러지 않았다는 거죠.

그럼에도 SK매직 측은 제조사 과실이 50%라고 피해자 측에 통보했습니다. 역시 의견서를 볼까요. "피해자의 친권자가 만 2세에 불과한 피해자에 대한 보호감독의무를 게을리 한 과실로 발생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피보험자의 책임을 40~50% 정도로 제한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부모가 지수 군을 제대로 돌봤다면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SK매직 측 손해사정사의 자문 의견서. 제품의 설계상 결함이 보인다는 내용이 쓰여 있다.SK매직 측 손해사정사의 자문 의견서. 제품의 설계상 결함이 보인다는 내용이 쓰여 있다.

식기세척기 마감에 다친 사람 6명…“앞만 보이게 만든 제품은 전기적 요건만 맞으면 OK”

식기세척기에 사람이 다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한국소비자원은 2014년부터 지난 10월까지 식기세척기의 마감이 잘못돼 모두 6명이 다쳤다고 집계했습니다. 전국 병원과 소방서 80여 곳에 접수된 내용을 취합한 수치인데요. 한두 명도 아니고 6명이라니, 사후 처리가 어떻게 됐는지 물어봤습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시민들이 직접 접수할 때에는 회사나 모델명을 알려줘 소비자원에서 조사하는 경우도 있지만, 병원 등에서 치료 내용을 수집할 때에는 모델명이 나와있지 않아 따로 조사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부상을 당하고도 그냥 넘어간 사람도 있고 제조사에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를 한 경우도 있을 겁니다.

가전제품에 대한 안전 인증 기준은 국가기술표준원이 마련합니다. '전기용품 안전 기준'에는 마감 처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정해 놨습니다. 22.14항에 쓰인 "기기의 기능상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통상 사용시 또는 사용자의 보수 중에 위험을 줄 수 있는 요철이 있는 모서리 또는 날카로운 모서리가 없어야 한다"는 게 그 내용입니다.

제품의 사진을 살펴본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뒷면 덮개가 없는 상태로 판매되고 있다면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빌트인 등 사용자에게 앞면만 노출되는 제품은 전기적인 사항만 만족되면 인증이 허용되는데, 빌트인이 아니라면 앞뒤 모두 마감 처리를 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SK매직 “뒷면 덮개 무상으로 붙여주겠다”

KBS 보도 이후 SK매직 측은 오늘(17일)부터 해당 제품을 구매해 설치한 모든 고객들에게 전화를 걸고 있습니다. 안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뒷면을 가리는 덮개를 붙여주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또 현재 판매 중인 식기세척기 21개 종류 중 뒷면 덮개가 없는 12인용 모델 11개에 모두 덮개를 설치하겠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문제의 모델은 올해에만 3,800대가 팔린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취재진이 찾아본 식기세척기 후기 중에는 이번 사례처럼 공간이 좁아 식기세척기를 노출해 세워 두고 쓴다는 내용도 여럿 있었습니다.

SK매직 측은 또 "이번 사고를 계기로 설계와 생산, 설치 등 모든 영역에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 고객의 안전과 관련된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관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보도와 제조사 측의 조처로 더 이상 유사한 사고는 일어나질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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