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日 ‘고래사냥 내 맘대로’ 선언…기껏 늘려놨더니

입력 2018.12.27 (08:35) 수정 2018.12.27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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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고기 식용을 즐겨온 일본이 국제포경위원회(IWC,International Whaling Commission)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내년부터는 국제기구 통제에서 벗어나 마음대로 고래를 잡겠다는 선전포고와 같다. 지금까지는 연구 명목의 고래사냥만 해왔다. 말이 좋아 연구용이지, 천여 마리를 대량 포획해 간단한 조사를 거쳐 식용으로 공급해왔다. 이제는 그런 '눈 가리고 아웅'식이 아니라 아예 내놓고 상업 목적의 고래사냥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논란을 무릅쓰고 환경보호라는 국제적 흐름에 역행하는 선택을 한 것이다. 동해로 들어오는 길목에서 고래를 남획할 우려도 크다. 우리 생태계 보호에도 비상이 걸렸다.

“고래 보호 입장과 공존 불가능”…결론은 국제기구 탈퇴

스가 관방장관은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내년 7월부터 상업 포경을 재개하기로 하고, 국제 포경단속조약에서 탈퇴할 것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속 가능한 상업 포경 실시를 목표로 30년 이상 해결책을 모색해왔다. 그러나 고래 자원의 보호만을 중시하는 국가들로부터의 접근은 보이지 않았다. 올해 9월 IWC총회에서 고래 자원의 지속적 이용 입장과 보호 입장의 공존이 불가능함이 다시 분명해져 이번 결단에 이르게 됐다"고 부연했다. 결국 '남 탓'주장이다.



스가 장관은 총괄역할을 맡은 미국 정부에 내년 1월까지 탈퇴 절차를 통보하면, 내년 6월 30일엔 탈퇴가 가능하다는 조약 내용을 근거로 들어, 올해 안에 외교 경로를 통해 미국 정부에 이러한 내용을 통보하겠다고 밝혔다. 실질적으로 탈퇴 효력이 발생하는 내년 7월부터 일본이 주장하는 영해와 배타적경제수역(EZZ)에 한정해서 상업 포경을 시작하되, 남극해와 남반구에서는 포경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 국제 협약상 IWC에서 탈퇴하면 조사 포경은 불가능해진다.

일본 정부는 지난주부터 IWC 탈퇴 임박설을 자국 언론에 흘리며 여론전을 시작했다. 25일 국무회에서 탈퇴를 확정했지만, 이튿날에야 공식 발표했다. "관계국과의 조정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라고 해명했다.

스가 장관은 "(IWC와는 별도로) 새로운 국제적 틀을 만드는 것을 검토하고 싶다면서 매년 고래를 지속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입장을 공유하는 국가들과 회의를 개최하고, 이 자리를 통해 관계 강화를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IWC 탈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IWC의 분열 또는 약화까지 노리겠다는 뜻을 시사한 셈이다. 이는 고래 보호에 앞장서 온 IWC 입장에서는 사실상의 선전포고를 받은 셈이다.

日 포경 관련 업계·지역사회, ‘상업포경’에 희색

요시카와 다카모리 농림수산상은 "상업 포경 재개가 지역 활성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런 식의 탈퇴가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부분도 있다"면서도 "정부로서는 고민을 거듭한 결정이다. 고래 문화를 지켜가기 위해 상업 포경을 내년에 제대로 재개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국가와의 관계 악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외무성은 해외 공관을 통해 잘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포경 관련 업계는 기다렸다는 듯 '환영' 메시지를 내놨다. 와카야마 현 다이지 초 어업협동조합 참사 겸 일본 소형포경협회 카이 요시후미 회장은 자민당 본부에서 기자들에게 "30년간 계속 호소해서 간신히 인정받았다. 정말 고맙다. 앞으로 이러한 음식문화를 더욱 확산시키겠다"고 밝혔다. 또 "고래가 줄어들면 우리가 가장 곤란해지기 때문에 유효하게 이용할 만큼만 잡겠다"고 덧붙였다.

다이지 초는 밧줄과 작살을 이용해 고래를 잡는 옛방식의 고래잡이, 이른바 '전통 포경'의 발상지로서 알려져 있다. 지금도 연안에서 작살을 이용해 돌고래 등 규제에서 빠진 소형 고래를 잡고 있다. 사냥 시즌이 되면 마을 앞바다는 피로 물든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생업'이자 '전통'이지만, 환경보호론자들 입자에선 '동물 대학살'일 뿐이다. 양측의 타협은 불가능해 보인다.

