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특파원리포트] 심령 치료가 성폭력?…여성 500여 명 “성적 학대 당했다”
입력 2018.12.19 (13:50) 특파원 리포트
[특파원리포트] 심령 치료가 성폭력?…여성 500여 명 “성적 학대 당했다”
"나의 아버지는 괴물입니다." 브라질 유명 시사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한 여성이 괴물로 묘사한 남성은 브라질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심령 치료사로 널리 알려진 76살의 주엉 테이셰이라 지 파리아. 이른바 '주엉 지 데우스 (신의 요한)'이라고 불리는 인물이다. 49살의 다우바 테이셰이라가 자신의 아버지를 괴물로 부른 이유는 어릴 적 자신도 아버지에게 성적 학대를 당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주엉'은 현재 500여 명의 여성을 성추행 또는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수감 중이다. 피해 여성들의 제보와 고소가 잇따른 뒤 다우바 테이셰이라도 용기를 내 과거 아버지로부터 당한 성적 학대를 언론에 제보한 것이다. 브라질 언론은 '주엉 지 데우스'의 성폭력 고소 사건을 큰 충격으로 받아들이며 연일 관련 소식을 보도하고 있다. 그만큼 '주엉'이 브라질 국내외에 심령 치료사로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내 손은 약손"...뭐든 고친다? 】

단상에 흰색 옷을 입은 환자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주엉'은 손으로 환자들의 배를 쓰다듬고 눈을 만지며 무언가를 중얼거린다. 그리고는 옆에 대기한 보조원들로부터 과일을 깎는 데 사용될 만한 칼을 넘겨받아 칼로 배 아랫부분을 베고 난 뒤 환자의 병을 고쳤다고 자신한다. 마취도 하지 않고 벌어지는 광경이다. 신성한 힘으로 모든 지병을 치유했다는 것이다. 다리가 불편해 지팡이를 짚고 온 환자들에게는 지팡이를 달라고 하고는 지팡이는 이제 필요 없다며 던져 버리고 환자들은 박수를 친다. '주엉'이 운영하고 있는 집회장의 모습이다.

'주엉'의 집회장이 있는 곳은 수도 브라질리아 근처 아바지아니아라는 소도시다. 그는 1970년대부터 이 집회장에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심령으로 치료를 한다고 주장해왔다.


【오프라 윈프리 쇼에도 출연】

'주엉'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된 건 미국의 유명 토크쇼 진행자인 오프라 윈프리가 브라질을 찾은 뒤부터다. 오프라 윈프리는 2012년 브라질을 찾아 '주엉'을 만나고 그의 치료 방법에 대해 인터뷰를 했다. '주엉'의 생애와 신의 힘으로 치료한다는 치료 방법에 대한 인터뷰 구성물이 방송을 탔다. 윈프리는 당시 "굉장한 인터뷰였다. 심적 안정을 느꼈다"며 분위기에 압도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주엉'의 유명세는 더욱 커져 브라질 국내외에서 수천 명이 그의 추종자가 됐다. 지우마 호셰프 전 대통령도 2008년 대통령 출마 전 림프계 종양 때문에 '주엉'의 '치유의 성물'과 '주엉'의 자녀들이 판매하던 '성수'를 구입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하기도 했다. 일주일 동안 이곳을 찾는 추종자는 약 3천 명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에는 유명 연예인도 있다.


【"성적 학대 당했다" 500여 명 여성들의 호소】

10여 명의 여성이 브라질 방송에 나와 '주엉'으로부터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것은 지난 7일, 피해 여성들은 '주엉'이 신의 힘으로 치료한다며 자신들에게 성적 학대를 가했다고 밝혔다. 그 뒤 곳곳에서 '주엉'으로부터 피해를 봤다는 제보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경찰에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발한 여성은 현재까지 506명, 피해 여성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브라질뿐 아니라 6개 나라 여성들이 포함돼 있다. 대부분 30대에서 40대 여성들이다.

