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위반에 5억?’ 금호그룹 과징금의 진짜 이유

입력 2018.12.21 (17:31) 수정 2018.12.2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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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시아나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5억여 원의 '철퇴'를 맞았다.

그룹 계열사간 자금대여 거래를 하면서 공시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계열사간에도 일정금액 이상의 자금대여 거래를 하면 공시를 해야 하는데, 여러 차례에 걸쳐 돈을 나눠서 빌려주는 '꼼수'를 쓰며 공시의무를 회피했다가 공정위에 적발된 것이다.

[연관기사] 내부거래 숨기려고 ‘쪼개기’…금호에 과징금 5억 원

구체적으로 금호산업, 아시아나개발 등 그룹 계열사 4곳이 총 192억 원의 '몰래 거래'를 했다가 공정위에 꼬리를 밟혔다. 그런데 금호아시아나 계열사가 몰래 빌린 돈은 어디에 쓰였을까.

100억 몰래 빌린 금호티앤아이…금호고속 인수 측면지원 핵심

금호티앤아이(당시 케이에이인베스트)는 지난해 6월 아시아나개발에 100억 원을 빌렸다. 규정상 18억2,200만 원 이상이면 공시를 해야 하나 15억~18억 원 규모로 6차례에 걸쳐 나눠서 거래해 공시를 피해갔다.

6차례에 걸쳐 돈을 나눠서 빌려줬지만, 금리(4.6%), 대여기간(1년), 상환일 등이 같았고, 그룹 자금운용을 총괄했던 전략경영실이 거래를 주도한 것을 보면 공시의무를 피하고자 ‘쪼개기’거래를 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이렇게 몰래 빌린 100억 원을 금호티앤아이는 그해 2월 다른 계열사인 아시아나IDT에서 빌렸던 돈(100억 원)을 갚는 데 썼다. 일종의 돌려막기인 셈이다.

금호티앤아이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만든 투자회사다. 금호산업, 아시아나에어포트 등 금호 계열사 4곳의 자금을 모아 만들었다. 이 회사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고속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금호고속 계열사 2곳을 인수하는 등 인수작업을 측면에서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실제로 금호티앤아이는 금호고속 계열사 ‘금호속리산고속’과 ‘금호고속관광’의 지분 100%를 약 300억 원에 인수했다. 이 거래가 체결된 것은 2017년 10월이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 관계자는 "2017년 초부터 거래를 위한 협상이 활발했던 만큼 금호IDT나 아시아나개발로부터 빌린 100억 원이 계열사 인수 작업에 쓰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92억 몰래 빌린 금호홀딩스…“당시 자금압박 시달려”

2016년 12월 금호산업은 금호고속(당시 금호홀딩스)에 92억 원을 빌려줬다. 이 또한 50억 원 이상이면 공시를 해야 했는데, 이를 피하고자 47억 원, 45억 원으로 나눠 두 차례에 걸쳐 거래했다.

역시 금리(3.7%)와 대여기간(1년), 상환일 등이 모두 같았고, 그룹 전략경영실이 자금주도 업무를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실행했다.

당시 금호홀딩스는 왜 이 돈을 빌렸을까. 이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 홍형주 내부거래감시과장은 “당시 금호홀딩스가 금호그룹 재건의 중추적인 위치에 있었고, 금호터미널과 금호산업을 인수하고 그 자금 압박에 시달렸던 때였다”며 “회사의 어려운 자금 상황이 시장에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몰래 돈을 주고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계열사 인수 과정에서 닥친 회사의 어려운 자금사정을 알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은 2017년 11월 실적부진에 과도한 차입금 부담 등이 겹쳐 신용등급이 강등되기도 했다.

그룹 재건 꿈꾼 회장님 지원 위해 몰래 거래하다 걸린 꼴

박 회장은 2015년 금호기업을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그룹 재건에 나섰다. 금호산업 채권단으로부터 금호산업을 되찾았고 이후 금호터미널, 금호고속 등을 인수하며 세를 불렸다.

'박삼구 외 8인→금호고속(옛 금호홀딩스)→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지는 현재의 지배구조도 구축했다.

이 과정에서 수차례 비판도 제기됐다. 특히 금호터미널, 금호고속 등 인수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했다는 의혹이 컸다. 올해 있었던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 역시 박 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에 아시아나항공이 이용된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로 이어졌고, 현재 공정위는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로 금호아시아나 그룹을 조사하고 있다. '몰래 거래'로 적발된 192억 원 역시 이 같은 의혹의 연장선이다. 금호티앤아이에 100억 원을 빌려준 아시아나개발은 상장사인 아시아나항공의 100% 자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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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시위반에 5억?’ 금호그룹 과징금의 진짜 이유
    • 입력 2018-12-21 17:31:29
    • 수정2018-12-21 17:45:03
    취재K
금호아시아나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5억여 원의 '철퇴'를 맞았다.

