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우주로 가는 로켓에도 ‘일등석’이 있다…남미 기아나 우주센터 취재기

입력 2018.12.23 (07:03) 수정 2018.12.23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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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5일 남미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천리안 2A' 위성이 궤도 수정을 거쳐 3만 6000km 상공의 정지궤도로 진입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력으로 설계부터 조립과 시험까지 완료한 첫 정지궤도 위성으로 앞으로 6개월여 시험 운영을 거친 뒤 내년 7월부터 정식 기상 관측에 활용될 예정이다.

공동 취재단은 천리안 위성 발사를 취재하기 위해 인천공항에서 프랑스 파리를 거쳐 남미 기아나로 향했다. 프랑스의 아리안 스페이스 사는 적도(북위 5도)에 위치한 프랑스령 기아나에 1968년부터 발사장을 운영하고 있다.

비행 시간만 21시간 정도로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황열 예방 접종은 필수이고 파상풍과 콜레라 예방 접종에 이어 말라리아 약까지 출국 전부터 복용해야 했다. 말라리야 약은 구토 증상을 유발하기 때문에 긴 비행 시간 동안 고통을 선사했다. 차라리 약을 먹지 않고 말라리아에 걸리는 게 낫겠다는 말까지 나왔다.

적도 부근에 위치한 남미 기아나 우주센터적도 부근에 위치한 남미 기아나 우주센터

■ 아리안 로켓, 발사 성공률 98.5%의 자신감

발사 당일, 예고했던 시간과 한치도 어긋나지 않게 로켓의 발사가 진행됐다. 한국 시각으로 12월 5일 자정이 조금 지나자 연료와 산화제 주입이 시작됐고 엔진 냉각과 동기화를 거쳐 새벽 5시 37분에 로켓은 발사장을 박차고 솟구쳤다. 기아나와 한국의 시차는 12시간으로 낮과 밤이 정반대이기 때문에 현지 시각은 12월 4일 오후 5시 37분이었다.

당일 새벽까지만 해도 낮은 구름이 드리우고 바람까지 거세게 불어 발사가 연기되면 어쩌나 걱정했다. 그러나 발사 성공률이 98.5%에 이르는 아리안 스페이스는 낙뢰가 치는 최악의 날씨가 아니면 대부분 로켓을 쏘아올린다는 현지 관계자의 말에 설마 설마 했다.

로켓에 추진제를 주입한 이후부터는 다시 빼내고 조립동으로 옮기는 비용도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연기보다는 발사를 강행한다고 했다. 오랜 발사 경험에서 우러난 자신감이 엿보였다. 다행히 낮부터 기상 조건은 나아졌고 로켓은 엔진 점화가 시작되자마자 짙은 구름을 뚫고 금세 시야에서 사라졌다.

발사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아리안-5’ 로켓발사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아리안-5’ 로켓

아리안의 '일등석' 손님은 따로 있었다.

정지궤도 기상위성인 '천리안 2A'호가 로켓에서 성공적으로 분리되자 현장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 순간에 가장 기뻐한 사람들은 물론 위성을 안전하게 실어나르는 임무를 다한 아리안 스페이스 관계자들이었다. 우리나라 측에서는 발사 40분 뒤 호주 동가라 지상국과 첫 교신을 통해 위성의 생사가 확인되는 순간 비로소 안도하는 표정이 나왔다.

그런데 '천리안 2A' 위성과 함께 우주로 향한 손님이 한 명 더 있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바로 인도의 통신위성(GSAT-11)이었다. 무게 5.8톤으로 천리안(3.5톤)과 비교해 덩치가 큰 편이었다. 발사 당일 오전 기아나 우주센터의 브리핑에는 인도 우주연구기구(ISRO) 관계자가 항공우주연구원과 나란히 앉아 자국의 통신위성에 대해 브리핑을 했다.

발사 당일 브리핑에 참석한 이상률 항공우주연구원 부원장과 인도 우주연구기구 관계자(가장 왼쪽)발사 당일 브리핑에 참석한 이상률 항공우주연구원 부원장과 인도 우주연구기구 관계자(가장 왼쪽)

아리안 스페이스는 로켓에 탑재된 위성을 소개할 때 인도의 경우 '더 퍼스트 패신저'(the first passenger)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리고 천리안은 '더 세컨드 패신저'(the second passenger)라고 소개했다. 인도의 통신위성은 로켓의 최상단인 1층에 실려 먼저 궤도로 분리되고 2층에 실린 천리안은 그다음 차례였다. 1층은 비행기로 치면 '일등석'에 해당하는데, 보통 무게가 많이 나가면 이 자리를 예약해야 한다. 발사 비용도 2층에 비해 훨씬 비싸다.

