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러시아 스캔들’에 화난 판사 “나라 팔아먹은 것”

입력 2018.12.19 (20:04) 수정 2018.12.1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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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클 플린 前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사진 출처:AP)


플린 前 국가안보보좌관 선고 연기..."특검에 적극 협조하라"

현지시각 18일 미국 워싱턴 D.C 연방법원에서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인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에 대해 위증한 혐의로 기소된 마이클 플린 前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이 예정돼 있었다.

육군 중장 출신인 플린은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NSC 보좌관을 지냈는데 러시아 측과의 접촉 사실에 관해 연방수사국(FBI)에 거짓말을 한 혐의로 특검에 의해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플린은 2016년 12월 NSC 보좌관 내정자 신분으로 세르게이 키슬라크 당시 주미 러시아 대사와 접촉해 오바마 행정부가 가한 대 러시아 제재 해제를 논의한 사실이 틀통나면서 취임 24일 만에 낙마했다.

이후 그는 2017년 1월 FBI 조사를 받을 때 "러시아 제재 논의를 한 적이 없다는 거짓말을 했다"고 특검에 실토했다. 플린은 이후 특검에 협력했고 특검은 플린이 수사에서 "상당한 도움을 제공했다"고 밝히고 그에게 실형 선고를 하지 말아 달라고 법원에 요청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플린 장군에게 행운을 빈다"며 "러시아와의 공모와 관련해 그가 무엇을 말하는지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울 것이다. (러시아와) 공모는 없었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런데 워싱턴D.C 연방법원의 에밋 설리번 판사는 플린에 대한 선고를 연기한다고 전격 발표하고 플린에 대한 심리를 내년 3월 13일 재개한다고 알렸다.

설리번 판사는 플린 전 보좌관이 러시아 스캔들을 조사중인 로버트 뮬러 특별 검사팀의 조사에 계속 협조할 수 있도록 선고를 연기한다고 설명하고 형량을 결정할 때 특검에 협조한 점을 감안하겠다고 말했다. 현지언론은 재판부가 플린 측에 특검 수사에 계속 협조할 뜻이 있는지 물었고, 플린 전 보좌관의 변호인이 이에 동조하면서 선고 연기가 결정됐다고 보도했다.

미 워싱턴D.C 연방법원, 플린 보좌관 선고 연기(삽화 출처:abc방송)미 워싱턴D.C 연방법원, 플린 보좌관 선고 연기(삽화 출처:abc방송)

플린-러시아 관계는 매국 행위..."사실상 나라 팔아넘긴 것" 질타

그런데 설리번 판사는 이날 공판에서 플린 전 보좌관을 향해 강한 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플린 전 보좌관의 혐의가 '매우 심각한 범죄'라며 역겨움과 경멸을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플린이 러시아 당국 관계자를 만난 것에 대해 거의 매국 행위라며 "사실상 나라를 팔아넘긴 것과 같다(Arguably, you sold your country out)"고 가장 높은 수위로 질타했다. 특히 플린의 러시아 측 접촉과 관련해 반역죄가 성립할 수 있는지 검찰에 묻기도 했다.

플린 전 보좌관이 '플리 바겐(유죄를 인정하고 형량을 감경받는 것)'을 통해 특검 수사에 적극 협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국 정치권과 언론은 주목하고 있다.

러시아 '댓글 부대' 美 대선 개입 증거 속속 드러나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해 오는 것은 이것뿐이 아니다.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에 대한 2건의 보고서 초안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여론은 트럼프에게 더욱 등을 돌리고 있다.