'주엉'은 법원의 체포영장 발부로 수배된 뒤 잠적했다가 하루 뒤 변호사와 함께 스스로 경찰에 나갔다. '주엉'은 "40여 년 동안 신의 힘으로 수천 명을 치유해왔고, 전혀 부적절한 행위는 하지 않았다. 나는 죄가 없다." 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성물' 판매 등 "연간 18억 원 수익" 】

'주엉'은 치유에 대해서 돈을 받지 않는다. 다만, 각종 물품을 판매해 수익을 얻는다. 신성한 힘이 있다는 약초와 이른바 성스러운 물을 판매하고 성스러운 빛을 이용한 치료라며 환자들로부터 20분에 6천 원 정도의 돈을 받는다. 이와 함께 자신이 소유한 7개 농장에서 캐낸 돌을 이른바 치유의 능력이 있는 '성물'이라며 환자들에게 판매하고 매달 6만 헤아이스, 약 2천만 원 정도의 수익을 올려 왔다. 이렇게 벌어들이는 수익이 한 달에 50만 헤아이스, 1억 5천만 원. 연간 18억 원 정도를 벌어들인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경찰은 이런 '성물' 판매에 사기 혐의가 있다고 보고 수사하고 있다. 이전에도 여러 차례 사기 혐의로 체포된 바 있고 허가 없이 의약품을 판매한 혐의로 수감되기도 했다.

【불법 의료 행위 알고도 방치】

'주엉'의 환자들에 대한 행위는 브라질에서도 엄연한 불법 의료 행위다. 하지만 단죄하기는 어려웠다. 정부는 이에 대해 어느 누구도 '주엉'을 고소 또는 고발하지 않아 단속을 할 수 없었다고 언론에 밝혔다. 더욱이 브라질 헌법은 종교활동에 대한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고 있어서 흔히 사이비로 보이는 종교활동일지라도 사법적 잣대를 들이대기 쉽지 않다. 수천 명으로 추정되는 극렬 추종자들의 반발을 우려한 점도 당국이 조사에 나서기 어려웠던 이유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이번에는 5백 명이 넘는 여성들이 성추행과 성폭행 혐의로 그를 고소해 사법당국은 '주엉'을 체포하고 수사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경찰은 고소 여성들의 증언을 확보하고 아바지아니아 집회장을 압수수색 하는 등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심령 치료의 전모가 드러날지 브라질 안팎에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 [특파원리포트] 심령 치료가 성폭력?…여성 500여 명 “성적 학대 당했다”
    • 입력 2018.12.19 (13:50)
    특파원 리포트
[특파원리포트] 심령 치료가 성폭력?…여성 500여 명 “성적 학대 당했다”
"나의 아버지는 괴물입니다." 브라질 유명 시사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한 여성이 괴물로 묘사한 남성은 브라질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심령 치료사로 널리 알려진 76살의 주엉 테이셰이라 지 파리아. 이른바 '주엉 지 데우스 (신의 요한)'이라고 불리는 인물이다. 49살의 다우바 테이셰이라가 자신의 아버지를 괴물로 부른 이유는 어릴 적 자신도 아버지에게 성적 학대를 당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주엉'은 현재 500여 명의 여성을 성추행 또는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수감 중이다. 피해 여성들의 제보와 고소가 잇따른 뒤 다우바 테이셰이라도 용기를 내 과거 아버지로부터 당한 성적 학대를 언론에 제보한 것이다. 브라질 언론은 '주엉 지 데우스'의 성폭력 고소 사건을 큰 충격으로 받아들이며 연일 관련 소식을 보도하고 있다. 그만큼 '주엉'이 브라질 국내외에 심령 치료사로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내 손은 약손"...뭐든 고친다? 】

단상에 흰색 옷을 입은 환자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주엉'은 손으로 환자들의 배를 쓰다듬고 눈을 만지며 무언가를 중얼거린다. 그리고는 옆에 대기한 보조원들로부터 과일을 깎는 데 사용될 만한 칼을 넘겨받아 칼로 배 아랫부분을 베고 난 뒤 환자의 병을 고쳤다고 자신한다. 마취도 하지 않고 벌어지는 광경이다. 신성한 힘으로 모든 지병을 치유했다는 것이다. 다리가 불편해 지팡이를 짚고 온 환자들에게는 지팡이를 달라고 하고는 지팡이는 이제 필요 없다며 던져 버리고 환자들은 박수를 친다. '주엉'이 운영하고 있는 집회장의 모습이다.

'주엉'의 집회장이 있는 곳은 수도 브라질리아 근처 아바지아니아라는 소도시다. 그는 1970년대부터 이 집회장에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심령으로 치료를 한다고 주장해왔다.