그룹 계열사간 자금대여 거래를 하면서 공시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계열사간에도 일정금액 이상의 자금대여 거래를 하면 공시를 해야 하는데, 여러 차례에 걸쳐 돈을 나눠서 빌려주는 '꼼수'를 쓰며 공시의무를 회피했다가 공정위에 적발된 것이다.

[연관기사] 내부거래 숨기려고 ‘쪼개기’…금호에 과징금 5억 원

구체적으로 금호산업, 아시아나개발 등 그룹 계열사 4곳이 총 192억 원의 '몰래 거래'를 했다가 공정위에 꼬리를 밟혔다. 그런데 금호아시아나 계열사가 몰래 빌린 돈은 어디에 쓰였을까.

100억 몰래 빌린 금호티앤아이…금호고속 인수 측면지원 핵심

금호티앤아이(당시 케이에이인베스트)는 지난해 6월 아시아나개발에 100억 원을 빌렸다. 규정상 18억2,200만 원 이상이면 공시를 해야 하나 15억~18억 원 규모로 6차례에 걸쳐 나눠서 거래해 공시를 피해갔다.

6차례에 걸쳐 돈을 나눠서 빌려줬지만, 금리(4.6%), 대여기간(1년), 상환일 등이 같았고, 그룹 자금운용을 총괄했던 전략경영실이 거래를 주도한 것을 보면 공시의무를 피하고자 ‘쪼개기’거래를 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이렇게 몰래 빌린 100억 원을 금호티앤아이는 그해 2월 다른 계열사인 아시아나IDT에서 빌렸던 돈(100억 원)을 갚는 데 썼다. 일종의 돌려막기인 셈이다.

금호티앤아이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만든 투자회사다. 금호산업, 아시아나에어포트 등 금호 계열사 4곳의 자금을 모아 만들었다. 이 회사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고속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금호고속 계열사 2곳을 인수하는 등 인수작업을 측면에서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실제로 금호티앤아이는 금호고속 계열사 ‘금호속리산고속’과 ‘금호고속관광’의 지분 100%를 약 300억 원에 인수했다. 이 거래가 체결된 것은 2017년 10월이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 관계자는 "2017년 초부터 거래를 위한 협상이 활발했던 만큼 금호IDT나 아시아나개발로부터 빌린 100억 원이 계열사 인수 작업에 쓰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92억 몰래 빌린 금호홀딩스…“당시 자금압박 시달려”

2016년 12월 금호산업은 금호고속(당시 금호홀딩스)에 92억 원을 빌려줬다. 이 또한 50억 원 이상이면 공시를 해야 했는데, 이를 피하고자 47억 원, 45억 원으로 나눠 두 차례에 걸쳐 거래했다.

역시 금리(3.7%)와 대여기간(1년), 상환일 등이 모두 같았고, 그룹 전략경영실이 자금주도 업무를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실행했다.

당시 금호홀딩스는 왜 이 돈을 빌렸을까. 이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 홍형주 내부거래감시과장은 “당시 금호홀딩스가 금호그룹 재건의 중추적인 위치에 있었고, 금호터미널과 금호산업을 인수하고 그 자금 압박에 시달렸던 때였다”며 “회사의 어려운 자금 상황이 시장에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몰래 돈을 주고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계열사 인수 과정에서 닥친 회사의 어려운 자금사정을 알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은 2017년 11월 실적부진에 과도한 차입금 부담 등이 겹쳐 신용등급이 강등되기도 했다.

그룹 재건 꿈꾼 회장님 지원 위해 몰래 거래하다 걸린 꼴

박 회장은 2015년 금호기업을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그룹 재건에 나섰다. 금호산업 채권단으로부터 금호산업을 되찾았고 이후 금호터미널, 금호고속 등을 인수하며 세를 불렸다.

'박삼구 외 8인→금호고속(옛 금호홀딩스)→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지는 현재의 지배구조도 구축했다.

이 과정에서 수차례 비판도 제기됐다. 특히 금호터미널, 금호고속 등 인수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했다는 의혹이 컸다. 올해 있었던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 역시 박 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에 아시아나항공이 이용된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로 이어졌고, 현재 공정위는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로 금호아시아나 그룹을 조사하고 있다. '몰래 거래'로 적발된 192억 원 역시 이 같은 의혹의 연장선이다. 금호티앤아이에 100억 원을 빌려준 아시아나개발은 상장사인 아시아나항공의 100% 자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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