미국 상원정보위원회는 초당적으로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에 대한 진상 조사를 벌이고 있는데 위원회에 제출할 첫 번째 초안을 워싱턴포스트가 입수해 현지시각 16일 보도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과 네트워크 분석회사인 그라피카(Graphika)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는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후보의 당선을 돕기 위해 페이스북과 트위터, 구글, 유튜브 등 거의 모든 SNS를 활용했고, 이를 통해 유권자들을 정치적으로 분열시키는 공작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하고 대통령직에 취임한 직후 6개월 동안 러시아는 더 집중적으로 온라인 공작을 벌였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 같은 작업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본거지를 둔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IRA)'에 의해 추진됐는데 뮬러 특검에 의해 지난 2월 러시아 기관 가운데는 첫 번째로 기소되었다.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IRA)'는 미 대선 당시 선전, 선동 댓글을 다는 이른바 '댓글 부대"를 이용해 SNS상에 허위 계정을 개설하고 미국인의 혐오와 증오를 부추기는 가짜광고와 게시물을 SNS에 올리는 등 대선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러시아 댓글 부대 美 대선 기간 게시글(출처:CNN방송) 러시아 댓글 부대 美 대선 기간 게시글(출처:CNN방송)

러시아 '댓글 부대', 미국 유권자 분열 시도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에 더 활발한 공작 벌여"

특히 미국 유권자들을 세분화해 맞춤형 메시지를 노출하는 수법을 사용했는데, 보수와 극우 유권자들은 트럼프 지지를 독려하는 게시물에, 반 트럼프 성향의 유권자들은 투표 의지를 좌절시키는 게시물에 각각 노출됐다고 전했다.

옥스퍼드대가 작성한 보고서 외에도 미국 컬럼비아대 등이 만든 두 번째 보고서 초안도 미 언론에 공개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주말 이를 공개할 예정인데, 2건의 보고서는 러시아가 미국인의 총기 보유 권리와 이민 등의 이슈와 관련해 보수주의자들을 자극하려 노력했고, 특히 좌파 성향의 흑인 유권자들을 집중적으로 겨냥했다고 설명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흑인 투표율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벌였는데, 보고서는 흑인들이 선거를 보이콧하도록 설득하거나 투표율을 낮추기 위해 잘못된 투표 절차를 따르도록 하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컬럼비아대와 Canfield 연구팀은 러시아 IRA가 흑인 사회를 겨냥해 광범위한 크로스 미디어 플랫폼을 만들었는데 흑인들의 미디어를 공유하고 서로 홍보하는 영향력 있는 SNS 생태계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라티노(Latino)와 무슬림, 기독교도, 게이, 레즈비언, 진보주의자, 보수적인 남부인, 퇴역군인 등 많은 집단에 대해서도 수천 개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이용해 분열 공작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IRA는 특히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집중 활용했는데, IRA의 선거개입 글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읽은 미국인은 2천만 명, 페이스북을 통해 본 미국인은 1억 2천6백만 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6년 월평균 2,600건이던 인스타그램 게시글은 트럼프 취임 후인 2017년에는 6천 건으로 늘어났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러시아 댓글 부대는 구글의 자회사인 유튜브와 페이스북이 소유한 인스타그램뿐만 아니라 구글+와 텀블러, 핀터레스트 등의 플랫폼이 활용했고 야후와 마이크로소프트 핫메일 서비스와 구글의 Gmail 계정을 사용하는 등 사실상 거의 모든 SNS를 활용한 선거 공작을 벌인 것으로 이번에 확인됐다.

■ "러시아 '댓글 부대', 트럼프 백악관 입성 성공하도록 지원" 결론

보고서는 러시아 요원들이 트럼프 후보가 백악관에 입성하는 데 성공하도록 도움을 주려 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미국 언론들은 보도했다.

리처드 버 상원 정보위원장(공화당)은 "러시아가 얼마나 공격적으로 미국인을 인종, 종교, 이데올로기에 따라 나누려고 시도했는지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뮬러 특검의 수사를 '마녀 사냥'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또 특검 수사에 협조한 마이클 코언 전 개인 변호사를 두고 '쥐새끼(Rat)'라는 거친 표현을 하며 강하게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NBC와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미국인 10명 중 6명은 트럼프가 정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할 것이라는 답변도 38%에 그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는 평가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유럽연합, 러시아 가짜 뉴스와의 전쟁 선포 기자회견(사진 출처:AP)유럽연합, 러시아 가짜 뉴스와의 전쟁 선포 기자회견(사진 출처:AP)

■ 유럽의회, 내년 선거 앞두고 가짜뉴스와의 전쟁 선포
"러시아가 가짜 뉴스의 몸통..서방 분열 시도"
"러시아, 가짜 뉴스 유포 등 미디어 예산 한 해 1조 3천억 원 사용"
'가짜 뉴스 조기 경보 시스템'·'팩트 체크' 지원 강화

