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제천 참사 1년…“변한 건 하나도 없어요”
입력 2018.12.21 (08:33)
수정 2018.12.21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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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난해 화재가 발생해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 화재 사건 기억하십니까?
정확히 지난해 오늘인데요.
사건이 일어난 지 1년, 피해자와 유족들, 또 화재 현장을 지켜본 시민들에게 화재는 여전히 꺼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천 참사 1년, 화재 현장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1층 주차장 천장에서 시작된 불길은 순식간에 9층 건물을 집어삼켰습니다.
하늘은 검은 연기로 뒤덮였고 순식간에 29명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그 후 1년 화재의 상흔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건물은 주민들의 요청으로 2층 높이까지 가림막을 해놨습니다.
[이웃 주민/음성변조 : "여기는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이에요. 아는 사람이 네 분이었어요. 무서워서 그길로 못 다니겠고……."]
[이웃 주민/음성변조 : "빈 상가가 된 지가 1년이 넘었어요."]
[이웃 주민/음성변조 : "그 사건 때문에 그런지 가게가 잘 안 나고 있는 거죠."]
건물이 있는 곳은 제천의 번화가.
하지만 그 말이 무색할 정도로 눈에 띄게 사람이 줄고, 하나 둘 빈 가게가 늘고 있는데요.
[허남인/인근 상인 : "오랜 단골들도 이쪽에 와서 밥 먹고 싶지가 않대요. 그냥 다른 데로 가자 해서 차 돌려서 가고 하셨다고……."]
활기를 잃은 골목만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상인들.
발길을 끊은 단골들 보다 지난 1년 마음이 무거웠던 건 다른 이유였습니다.
[허남인/인근 상인 : "단골들도 희생이 되셨고, 아침에 인사하신 분도 오후에 운동 가셨다가 돌아가셨고 전날 여기서 식사하신 분도 운동 가셨다가 돌아가시고 머리가 한 보름은 멍하더라고요."]
화재 참사 일주년을 하루 앞두고 화재 현장을 찾은 민동일 씨.
[민동일/제천 화재 유가족 공동대표 : "저희 어머니하고 제 여동생하고 제 여동생 딸인 제 조카하고 우리 흔히 그냥 하는 얘기로 삼대 세 명의 가족을 잃었죠. (여기) 사실은 와서 보고 싶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오면 생각이 많이 나니까요."]
29명의 참사 희생자 중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목욕탕에서 발견된 가족들.
사고 이후 지난 일 년 간 민 씨의 시계는 멈췄습니다.
일상으로 복귀하지 못했고, 화재 진상 규명에 매달렸습니다.
참사 희생자 유족 가운데 아예 제천을 떠난 사람도 많다고 합니다.
[민동일/제천화재 유가족 공동대표 : "다른 지역으로 간 사람도 있어요. 아예 이사를 간 사람도 있어요. 도저히 못 있겠다는 거죠. 제천이라는 도시에 있기 싫고…."]
화재 현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 추모비가 세워져 있었는데요. 이 곳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김남수/이웃주민 : "이름이라도 보려고 왔지요. 비 세운 건 잘 몰랐고 오늘 해놨다고 해서 그냥 보러 온 거예요. 목사님 보고도 싶잖아요."]
그곳에서 화재 현장에 있었던 한 피해자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내일 다시 보자하며 헤어졌던 게 마지막이 됐던 그 날을 생각하면 감정을 추스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을환/화재 피해자 : "'오라버니 운동 많이 하셨나 보네요. 땀나는 거 보니까.' '그래 열심히 하고 가거라.'하고 내려왔는데 그게 마지막이 됐네요."]
운동 후 샤워를 하려다 불이 난 걸 알고 9층으로 대피를 했다는데요.
[한을환/화재 피해자 : "(소방) 사다리차가 올라오더니 주저앉고 말았어요. 어떠한 이유인지 몰라도 헬기는 (멀리) 날아갔고요."]
모든 희망을 버리고 아내와 가족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고 합니다.
[한을환/화재 피해자 : "아내한테 자식한테 하고 싶은 얘길 했어요. 이제는 마지막인가 보다 했는데, 정말로 민간 사다리차가 올라와서 살아났습니다."]