'가성비' 좋은 위성 개발에 집중

최재동 항공우주연구원 정지궤도복합위성사업단장최재동 항공우주연구원 정지궤도복합위성사업단장

최재동 항공우주연구원 정지궤도복합위성사업단장은 "우리나라는 이번 '천리안 2A'이나 곧 발사될 정지궤도 환경위성 '천리안 2B'처럼 전략적으로 기능은 갖추면서 발사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위성 제작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위성의 무게가 늘어나는 것은 탑재체가 늘어나거나 태양광 패널이 1개에서 2개로 증가하고 또 수명이 길게 설계돼 배터리 무게가 증가할 때 등으로 기술적인 난이도와는 상관이 없는 편이다.

즉 우리도 무게가 더 나가는 위성을 충분히 제작할 수는 있지만 여러 면에서 가성비가 최대로 좋은 위성을 만들어 발사하겠다는 뜻이다. 특히 이번에 위성 개발에서 가장 어려운 것으로 꼽히는 정지궤도위성을 자력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이후에 탑재체만 늘리거나 변형하는 방식으로 무한한 응용이 가능하다. 또 위성 분야에 축적된 기술력을 통해 수입에 의존하던 통신 위성(기존의 무궁화 위성)도 직접 제작하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

■ '천리안 2B' 쌍둥이 위성, 미세먼지 감시 해결사

환경과 해양 감시용 ‘천리안 2B’ 위성환경과 해양 감시용 ‘천리안 2B’ 위성

기상 관측 목적의 '천리안 2A'에 이어 쌍둥이 위성인 '천리안 2B'호의 본체 조립도 현재 완료가 됐다. 이제 탑재체를 올리고 본격적인 우주 환경시험을 거친 뒤 내년 말쯤 역시 남미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발사 예정이다.

'천리안 2B' 위성에는 최초로 환경 탑재체(GEMS)가 실리기 때문에 주목받고 있다. 동아시아 상공의 대기 오염을 정지궤도에서 낮 동안 감시할 수 있어 중국과 외교적인 문제로 불거졌던 미세먼지 문제에 해결사가 될 전망이다. 지상 관측소와 항공기 등이 국지적인 예보를 생산한다면 위성은 장거리를 이동하는 미세먼지를 우주에서 지속해서 관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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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우주로 가는 로켓에도 ‘일등석’이 있다…남미 기아나 우주센터 취재기
    • 입력 2018-12-23 07:03:34
    • 수정2018-12-23 07:22:14
    취재후·사건후
지난 12월 5일 남미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천리안 2A' 위성이 궤도 수정을 거쳐 3만 6000km 상공의 정지궤도로 진입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력으로 설계부터 조립과 시험까지 완료한 첫 정지궤도 위성으로 앞으로 6개월여 시험 운영을 거친 뒤 내년 7월부터 정식 기상 관측에 활용될 예정이다.

공동 취재단은 천리안 위성 발사를 취재하기 위해 인천공항에서 프랑스 파리를 거쳐 남미 기아나로 향했다. 프랑스의 아리안 스페이스 사는 적도(북위 5도)에 위치한 프랑스령 기아나에 1968년부터 발사장을 운영하고 있다.

비행 시간만 21시간 정도로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황열 예방 접종은 필수이고 파상풍과 콜레라 예방 접종에 이어 말라리아 약까지 출국 전부터 복용해야 했다. 말라리야 약은 구토 증상을 유발하기 때문에 긴 비행 시간 동안 고통을 선사했다. 차라리 약을 먹지 않고 말라리아에 걸리는 게 낫겠다는 말까지 나왔다.

적도 부근에 위치한 남미 기아나 우주센터
■ 아리안 로켓, 발사 성공률 98.5%의 자신감

발사 당일, 예고했던 시간과 한치도 어긋나지 않게 로켓의 발사가 진행됐다. 한국 시각으로 12월 5일 자정이 조금 지나자 연료와 산화제 주입이 시작됐고 엔진 냉각과 동기화를 거쳐 새벽 5시 37분에 로켓은 발사장을 박차고 솟구쳤다. 기아나와 한국의 시차는 12시간으로 낮과 밤이 정반대이기 때문에 현지 시각은 12월 4일 오후 5시 37분이었다.

