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월급은 오를까…최저임금법 논란 따져보니

입력 2018.12.28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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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법 시행령은 '월급쟁이의 시급' 따지는 문제
'월 근로시간 209시간'으로 개정…경영계 반발
일한 걸로 치고 돈 받는 '주휴시간' 포함 논란
기본급 적고 수당 많은 임금체계 개편 필요

'내 월급은 오를까'
정부에서 임금 관련 정책에 변화를 준다고 하면, 월급쟁이들이 가장 먼저 하는 생각입니다. 내 주머니가 두둑해지느냐 아니냐에 따라 정책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기 마련입니다.

최근 정부에서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개정한다고 해서 관련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내년 최저임금은 이미 시급 8350원으로 진작 결정됐는데, 뭘 바꾼다는 건지, 내 월급에도 영향이 있는 건지 궁금증이 커지는데, 내용은 한없이 복잡합니다. 그래도 월급쟁이라면, 월급을 주는 사장님이라면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내용입니다.

이번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은 월급쟁이의 최저임금을 따져보는 문제에서 출발합니다. 월급쟁이는 말 그대로 임금을 월급으로 받는데, 최저임금은 시급으로 표현합니다. 그렇다면 월급쟁이가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지 따져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월급을 일한 시간으로 나눠보면 됩니다.


월급제 노동자의 최저임금=월급÷월 근로시간

한 달 동안 일하는 시간, 월 근로시간을 얼마로 볼 것인지가 이번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의 핵심입니다. 한 달에 일한 시간이 월 근로시간 아니냐는 생각이 들지만, 법적으로는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법에서 정한 주간 근로시간은 40시간입니다. 한 달이 4주니까 곱하기 4를 하면 160시간이 나오는데, 달력을 보면 한 달이 4주인 때도 있지만, 5주인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법적으로 한 달은 4.35주 정도로 봅니다. '40시간×4.35주'는 174시간입니다. 그래서 월 근로시간은 174시간입니다.

월 실제 근로시간=주 40시간×4.35주=174시간

그런데 고용노동부에서는 그동안 한 달 근로시간을 174시간이 아닌 209시간으로 판단했습니다. 실제 월 근로시간보다 35시간 많게 본 건데, 그 판단의 근거는 '주휴수당'입니다.

여기서 주휴수당이 뭔지 살펴보겠습니다. 주휴라는 말은 1주당 주어지는 휴식입니다. 통상 일요일입니다. 즉 주휴수당은 쉬는 날도 주는 돈입니다. 왜 쉬는 날 돈을 주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와 세계 일부 국가의 노동법이 그렇습니다. 안 주면 처벌받는 '법정수당'입니다.

쉬는 날도 주는 돈, 주휴수당을 주는데도 기준이 있습니다. 1주에 15시간 일한 사람만 받을 수 있습니다. 또, 노동자와 고용주가 하루에 일하기로 한 시간만큼을 일한 걸로 쳐서 줍니다. 예를 들어 하루에 4시간 일하기로 한 사람이라면, 주휴수당은 4시간 치 임금입니다.

월급쟁이들은 보통 하루에 8시간을 일하기 때문에 주휴수당은 1주당 8시간 치 임금을 받습니다. 이걸 한 달로 따지면 '8시간×4.35주=35시간'입니다. 이 35시간을 주휴수당을 받는 시간이라고 해서 '주휴시간'이라고 합니다.


주휴시간=8시간×4.35주=35시간

고용노동부가 월 근로시간을 209시간으로 보는 것은 실제 월 근로시간 174시간에 주휴시간 35시간을 더해서 나온 숫자입니다. 실제로 일을 한 시간은 아니지만 일을 한 걸로 치고 돈을 받기 때문에 일한 시간에 넣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또, 월급쟁이의 최저임금을 따져볼 때 활용되는 기본급에 주휴수당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근로시간에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노동부는 이런 근거로 월 근로시간을 209시간으로 판단하고 정책을 폈는데 최저임금법 시행령에는 그동안 월 근로시간이 174시간으로 돼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대법원에서도 최저임금을 따질 때 월 근로시간은 174시간이 맞는다고 판결했습니다. 노동부 판단이 판례·법령과 일치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것입니다.