구조 직후 옥상까지 불길이 번졌지만, 사다리차를 끌고 온 한 시민 덕분에 가까스로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올 여름까지 약물 치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한을환/화재 피해자 : "제 친구가 아내를 잃어버렸고, 만나는 것조차도 정말로 미안하기 때문에 못 만나고 있습니다. 잠자리에 들 때 생각이 나요. 잠이 들더라도 깊이 잠들지를 못하고 그냥 일찍 깨고 마는 겁니다."]
옥상으로 대피했던 3명을 구조한건 크레인 기사 이양섭씨. 그 역시 지난 일 년 내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이양섭/제천 화재 의인 : "더 많은 사람을 구조해서 29명이라는 사람이 좀 더 살았으면 하는 그런 생각이 많이 들죠."]
현장에 있었던 모두에게 지난 1년은 고통의 연속이었지만, 아무것도 달라진 건 없다고 합니다.
[민동일/제천화재 유가족 공동대표 : "저희 유가족이 느끼기에는 변화된 게 하나도 없어요. 아직도 왜 희생자가 이렇게 컸는지에 대한 원인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다음에 누구도 아직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요."]
게다가 화재 당시 소방차의 진입을 막았던 도로의 차들. 지금은 어떨까요?
[인근 상인/음성변조 : "똑같죠. 나아진 게 뭐가 있어요. 주차할 데가 없으니까 지금처럼 새워 놓은 거지."]
충북소방본부에서 4천여개 건물을 조사한 결과 불법 증·개축과 방화시설 위반사항은 580여 건이 적발됐고, 천4백여 곳의 비상구와 피난 통로 단속에선 130여 곳이 적발됐습니다.
[민동일/제천화재 유가족 공동대표 :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많은 분들한테 참사가 잊힌다는 게 굉장히 안타깝습니다. 이런 참사가 앞으로 생기면 안 되잖아요. 원인 규명을 위해서 유가족들이 하는 부분은 왜 저 사람이 저렇게 하는지 그것만이라도 좀 알아주신다면……."]
반복되는 화재 속에, 만약 같은 곳에서 또 불이 난다면 과연 피해를 막을 수는 있을까요?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 화재 1주기 추모식은 오늘 오후 3시에 열립니다.
지난해 화재가 발생해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 화재 사건 기억하십니까?
정확히 지난해 오늘인데요.
사건이 일어난 지 1년, 피해자와 유족들, 또 화재 현장을 지켜본 시민들에게 화재는 여전히 꺼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천 참사 1년, 화재 현장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1층 주차장 천장에서 시작된 불길은 순식간에 9층 건물을 집어삼켰습니다.
하늘은 검은 연기로 뒤덮였고 순식간에 29명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그 후 1년 화재의 상흔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건물은 주민들의 요청으로 2층 높이까지 가림막을 해놨습니다.
[이웃 주민/음성변조 : "여기는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이에요. 아는 사람이 네 분이었어요. 무서워서 그길로 못 다니겠고……."]
[이웃 주민/음성변조 : "빈 상가가 된 지가 1년이 넘었어요."]
[이웃 주민/음성변조 : "그 사건 때문에 그런지 가게가 잘 안 나고 있는 거죠."]
건물이 있는 곳은 제천의 번화가.
하지만 그 말이 무색할 정도로 눈에 띄게 사람이 줄고, 하나 둘 빈 가게가 늘고 있는데요.
[허남인/인근 상인 : "오랜 단골들도 이쪽에 와서 밥 먹고 싶지가 않대요. 그냥 다른 데로 가자 해서 차 돌려서 가고 하셨다고……."]
활기를 잃은 골목만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상인들.
발길을 끊은 단골들 보다 지난 1년 마음이 무거웠던 건 다른 이유였습니다.
[허남인/인근 상인 : "단골들도 희생이 되셨고, 아침에 인사하신 분도 오후에 운동 가셨다가 돌아가셨고 전날 여기서 식사하신 분도 운동 가셨다가 돌아가시고 머리가 한 보름은 멍하더라고요."]
화재 참사 일주년을 하루 앞두고 화재 현장을 찾은 민동일 씨.
