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옥살이 장영자, 끝나지 않은 사기 행각

입력 2018.12.21 (16:35) 수정 2018.12.2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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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손' 장영자(74)씨가 사기 혐의로 구속된 사실이 뒤늦게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의 사기 행각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장씨는 5공화국 시절 남편인 고(故) 이철희씨와 함께 '단군 이래 최대'라는 어음 사기사건으로 처벌받은 인물이다.

7,000억원대 어음사기 사건

장씨 부부가 80년대 초 일으킨 7,000억원대 어음사기 사건은 세상을 놀라게 했다. 지금보다 소득 수준이 훨씬 낮던 80년 대 초에 터진 수천억원 대 사기는 시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던졌다.

파문이 더 커진 것은 이들이 최고 권력자와 특수 관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

장영자(당시 38세)씨는 전두환 당시 대통령의 처삼촌 이규광의 처제였다. 그는 남편인 전직 중앙정보부 차장 이철희씨와 함께 권력자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기업들에 접근했다. 이들은 자금난에 빠진 기업체에 조건이 좋은 자금조달을 제시했고, 그 담보로 대여액 2~9배에 달하는 약속어음을 받았다.

이들은 약속어음을 할인해 유통하는 방법으로 1981년 2월부터 1982년 4월까지 6,4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성했다.

이들의 사기 행각이 알려지면서 검찰 수사가 시작됐고, 사기 과정에서 장씨 부부가 최고 권력자와의 특수 관계를 이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일로 5공 창업 공신이던 청와대 허화평 정무수석과 허삼수 사정수석이 물러났고, 국가안전기획부장·법무부장관·검찰총장도 옷을 벗었다

이 사건 여파로 당시 철강업계 2위였던 일신제강과 건설 도급 순위 8위였던 공영토건은 부도가 났고, 30여 명이 구속됐다. 장영자는 당시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고, 10여 년 복역 뒤 1992년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220억원대 구권 화폐 사기 사건

잊혀졌던 장씨가 다시 언론에 등장한 것은 1994년. 출소 2년뒤 그는 당시 140억원대 차용 사기사건을 벌였다가 다시 구속된다. 4년간 감옥살이를 한 뒤 1998년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 그는 2년 뒤 다시 세상을 다시 떠들썩하게 만든 구권 화폐사기 사건의 주범으로 언론을 장식한다.


구권(舊券)화폐란 1994년 이전에 발행돼 은색 띠가 없는 1만원권 지폐를 말한다. 컬러 복사 방지를 위해 들어가는 은색 띠가 94년 이후에는 들어가 있는데 이전에는 없었다.그런데, 이 구권화폐를 전 정권의 실력자들이 조폐공사에서 한국은행으로 입고되기 직전에 빼돌려 경기 용인과 남양주, 기흥 등의 물류창고에 나누어 보관하고 있다는 풍문이 돌았다. 그 돈을 그대로 사용했다가는 꼬리가 잡힐 것이므로 할인가격에 자금세탁을 한다는 것이었다.

장씨는 한 은행 지점장에게 접근해 이런 소문을 사실이라고 말하면서 구권화폐 30억원을 주는 조건으로 20억원 어치 자기앞 수표를 받았다. 장씨는 또 다른 은행 지점장들에게 접근해 이런 조건의 딜을 제안했다.

사기 첩보를 입수한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검찰 수사 결과 구권 화폐는 실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완벽한 사기극이었다.

이 사건으로 세 번째 구속된 그는 대법원에서 10년형을 받았다. 이때 92년 가석방된 감형된 징역 5년까지 합쳐 15년을 살았다. 그는 고희(古稀)를 넘겨 2015년 1월 만기 출소했다.

또 다시 구속

이번에 또 그는 사기죄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은 2015년 7월부터 지난해까지 지인들에게서 세 차례에 걸쳐 총 6억2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올 1~8월 장씨를 세 차례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장씨는 “남편 고 이철희씨 명의의 재산으로 불교 재단을 만들려고 하는데, 상속을 위해 현금이 필요하다”고 속여 2명으로부터 3억6,000만 원을 빼돌린 혐의로 올 1월 구속기소됐다. 장씨는 “남편 명의의 삼성전자 주식이 담보로 묶여 있는데 1억원을 빌려주면 세 배로 갚겠다”고 속여 1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5월 추가기소됐다.

8월에는 브루나이 사업 투자를 미끼로 1억6,000여만 원을 받아 장기 투숙하던 호텔 숙박비에 쓴 혐의로 다시 기소됐다.

현재 장 씨의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최진곤 판사기 병합해서 1심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보석신청은 지난달 기각됐다.

출소후 2년 뒤면 어김없이 사기

82년 사기로 구속된 그는 92년 출소한 뒤 2년뒤인 94년 다시 구속된다. 98년 출소한 그는 2000년에 다시 구속된다. 이번엔 2015년 1월 출소해 3년만에 다시 구속됐다. 출소 후 2~3년이면 어김없이 또 다른 사기극을 벌이다 구속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번 사건까지 모두 4차례 사건으로 구속돼 옥살이를 했다. 올해 74세인 장 씨는 지금까지 수감생활만 29년째다. 이번 재판에서도 유죄가 인정될 경우 누범(累犯) 규정으로 적지 않은 형량이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

장 씨는 최근 담당 판사에게 반성문을 60여 차례나 제출했다고 한다. 하지만 반성문대로 그의 사기 행극은 과연 이번이 마지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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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년 옥살이 장영자, 끝나지 않은 사기 행각
    • 입력 2018-12-21 16:35:45
    • 수정2018-12-21 18: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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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손' 장영자(74)씨가 사기 혐의로 구속된 사실이 뒤늦게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의 사기 행각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장씨는 5공화국 시절 남편인 고(故) 이철희씨와 함께 '단군 이래 최대'라는 어음 사기사건으로 처벌받은 인물이다.