그런데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벌어진 러시아 스캔들이 유럽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유럽의회는 최근 내년에 예정된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가짜 뉴스(Fake News)의 몸통은 역시 러시아이다. 앤드류 안십(Andrus Ansip) 유럽의회 부의장은 러시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러시아가 가짜 뉴스의 몸통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유럽의회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크렘린이 유럽을 분열시킬 군사 작전의 하나로 가짜 뉴스 등을 유포하는 미디어 관련 예산을 한 해 10억 유로, 약 1조 3천억 원가량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궁극적으로 서방을 분열시키고 약화하려는 러시아 군사 독트린에 따른 중요 전략 가운데 하나인데 미국에서도 조사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트롤 공장(Troll factory)' 그리고 이른바 '봇 부대(Bot armies)'가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유럽의회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신속한 경보 시스템을 구축해 회원국이나 기관에 알리고 가짜 뉴스 대응 예산을 현재 169만 파운드에서 440만 파운드, 약 63억 원으로 대폭 증액하고 이 예산 중 일부는 팩트 체크를 담당하는 언론사에 지원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은 페이스북 사용자의 3~4%를 차지하는 6천만에서 최대 9천만 개의 가짜 페이스북 계정이 존재하고 이들 계정 중 상당수는 여전히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의 가짜 뉴스 유포는 이미 KGB 시절부터 행해 왔는데 KGB 예산의 85%는 비밀 정보를 캐내는 것이 아니라 거짓 정보를 유포시키는 데 사용한 것으로 영국 정보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지난 9월 저널리스트들을 브뤼셀에 불러 팩트체크(fact-checking)에 관한 논의를 진행했다. 당시 참석자들은 가짜 뉴스와의 전쟁은 유럽연합과 유럽연합 내 기구들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고 전했다.

2019년 5월 예정된 유럽의회 선거, 2020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는 능숙한 방법으로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에 개입하려 들 것으로 미국과 유럽 정치권은 보고 있다. 한때 아랍 세계와 다른 독재 국가의 해방을 위한 도구로 여겨졌던 페이스북과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이 이제는 민주주의에 위협을 가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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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클 플린 前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사진 출처:AP)


플린 前 국가안보보좌관 선고 연기..."특검에 적극 협조하라"

현지시각 18일 미국 워싱턴 D.C 연방법원에서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인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에 대해 위증한 혐의로 기소된 마이클 플린 前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이 예정돼 있었다.

육군 중장 출신인 플린은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NSC 보좌관을 지냈는데 러시아 측과의 접촉 사실에 관해 연방수사국(FBI)에 거짓말을 한 혐의로 특검에 의해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플린은 2016년 12월 NSC 보좌관 내정자 신분으로 세르게이 키슬라크 당시 주미 러시아 대사와 접촉해 오바마 행정부가 가한 대 러시아 제재 해제를 논의한 사실이 틀통나면서 취임 24일 만에 낙마했다.

이후 그는 2017년 1월 FBI 조사를 받을 때 "러시아 제재 논의를 한 적이 없다는 거짓말을 했다"고 특검에 실토했다. 플린은 이후 특검에 협력했고 특검은 플린이 수사에서 "상당한 도움을 제공했다"고 밝히고 그에게 실형 선고를 하지 말아 달라고 법원에 요청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플린 장군에게 행운을 빈다"며 "러시아와의 공모와 관련해 그가 무엇을 말하는지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울 것이다. (러시아와) 공모는 없었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런데 워싱턴D.C 연방법원의 에밋 설리번 판사는 플린에 대한 선고를 연기한다고 전격 발표하고 플린에 대한 심리를 내년 3월 13일 재개한다고 알렸다.

설리번 판사는 플린 전 보좌관이 러시아 스캔들을 조사중인 로버트 뮬러 특별 검사팀의 조사에 계속 협조할 수 있도록 선고를 연기한다고 설명하고 형량을 결정할 때 특검에 협조한 점을 감안하겠다고 말했다. 현지언론은 재판부가 플린 측에 특검 수사에 계속 협조할 뜻이 있는지 물었고, 플린 전 보좌관의 변호인이 이에 동조하면서 선고 연기가 결정됐다고 보도했다.