[민동일/제천 화재 유가족 공동대표 : "저희 어머니하고 제 여동생하고 제 여동생 딸인 제 조카하고 우리 흔히 그냥 하는 얘기로 삼대 세 명의 가족을 잃었죠. (여기) 사실은 와서 보고 싶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오면 생각이 많이 나니까요."]
29명의 참사 희생자 중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목욕탕에서 발견된 가족들.
사고 이후 지난 일 년 간 민 씨의 시계는 멈췄습니다.
일상으로 복귀하지 못했고, 화재 진상 규명에 매달렸습니다.
참사 희생자 유족 가운데 아예 제천을 떠난 사람도 많다고 합니다.
[민동일/제천화재 유가족 공동대표 : "다른 지역으로 간 사람도 있어요. 아예 이사를 간 사람도 있어요. 도저히 못 있겠다는 거죠. 제천이라는 도시에 있기 싫고…."]
화재 현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 추모비가 세워져 있었는데요. 이 곳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김남수/이웃주민 : "이름이라도 보려고 왔지요. 비 세운 건 잘 몰랐고 오늘 해놨다고 해서 그냥 보러 온 거예요. 목사님 보고도 싶잖아요."]
그곳에서 화재 현장에 있었던 한 피해자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내일 다시 보자하며 헤어졌던 게 마지막이 됐던 그 날을 생각하면 감정을 추스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을환/화재 피해자 : "'오라버니 운동 많이 하셨나 보네요. 땀나는 거 보니까.' '그래 열심히 하고 가거라.'하고 내려왔는데 그게 마지막이 됐네요."]
운동 후 샤워를 하려다 불이 난 걸 알고 9층으로 대피를 했다는데요.
[한을환/화재 피해자 : "(소방) 사다리차가 올라오더니 주저앉고 말았어요. 어떠한 이유인지 몰라도 헬기는 (멀리) 날아갔고요."]
모든 희망을 버리고 아내와 가족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고 합니다.
[한을환/화재 피해자 : "아내한테 자식한테 하고 싶은 얘길 했어요. 이제는 마지막인가 보다 했는데, 정말로 민간 사다리차가 올라와서 살아났습니다."]
구조 직후 옥상까지 불길이 번졌지만, 사다리차를 끌고 온 한 시민 덕분에 가까스로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올 여름까지 약물 치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한을환/화재 피해자 : "제 친구가 아내를 잃어버렸고, 만나는 것조차도 정말로 미안하기 때문에 못 만나고 있습니다. 잠자리에 들 때 생각이 나요. 잠이 들더라도 깊이 잠들지를 못하고 그냥 일찍 깨고 마는 겁니다."]
옥상으로 대피했던 3명을 구조한건 크레인 기사 이양섭씨. 그 역시 지난 일 년 내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이양섭/제천 화재 의인 : "더 많은 사람을 구조해서 29명이라는 사람이 좀 더 살았으면 하는 그런 생각이 많이 들죠."]
현장에 있었던 모두에게 지난 1년은 고통의 연속이었지만, 아무것도 달라진 건 없다고 합니다.
[민동일/제천화재 유가족 공동대표 : "저희 유가족이 느끼기에는 변화된 게 하나도 없어요. 아직도 왜 희생자가 이렇게 컸는지에 대한 원인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다음에 누구도 아직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요."]
게다가 화재 당시 소방차의 진입을 막았던 도로의 차들. 지금은 어떨까요?
[인근 상인/음성변조 : "똑같죠. 나아진 게 뭐가 있어요. 주차할 데가 없으니까 지금처럼 새워 놓은 거지."]
충북소방본부에서 4천여개 건물을 조사한 결과 불법 증·개축과 방화시설 위반사항은 580여 건이 적발됐고, 천4백여 곳의 비상구와 피난 통로 단속에선 130여 곳이 적발됐습니다.
[민동일/제천화재 유가족 공동대표 :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많은 분들한테 참사가 잊힌다는 게 굉장히 안타깝습니다. 이런 참사가 앞으로 생기면 안 되잖아요. 원인 규명을 위해서 유가족들이 하는 부분은 왜 저 사람이 저렇게 하는지 그것만이라도 좀 알아주신다면……."]
반복되는 화재 속에, 만약 같은 곳에서 또 불이 난다면 과연 피해를 막을 수는 있을까요?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 화재 1주기 추모식은 오늘 오후 3시에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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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12-21 08:40:54
- 수정2018-12-21 08:44:43
[기자]
지난해 화재가 발생해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 화재 사건 기억하십니까?
