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연말 기부함 속에는? “쌓이기는 했지만…”

입력 2018.12.26 (08:31) 수정 2018.12.26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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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올해도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이 시간에 연말 기부가 사라졌다는 소식도 전해드린 적이 있는데요.

우리 주변에는 이렇게 무심코 지나쳤지만 누구나 한번쯤 봤을만한 수거함이 많죠.

꼭 큰 돈이 아니라도 기부를 할 수 있는 방법은 많은데요,

기부 수거함 속은 얼마나 가득 찼고, 또 어떤 물품들이 들어있을까요?

지금부터 확인해보시죠.

[리포트]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그제 오전.

서울시내 골목을 누비며 바삐 움직이는 차량이 있습니다.

어디로 향하나 했더니, 이 우체통처럼 생긴 박스, 길에서 보신 적 있으신가요?

바로 헌옷 등이 담긴 기부함 속 물품들을 수거해가는 중인데요.

[이지만/구세군 희망나누미 반장 : "연말이라 많이 집어넣는데요. 집에 걸어놓은 거 바로 기증해주시는 분도 있죠. 세탁소에서 바로 찾아서 집에 걸어놓고 안 입는 물건들 기증해 주십니다."]

옷가지부터 신발, 양말 등 평소 대여섯 점 정도 들어있었던 기부함이 연말을 앞두고 이렇게 꽉꽉 들어차있습니다.

[이지만/ 구세군 희망나누미 반장 : "지난달보다 물건이 훨씬 좋아졌어요. 집에서 꾹 묵혀두고 안 쓰던 물건들을 많이 꺼내놓은 것 같아요. 물건도 좋고 사흘 전에 기부함을 수거했는데 또 꽉 찬 거 보니까 사람들이 정리할 때가 됐나 봅니다."]

비영리 사회적 기업이나 복지단체 등에서 설치한 기부함에 모인 물품들, 과연 어디로 가서 어떻게 쓰이는 걸까 궁금하셨던 분들 많으시죠.

서울의 한 사회적 기업이 운영하는 매장. 이곳을 채운 물건들은 모두 이웃들의 기부로 채워진 겁니다.

[이미정/서울시 송파구 : "이건 만족해요. 사갈 거예요. 이게 지금 이천 원씩이에요. 둘다. 그런데 되게 새 옷같아서……."]

천 원짜리 옷에 이천 원짜리 모자. 이 곳에선 만 원을 넘는 제품을 찾기 힘듭니다.

[김가연/서울시 송파구 : "시중에서는 몇십만 원 하는 건데 몇천 원, 비싸야 오천 원, 만 원이면 코트까지 다 사요."]

매장을 꽉 채운 5만여 점의 물건이 모두 기부물품이기 때문에 가능한 건데요.

단순히 기부품들을 저렴히 파는데만 그치지 않고 이렇게 나온 수익금은 여기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고용하는 데 쓰입니다.

[이미정/서울시 송파구 : "구매하면서도 뿌듯해요. 저는 필요하고 이분들한테는 월급을 저희가 구매한 거로 드리는 거잖아요? 저는 굉장히 좋다고 생각해요."]

매장을 찾는 손님들 가운데 상당수는 구매자인 동시에 기부자이기도 합니다.

[윤찬주/서울시 송파구 : "제가 오래 가진 것 중에서 1년 이상 사용하지 않았던 물건을 갖다 드리게 되더라고요."]

매장 옆에 위치한 기증센터에는 직접 기부품들을 가지고 온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는데요.

[박미경/ 물품기부자 : "오래됐어요. 다닌 지. (얼마나 되셨어요?) 아마 4~5년? 쓸 만한 물건인데 버리기 아까워서요."]

직접 방문이 어려운 분들은 이렇게 택배로 보내기도 하고요, 전화신청을 하면 직접 방문 수거도 나갑니다.

하루에 들어오는 기부품들, 정말 많죠?

자, 그런데, 이 물품들이 모두 매장에서 판매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합니다.

기부한 분들의 소중한 마음이 담긴 물품들 사이엔 이런 물건들도 있습니다.

[이수한/굿윌스토어 물류팀장 : "이런 것들이 기증되는 줄 알고 주시는데요. 과하게 사용하셨는지 지저분해서 저희가 판매하기 힘들 것 같아요."]

금이 가고 물때가 낀 도자기나 유리 제품, 개봉한 지 오래돼 굳어서 쓸 수 없는 화장품, 낡아서 입을 수 없는 옷들까지... 사실상 쓸 수 없는 폐기품들입니다.

[이수한/굿윌스토어 물류팀장 : "곰팡이가 핀 것도 있고요. 깨진 것도 있고 유통기한이 오래된 것들도 있고요. 심지어 쌀 같은 경우도 너무 오래되고 묵혀서 벌레가 생겨서 오는 것들도 있고."]

과연 얼마나 될까요? 올해 기준 들어온 기증품 160만 점 가운데 무려 절반 정도가 이렇게 판매가 불가능했다고 합니다.

