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는 너무 많을까?

입력 2018.12.26 (11:58) 수정 2018.12.2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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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국회) 밖에 나와서 보니까 국회의원 수, 우리나라 너무 많습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24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홍카콜라TV에 올린 '국회의원은 200명만, 비례대표 없애자'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이 같이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비례대표제를 폐지해 200명 지역구 의원들만으로 국회를 구성하자고 말했습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 의원 정수 확대를 고민하는 것과 정반대의 목소리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는 너무 많아서, 줄여야 할까요?

국회의원 수 늘었지만…'인구 대비 의원 수'는 감소

인구 대비 국회의원 수로 본다면, 현재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는 많지 않다는 게 정치학자들의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1948년 제헌국회 의원 정수는 200명이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 인구가 1919만 명이었으니, 국회의원 1명이 대표하는 인구는 9만 5,954명이었습니다.

그런데 현재 20대 국회에서 국회의원 1명이 대표하는 인구는 17만 2078명에 이릅니다.

제헌국회보다 국회의원 수가 1.5배 증가하는 동안, 인구 수는 약 2.7배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일 민주당 정개특위 주최로 열린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의원 토론회'에서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이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현재 국회의원 1인당 인구 수는 1988년 민주화 이후 첫 선거 때보다도 3만 명 이상 많을 뿐만 아니라 유신 때나 신군부인 5공화국 때보다도 많다고 밝혔습니다.

인구 대비 국회의원 수를 유신 때를 기준으로 해도 의원 수가 359명은 돼야 하고, 5공화국 기준으로는378명, 제헌국회를 기준으로는 538명이 되어야 한다는 게 강 교수의 얘기입니다.

갈수록 다원화되고 이해관계가 복잡해지는 상황임을 고려한다면, 국회의원의 대표성은 높아지는 것이 바람직하고 의원 1인당 인구 수는 감소하는 방향의 선거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한국보다 국회의원 '인구 대표성' 낮은 OECD 국가는 3개국뿐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어떨까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은 2015년 각 국의 선거제도를 비교하면서 OECD 회원국의 국회의원 1인당 인구 수를 분석했습니다.


분석 대상 국가 33개국 가운데 우리나라 인구 규모는 9위였지만, 의원 1명이 대표하는 인구 수로 보면 4위로 훌쩍 뛰어올랐습니다. 상대적으로 의원 1인당 인구 수가 많다는 것이죠.

우리나라보다 인구 수가 약간 적은 스페인이나, 폴란드, 캐나다도 직접 선출하는 (하원)의원 수는 338명~460명으로 우리보다 많습니다.

또한 이들 국가는 상원을 둔 양원제 국가여서, 상원 의석 수까지 더하면 의원 1인당 인구 수는 스페인 78,159명, 폴란드 6만 8,861명, 캐나다 7만 9,232명으로 낮아집니다.

의원 1인당 인구 수가 우리나라보다 많은 나라는 미국, 일본, 멕시코뿐입니다.

홍준표 전 대표는 동영상에서 "우리나라는 미국식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고 미국은 비례대표제가 없다"면서 비례대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요.

이와 관련해 강원택 교수는 발제문에서 "미국은 기본적 정치 단위가 각 주(state)인 연방국가이기 때문에 우리와 같은 수준에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은 국회의원 수가 적은 대신 의원 보좌인력이 유난히 많은 점도 고려해볼 대목입니다.

우리나라의 국회의원은 인턴을 포함해 9명의 보좌 인력을 둘 수 있는 반면, 미국은 인턴과 시간제 직원 등을 포함해 최고 22명의 보좌인력을 둘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늘어나는 유권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려면 의원 수를 늘리든, 의원 보좌 인력을 늘리든 정치 비용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죠.

헌법상 국회의원 수는 '200인 이상'…하한은 있지만 상한 없는 이유는?


국회의원 정수는 헌법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200인 이상이라는 하한만 있고 '몇명을 넘어선 안된다'는 상한은 없습니다.

8차 개정 헌법 때 만든 이 조항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데요, 의원 정수에 하한을 두고 상한을 두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유신체제가 끝나고 민주주의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던 1980년 5월 초, 10대 국회는 헌법개정심의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이 조항을 마련했습니다.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야당인 신민당은 국회의원 정수에 하한을 두되 상한은 없는 안을 요구했고 여당이었던 유신정우회가 이를 수용했습니다.

신민당 간사였던 박해충 의원은 "독재하는 대통령이 나왔을 때, 국회의원(이 많으면) 복잡하니까 (하한 규정이 없으면 대통령이) 이것이 50명 선도 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 수는 법률로 정한다'로 막연하게 놔두면 손해를 보지 않을까 해서 이것은 무리다, 하한선만은"이라고 말한 대목이 나옵니다.

국회의원 상한에 대해서는 변화할 여지를 두면서도, 국회의원 수가 줄게 되면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수 있으니 헌법에 하한선을 정해 두어야 한다는 겁니다.