정확히 지난해 오늘인데요.
사건이 일어난 지 1년, 피해자와 유족들, 또 화재 현장을 지켜본 시민들에게 화재는 여전히 꺼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천 참사 1년, 화재 현장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1층 주차장 천장에서 시작된 불길은 순식간에 9층 건물을 집어삼켰습니다.
하늘은 검은 연기로 뒤덮였고 순식간에 29명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그 후 1년 화재의 상흔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건물은 주민들의 요청으로 2층 높이까지 가림막을 해놨습니다.
[이웃 주민/음성변조 : "여기는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이에요. 아는 사람이 네 분이었어요. 무서워서 그길로 못 다니겠고……."]
[이웃 주민/음성변조 : "빈 상가가 된 지가 1년이 넘었어요."]
[이웃 주민/음성변조 : "그 사건 때문에 그런지 가게가 잘 안 나고 있는 거죠."]
건물이 있는 곳은 제천의 번화가.
하지만 그 말이 무색할 정도로 눈에 띄게 사람이 줄고, 하나 둘 빈 가게가 늘고 있는데요.
[허남인/인근 상인 : "오랜 단골들도 이쪽에 와서 밥 먹고 싶지가 않대요. 그냥 다른 데로 가자 해서 차 돌려서 가고 하셨다고……."]
활기를 잃은 골목만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상인들.
발길을 끊은 단골들 보다 지난 1년 마음이 무거웠던 건 다른 이유였습니다.
[허남인/인근 상인 : "단골들도 희생이 되셨고, 아침에 인사하신 분도 오후에 운동 가셨다가 돌아가셨고 전날 여기서 식사하신 분도 운동 가셨다가 돌아가시고 머리가 한 보름은 멍하더라고요."]
화재 참사 일주년을 하루 앞두고 화재 현장을 찾은 민동일 씨.
[민동일/제천 화재 유가족 공동대표 : "저희 어머니하고 제 여동생하고 제 여동생 딸인 제 조카하고 우리 흔히 그냥 하는 얘기로 삼대 세 명의 가족을 잃었죠. (여기) 사실은 와서 보고 싶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오면 생각이 많이 나니까요."]
29명의 참사 희생자 중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목욕탕에서 발견된 가족들.
사고 이후 지난 일 년 간 민 씨의 시계는 멈췄습니다.
일상으로 복귀하지 못했고, 화재 진상 규명에 매달렸습니다.
참사 희생자 유족 가운데 아예 제천을 떠난 사람도 많다고 합니다.
[민동일/제천화재 유가족 공동대표 : "다른 지역으로 간 사람도 있어요. 아예 이사를 간 사람도 있어요. 도저히 못 있겠다는 거죠. 제천이라는 도시에 있기 싫고…."]
화재 현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 추모비가 세워져 있었는데요. 이 곳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김남수/이웃주민 : "이름이라도 보려고 왔지요. 비 세운 건 잘 몰랐고 오늘 해놨다고 해서 그냥 보러 온 거예요. 목사님 보고도 싶잖아요."]
그곳에서 화재 현장에 있었던 한 피해자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내일 다시 보자하며 헤어졌던 게 마지막이 됐던 그 날을 생각하면 감정을 추스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을환/화재 피해자 : "'오라버니 운동 많이 하셨나 보네요. 땀나는 거 보니까.' '그래 열심히 하고 가거라.'하고 내려왔는데 그게 마지막이 됐네요."]
운동 후 샤워를 하려다 불이 난 걸 알고 9층으로 대피를 했다는데요.
[한을환/화재 피해자 : "(소방) 사다리차가 올라오더니 주저앉고 말았어요. 어떠한 이유인지 몰라도 헬기는 (멀리) 날아갔고요."]
모든 희망을 버리고 아내와 가족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고 합니다.
[한을환/화재 피해자 : "아내한테 자식한테 하고 싶은 얘길 했어요. 이제는 마지막인가 보다 했는데, 정말로 민간 사다리차가 올라와서 살아났습니다."]