와카야마 현 지사는 "IWC탈퇴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계속해서 상업 포경의 재개를 요구했다. 이번 정부 결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업계는 국제적 비판이 고조되지 않도록 개체 수 조절을 잘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빠뜨리지 않았다.

국제사회·환경단체 반발…日 ‘무임승차론’ 거세질 듯

국제 사회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특히 가장 강경한 반 포경 국가인 호주는 외무부 장관과 환경부 장관이 공동 성명을 발표하며 반발했다. 이들은 "매우 실망하고 있다. 일본의 결정은 유감이다. 일본이 IWC에 돌아오는 것을 우선 고려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국제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는 일본 정부를 강하게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린피스 재팬의 아네스리 사무국장은 "일본 정부는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지 않도록 연말에 슬그머니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상업 포경 재개보다 해양 생태계의 보전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많은 종류의 고래가 아직 개체수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 세계의 바다는 남획뿐만 아니라 산성화와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오명 등으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일본은 해양 자원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이다. 이러한 바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호소했다.


일본이 IWC에서 탈퇴하면, 지금까지 인정받아온 남극해에서의 '조사 포경'을 할 수 없게 된다. 일본은 1987년부터 고래 자원을 연구하겠다면서 남극에서 이른바 조사 포경을 계속해왔다. 1988년 상업 포경이 중단됐지만, 일본은 조사 포경 논리로 빠져나갔다. 남극해 포경은 국제조약에서 원칙적으로 금지됐지만, IWC 회원국은 조사 목적의 포경을 할 수 있다. 일본은 매년 천 마리의 이상이 고래를 연구 조사용이라는 미명으로 사냥했다. 간단한 조사를 마친 고래는 대부분 식용으로 가공돼 일본 소비자들의 식탁에 올랐다.
일본이 남극해 등에서의 포경 권리를 포기하면서까지 IWC 탈퇴를 선택한 것은 일본 열도 인근의 고래 개체 수가 충분히 회복됐다는 자신감 덕분이다. 자국 연근해의 고래잡이만으로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는 판단, 그리고 자국 내 산업에 미치는 효과와 우호적인 국내 여론 등이 두루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고래 개체수 회복은 국제 사회 공동의 노력 덕분이다. 그 혜택을 일본이 독점적으로 누리겠다고 나선 모양새이다. 한반도 주변에 급속히 증가한 고래들을 일본이 마음껏 사냥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 생태계 보호라는 국제사회 공동 노력의 결실을 일본이 무임승차하듯 독식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일본과 IWC, 뿌리 깊은 갈등…‘쇠고기 수출국 음모론’까지

일본은 포경국가였다. 세계대전 패망 뒤 식량이 부족할 때, 고래고기는 단백질 공급원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60년대는 포경 산업의 전성기였다.


국제사회와의 관계가 처음부터 나빴던 것은 아니다. IWC는 고래 자원을 관리하면서 지속가능한 포경 환경을 유지한다는 목적으로 1948년 설립됐다. 일본은 1951년 가입했다. 설립 초기 회원국 대부분은 포경국가였다. 이후 포경 중단 또는 반대국가 가입이 증가했다. 양측간 대립도 격화됐다. 원주민의 북극 고래 사냥으로 유명한 캐나다는 1982년 탈퇴했다. 아이슬란드는 1992년 탈퇴했다가 2003년 재가입했다. 지난 8월 현재 가입국은 89개국이다.

1982년 상업 포경 일시 중단 결의가 나오자, 일본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1988년 실제로 상업 포경이 중단된 뒤 시모노세키 시의 고래 음식점은 10년 새 ⅓로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고래고기 소비량은 1962년 23만 3천 톤에서 2016년 3천 톤으로 급감했다. 일부 학자들은 '쇠고기 수출국들이 고래고기 산업을 고사시키려고 한다'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일본은 상업포경 재개를 IWC에 20회 이상 제안했지만, 국제사회 합의와 여론의 벽을 넘지 못했다. 2014년 국제사법재판소가 남극해의 조사 포경도 국제법 위반이라며 중지를 명령하는 판결을 내렸다. 일본은 여론뿐 아니라 국제법적으로도 궁지에 몰렸다. 결국, 포경 중단이 아니라 포경 확대라는 역선택을 한 셈이다.