미 워싱턴D.C 연방법원, 플린 보좌관 선고 연기(삽화 출처:abc방송)
플린-러시아 관계는 매국 행위..."사실상 나라 팔아넘긴 것" 질타

그런데 설리번 판사는 이날 공판에서 플린 전 보좌관을 향해 강한 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플린 전 보좌관의 혐의가 '매우 심각한 범죄'라며 역겨움과 경멸을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플린이 러시아 당국 관계자를 만난 것에 대해 거의 매국 행위라며 "사실상 나라를 팔아넘긴 것과 같다(Arguably, you sold your country out)"고 가장 높은 수위로 질타했다. 특히 플린의 러시아 측 접촉과 관련해 반역죄가 성립할 수 있는지 검찰에 묻기도 했다.

플린 전 보좌관이 '플리 바겐(유죄를 인정하고 형량을 감경받는 것)'을 통해 특검 수사에 적극 협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국 정치권과 언론은 주목하고 있다.

러시아 '댓글 부대' 美 대선 개입 증거 속속 드러나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해 오는 것은 이것뿐이 아니다.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에 대한 2건의 보고서 초안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여론은 트럼프에게 더욱 등을 돌리고 있다.

미국 상원정보위원회는 초당적으로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에 대한 진상 조사를 벌이고 있는데 위원회에 제출할 첫 번째 초안을 워싱턴포스트가 입수해 현지시각 16일 보도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과 네트워크 분석회사인 그라피카(Graphika)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는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후보의 당선을 돕기 위해 페이스북과 트위터, 구글, 유튜브 등 거의 모든 SNS를 활용했고, 이를 통해 유권자들을 정치적으로 분열시키는 공작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하고 대통령직에 취임한 직후 6개월 동안 러시아는 더 집중적으로 온라인 공작을 벌였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 같은 작업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본거지를 둔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IRA)'에 의해 추진됐는데 뮬러 특검에 의해 지난 2월 러시아 기관 가운데는 첫 번째로 기소되었다.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IRA)'는 미 대선 당시 선전, 선동 댓글을 다는 이른바 '댓글 부대"를 이용해 SNS상에 허위 계정을 개설하고 미국인의 혐오와 증오를 부추기는 가짜광고와 게시물을 SNS에 올리는 등 대선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러시아 댓글 부대 美 대선 기간 게시글(출처:CNN방송)
러시아 '댓글 부대', 미국 유권자 분열 시도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에 더 활발한 공작 벌여"

특히 미국 유권자들을 세분화해 맞춤형 메시지를 노출하는 수법을 사용했는데, 보수와 극우 유권자들은 트럼프 지지를 독려하는 게시물에, 반 트럼프 성향의 유권자들은 투표 의지를 좌절시키는 게시물에 각각 노출됐다고 전했다.

옥스퍼드대가 작성한 보고서 외에도 미국 컬럼비아대 등이 만든 두 번째 보고서 초안도 미 언론에 공개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주말 이를 공개할 예정인데, 2건의 보고서는 러시아가 미국인의 총기 보유 권리와 이민 등의 이슈와 관련해 보수주의자들을 자극하려 노력했고, 특히 좌파 성향의 흑인 유권자들을 집중적으로 겨냥했다고 설명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흑인 투표율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벌였는데, 보고서는 흑인들이 선거를 보이콧하도록 설득하거나 투표율을 낮추기 위해 잘못된 투표 절차를 따르도록 하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컬럼비아대와 Canfield 연구팀은 러시아 IRA가 흑인 사회를 겨냥해 광범위한 크로스 미디어 플랫폼을 만들었는데 흑인들의 미디어를 공유하고 서로 홍보하는 영향력 있는 SNS 생태계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라티노(Latino)와 무슬림, 기독교도, 게이, 레즈비언, 진보주의자, 보수적인 남부인, 퇴역군인 등 많은 집단에 대해서도 수천 개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이용해 분열 공작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IRA는 특히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집중 활용했는데, IRA의 선거개입 글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읽은 미국인은 2천만 명, 페이스북을 통해 본 미국인은 1억 2천6백만 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6년 월평균 2,600건이던 인스타그램 게시글은 트럼프 취임 후인 2017년에는 6천 건으로 늘어났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러시아 댓글 부대는 구글의 자회사인 유튜브와 페이스북이 소유한 인스타그램뿐만 아니라 구글+와 텀블러, 핀터레스트 등의 플랫폼이 활용했고 야후와 마이크로소프트 핫메일 서비스와 구글의 Gmail 계정을 사용하는 등 사실상 거의 모든 SNS를 활용한 선거 공작을 벌인 것으로 이번에 확인됐다.