구조 직후 옥상까지 불길이 번졌지만, 사다리차를 끌고 온 한 시민 덕분에 가까스로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올 여름까지 약물 치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한을환/화재 피해자 : "제 친구가 아내를 잃어버렸고, 만나는 것조차도 정말로 미안하기 때문에 못 만나고 있습니다. 잠자리에 들 때 생각이 나요. 잠이 들더라도 깊이 잠들지를 못하고 그냥 일찍 깨고 마는 겁니다."]
옥상으로 대피했던 3명을 구조한건 크레인 기사 이양섭씨. 그 역시 지난 일 년 내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이양섭/제천 화재 의인 : "더 많은 사람을 구조해서 29명이라는 사람이 좀 더 살았으면 하는 그런 생각이 많이 들죠."]
현장에 있었던 모두에게 지난 1년은 고통의 연속이었지만, 아무것도 달라진 건 없다고 합니다.
[민동일/제천화재 유가족 공동대표 : "저희 유가족이 느끼기에는 변화된 게 하나도 없어요. 아직도 왜 희생자가 이렇게 컸는지에 대한 원인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다음에 누구도 아직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요."]
게다가 화재 당시 소방차의 진입을 막았던 도로의 차들. 지금은 어떨까요?
[인근 상인/음성변조 : "똑같죠. 나아진 게 뭐가 있어요. 주차할 데가 없으니까 지금처럼 새워 놓은 거지."]
충북소방본부에서 4천여개 건물을 조사한 결과 불법 증·개축과 방화시설 위반사항은 580여 건이 적발됐고, 천4백여 곳의 비상구와 피난 통로 단속에선 130여 곳이 적발됐습니다.
[민동일/제천화재 유가족 공동대표 :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많은 분들한테 참사가 잊힌다는 게 굉장히 안타깝습니다. 이런 참사가 앞으로 생기면 안 되잖아요. 원인 규명을 위해서 유가족들이 하는 부분은 왜 저 사람이 저렇게 하는지 그것만이라도 좀 알아주신다면……."]
반복되는 화재 속에, 만약 같은 곳에서 또 불이 난다면 과연 피해를 막을 수는 있을까요?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 화재 1주기 추모식은 오늘 오후 3시에 열립니다.
지난해 화재가 발생해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 화재 사건 기억하십니까?
정확히 지난해 오늘인데요.
사건이 일어난 지 1년, 피해자와 유족들, 또 화재 현장을 지켜본 시민들에게 화재는 여전히 꺼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천 참사 1년, 화재 현장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1층 주차장 천장에서 시작된 불길은 순식간에 9층 건물을 집어삼켰습니다.
하늘은 검은 연기로 뒤덮였고 순식간에 29명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그 후 1년 화재의 상흔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건물은 주민들의 요청으로 2층 높이까지 가림막을 해놨습니다.
[이웃 주민/음성변조 : "여기는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이에요. 아는 사람이 네 분이었어요. 무서워서 그길로 못 다니겠고……."]
[이웃 주민/음성변조 : "빈 상가가 된 지가 1년이 넘었어요."]
[이웃 주민/음성변조 : "그 사건 때문에 그런지 가게가 잘 안 나고 있는 거죠."]
건물이 있는 곳은 제천의 번화가.
하지만 그 말이 무색할 정도로 눈에 띄게 사람이 줄고, 하나 둘 빈 가게가 늘고 있는데요.
[허남인/인근 상인 : "오랜 단골들도 이쪽에 와서 밥 먹고 싶지가 않대요. 그냥 다른 데로 가자 해서 차 돌려서 가고 하셨다고……."]
활기를 잃은 골목만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상인들.
발길을 끊은 단골들 보다 지난 1년 마음이 무거웠던 건 다른 이유였습니다.
[허남인/인근 상인 : "단골들도 희생이 되셨고, 아침에 인사하신 분도 오후에 운동 가셨다가 돌아가셨고 전날 여기서 식사하신 분도 운동 가셨다가 돌아가시고 머리가 한 보름은 멍하더라고요."]
화재 참사 일주년을 하루 앞두고 화재 현장을 찾은 민동일 씨.
[민동일/제천 화재 유가족 공동대표 : "저희 어머니하고 제 여동생하고 제 여동생 딸인 제 조카하고 우리 흔히 그냥 하는 얘기로 삼대 세 명의 가족을 잃었죠. (여기) 사실은 와서 보고 싶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오면 생각이 많이 나니까요."]