경영계는 월 근로시간을 209시간으로 보는 데 반대하고 있습니다. 174시간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한 달에 받는 돈을 한 달에 일한 시간으로 나눠서 최저임금을 따지는 건데, 일한 걸로 쳐주는 시간은 빼고 실제 일한 시간만 넣어야 한다는 겁니다. 여기까지가 월 근로시간 논쟁에 대한 내용입니다.


이제 이게 왜 논란이 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월급을 시간으로 나눠 시급을 따지는 상황에서 월 근로시간이 늘어나면 시급이 줄어듭니다. 예를 들어 한 달에 170만 원을 받는데 174시간 일한 걸로 하면 시급이 9천770원이지만, 209시간 일한 걸로 하면 시급이 8천133원입니다. 때에 따라서는 월 근로시간이 늘어나면 최저임금(내년 8350원) 위반이 될 수도 있는 겁니다. 경영계가 월 근로시간을 174시간에서 209시간을 늘리는 걸 반대하는 이유입니다.

그럼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노동자에게 연봉 5천만 원 이상을 주는 대기업이 최근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걸렸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있을실텐데요. 연봉이 5천만 원이면 한 달 월급이 최소 3백만 원 이상일 겁니다. 3백만 원을 174시간으로 나누면 시급이 1만 7천 원이 넘고, 209시간으로 나눠도 1만 4천 원이 넘는데, 어떻게 최저임금 위반이 되느냐는 의문이 강하게 듭니다.

이건 최저임금을 따질 때 우리가 한 달에 받는 월급을 모두 따지는 게 아니므로 생기는 일입니다. 월급명세서를 보면 기본급과 수당, 상여금, 복리후생비 등이 있습니다. 최저임금을 따질 때 올해까지는 월급 중에서도 기본급만 놓고 따졌습니다. 내년부터는 기본급에 일부 수당과 복리후생비를 넣어서 따지는데, 여전히 우리가 받는 월급을 다 포함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임금 체계는 기본급이 낮고 수당과 상여금 등이 많습니다. 월급이 3백만 원이라도 최저임금을 따질 때 들어가는 월급은 170만 원이라면 앞서 설명한 것처럼 근로시간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월급이 최저임금에 못 미칠 수 있습니다.

해결책은 딱 하나. 월급에서 기본급이 차지하는 비중을 높이는 것입니다. 수당이나 상여금 등으로 줬던 걸 기본급으로 돌릴 수도 있고, 수당과 상여금 등은 그대로 두고, 기본급 자체를 올릴 수도 있습니다. 이걸 바꾸려면 노사 합의가 필요합니다.

고용주는 수당이나 상여금 등을 기본급으로 돌려서 추가 지출이 없는 걸 선호할 것이고, 노동자는 반대로 기본급 자체를 올리는 걸 원할 겁니다. 합의 과정에서 노사 갈등이 생길 수도 있는데, 정부는 임금 체계를 바꿀 수 있게 6개월을 주기로 했습니다.

다시 첫 번째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내 월급은 오를까. 전체 월급이 아니라 최저임금을 따질 때 포함되는 월급을 209시간으로 나눠봤을 때 내년 최저임금 8350원보다 적다면 오를 가능성이 큽니다.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논란이 되면서 주휴수당 개념이 등장해 주휴수당을 더 받게 되는 것 아닌지 생각할 수도 있는데, 주휴수당은 법정수당으로 새로 생긴 개념이 아니라 원래부터 받고 있었던 돈입니다. 만약, 1주에 15시간 이상 일하고도 주휴수당을 받지 못했다면, 관할 지방노동청과 상담을 받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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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월급은 오를까…최저임금법 논란 따져보니
    • 입력 2018-12-28 07:05:19
    취재K
최저임금법 시행령은 '월급쟁이의 시급' 따지는 문제
'월 근로시간 209시간'으로 개정…경영계 반발
일한 걸로 치고 돈 받는 '주휴시간' 포함 논란
기본급 적고 수당 많은 임금체계 개편 필요

