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 무죄인데…‘명예훼손’ 소송 건 삼례 사건 수사 검사

입력 2018.12.18 (19:04) 수정 2018.12.18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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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3인조가 침입해 강도 행각을 벌이다 집 주인인 70대 노인을 숨지게 한 '삼례 나라슈퍼 사건'. 경찰이 주변에 살던 10대 청소년들을 붙잡아 강압수사를 하면서 범인으로 몰아간 유명한 사건입니다.

사건이 벌어진 지 9개월 만에 진범이 잡혔는데도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진범을 풀어줬습니다. 삼례 3인방은 결국 길게는 5년 반의 형기를 마치고 만기 출소했습니다. 이들의 억울함은 2016년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되며 17년 만에 풀렸습니다.

[연관기사] 삼례 3인조…‘기막힌 인생’ 눈물과 탄식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감옥에서 보낸 삶을 되돌려 받을 수 있는 건 아니겠죠. 그래서 삼례 3인방과 가족들은 정부와 당시 수사 검사였던 김앤장 최 모 변호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습니다.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려 옥살이를 한 만큼, 이에 상응하는 경제적·정신적 피해를 배상하라는 취지입니다.

그런데 최 변호사가 최근 이들을 상대로 맞고소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삼례 3인방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3천만 원을 배상하라고 맞소송을 낸 겁니다.

KBS가 입수한 반소장을 보니 이렇습니다.

먼저 최 변호사는 1999년 수사 당시 자신은 사건을 조작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수사 당시 삼례 3인방을 협박하여 허위 자백을 받은 사실이 없고, 2000년 부산에서 진범으로 추정되는 3인방이 잡혔을 때도 모든 증거관계를 종합 검토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을뿐이라는 겁니다. 그때도 삼례 3인방은 재차 자신들의 범행이 맞다고 진술했기 때문에 검사로서는 뒤늦게 잡힌 부산 3인방을 풀어줄 수밖에 없었다고 했습니다.

최 변호사는 반소장에 "삼례 3인들과 박준영(재심 변호인)의 허위사실을 적시한 명예훼손 행위로 인해 본인은 '인격 살인'을 당한지 오래됐고, 지금 이순간 숨만 쉬고 있을 뿐 인격적으로는 이미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적었습니다. 언론에 지속적으로 자신을 비난하는 인터뷰가 나오면서 심한 정신적 고통으로 우울증까지 겪고 있다고 했습니다.

최 변호사는 "삼례 3인방과 변호인이 재심을 조작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먼저 이들을 지적 장애인으로 볼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삼례 3인방 중 2명은 지적 장애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들이 제출한 장애진단서 등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도 "삼례 3인방은 재심 재판 과정에서 전원이 지적 장애인인 척 하면서 허위 주장을 해 재판부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허위로 언론플레이를 했다"고 적었습니다.

2016년 전주지방검찰청은 재심 판결에 항소를 포기하겠다고 밝히며 "오랜 기간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겪은 피고인들과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습니다. 사건 당시 1심 재판부 배석판사로 삼례 3인방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던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자백으로 정리될 수밖에 없었던 당시 상황이 제 마음을 너무나 아프게 한다. 사법부에 몸담았던 의원, 해당 재판 판결문에 이름을 올린 무거움만으로도 세 분께 진심어린 사과를 드린다"며 머리를 숙였습니다.

만들어진 범인과 진범의 등장, 재심을 통한 16년 만의 무죄 판결.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삼례 사건은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양 측이 제기한 민사소송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 남아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삼례 사건을 재조사해온 대검 진상조사단은 어제(17일) 검찰 과거사위원회에 최종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재조사 결과, 당시 담당 검사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는 사실이 KBS 보도로 알려지면서 논란을 빚었던 바로 그 팀입니다.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이르면 이번주 내로 조사 결과를 공식 발표하기로 했습니다.

