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중국에 거대한 자전거 무덤이 생기고 있다!

입력 2018.12.18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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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베이징 외곽의 거대한 자전거 무덤

그 많던 중국 공유자전거가 사라지고 있다.

그 많던 중국의 공유자전거가 사라지고 있다. 베이징 도심 곳곳에 노랑, 주황, 파랑, 빨강 등 형형색색별로 줄지어 있던 수백만 대에 달하던 공유자전거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대신 도심 주변에는 고장 난 공유자전거의 거대한 무덤이 생겨나고 있다. 고장 난 자전거를 수거해 고치는 것보다 그냥 폐기해 버리는 게 더 싸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한때 자전거 도난 지옥이었던 중국이 자전거 공유 천국으로 변한 지 불과 1, 2년밖에 안됐는데... 뭔가 문제가 생긴 것이다.

교통에 방해돼 요즘은 마구 쌓아놓기도 한다.교통에 방해돼 요즘은 마구 쌓아놓기도 한다.

공유자전거 1등 회사 오포(ofo)의 몰락

중국 최초로 공유자전거를 만들었고, 업계를 지배해온 노랑자전거 오포(ofo)부터 흔들리고 있다. 앱 가입 보증금 99위안, 우리 돈으로 만 6천 원 정도 되는 돈을 제때 못 돌려줄 정도로 경영 악화가 심각하다. 기자가 오포 앱에 들어가 보니 보증금 환급 난이 회색으로 비활성화 상태다. 오포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해외 진출 사업도 하나둘 접고 있다. 한국 부산에 진출했던 사업은 10월 31일을 마지막으로 중단됐다.

오포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후발업체 대다수는 이미 도산했다. 중국 전자상거래연구센터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지금까지 70여 개의 공유자전거 업체가 난립했는데, 지금 정상 운영되는 곳은 오포와 모바이크를 비롯한 두세 곳 정도에 불과하다. 모바이크는 중국에서 크게 성공한 외식배달업체 메이투완(美团)에 합병돼 연명하게 됐다.

공유자전거 붐을 타고 우후죽순 생겨났던 공유자동차들도 하나둘 폐업하고 있다. 2인승 공유자동차 업체 투고(togo)의 앱을 켜보면 베이징 시내에 차량이 채 열대가 안 나온다. 그나마 기름이 없거나 누적 주차비가 너무 비싸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유자동차 투고의 보증금은 천5백 위안, 우리 돈으로 24만 원이 넘는다. 최근 중국에서는 공유 업체 폐업으로 인한 보증금 환불 불가 문제가 연일 뉴스가 되고 있다.



공유경제의 함정…신뢰의 문제 표출

공유경제는 신뢰를 먹고 산다. 사업자와 이용자, 이용자와 이용자 간 신뢰가 깨지면 유리창처럼 와장창 깨질 수 있다. 일부는 공유자전거에 부착된 GPS와 시건장치를 떼 개인 소유화 한다. 더 큰 문제는 사용한 뒤 아무렇게나 방치하는 것이다. 쉽게 이해가 안 가는 곳, 예를 들어 고속도로변이나 나무 중턱에 걸쳐놓은 자전거도 자주 눈에 띈다. 아예 다른 사람이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천이나 도랑 속에 처박아 놓은 자전거도 많다. 공유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투고(togo) 공유차가 한창 인기일 때 기자도 타본 적이 있다. 편리했다. 하지만 BMW가 제조한 2인승짜리 자동차 안에는 바닥에 쏟아진 커피와 각종 음식물 찌꺼기가 썩어가는 냄새가 가득했다.

사업자의 신뢰도 떨어졌다. 천문학적인 액수의 보증금을 챙긴 사업자들이 그 돈을 어떻게 운용하는지가 사각지대다. 중국의 시장 조사기관 아이리서치는 오포가 공식계정을 통해 벌꿀을 판매하고 보증금을 재테크 상품화하는 등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가상화폐를 발행하려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오포는 지금 각종 계약 분쟁으로 10여 건의 고소를 당한 상태다. 중국 교통운수부는 급기야 공유자전거, 자동차 보증금에 대한 관리투명화 방안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다.


에어컨과 TV가 구비돼 있는 공유 헬스장은 30분 이용에 700원 정도로 매우 저렴하다.에어컨과 TV가 구비돼 있는 공유 헬스장은 30분 이용에 700원 정도로 매우 저렴하다.

규제 프리 중국…새로운 공유모델 계속 발굴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공유경제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고, 많은 아이디어와 투자, 일자리가 용솟음치는 곳이다.

베이징에서는 지금도 공유 우산, 공유 농구공, 공유 배터리, 공유 안마기, 공유 헬스장 등 엄청난 공유 모델이 시도되고 있다. 이미 자가용 공유 개념인 디디추싱이 우버 이상의 성공을 거두었고, 중국의 공유 오피스 유어워크(UrWork)는 짝퉁 위워크(WeWork)라는 논란을 딛고 미국으로까지 진출하고 있다.

일부 공유서비스의 실패를 공유 경제의 몰락으로 이해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시행착오를 통해 중국인들의 도덕, 윤리의식이 높아지면 중국에서 더 많은 공유 경제가 꽃피울 가능성이 높다.

중국 당국은 새로운 사업이 시작될 때 일단 자유롭게 풀어주고 관찰만 한다. 이후 문제가 생기면 그때 적절한 규제를 만들어 시행한다. 세계 그 어느 곳보다 중국에서 활발한 공유경제 실험이 일어나는 이유 중 하나다. 정부 규제 완화 문제가 십수 년째 화두가 되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글로벌 시각에서 별로 새롭지도 않은 공유경제의 기초 단계라 할 수 있는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마저 이런저런 이유로 유예됐다는 뉴스를 들으면서 이 글을 꼭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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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중국에 거대한 자전거 무덤이 생기고 있다!
    • 입력 2018-12-18 07:04:47
    특파원 리포트
▲ 중국 베이징 외곽의 거대한 자전거 무덤

그 많던 중국 공유자전거가 사라지고 있다.