'내 월급은 오를까'
정부에서 임금 관련 정책에 변화를 준다고 하면, 월급쟁이들이 가장 먼저 하는 생각입니다. 내 주머니가 두둑해지느냐 아니냐에 따라 정책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기 마련입니다.

최근 정부에서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개정한다고 해서 관련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내년 최저임금은 이미 시급 8350원으로 진작 결정됐는데, 뭘 바꾼다는 건지, 내 월급에도 영향이 있는 건지 궁금증이 커지는데, 내용은 한없이 복잡합니다. 그래도 월급쟁이라면, 월급을 주는 사장님이라면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내용입니다.

이번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은 월급쟁이의 최저임금을 따져보는 문제에서 출발합니다. 월급쟁이는 말 그대로 임금을 월급으로 받는데, 최저임금은 시급으로 표현합니다. 그렇다면 월급쟁이가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지 따져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월급을 일한 시간으로 나눠보면 됩니다.


월급제 노동자의 최저임금=월급÷월 근로시간

한 달 동안 일하는 시간, 월 근로시간을 얼마로 볼 것인지가 이번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의 핵심입니다. 한 달에 일한 시간이 월 근로시간 아니냐는 생각이 들지만, 법적으로는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법에서 정한 주간 근로시간은 40시간입니다. 한 달이 4주니까 곱하기 4를 하면 160시간이 나오는데, 달력을 보면 한 달이 4주인 때도 있지만, 5주인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법적으로 한 달은 4.35주 정도로 봅니다. '40시간×4.35주'는 174시간입니다. 그래서 월 근로시간은 174시간입니다.

월 실제 근로시간=주 40시간×4.35주=174시간

그런데 고용노동부에서는 그동안 한 달 근로시간을 174시간이 아닌 209시간으로 판단했습니다. 실제 월 근로시간보다 35시간 많게 본 건데, 그 판단의 근거는 '주휴수당'입니다.

여기서 주휴수당이 뭔지 살펴보겠습니다. 주휴라는 말은 1주당 주어지는 휴식입니다. 통상 일요일입니다. 즉 주휴수당은 쉬는 날도 주는 돈입니다. 왜 쉬는 날 돈을 주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와 세계 일부 국가의 노동법이 그렇습니다. 안 주면 처벌받는 '법정수당'입니다.

쉬는 날도 주는 돈, 주휴수당을 주는데도 기준이 있습니다. 1주에 15시간 일한 사람만 받을 수 있습니다. 또, 노동자와 고용주가 하루에 일하기로 한 시간만큼을 일한 걸로 쳐서 줍니다. 예를 들어 하루에 4시간 일하기로 한 사람이라면, 주휴수당은 4시간 치 임금입니다.

월급쟁이들은 보통 하루에 8시간을 일하기 때문에 주휴수당은 1주당 8시간 치 임금을 받습니다. 이걸 한 달로 따지면 '8시간×4.35주=35시간'입니다. 이 35시간을 주휴수당을 받는 시간이라고 해서 '주휴시간'이라고 합니다.


주휴시간=8시간×4.35주=35시간

고용노동부가 월 근로시간을 209시간으로 보는 것은 실제 월 근로시간 174시간에 주휴시간 35시간을 더해서 나온 숫자입니다. 실제로 일을 한 시간은 아니지만 일을 한 걸로 치고 돈을 받기 때문에 일한 시간에 넣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또, 월급쟁이의 최저임금을 따져볼 때 활용되는 기본급에 주휴수당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근로시간에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노동부는 이런 근거로 월 근로시간을 209시간으로 판단하고 정책을 폈는데 최저임금법 시행령에는 그동안 월 근로시간이 174시간으로 돼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대법원에서도 최저임금을 따질 때 월 근로시간은 174시간이 맞는다고 판결했습니다. 노동부 판단이 판례·법령과 일치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것입니다.