【오프라 윈프리 쇼에도 출연】

'주엉'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된 건 미국의 유명 토크쇼 진행자인 오프라 윈프리가 브라질을 찾은 뒤부터다. 오프라 윈프리는 2012년 브라질을 찾아 '주엉'을 만나고 그의 치료 방법에 대해 인터뷰를 했다. '주엉'의 생애와 신의 힘으로 치료한다는 치료 방법에 대한 인터뷰 구성물이 방송을 탔다. 윈프리는 당시 "굉장한 인터뷰였다. 심적 안정을 느꼈다"며 분위기에 압도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주엉'의 유명세는 더욱 커져 브라질 국내외에서 수천 명이 그의 추종자가 됐다. 지우마 호셰프 전 대통령도 2008년 대통령 출마 전 림프계 종양 때문에 '주엉'의 '치유의 성물'과 '주엉'의 자녀들이 판매하던 '성수'를 구입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하기도 했다. 일주일 동안 이곳을 찾는 추종자는 약 3천 명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에는 유명 연예인도 있다.


【"성적 학대 당했다" 500여 명 여성들의 호소】

10여 명의 여성이 브라질 방송에 나와 '주엉'으로부터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것은 지난 7일, 피해 여성들은 '주엉'이 신의 힘으로 치료한다며 자신들에게 성적 학대를 가했다고 밝혔다. 그 뒤 곳곳에서 '주엉'으로부터 피해를 봤다는 제보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경찰에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발한 여성은 현재까지 506명, 피해 여성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브라질뿐 아니라 6개 나라 여성들이 포함돼 있다. 대부분 30대에서 40대 여성들이다.

'주엉'은 법원의 체포영장 발부로 수배된 뒤 잠적했다가 하루 뒤 변호사와 함께 스스로 경찰에 나갔다. '주엉'은 "40여 년 동안 신의 힘으로 수천 명을 치유해왔고, 전혀 부적절한 행위는 하지 않았다. 나는 죄가 없다." 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성물' 판매 등 "연간 18억 원 수익" 】

'주엉'은 치유에 대해서 돈을 받지 않는다. 다만, 각종 물품을 판매해 수익을 얻는다. 신성한 힘이 있다는 약초와 이른바 성스러운 물을 판매하고 성스러운 빛을 이용한 치료라며 환자들로부터 20분에 6천 원 정도의 돈을 받는다. 이와 함께 자신이 소유한 7개 농장에서 캐낸 돌을 이른바 치유의 능력이 있는 '성물'이라며 환자들에게 판매하고 매달 6만 헤아이스, 약 2천만 원 정도의 수익을 올려 왔다. 이렇게 벌어들이는 수익이 한 달에 50만 헤아이스, 1억 5천만 원. 연간 18억 원 정도를 벌어들인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경찰은 이런 '성물' 판매에 사기 혐의가 있다고 보고 수사하고 있다. 이전에도 여러 차례 사기 혐의로 체포된 바 있고 허가 없이 의약품을 판매한 혐의로 수감되기도 했다.

【불법 의료 행위 알고도 방치】

'주엉'의 환자들에 대한 행위는 브라질에서도 엄연한 불법 의료 행위다. 하지만 단죄하기는 어려웠다. 정부는 이에 대해 어느 누구도 '주엉'을 고소 또는 고발하지 않아 단속을 할 수 없었다고 언론에 밝혔다. 더욱이 브라질 헌법은 종교활동에 대한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고 있어서 흔히 사이비로 보이는 종교활동일지라도 사법적 잣대를 들이대기 쉽지 않다. 수천 명으로 추정되는 극렬 추종자들의 반발을 우려한 점도 당국이 조사에 나서기 어려웠던 이유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이번에는 5백 명이 넘는 여성들이 성추행과 성폭행 혐의로 그를 고소해 사법당국은 '주엉'을 체포하고 수사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경찰은 고소 여성들의 증언을 확보하고 아바지아니아 집회장을 압수수색 하는 등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심령 치료의 전모가 드러날지 브라질 안팎에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kbs가 손수 골랐습니다. 네이버에서도 보세요.
기자 정보

    KBS사이트에서 소셜계정으로 로그인한 이용자는 댓글 이용시 KBS회원으로 표시되고
    댓글창을 통해 소셜계정으로 로그인한 이용자는 소셜회원으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