[허경태/굿윌스토어 기획관리팀장 : "기증자들은 '이거 세탁만 조금 하면 판매될 수 있을 텐데, 단추 하나만 달면 판매할 수 있을 텐데'하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이 있으시거든요. 저희도 그런 것이 아깝긴 하지만 수선하는 것이 훨씬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폐기되는 것들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또 다른 기부품 물류센터.

어떤 물품들이 활용이 불가능한지 한번 보시죠.

[곽용덕/구세군 희망나누미 본부장 : "이렇게 보시면 이렇게 돼 버리면 남들이 보면 안 신겠죠? 좌석이 망가져서 이렇게 사이드미러도 망가지고. 이게 지금 다 빠져서 나무가 다 부러졌거든요. 전문가가 수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이건 조금 불가합니다."]

기부품에서 폐기물을 분류하는데 오히려 인력과 비용이 드는 상황이 반복된다는데요.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기부함에 넣은 쓰레기에서 나온 오물이나 악취 때문에 정성껏 기부한 물품들까지 망가지는 겁니다.

[이지만/구세군 희망나누미 반장 : "사람들이 담배꽁초도 막 집어넣어요. 여기에다가. 불 날까 봐 겁나요. 수거함을 비울 때 안에 담배꽁초가 있으면 그 물건은 판매할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냄새도 배고 또 구멍도 날 수 있으니까 절대 여기 담배꽁초는 버리시면 안 됩니다."]

가뜩이나 사라져가는 기부에 이런 소식들이 전해져 오히려 기부 문화에 찬물을 끼얹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게 된다고 합니다.

[허경태/굿윌스토어 기획관리팀장 : "기증하시고자 하는 물건들이 안 쓰는 물건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물건이 되거든요. 그런 면에서 '나눔 활동'이 될 수 있다고 보고요. 그리고 그 나눔 활동을 통해서 우리 직원들은 일자리를 갖게 됩니다. 그 일자리를 통해 이들에게 또 다른 삶을 드릴 수 있고요."]

자, 몇일 남지 않은 올해 새해를 앞두고 집 정리 한번 하시면서, 나나 우리 가족들에겐 필요없지만, 누군가에겐 꼭 필요할 물품들 최소한의 에티켓 기억하시면서 기부 한번 해보시는건 어떨까요?

<기증품 후원 문의>

굿윌스토어 1670-9125
www.miralgoodwill.org

구세군 희망나누미 1588-1327
www.nanumistor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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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연말 기부함 속에는? “쌓이기는 했지만…”
    • 입력 2018-12-26 08:37:53
    • 수정2018-12-26 09:5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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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올해도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이 시간에 연말 기부가 사라졌다는 소식도 전해드린 적이 있는데요.

우리 주변에는 이렇게 무심코 지나쳤지만 누구나 한번쯤 봤을만한 수거함이 많죠.

꼭 큰 돈이 아니라도 기부를 할 수 있는 방법은 많은데요,

기부 수거함 속은 얼마나 가득 찼고, 또 어떤 물품들이 들어있을까요?

지금부터 확인해보시죠.

[리포트]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그제 오전.

서울시내 골목을 누비며 바삐 움직이는 차량이 있습니다.

어디로 향하나 했더니, 이 우체통처럼 생긴 박스, 길에서 보신 적 있으신가요?

바로 헌옷 등이 담긴 기부함 속 물품들을 수거해가는 중인데요.

[이지만/구세군 희망나누미 반장 : "연말이라 많이 집어넣는데요. 집에 걸어놓은 거 바로 기증해주시는 분도 있죠. 세탁소에서 바로 찾아서 집에 걸어놓고 안 입는 물건들 기증해 주십니다."]

옷가지부터 신발, 양말 등 평소 대여섯 점 정도 들어있었던 기부함이 연말을 앞두고 이렇게 꽉꽉 들어차있습니다.

[이지만/ 구세군 희망나누미 반장 : "지난달보다 물건이 훨씬 좋아졌어요. 집에서 꾹 묵혀두고 안 쓰던 물건들을 많이 꺼내놓은 것 같아요. 물건도 좋고 사흘 전에 기부함을 수거했는데 또 꽉 찬 거 보니까 사람들이 정리할 때가 됐나 봅니다."]

비영리 사회적 기업이나 복지단체 등에서 설치한 기부함에 모인 물품들, 과연 어디로 가서 어떻게 쓰이는 걸까 궁금하셨던 분들 많으시죠.

서울의 한 사회적 기업이 운영하는 매장. 이곳을 채운 물건들은 모두 이웃들의 기부로 채워진 겁니다.

[이미정/서울시 송파구 : "이건 만족해요. 사갈 거예요. 이게 지금 이천 원씩이에요. 둘다. 그런데 되게 새 옷같아서……."]

천 원짜리 옷에 이천 원짜리 모자. 이 곳에선 만 원을 넘는 제품을 찾기 힘듭니다.