7,000억원대 어음사기 사건

장씨 부부가 80년대 초 일으킨 7,000억원대 어음사기 사건은 세상을 놀라게 했다. 지금보다 소득 수준이 훨씬 낮던 80년 대 초에 터진 수천억원 대 사기는 시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던졌다.

파문이 더 커진 것은 이들이 최고 권력자와 특수 관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

장영자(당시 38세)씨는 전두환 당시 대통령의 처삼촌 이규광의 처제였다. 그는 남편인 전직 중앙정보부 차장 이철희씨와 함께 권력자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기업들에 접근했다. 이들은 자금난에 빠진 기업체에 조건이 좋은 자금조달을 제시했고, 그 담보로 대여액 2~9배에 달하는 약속어음을 받았다.

이들은 약속어음을 할인해 유통하는 방법으로 1981년 2월부터 1982년 4월까지 6,4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성했다.

이들의 사기 행각이 알려지면서 검찰 수사가 시작됐고, 사기 과정에서 장씨 부부가 최고 권력자와의 특수 관계를 이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일로 5공 창업 공신이던 청와대 허화평 정무수석과 허삼수 사정수석이 물러났고, 국가안전기획부장·법무부장관·검찰총장도 옷을 벗었다

이 사건 여파로 당시 철강업계 2위였던 일신제강과 건설 도급 순위 8위였던 공영토건은 부도가 났고, 30여 명이 구속됐다. 장영자는 당시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고, 10여 년 복역 뒤 1992년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220억원대 구권 화폐 사기 사건

잊혀졌던 장씨가 다시 언론에 등장한 것은 1994년. 출소 2년뒤 그는 당시 140억원대 차용 사기사건을 벌였다가 다시 구속된다. 4년간 감옥살이를 한 뒤 1998년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 그는 2년 뒤 다시 세상을 다시 떠들썩하게 만든 구권 화폐사기 사건의 주범으로 언론을 장식한다.


구권(舊券)화폐란 1994년 이전에 발행돼 은색 띠가 없는 1만원권 지폐를 말한다. 컬러 복사 방지를 위해 들어가는 은색 띠가 94년 이후에는 들어가 있는데 이전에는 없었다.그런데, 이 구권화폐를 전 정권의 실력자들이 조폐공사에서 한국은행으로 입고되기 직전에 빼돌려 경기 용인과 남양주, 기흥 등의 물류창고에 나누어 보관하고 있다는 풍문이 돌았다. 그 돈을 그대로 사용했다가는 꼬리가 잡힐 것이므로 할인가격에 자금세탁을 한다는 것이었다.

장씨는 한 은행 지점장에게 접근해 이런 소문을 사실이라고 말하면서 구권화폐 30억원을 주는 조건으로 20억원 어치 자기앞 수표를 받았다. 장씨는 또 다른 은행 지점장들에게 접근해 이런 조건의 딜을 제안했다.

사기 첩보를 입수한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검찰 수사 결과 구권 화폐는 실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완벽한 사기극이었다.

이 사건으로 세 번째 구속된 그는 대법원에서 10년형을 받았다. 이때 92년 가석방된 감형된 징역 5년까지 합쳐 15년을 살았다. 그는 고희(古稀)를 넘겨 2015년 1월 만기 출소했다.

또 다시 구속

이번에 또 그는 사기죄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은 2015년 7월부터 지난해까지 지인들에게서 세 차례에 걸쳐 총 6억2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올 1~8월 장씨를 세 차례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장씨는 “남편 고 이철희씨 명의의 재산으로 불교 재단을 만들려고 하는데, 상속을 위해 현금이 필요하다”고 속여 2명으로부터 3억6,000만 원을 빼돌린 혐의로 올 1월 구속기소됐다. 장씨는 “남편 명의의 삼성전자 주식이 담보로 묶여 있는데 1억원을 빌려주면 세 배로 갚겠다”고 속여 1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5월 추가기소됐다.

8월에는 브루나이 사업 투자를 미끼로 1억6,000여만 원을 받아 장기 투숙하던 호텔 숙박비에 쓴 혐의로 다시 기소됐다.

현재 장 씨의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최진곤 판사기 병합해서 1심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보석신청은 지난달 기각됐다.

출소후 2년 뒤면 어김없이 사기

82년 사기로 구속된 그는 92년 출소한 뒤 2년뒤인 94년 다시 구속된다. 98년 출소한 그는 2000년에 다시 구속된다. 이번엔 2015년 1월 출소해 3년만에 다시 구속됐다. 출소 후 2~3년이면 어김없이 또 다른 사기극을 벌이다 구속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번 사건까지 모두 4차례 사건으로 구속돼 옥살이를 했다. 올해 74세인 장 씨는 지금까지 수감생활만 29년째다. 이번 재판에서도 유죄가 인정될 경우 누범(累犯) 규정으로 적지 않은 형량이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

장 씨는 최근 담당 판사에게 반성문을 60여 차례나 제출했다고 한다. 하지만 반성문대로 그의 사기 행극은 과연 이번이 마지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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