경영계는 월 근로시간을 209시간으로 보는 데 반대하고 있습니다. 174시간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한 달에 받는 돈을 한 달에 일한 시간으로 나눠서 최저임금을 따지는 건데, 일한 걸로 쳐주는 시간은 빼고 실제 일한 시간만 넣어야 한다는 겁니다. 여기까지가 월 근로시간 논쟁에 대한 내용입니다.


이제 이게 왜 논란이 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월급을 시간으로 나눠 시급을 따지는 상황에서 월 근로시간이 늘어나면 시급이 줄어듭니다. 예를 들어 한 달에 170만 원을 받는데 174시간 일한 걸로 하면 시급이 9천770원이지만, 209시간 일한 걸로 하면 시급이 8천133원입니다. 때에 따라서는 월 근로시간이 늘어나면 최저임금(내년 8350원) 위반이 될 수도 있는 겁니다. 경영계가 월 근로시간을 174시간에서 209시간을 늘리는 걸 반대하는 이유입니다.

그럼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노동자에게 연봉 5천만 원 이상을 주는 대기업이 최근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걸렸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있을실텐데요. 연봉이 5천만 원이면 한 달 월급이 최소 3백만 원 이상일 겁니다. 3백만 원을 174시간으로 나누면 시급이 1만 7천 원이 넘고, 209시간으로 나눠도 1만 4천 원이 넘는데, 어떻게 최저임금 위반이 되느냐는 의문이 강하게 듭니다.

이건 최저임금을 따질 때 우리가 한 달에 받는 월급을 모두 따지는 게 아니므로 생기는 일입니다. 월급명세서를 보면 기본급과 수당, 상여금, 복리후생비 등이 있습니다. 최저임금을 따질 때 올해까지는 월급 중에서도 기본급만 놓고 따졌습니다. 내년부터는 기본급에 일부 수당과 복리후생비를 넣어서 따지는데, 여전히 우리가 받는 월급을 다 포함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임금 체계는 기본급이 낮고 수당과 상여금 등이 많습니다. 월급이 3백만 원이라도 최저임금을 따질 때 들어가는 월급은 170만 원이라면 앞서 설명한 것처럼 근로시간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월급이 최저임금에 못 미칠 수 있습니다.

해결책은 딱 하나. 월급에서 기본급이 차지하는 비중을 높이는 것입니다. 수당이나 상여금 등으로 줬던 걸 기본급으로 돌릴 수도 있고, 수당과 상여금 등은 그대로 두고, 기본급 자체를 올릴 수도 있습니다. 이걸 바꾸려면 노사 합의가 필요합니다.

고용주는 수당이나 상여금 등을 기본급으로 돌려서 추가 지출이 없는 걸 선호할 것이고, 노동자는 반대로 기본급 자체를 올리는 걸 원할 겁니다. 합의 과정에서 노사 갈등이 생길 수도 있는데, 정부는 임금 체계를 바꿀 수 있게 6개월을 주기로 했습니다.

다시 첫 번째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내 월급은 오를까. 전체 월급이 아니라 최저임금을 따질 때 포함되는 월급을 209시간으로 나눠봤을 때 내년 최저임금 8350원보다 적다면 오를 가능성이 큽니다.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논란이 되면서 주휴수당 개념이 등장해 주휴수당을 더 받게 되는 것 아닌지 생각할 수도 있는데, 주휴수당은 법정수당으로 새로 생긴 개념이 아니라 원래부터 받고 있었던 돈입니다. 만약, 1주에 15시간 이상 일하고도 주휴수당을 받지 못했다면, 관할 지방노동청과 상담을 받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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