그 많던 중국의 공유자전거가 사라지고 있다. 베이징 도심 곳곳에 노랑, 주황, 파랑, 빨강 등 형형색색별로 줄지어 있던 수백만 대에 달하던 공유자전거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대신 도심 주변에는 고장 난 공유자전거의 거대한 무덤이 생겨나고 있다. 고장 난 자전거를 수거해 고치는 것보다 그냥 폐기해 버리는 게 더 싸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한때 자전거 도난 지옥이었던 중국이 자전거 공유 천국으로 변한 지 불과 1, 2년밖에 안됐는데... 뭔가 문제가 생긴 것이다.

교통에 방해돼 요즘은 마구 쌓아놓기도 한다.
공유자전거 1등 회사 오포(ofo)의 몰락

중국 최초로 공유자전거를 만들었고, 업계를 지배해온 노랑자전거 오포(ofo)부터 흔들리고 있다. 앱 가입 보증금 99위안, 우리 돈으로 만 6천 원 정도 되는 돈을 제때 못 돌려줄 정도로 경영 악화가 심각하다. 기자가 오포 앱에 들어가 보니 보증금 환급 난이 회색으로 비활성화 상태다. 오포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해외 진출 사업도 하나둘 접고 있다. 한국 부산에 진출했던 사업은 10월 31일을 마지막으로 중단됐다.

오포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후발업체 대다수는 이미 도산했다. 중국 전자상거래연구센터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지금까지 70여 개의 공유자전거 업체가 난립했는데, 지금 정상 운영되는 곳은 오포와 모바이크를 비롯한 두세 곳 정도에 불과하다. 모바이크는 중국에서 크게 성공한 외식배달업체 메이투완(美团)에 합병돼 연명하게 됐다.

공유자전거 붐을 타고 우후죽순 생겨났던 공유자동차들도 하나둘 폐업하고 있다. 2인승 공유자동차 업체 투고(togo)의 앱을 켜보면 베이징 시내에 차량이 채 열대가 안 나온다. 그나마 기름이 없거나 누적 주차비가 너무 비싸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유자동차 투고의 보증금은 천5백 위안, 우리 돈으로 24만 원이 넘는다. 최근 중국에서는 공유 업체 폐업으로 인한 보증금 환불 불가 문제가 연일 뉴스가 되고 있다.



공유경제의 함정…신뢰의 문제 표출

공유경제는 신뢰를 먹고 산다. 사업자와 이용자, 이용자와 이용자 간 신뢰가 깨지면 유리창처럼 와장창 깨질 수 있다. 일부는 공유자전거에 부착된 GPS와 시건장치를 떼 개인 소유화 한다. 더 큰 문제는 사용한 뒤 아무렇게나 방치하는 것이다. 쉽게 이해가 안 가는 곳, 예를 들어 고속도로변이나 나무 중턱에 걸쳐놓은 자전거도 자주 눈에 띈다. 아예 다른 사람이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천이나 도랑 속에 처박아 놓은 자전거도 많다. 공유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투고(togo) 공유차가 한창 인기일 때 기자도 타본 적이 있다. 편리했다. 하지만 BMW가 제조한 2인승짜리 자동차 안에는 바닥에 쏟아진 커피와 각종 음식물 찌꺼기가 썩어가는 냄새가 가득했다.

사업자의 신뢰도 떨어졌다. 천문학적인 액수의 보증금을 챙긴 사업자들이 그 돈을 어떻게 운용하는지가 사각지대다. 중국의 시장 조사기관 아이리서치는 오포가 공식계정을 통해 벌꿀을 판매하고 보증금을 재테크 상품화하는 등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가상화폐를 발행하려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오포는 지금 각종 계약 분쟁으로 10여 건의 고소를 당한 상태다. 중국 교통운수부는 급기야 공유자전거, 자동차 보증금에 대한 관리투명화 방안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다.


에어컨과 TV가 구비돼 있는 공유 헬스장은 30분 이용에 700원 정도로 매우 저렴하다.
규제 프리 중국…새로운 공유모델 계속 발굴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공유경제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고, 많은 아이디어와 투자, 일자리가 용솟음치는 곳이다.

베이징에서는 지금도 공유 우산, 공유 농구공, 공유 배터리, 공유 안마기, 공유 헬스장 등 엄청난 공유 모델이 시도되고 있다. 이미 자가용 공유 개념인 디디추싱이 우버 이상의 성공을 거두었고, 중국의 공유 오피스 유어워크(UrWork)는 짝퉁 위워크(WeWork)라는 논란을 딛고 미국으로까지 진출하고 있다.

일부 공유서비스의 실패를 공유 경제의 몰락으로 이해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시행착오를 통해 중국인들의 도덕, 윤리의식이 높아지면 중국에서 더 많은 공유 경제가 꽃피울 가능성이 높다.

중국 당국은 새로운 사업이 시작될 때 일단 자유롭게 풀어주고 관찰만 한다. 이후 문제가 생기면 그때 적절한 규제를 만들어 시행한다. 세계 그 어느 곳보다 중국에서 활발한 공유경제 실험이 일어나는 이유 중 하나다. 정부 규제 완화 문제가 십수 년째 화두가 되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글로벌 시각에서 별로 새롭지도 않은 공유경제의 기초 단계라 할 수 있는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마저 이런저런 이유로 유예됐다는 뉴스를 들으면서 이 글을 꼭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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