10대 국회는 열흘 뒤 일어난 신군부의 5.17 쿠데타로 결국 해산당했지만, 국회의원 정수 축소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당시 국회의원들의 문제 의식은 고스란히 헌법에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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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26 11:58:30
    • 수정2018-12-26 14: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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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국회) 밖에 나와서 보니까 국회의원 수, 우리나라 너무 많습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24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홍카콜라TV에 올린 '국회의원은 200명만, 비례대표 없애자'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이 같이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비례대표제를 폐지해 200명 지역구 의원들만으로 국회를 구성하자고 말했습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 의원 정수 확대를 고민하는 것과 정반대의 목소리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는 너무 많아서, 줄여야 할까요?

국회의원 수 늘었지만…'인구 대비 의원 수'는 감소

인구 대비 국회의원 수로 본다면, 현재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는 많지 않다는 게 정치학자들의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1948년 제헌국회 의원 정수는 200명이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 인구가 1919만 명이었으니, 국회의원 1명이 대표하는 인구는 9만 5,954명이었습니다.

그런데 현재 20대 국회에서 국회의원 1명이 대표하는 인구는 17만 2078명에 이릅니다.

제헌국회보다 국회의원 수가 1.5배 증가하는 동안, 인구 수는 약 2.7배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일 민주당 정개특위 주최로 열린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의원 토론회'에서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이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현재 국회의원 1인당 인구 수는 1988년 민주화 이후 첫 선거 때보다도 3만 명 이상 많을 뿐만 아니라 유신 때나 신군부인 5공화국 때보다도 많다고 밝혔습니다.

인구 대비 국회의원 수를 유신 때를 기준으로 해도 의원 수가 359명은 돼야 하고, 5공화국 기준으로는378명, 제헌국회를 기준으로는 538명이 되어야 한다는 게 강 교수의 얘기입니다.

갈수록 다원화되고 이해관계가 복잡해지는 상황임을 고려한다면, 국회의원의 대표성은 높아지는 것이 바람직하고 의원 1인당 인구 수는 감소하는 방향의 선거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한국보다 국회의원 '인구 대표성' 낮은 OECD 국가는 3개국뿐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어떨까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은 2015년 각 국의 선거제도를 비교하면서 OECD 회원국의 국회의원 1인당 인구 수를 분석했습니다.


분석 대상 국가 33개국 가운데 우리나라 인구 규모는 9위였지만, 의원 1명이 대표하는 인구 수로 보면 4위로 훌쩍 뛰어올랐습니다. 상대적으로 의원 1인당 인구 수가 많다는 것이죠.

우리나라보다 인구 수가 약간 적은 스페인이나, 폴란드, 캐나다도 직접 선출하는 (하원)의원 수는 338명~460명으로 우리보다 많습니다.

또한 이들 국가는 상원을 둔 양원제 국가여서, 상원 의석 수까지 더하면 의원 1인당 인구 수는 스페인 78,159명, 폴란드 6만 8,861명, 캐나다 7만 9,232명으로 낮아집니다.

의원 1인당 인구 수가 우리나라보다 많은 나라는 미국, 일본, 멕시코뿐입니다.

홍준표 전 대표는 동영상에서 "우리나라는 미국식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고 미국은 비례대표제가 없다"면서 비례대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요.

이와 관련해 강원택 교수는 발제문에서 "미국은 기본적 정치 단위가 각 주(state)인 연방국가이기 때문에 우리와 같은 수준에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은 국회의원 수가 적은 대신 의원 보좌인력이 유난히 많은 점도 고려해볼 대목입니다.

우리나라의 국회의원은 인턴을 포함해 9명의 보좌 인력을 둘 수 있는 반면, 미국은 인턴과 시간제 직원 등을 포함해 최고 22명의 보좌인력을 둘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늘어나는 유권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려면 의원 수를 늘리든, 의원 보좌 인력을 늘리든 정치 비용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죠.

헌법상 국회의원 수는 '200인 이상'…하한은 있지만 상한 없는 이유는?


국회의원 정수는 헌법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200인 이상이라는 하한만 있고 '몇명을 넘어선 안된다'는 상한은 없습니다.

8차 개정 헌법 때 만든 이 조항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데요, 의원 정수에 하한을 두고 상한을 두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유신체제가 끝나고 민주주의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던 1980년 5월 초, 10대 국회는 헌법개정심의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이 조항을 마련했습니다.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야당인 신민당은 국회의원 정수에 하한을 두되 상한은 없는 안을 요구했고 여당이었던 유신정우회가 이를 수용했습니다.

신민당 간사였던 박해충 의원은 "독재하는 대통령이 나왔을 때, 국회의원(이 많으면) 복잡하니까 (하한 규정이 없으면 대통령이) 이것이 50명 선도 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 수는 법률로 정한다'로 막연하게 놔두면 손해를 보지 않을까 해서 이것은 무리다, 하한선만은"이라고 말한 대목이 나옵니다.

국회의원 상한에 대해서는 변화할 여지를 두면서도, 국회의원 수가 줄게 되면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수 있으니 헌법에 하한선을 정해 두어야 한다는 겁니다.

10대 국회는 열흘 뒤 일어난 신군부의 5.17 쿠데타로 결국 해산당했지만, 국회의원 정수 축소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당시 국회의원들의 문제 의식은 고스란히 헌법에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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