지난 2015년 미국 뉴베드퍼드 포경박물관 소속 로버트 로차 연구관 등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세기에 상업적 목적으로 사냥된 고래는 290만 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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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27 08:35:55
    • 수정2018-12-27 11:2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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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고기 식용을 즐겨온 일본이 국제포경위원회(IWC,International Whaling Commission)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내년부터는 국제기구 통제에서 벗어나 마음대로 고래를 잡겠다는 선전포고와 같다. 지금까지는 연구 명목의 고래사냥만 해왔다. 말이 좋아 연구용이지, 천여 마리를 대량 포획해 간단한 조사를 거쳐 식용으로 공급해왔다. 이제는 그런 '눈 가리고 아웅'식이 아니라 아예 내놓고 상업 목적의 고래사냥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논란을 무릅쓰고 환경보호라는 국제적 흐름에 역행하는 선택을 한 것이다. 동해로 들어오는 길목에서 고래를 남획할 우려도 크다. 우리 생태계 보호에도 비상이 걸렸다.

“고래 보호 입장과 공존 불가능”…결론은 국제기구 탈퇴

스가 관방장관은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내년 7월부터 상업 포경을 재개하기로 하고, 국제 포경단속조약에서 탈퇴할 것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속 가능한 상업 포경 실시를 목표로 30년 이상 해결책을 모색해왔다. 그러나 고래 자원의 보호만을 중시하는 국가들로부터의 접근은 보이지 않았다. 올해 9월 IWC총회에서 고래 자원의 지속적 이용 입장과 보호 입장의 공존이 불가능함이 다시 분명해져 이번 결단에 이르게 됐다"고 부연했다. 결국 '남 탓'주장이다.



스가 장관은 총괄역할을 맡은 미국 정부에 내년 1월까지 탈퇴 절차를 통보하면, 내년 6월 30일엔 탈퇴가 가능하다는 조약 내용을 근거로 들어, 올해 안에 외교 경로를 통해 미국 정부에 이러한 내용을 통보하겠다고 밝혔다. 실질적으로 탈퇴 효력이 발생하는 내년 7월부터 일본이 주장하는 영해와 배타적경제수역(EZZ)에 한정해서 상업 포경을 시작하되, 남극해와 남반구에서는 포경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 국제 협약상 IWC에서 탈퇴하면 조사 포경은 불가능해진다.

일본 정부는 지난주부터 IWC 탈퇴 임박설을 자국 언론에 흘리며 여론전을 시작했다. 25일 국무회에서 탈퇴를 확정했지만, 이튿날에야 공식 발표했다. "관계국과의 조정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라고 해명했다.

스가 장관은 "(IWC와는 별도로) 새로운 국제적 틀을 만드는 것을 검토하고 싶다면서 매년 고래를 지속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입장을 공유하는 국가들과 회의를 개최하고, 이 자리를 통해 관계 강화를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IWC 탈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IWC의 분열 또는 약화까지 노리겠다는 뜻을 시사한 셈이다. 이는 고래 보호에 앞장서 온 IWC 입장에서는 사실상의 선전포고를 받은 셈이다.

日 포경 관련 업계·지역사회, ‘상업포경’에 희색

요시카와 다카모리 농림수산상은 "상업 포경 재개가 지역 활성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런 식의 탈퇴가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부분도 있다"면서도 "정부로서는 고민을 거듭한 결정이다. 고래 문화를 지켜가기 위해 상업 포경을 내년에 제대로 재개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국가와의 관계 악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외무성은 해외 공관을 통해 잘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포경 관련 업계는 기다렸다는 듯 '환영' 메시지를 내놨다. 와카야마 현 다이지 초 어업협동조합 참사 겸 일본 소형포경협회 카이 요시후미 회장은 자민당 본부에서 기자들에게 "30년간 계속 호소해서 간신히 인정받았다. 정말 고맙다. 앞으로 이러한 음식문화를 더욱 확산시키겠다"고 밝혔다. 또 "고래가 줄어들면 우리가 가장 곤란해지기 때문에 유효하게 이용할 만큼만 잡겠다"고 덧붙였다.

다이지 초는 밧줄과 작살을 이용해 고래를 잡는 옛방식의 고래잡이, 이른바 '전통 포경'의 발상지로서 알려져 있다. 지금도 연안에서 작살을 이용해 돌고래 등 규제에서 빠진 소형 고래를 잡고 있다. 사냥 시즌이 되면 마을 앞바다는 피로 물든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생업'이자 '전통'이지만, 환경보호론자들 입자에선 '동물 대학살'일 뿐이다. 양측의 타협은 불가능해 보인다.