[김가연/서울시 송파구 : "시중에서는 몇십만 원 하는 건데 몇천 원, 비싸야 오천 원, 만 원이면 코트까지 다 사요."]

매장을 꽉 채운 5만여 점의 물건이 모두 기부물품이기 때문에 가능한 건데요.

단순히 기부품들을 저렴히 파는데만 그치지 않고 이렇게 나온 수익금은 여기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고용하는 데 쓰입니다.

[이미정/서울시 송파구 : "구매하면서도 뿌듯해요. 저는 필요하고 이분들한테는 월급을 저희가 구매한 거로 드리는 거잖아요? 저는 굉장히 좋다고 생각해요."]

매장을 찾는 손님들 가운데 상당수는 구매자인 동시에 기부자이기도 합니다.

[윤찬주/서울시 송파구 : "제가 오래 가진 것 중에서 1년 이상 사용하지 않았던 물건을 갖다 드리게 되더라고요."]

매장 옆에 위치한 기증센터에는 직접 기부품들을 가지고 온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는데요.

[박미경/ 물품기부자 : "오래됐어요. 다닌 지. (얼마나 되셨어요?) 아마 4~5년? 쓸 만한 물건인데 버리기 아까워서요."]

직접 방문이 어려운 분들은 이렇게 택배로 보내기도 하고요, 전화신청을 하면 직접 방문 수거도 나갑니다.

하루에 들어오는 기부품들, 정말 많죠?

자, 그런데, 이 물품들이 모두 매장에서 판매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합니다.

기부한 분들의 소중한 마음이 담긴 물품들 사이엔 이런 물건들도 있습니다.

[이수한/굿윌스토어 물류팀장 : "이런 것들이 기증되는 줄 알고 주시는데요. 과하게 사용하셨는지 지저분해서 저희가 판매하기 힘들 것 같아요."]

금이 가고 물때가 낀 도자기나 유리 제품, 개봉한 지 오래돼 굳어서 쓸 수 없는 화장품, 낡아서 입을 수 없는 옷들까지... 사실상 쓸 수 없는 폐기품들입니다.

[이수한/굿윌스토어 물류팀장 : "곰팡이가 핀 것도 있고요. 깨진 것도 있고 유통기한이 오래된 것들도 있고요. 심지어 쌀 같은 경우도 너무 오래되고 묵혀서 벌레가 생겨서 오는 것들도 있고."]

과연 얼마나 될까요? 올해 기준 들어온 기증품 160만 점 가운데 무려 절반 정도가 이렇게 판매가 불가능했다고 합니다.

[허경태/굿윌스토어 기획관리팀장 : "기증자들은 '이거 세탁만 조금 하면 판매될 수 있을 텐데, 단추 하나만 달면 판매할 수 있을 텐데'하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이 있으시거든요. 저희도 그런 것이 아깝긴 하지만 수선하는 것이 훨씬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폐기되는 것들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또 다른 기부품 물류센터.

어떤 물품들이 활용이 불가능한지 한번 보시죠.

[곽용덕/구세군 희망나누미 본부장 : "이렇게 보시면 이렇게 돼 버리면 남들이 보면 안 신겠죠? 좌석이 망가져서 이렇게 사이드미러도 망가지고. 이게 지금 다 빠져서 나무가 다 부러졌거든요. 전문가가 수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이건 조금 불가합니다."]

기부품에서 폐기물을 분류하는데 오히려 인력과 비용이 드는 상황이 반복된다는데요.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기부함에 넣은 쓰레기에서 나온 오물이나 악취 때문에 정성껏 기부한 물품들까지 망가지는 겁니다.

[이지만/구세군 희망나누미 반장 : "사람들이 담배꽁초도 막 집어넣어요. 여기에다가. 불 날까 봐 겁나요. 수거함을 비울 때 안에 담배꽁초가 있으면 그 물건은 판매할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냄새도 배고 또 구멍도 날 수 있으니까 절대 여기 담배꽁초는 버리시면 안 됩니다."]

가뜩이나 사라져가는 기부에 이런 소식들이 전해져 오히려 기부 문화에 찬물을 끼얹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게 된다고 합니다.

[허경태/굿윌스토어 기획관리팀장 : "기증하시고자 하는 물건들이 안 쓰는 물건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물건이 되거든요. 그런 면에서 '나눔 활동'이 될 수 있다고 보고요. 그리고 그 나눔 활동을 통해서 우리 직원들은 일자리를 갖게 됩니다. 그 일자리를 통해 이들에게 또 다른 삶을 드릴 수 있고요."]

자, 몇일 남지 않은 올해 새해를 앞두고 집 정리 한번 하시면서, 나나 우리 가족들에겐 필요없지만, 누군가에겐 꼭 필요할 물품들 최소한의 에티켓 기억하시면서 기부 한번 해보시는건 어떨까요?

<기증품 후원 문의>

굿윌스토어 1670-9125
www.miralgoodwill.org

구세군 희망나누미 1588-1327
www.nanumistor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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