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판문점 깜짝 방문한 비건, 또 ‘깜짝 제안’ 내놓을까?

입력 2018.12.21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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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교착 상황에서 연말 서울을 찾은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한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공항 도착 직후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북한 여행금지 조치 재검토' 방침을 밝혔던 비건 대표는 어제(20일)는 판문점을 깜짝 방문해 남북의 비무장화 조치 이행 상황을 점검했다.

방한 사흘째 오늘(21일)은 우리 정부 측과 연쇄 접촉을 한 뒤 추가로 대북 메시지를 내놓을 거라는 얘기로 흘러나온다.

'선(先) 비핵화-후(後) 제재 완화' 원칙만을 고수한 채 대북 압박 공세를 이어온 미국 정부가 비건 대표의 방한 카드를 활용해 교착상태의 출구를 찾고 나섰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비건 대표의 대북 메시지는 북한을 움직일 수 있을까? 북한의 신년사 발표를 앞두고 북미 비핵화 협상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한 분위기다.

비건 대표의 판문점 ‘깜짝 방문’…잇단 ‘대북 달래기’ 눈길

비건 특별대표의 판문점 방문은 서울 도착 다음날인 어제(20일) 오전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른 아침 숙소를 출발한 비건 대표는 오전 10시쯤 판문점에 도착, 오후 1시까지 약 3시간가량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 머물며 최근 남북 군사 당국이 취한 비무장화 조치의 이행 상황 등을 살펴본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 측 인사의 동행 없이 비공개로 진행된 이 날 판문점 방문은 최근 판문점의 비무장화 상황을 직접 보길 원했던 비건 대표의 의사를 반영해 은밀하게 준비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특별대표 일행을 태운 외교차량 2대가 판문점 방문을 마치고 통일대표를 통해 서울로 돌아오고 있다(20일 오후)비건 특별대표 일행을 태운 외교차량 2대가 판문점 방문을 마치고 통일대표를 통해 서울로 돌아오고 있다(20일 오후)

다만, 비건 대표 일행을 태운 검은색 외교 차량 2대가 통일대교를 지나 서울로 돌아오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일각에서 제기했던 북측 인사들과의 접촉은 원래부터 계획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비건 대표는 지난 8월 대북정책 특별대표에 임명된 뒤 한국을 다섯 차례나 방문했지만, 판문점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판문점 방문이 주목받은 이유는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북한 여행금지조치 재검토'라는 비건 대표의 전날 깜짝 발언에 뒤이은 파격 행보라는 점 때문이다.

비건 대표는 19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민간·종교단체의 대북 인도적 지원에 관한 미국 정부의 정책을 재검토할 것을 지시했다"는 사실을 기자들에게 공개하면서 대북 인도적 지원이 영향을 받지 않도록 미국민들의 북한 여행 금지 조치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비록 인도적인 지원 등에 국한된 조치이긴 하지만, 미국 정부가 기존의 '선(先) 비핵화-후(後) 제재 완화'라는 원칙론에서 한발 물러나 부분적인 제재 완화나 수위 조절에 나설 뜻을 공식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날 발언은 비건 특별대표가 비행기에서 내려 취재진을 만나자마자 종이를 쓰인 글을 읽어나가는 방식으로 발표된 '사전에 준비한 메시지'다. 북미 교착 상태가 길어지는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해 비건 대표의 방한을 계기로 준비한 대북 유화 메시지인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비건 대표의 판문점 깜짝 방문 역시 그 자체가 철저히 준비된 대북 메시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다.


■조명균 면담·한미워킹그룹 회의…비건, 깜짝 제안 내놓나?

방한 이틀째 일정을 비공개로 진행한 비건 대표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 면담과 한미워킹그룹 2차회의 등 사흘째 일정은 모두 언론에 동선을 노출한 채 공개적으로 소화할 예정이다.

특히 이날 오전 외교부 청사에서 열리는 한미워킹그룹 2차 회의에서는 26일 예정된 남북 철도 도로 연결 착공식을 비롯해 이산가족 화상상봉과 북한 양묘장 현대화, 남북 간 국제 항공로 신설 등 남북 협력사업의 제재 면제 여부에 대한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우리 정부가 지난해 9월 의결하고도 아직 집행하지 않은 800만 달러 규모의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 공여금의 처리 문제도 이 자리에서 함께 논의될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관심은 한미워킹그룹 회의를 직후 비건 대표가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 형식의 대 언론 접촉 과정에서 내놓을 대북 메시지다. 비건 대표는 어제 판문점에서 돌아온 직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워킹그룹 회의 이후 언론에도 뭔가 얘기할 게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협력 사업의 제재 면제와 관련한 한미 양국의 협의 결과는 물론, 북한을 설득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대북 메시지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커 보이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언론들 역시 비건 대표의 발언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스(NYT)는 비건 대표의 발언이 북한의 양보를 이끌어내는 데 충분한 정도인지는 불확실하다면서도 "워싱턴이 길어지고 있는 비핵화 대화의 교착을 타개하기 위해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의 일부를 풀어주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김정은(위원장)과의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제안"이라고 평가했고, 로이터통신도 "워싱턴과 평양이 교착 상태에 놓인 대화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부심하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분석 기사를 출고했다.