와카야마 현 지사는 "IWC탈퇴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계속해서 상업 포경의 재개를 요구했다. 이번 정부 결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업계는 국제적 비판이 고조되지 않도록 개체 수 조절을 잘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빠뜨리지 않았다.

국제사회·환경단체 반발…日 ‘무임승차론’ 거세질 듯

국제 사회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특히 가장 강경한 반 포경 국가인 호주는 외무부 장관과 환경부 장관이 공동 성명을 발표하며 반발했다. 이들은 "매우 실망하고 있다. 일본의 결정은 유감이다. 일본이 IWC에 돌아오는 것을 우선 고려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국제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는 일본 정부를 강하게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린피스 재팬의 아네스리 사무국장은 "일본 정부는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지 않도록 연말에 슬그머니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상업 포경 재개보다 해양 생태계의 보전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많은 종류의 고래가 아직 개체수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 세계의 바다는 남획뿐만 아니라 산성화와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오명 등으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일본은 해양 자원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이다. 이러한 바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호소했다.


일본이 IWC에서 탈퇴하면, 지금까지 인정받아온 남극해에서의 '조사 포경'을 할 수 없게 된다. 일본은 1987년부터 고래 자원을 연구하겠다면서 남극에서 이른바 조사 포경을 계속해왔다. 1988년 상업 포경이 중단됐지만, 일본은 조사 포경 논리로 빠져나갔다. 남극해 포경은 국제조약에서 원칙적으로 금지됐지만, IWC 회원국은 조사 목적의 포경을 할 수 있다. 일본은 매년 천 마리의 이상이 고래를 연구 조사용이라는 미명으로 사냥했다. 간단한 조사를 마친 고래는 대부분 식용으로 가공돼 일본 소비자들의 식탁에 올랐다.
일본이 남극해 등에서의 포경 권리를 포기하면서까지 IWC 탈퇴를 선택한 것은 일본 열도 인근의 고래 개체 수가 충분히 회복됐다는 자신감 덕분이다. 자국 연근해의 고래잡이만으로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는 판단, 그리고 자국 내 산업에 미치는 효과와 우호적인 국내 여론 등이 두루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고래 개체수 회복은 국제 사회 공동의 노력 덕분이다. 그 혜택을 일본이 독점적으로 누리겠다고 나선 모양새이다. 한반도 주변에 급속히 증가한 고래들을 일본이 마음껏 사냥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 생태계 보호라는 국제사회 공동 노력의 결실을 일본이 무임승차하듯 독식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일본과 IWC, 뿌리 깊은 갈등…‘쇠고기 수출국 음모론’까지

일본은 포경국가였다. 세계대전 패망 뒤 식량이 부족할 때, 고래고기는 단백질 공급원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60년대는 포경 산업의 전성기였다.


국제사회와의 관계가 처음부터 나빴던 것은 아니다. IWC는 고래 자원을 관리하면서 지속가능한 포경 환경을 유지한다는 목적으로 1948년 설립됐다. 일본은 1951년 가입했다. 설립 초기 회원국 대부분은 포경국가였다. 이후 포경 중단 또는 반대국가 가입이 증가했다. 양측간 대립도 격화됐다. 원주민의 북극 고래 사냥으로 유명한 캐나다는 1982년 탈퇴했다. 아이슬란드는 1992년 탈퇴했다가 2003년 재가입했다. 지난 8월 현재 가입국은 89개국이다.

1982년 상업 포경 일시 중단 결의가 나오자, 일본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1988년 실제로 상업 포경이 중단된 뒤 시모노세키 시의 고래 음식점은 10년 새 ⅓로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고래고기 소비량은 1962년 23만 3천 톤에서 2016년 3천 톤으로 급감했다. 일부 학자들은 '쇠고기 수출국들이 고래고기 산업을 고사시키려고 한다'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일본은 상업포경 재개를 IWC에 20회 이상 제안했지만, 국제사회 합의와 여론의 벽을 넘지 못했다. 2014년 국제사법재판소가 남극해의 조사 포경도 국제법 위반이라며 중지를 명령하는 판결을 내렸다. 일본은 여론뿐 아니라 국제법적으로도 궁지에 몰렸다. 결국, 포경 중단이 아니라 포경 확대라는 역선택을 한 셈이다.

지난 2015년 미국 뉴베드퍼드 포경박물관 소속 로버트 로차 연구관 등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세기에 상업적 목적으로 사냥된 고래는 290만 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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