29명의 참사 희생자 중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목욕탕에서 발견된 가족들.
사고 이후 지난 일 년 간 민 씨의 시계는 멈췄습니다.
일상으로 복귀하지 못했고, 화재 진상 규명에 매달렸습니다.
참사 희생자 유족 가운데 아예 제천을 떠난 사람도 많다고 합니다.
[민동일/제천화재 유가족 공동대표 : "다른 지역으로 간 사람도 있어요. 아예 이사를 간 사람도 있어요. 도저히 못 있겠다는 거죠. 제천이라는 도시에 있기 싫고…."]
화재 현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 추모비가 세워져 있었는데요. 이 곳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김남수/이웃주민 : "이름이라도 보려고 왔지요. 비 세운 건 잘 몰랐고 오늘 해놨다고 해서 그냥 보러 온 거예요. 목사님 보고도 싶잖아요."]
그곳에서 화재 현장에 있었던 한 피해자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내일 다시 보자하며 헤어졌던 게 마지막이 됐던 그 날을 생각하면 감정을 추스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을환/화재 피해자 : "'오라버니 운동 많이 하셨나 보네요. 땀나는 거 보니까.' '그래 열심히 하고 가거라.'하고 내려왔는데 그게 마지막이 됐네요."]
운동 후 샤워를 하려다 불이 난 걸 알고 9층으로 대피를 했다는데요.
[한을환/화재 피해자 : "(소방) 사다리차가 올라오더니 주저앉고 말았어요. 어떠한 이유인지 몰라도 헬기는 (멀리) 날아갔고요."]
모든 희망을 버리고 아내와 가족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고 합니다.
[한을환/화재 피해자 : "아내한테 자식한테 하고 싶은 얘길 했어요. 이제는 마지막인가 보다 했는데, 정말로 민간 사다리차가 올라와서 살아났습니다."]
구조 직후 옥상까지 불길이 번졌지만, 사다리차를 끌고 온 한 시민 덕분에 가까스로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올 여름까지 약물 치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한을환/화재 피해자 : "제 친구가 아내를 잃어버렸고, 만나는 것조차도 정말로 미안하기 때문에 못 만나고 있습니다. 잠자리에 들 때 생각이 나요. 잠이 들더라도 깊이 잠들지를 못하고 그냥 일찍 깨고 마는 겁니다."]
옥상으로 대피했던 3명을 구조한건 크레인 기사 이양섭씨. 그 역시 지난 일 년 내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이양섭/제천 화재 의인 : "더 많은 사람을 구조해서 29명이라는 사람이 좀 더 살았으면 하는 그런 생각이 많이 들죠."]
현장에 있었던 모두에게 지난 1년은 고통의 연속이었지만, 아무것도 달라진 건 없다고 합니다.
[민동일/제천화재 유가족 공동대표 : "저희 유가족이 느끼기에는 변화된 게 하나도 없어요. 아직도 왜 희생자가 이렇게 컸는지에 대한 원인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다음에 누구도 아직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요."]
게다가 화재 당시 소방차의 진입을 막았던 도로의 차들. 지금은 어떨까요?
[인근 상인/음성변조 : "똑같죠. 나아진 게 뭐가 있어요. 주차할 데가 없으니까 지금처럼 새워 놓은 거지."]
충북소방본부에서 4천여개 건물을 조사한 결과 불법 증·개축과 방화시설 위반사항은 580여 건이 적발됐고, 천4백여 곳의 비상구와 피난 통로 단속에선 130여 곳이 적발됐습니다.
[민동일/제천화재 유가족 공동대표 :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많은 분들한테 참사가 잊힌다는 게 굉장히 안타깝습니다. 이런 참사가 앞으로 생기면 안 되잖아요. 원인 규명을 위해서 유가족들이 하는 부분은 왜 저 사람이 저렇게 하는지 그것만이라도 좀 알아주신다면……."]
반복되는 화재 속에, 만약 같은 곳에서 또 불이 난다면 과연 피해를 막을 수는 있을까요?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 화재 1주기 추모식은 오늘 오후 3시에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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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용 기자 kb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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