“제재 해제, 美 진정성 판별 시금석”…북한, 화답할까?

비건 미국 특별대표의 대북 유화 메시지는 북한을 움직일 수 있을까?

일단 비건 대표의 발언에 대한 북한의 직접적인 반응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비건 대표의 방한 일정이 아직 남아있는 만큼, 앞으로의 행보를 좀 더 지켜본 뒤 입장을 내놓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북한 매체는 어제도 대미 비난을 이어가며 이른바 '先 상응 조치', 즉 제재완화 요구에 대한 대미 압박 수위를 높였다.

조선중앙통신은 '낡은 길에서 장벽에 부딪히기보다 새길 찾는 것이 나을 것이다'라는 제목의 개인 명의 논평을 통해 "조선반도 비핵화는 (북미 양측이) 다 같이 노력하지 않으면 절대로 이룰 수 없는 사업"이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특히 '미국의 대북제재 해제가 비핵화 협상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는 시금석'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통신은 "우리가 상응 조치로 요구한 것은 미국이 결심하기 곤란하고 실행하기 힘겨운 것도 아니다"며 "사실상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라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북한은 앞서 13일엔 "미국의 상응 조치 없이는 먼저 움직이지 않겠다'고 배수진을 친 데 이어, 16일엔 "비핵화의 길이 영원히 막힐 수도 있다"는 경고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내보냈다.

북한의 이번 입장 발표는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서는 제재 완화 등 미국의 상응 조치가 선결돼야 한다는 점을 더욱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리고 부분적 제재 완화 가능성을 시사하며 한발 물러선 비건 대표의 방한 메시지는 이런 북한의 요구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답 성격이 짙어 보인다.

관심은 다시 북한의 화답 여부로 모아진다. 이르면 이번 주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비건 대표의 메시지에 대한 북한의 1차 반응, 그리고 열흘 뒤 나올 김정은 신년사의 내용에 따라 내년 초 한반도 정세가 큰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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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21 00: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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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교착 상황에서 연말 서울을 찾은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한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공항 도착 직후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북한 여행금지 조치 재검토' 방침을 밝혔던 비건 대표는 어제(20일)는 판문점을 깜짝 방문해 남북의 비무장화 조치 이행 상황을 점검했다.

방한 사흘째 오늘(21일)은 우리 정부 측과 연쇄 접촉을 한 뒤 추가로 대북 메시지를 내놓을 거라는 얘기로 흘러나온다.

'선(先) 비핵화-후(後) 제재 완화' 원칙만을 고수한 채 대북 압박 공세를 이어온 미국 정부가 비건 대표의 방한 카드를 활용해 교착상태의 출구를 찾고 나섰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비건 대표의 대북 메시지는 북한을 움직일 수 있을까? 북한의 신년사 발표를 앞두고 북미 비핵화 협상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한 분위기다.

비건 대표의 판문점 ‘깜짝 방문’…잇단 ‘대북 달래기’ 눈길

비건 특별대표의 판문점 방문은 서울 도착 다음날인 어제(20일) 오전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른 아침 숙소를 출발한 비건 대표는 오전 10시쯤 판문점에 도착, 오후 1시까지 약 3시간가량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 머물며 최근 남북 군사 당국이 취한 비무장화 조치의 이행 상황 등을 살펴본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 측 인사의 동행 없이 비공개로 진행된 이 날 판문점 방문은 최근 판문점의 비무장화 상황을 직접 보길 원했던 비건 대표의 의사를 반영해 은밀하게 준비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특별대표 일행을 태운 외교차량 2대가 판문점 방문을 마치고 통일대표를 통해 서울로 돌아오고 있다(20일 오후)
다만, 비건 대표 일행을 태운 검은색 외교 차량 2대가 통일대교를 지나 서울로 돌아오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일각에서 제기했던 북측 인사들과의 접촉은 원래부터 계획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비건 대표는 지난 8월 대북정책 특별대표에 임명된 뒤 한국을 다섯 차례나 방문했지만, 판문점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판문점 방문이 주목받은 이유는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북한 여행금지조치 재검토'라는 비건 대표의 전날 깜짝 발언에 뒤이은 파격 행보라는 점 때문이다.