당일 새벽까지만 해도 낮은 구름이 드리우고 바람까지 거세게 불어 발사가 연기되면 어쩌나 걱정했다. 그러나 발사 성공률이 98.5%에 이르는 아리안 스페이스는 낙뢰가 치는 최악의 날씨가 아니면 대부분 로켓을 쏘아올린다는 현지 관계자의 말에 설마 설마 했다.

로켓에 추진제를 주입한 이후부터는 다시 빼내고 조립동으로 옮기는 비용도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연기보다는 발사를 강행한다고 했다. 오랜 발사 경험에서 우러난 자신감이 엿보였다. 다행히 낮부터 기상 조건은 나아졌고 로켓은 엔진 점화가 시작되자마자 짙은 구름을 뚫고 금세 시야에서 사라졌다.

발사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아리안-5’ 로켓
아리안의 '일등석' 손님은 따로 있었다.

정지궤도 기상위성인 '천리안 2A'호가 로켓에서 성공적으로 분리되자 현장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 순간에 가장 기뻐한 사람들은 물론 위성을 안전하게 실어나르는 임무를 다한 아리안 스페이스 관계자들이었다. 우리나라 측에서는 발사 40분 뒤 호주 동가라 지상국과 첫 교신을 통해 위성의 생사가 확인되는 순간 비로소 안도하는 표정이 나왔다.

그런데 '천리안 2A' 위성과 함께 우주로 향한 손님이 한 명 더 있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바로 인도의 통신위성(GSAT-11)이었다. 무게 5.8톤으로 천리안(3.5톤)과 비교해 덩치가 큰 편이었다. 발사 당일 오전 기아나 우주센터의 브리핑에는 인도 우주연구기구(ISRO) 관계자가 항공우주연구원과 나란히 앉아 자국의 통신위성에 대해 브리핑을 했다.

발사 당일 브리핑에 참석한 이상률 항공우주연구원 부원장과 인도 우주연구기구 관계자(가장 왼쪽)
아리안 스페이스는 로켓에 탑재된 위성을 소개할 때 인도의 경우 '더 퍼스트 패신저'(the first passenger)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리고 천리안은 '더 세컨드 패신저'(the second passenger)라고 소개했다. 인도의 통신위성은 로켓의 최상단인 1층에 실려 먼저 궤도로 분리되고 2층에 실린 천리안은 그다음 차례였다. 1층은 비행기로 치면 '일등석'에 해당하는데, 보통 무게가 많이 나가면 이 자리를 예약해야 한다. 발사 비용도 2층에 비해 훨씬 비싸다.

'가성비' 좋은 위성 개발에 집중

최재동 항공우주연구원 정지궤도복합위성사업단장
최재동 항공우주연구원 정지궤도복합위성사업단장은 "우리나라는 이번 '천리안 2A'이나 곧 발사될 정지궤도 환경위성 '천리안 2B'처럼 전략적으로 기능은 갖추면서 발사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위성 제작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위성의 무게가 늘어나는 것은 탑재체가 늘어나거나 태양광 패널이 1개에서 2개로 증가하고 또 수명이 길게 설계돼 배터리 무게가 증가할 때 등으로 기술적인 난이도와는 상관이 없는 편이다.

즉 우리도 무게가 더 나가는 위성을 충분히 제작할 수는 있지만 여러 면에서 가성비가 최대로 좋은 위성을 만들어 발사하겠다는 뜻이다. 특히 이번에 위성 개발에서 가장 어려운 것으로 꼽히는 정지궤도위성을 자력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이후에 탑재체만 늘리거나 변형하는 방식으로 무한한 응용이 가능하다. 또 위성 분야에 축적된 기술력을 통해 수입에 의존하던 통신 위성(기존의 무궁화 위성)도 직접 제작하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

■ '천리안 2B' 쌍둥이 위성, 미세먼지 감시 해결사

환경과 해양 감시용 ‘천리안 2B’ 위성
기상 관측 목적의 '천리안 2A'에 이어 쌍둥이 위성인 '천리안 2B'호의 본체 조립도 현재 완료가 됐다. 이제 탑재체를 올리고 본격적인 우주 환경시험을 거친 뒤 내년 말쯤 역시 남미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발사 예정이다.

'천리안 2B' 위성에는 최초로 환경 탑재체(GEMS)가 실리기 때문에 주목받고 있다. 동아시아 상공의 대기 오염을 정지궤도에서 낮 동안 감시할 수 있어 중국과 외교적인 문제로 불거졌던 미세먼지 문제에 해결사가 될 전망이다. 지상 관측소와 항공기 등이 국지적인 예보를 생산한다면 위성은 장거리를 이동하는 미세먼지를 우주에서 지속해서 관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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