■ "러시아 '댓글 부대', 트럼프 백악관 입성 성공하도록 지원" 결론

보고서는 러시아 요원들이 트럼프 후보가 백악관에 입성하는 데 성공하도록 도움을 주려 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미국 언론들은 보도했다.

리처드 버 상원 정보위원장(공화당)은 "러시아가 얼마나 공격적으로 미국인을 인종, 종교, 이데올로기에 따라 나누려고 시도했는지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뮬러 특검의 수사를 '마녀 사냥'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또 특검 수사에 협조한 마이클 코언 전 개인 변호사를 두고 '쥐새끼(Rat)'라는 거친 표현을 하며 강하게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NBC와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미국인 10명 중 6명은 트럼프가 정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할 것이라는 답변도 38%에 그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는 평가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유럽연합, 러시아 가짜 뉴스와의 전쟁 선포 기자회견(사진 출처:AP)
■ 유럽의회, 내년 선거 앞두고 가짜뉴스와의 전쟁 선포
"러시아가 가짜 뉴스의 몸통..서방 분열 시도"
"러시아, 가짜 뉴스 유포 등 미디어 예산 한 해 1조 3천억 원 사용"
'가짜 뉴스 조기 경보 시스템'·'팩트 체크' 지원 강화

그런데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벌어진 러시아 스캔들이 유럽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유럽의회는 최근 내년에 예정된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가짜 뉴스(Fake News)의 몸통은 역시 러시아이다. 앤드류 안십(Andrus Ansip) 유럽의회 부의장은 러시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러시아가 가짜 뉴스의 몸통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유럽의회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크렘린이 유럽을 분열시킬 군사 작전의 하나로 가짜 뉴스 등을 유포하는 미디어 관련 예산을 한 해 10억 유로, 약 1조 3천억 원가량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궁극적으로 서방을 분열시키고 약화하려는 러시아 군사 독트린에 따른 중요 전략 가운데 하나인데 미국에서도 조사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트롤 공장(Troll factory)' 그리고 이른바 '봇 부대(Bot armies)'가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유럽의회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신속한 경보 시스템을 구축해 회원국이나 기관에 알리고 가짜 뉴스 대응 예산을 현재 169만 파운드에서 440만 파운드, 약 63억 원으로 대폭 증액하고 이 예산 중 일부는 팩트 체크를 담당하는 언론사에 지원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은 페이스북 사용자의 3~4%를 차지하는 6천만에서 최대 9천만 개의 가짜 페이스북 계정이 존재하고 이들 계정 중 상당수는 여전히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의 가짜 뉴스 유포는 이미 KGB 시절부터 행해 왔는데 KGB 예산의 85%는 비밀 정보를 캐내는 것이 아니라 거짓 정보를 유포시키는 데 사용한 것으로 영국 정보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지난 9월 저널리스트들을 브뤼셀에 불러 팩트체크(fact-checking)에 관한 논의를 진행했다. 당시 참석자들은 가짜 뉴스와의 전쟁은 유럽연합과 유럽연합 내 기구들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고 전했다.

2019년 5월 예정된 유럽의회 선거, 2020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는 능숙한 방법으로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에 개입하려 들 것으로 미국과 유럽 정치권은 보고 있다. 한때 아랍 세계와 다른 독재 국가의 해방을 위한 도구로 여겨졌던 페이스북과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이 이제는 민주주의에 위협을 가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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