비건 대표는 19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민간·종교단체의 대북 인도적 지원에 관한 미국 정부의 정책을 재검토할 것을 지시했다"는 사실을 기자들에게 공개하면서 대북 인도적 지원이 영향을 받지 않도록 미국민들의 북한 여행 금지 조치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비록 인도적인 지원 등에 국한된 조치이긴 하지만, 미국 정부가 기존의 '선(先) 비핵화-후(後) 제재 완화'라는 원칙론에서 한발 물러나 부분적인 제재 완화나 수위 조절에 나설 뜻을 공식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날 발언은 비건 특별대표가 비행기에서 내려 취재진을 만나자마자 종이를 쓰인 글을 읽어나가는 방식으로 발표된 '사전에 준비한 메시지'다. 북미 교착 상태가 길어지는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해 비건 대표의 방한을 계기로 준비한 대북 유화 메시지인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비건 대표의 판문점 깜짝 방문 역시 그 자체가 철저히 준비된 대북 메시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다.


■조명균 면담·한미워킹그룹 회의…비건, 깜짝 제안 내놓나?

방한 이틀째 일정을 비공개로 진행한 비건 대표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 면담과 한미워킹그룹 2차회의 등 사흘째 일정은 모두 언론에 동선을 노출한 채 공개적으로 소화할 예정이다.

특히 이날 오전 외교부 청사에서 열리는 한미워킹그룹 2차 회의에서는 26일 예정된 남북 철도 도로 연결 착공식을 비롯해 이산가족 화상상봉과 북한 양묘장 현대화, 남북 간 국제 항공로 신설 등 남북 협력사업의 제재 면제 여부에 대한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우리 정부가 지난해 9월 의결하고도 아직 집행하지 않은 800만 달러 규모의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 공여금의 처리 문제도 이 자리에서 함께 논의될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관심은 한미워킹그룹 회의를 직후 비건 대표가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 형식의 대 언론 접촉 과정에서 내놓을 대북 메시지다. 비건 대표는 어제 판문점에서 돌아온 직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워킹그룹 회의 이후 언론에도 뭔가 얘기할 게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협력 사업의 제재 면제와 관련한 한미 양국의 협의 결과는 물론, 북한을 설득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대북 메시지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커 보이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언론들 역시 비건 대표의 발언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스(NYT)는 비건 대표의 발언이 북한의 양보를 이끌어내는 데 충분한 정도인지는 불확실하다면서도 "워싱턴이 길어지고 있는 비핵화 대화의 교착을 타개하기 위해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의 일부를 풀어주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김정은(위원장)과의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제안"이라고 평가했고, 로이터통신도 "워싱턴과 평양이 교착 상태에 놓인 대화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부심하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분석 기사를 출고했다.


“제재 해제, 美 진정성 판별 시금석”…북한, 화답할까?

비건 미국 특별대표의 대북 유화 메시지는 북한을 움직일 수 있을까?

일단 비건 대표의 발언에 대한 북한의 직접적인 반응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비건 대표의 방한 일정이 아직 남아있는 만큼, 앞으로의 행보를 좀 더 지켜본 뒤 입장을 내놓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북한 매체는 어제도 대미 비난을 이어가며 이른바 '先 상응 조치', 즉 제재완화 요구에 대한 대미 압박 수위를 높였다.

조선중앙통신은 '낡은 길에서 장벽에 부딪히기보다 새길 찾는 것이 나을 것이다'라는 제목의 개인 명의 논평을 통해 "조선반도 비핵화는 (북미 양측이) 다 같이 노력하지 않으면 절대로 이룰 수 없는 사업"이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특히 '미국의 대북제재 해제가 비핵화 협상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는 시금석'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통신은 "우리가 상응 조치로 요구한 것은 미국이 결심하기 곤란하고 실행하기 힘겨운 것도 아니다"며 "사실상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라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북한은 앞서 13일엔 "미국의 상응 조치 없이는 먼저 움직이지 않겠다'고 배수진을 친 데 이어, 16일엔 "비핵화의 길이 영원히 막힐 수도 있다"는 경고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내보냈다.

북한의 이번 입장 발표는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서는 제재 완화 등 미국의 상응 조치가 선결돼야 한다는 점을 더욱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리고 부분적 제재 완화 가능성을 시사하며 한발 물러선 비건 대표의 방한 메시지는 이런 북한의 요구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답 성격이 짙어 보인다.

관심은 다시 북한의 화답 여부로 모아진다. 이르면 이번 주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비건 대표의 메시지에 대한 북한의 1차 반응, 그리고 열흘 뒤 나올 김정은 신년사의 내용에 따라 내년 초 한반도 정세가 큰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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