[연관기사][단독/앵커&리포트] 억울한 옥살이 5년, 진범 알고도 ‘쉬쉬’…“검사 책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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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심 무죄인데…‘명예훼손’ 소송 건 삼례 사건 수사 검사
    • 입력 2018-12-18 18:48:38
    • 수정2018-12-18 23:09:54
    취재K
1999년, 3인조가 침입해 강도 행각을 벌이다 집 주인인 70대 노인을 숨지게 한 '삼례 나라슈퍼 사건'. 경찰이 주변에 살던 10대 청소년들을 붙잡아 강압수사를 하면서 범인으로 몰아간 유명한 사건입니다.

사건이 벌어진 지 9개월 만에 진범이 잡혔는데도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진범을 풀어줬습니다. 삼례 3인방은 결국 길게는 5년 반의 형기를 마치고 만기 출소했습니다. 이들의 억울함은 2016년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되며 17년 만에 풀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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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감옥에서 보낸 삶을 되돌려 받을 수 있는 건 아니겠죠. 그래서 삼례 3인방과 가족들은 정부와 당시 수사 검사였던 김앤장 최 모 변호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습니다.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려 옥살이를 한 만큼, 이에 상응하는 경제적·정신적 피해를 배상하라는 취지입니다.

그런데 최 변호사가 최근 이들을 상대로 맞고소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삼례 3인방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3천만 원을 배상하라고 맞소송을 낸 겁니다.

KBS가 입수한 반소장을 보니 이렇습니다.

먼저 최 변호사는 1999년 수사 당시 자신은 사건을 조작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수사 당시 삼례 3인방을 협박하여 허위 자백을 받은 사실이 없고, 2000년 부산에서 진범으로 추정되는 3인방이 잡혔을 때도 모든 증거관계를 종합 검토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을뿐이라는 겁니다. 그때도 삼례 3인방은 재차 자신들의 범행이 맞다고 진술했기 때문에 검사로서는 뒤늦게 잡힌 부산 3인방을 풀어줄 수밖에 없었다고 했습니다.

최 변호사는 반소장에 "삼례 3인들과 박준영(재심 변호인)의 허위사실을 적시한 명예훼손 행위로 인해 본인은 '인격 살인'을 당한지 오래됐고, 지금 이순간 숨만 쉬고 있을 뿐 인격적으로는 이미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적었습니다. 언론에 지속적으로 자신을 비난하는 인터뷰가 나오면서 심한 정신적 고통으로 우울증까지 겪고 있다고 했습니다.

최 변호사는 "삼례 3인방과 변호인이 재심을 조작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먼저 이들을 지적 장애인으로 볼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삼례 3인방 중 2명은 지적 장애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들이 제출한 장애진단서 등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도 "삼례 3인방은 재심 재판 과정에서 전원이 지적 장애인인 척 하면서 허위 주장을 해 재판부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허위로 언론플레이를 했다"고 적었습니다.

2016년 전주지방검찰청은 재심 판결에 항소를 포기하겠다고 밝히며 "오랜 기간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겪은 피고인들과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습니다. 사건 당시 1심 재판부 배석판사로 삼례 3인방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던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자백으로 정리될 수밖에 없었던 당시 상황이 제 마음을 너무나 아프게 한다. 사법부에 몸담았던 의원, 해당 재판 판결문에 이름을 올린 무거움만으로도 세 분께 진심어린 사과를 드린다"며 머리를 숙였습니다.

만들어진 범인과 진범의 등장, 재심을 통한 16년 만의 무죄 판결.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삼례 사건은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양 측이 제기한 민사소송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 남아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삼례 사건을 재조사해온 대검 진상조사단은 어제(17일) 검찰 과거사위원회에 최종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재조사 결과, 당시 담당 검사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는 사실이 KBS 보도로 알려지면서 논란을 빚었던 바로 그 팀입니다.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이르면 이번주 내로 조사 결과를 공식 발표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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