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성탄 새벽 사망한 이민 아동 “펠리페가 왜 숨졌는지 이유를 알고 싶다”

입력 2018.12.29 (07:05) 수정 2018.12.2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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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수많은 아이가 크리스마스트리 아래 놓인 선물을 기대하며 산타할아버지가 오는 꿈을 꾸고 있을 시각, 과테말라 출신 8살 펠리페 알론소 고메즈는 미국 뉴멕시코의 한 병원에서 마지막 숨을 거뒀습니다.

미국에 간다며 들뜬 마음으로 아버지 손을 붙잡고 3,600Km 걸어서 험난한 여정을 마친 끝에 미국 국경을 넘었던 펠리페, 하지만 미국에서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숨지고 말았습니다.


“펠리페가 왜 숨졌는지 이유를 알고 싶다.”…美 국경억류 아동 또 숨져

과테말라에서 고향 마을 가족과 친지들은 성탄절 펠리페가 숨졌다는 비보를 접하고 슬픔에 빠졌습니다.

펠리페의 누나 카타리나는 "펠리페는 축구를 정말 좋아하던 아이였다."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고, 펠리페의 어머니도 오열했습니다.

고향의 가족들은 "펠리페가 왜 숨졌는지 이유를 알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펠리페는 지난 18일, 아버지와 함께 국경을 넘다가 국경순찰대에 붙잡혀 구금소로 옮겨졌습니다. 그런데 일주일 뒤 구금소에서 갑자기 열이 나고 몸 상태가 악화됐습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펠리페는 인근 앨라마고도의 '제럴드 챔피언' 지역 병원으로 옮겨져 감기 진단과 해열제 등 처방을 받은 뒤 퇴원했습니다.

하지만 구금소에 돌아와서 또 구토 증상을 보이며 악화하자 다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불과 몇 시간 후에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펠리페는 당시 건강한 상태였다고 아버지의 말을 인용해 과테말라 영사관 측은 전했습니다.

이들 부자는 지난 18일, 텍사스주 앨페소를 통해 국경을 넘었고, 최종 목적지는 테네시주 존슨 시티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과테말라 수도 과테말라시티에서 450Km 떨어진 넨톤이라는 고향 마을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무작정 미국 국경을 향해 걸어왔던 겁니다.


‘슬픈 성탄절’…7살 소녀 마킨 장례식 열려

이달 초, 역시 아버지 손을 붙잡고 미국 국경을 넘다가 국경순찰대에 체포된 과테말라 출신 7살 소녀 재클린 칼 마킨, 마킨도 구금소에 억류된 지 이틀 만에 탈수증과 쇼크 증세를 보이며 숨졌습니다.

마킨이 숨지지 채 한 달도 안돼 국경에서 억류 중이던 펠리페가 또 숨진 겁니다.

펠리페의 고향인 '넨톤'이란 작은 마을에서 펠리페는 마야 원주민의 가족이었습니다.

펠리페의 사망 소식이 이 고향 마을에 알려진 건 성탄절 아침이었습니다. 같은 시각, 마킨의 고향 마을에선 마킨의 장례식이 열리고 있었고 마을 주민들은 온통 슬픔에 휩싸여 있을 때였습니다. 모두가 즐거워하고 축복하는 성탄절 날, 하지만 두 소년과 소녀의 고향 마을은 '슬픈 성탄절'을 맞았던 겁니다.

전문가들 말에 따르면 펠리페가 크리스마스이브에 한 병원에서 사망한 원인이 아마도 감기 때문인 것 같다고 합니다. 그리고 가족들은 펠리페의 시신이 고향으로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후폭풍…“억류 아동 전원 건강검진”

어린 아동들이 미국 국경에서 억류 중에 잇따라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사회적 비난이 거셉니다. 과밀하고 열악한 국경 구금소의 환경이 어린아이들의 목숨을 앗아 가고 있다는 겁니다.

텍사스주 하원의원인 베토 오루크와 호아킨 카스트로는 펠리페의 죽음에 대한 수사를 요청했습니다. 이들은 "성탄절 날 사랑하는 아들이 숨졌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가족들의 심정은 어떻겠냐."면서 "구금된 아이들은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 이 아이들이 괜찮아질 수 있도록, 적절한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미국 세관국경보호국은 "국경에서 억류 중인 아동 전원에 대해 건강검진을 시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기저귀를 찬 어린아이들에게 최루탄을 쏘고, 한 달 새 국경에서 구금 중이던 아동이 잇따라 숨지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반이민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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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29 07:05:41
    • 수정2018-12-29 09:50:33
    특파원 리포트
전 세계의 수많은 아이가 크리스마스트리 아래 놓인 선물을 기대하며 산타할아버지가 오는 꿈을 꾸고 있을 시각, 과테말라 출신 8살 펠리페 알론소 고메즈는 미국 뉴멕시코의 한 병원에서 마지막 숨을 거뒀습니다.

미국에 간다며 들뜬 마음으로 아버지 손을 붙잡고 3,600Km 걸어서 험난한 여정을 마친 끝에 미국 국경을 넘었던 펠리페, 하지만 미국에서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숨지고 말았습니다.


“펠리페가 왜 숨졌는지 이유를 알고 싶다.”…美 국경억류 아동 또 숨져

과테말라에서 고향 마을 가족과 친지들은 성탄절 펠리페가 숨졌다는 비보를 접하고 슬픔에 빠졌습니다.

펠리페의 누나 카타리나는 "펠리페는 축구를 정말 좋아하던 아이였다."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고, 펠리페의 어머니도 오열했습니다.

고향의 가족들은 "펠리페가 왜 숨졌는지 이유를 알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펠리페는 지난 18일, 아버지와 함께 국경을 넘다가 국경순찰대에 붙잡혀 구금소로 옮겨졌습니다. 그런데 일주일 뒤 구금소에서 갑자기 열이 나고 몸 상태가 악화됐습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펠리페는 인근 앨라마고도의 '제럴드 챔피언' 지역 병원으로 옮겨져 감기 진단과 해열제 등 처방을 받은 뒤 퇴원했습니다.

하지만 구금소에 돌아와서 또 구토 증상을 보이며 악화하자 다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불과 몇 시간 후에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펠리페는 당시 건강한 상태였다고 아버지의 말을 인용해 과테말라 영사관 측은 전했습니다.

이들 부자는 지난 18일, 텍사스주 앨페소를 통해 국경을 넘었고, 최종 목적지는 테네시주 존슨 시티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과테말라 수도 과테말라시티에서 450Km 떨어진 넨톤이라는 고향 마을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무작정 미국 국경을 향해 걸어왔던 겁니다.


‘슬픈 성탄절’…7살 소녀 마킨 장례식 열려

이달 초, 역시 아버지 손을 붙잡고 미국 국경을 넘다가 국경순찰대에 체포된 과테말라 출신 7살 소녀 재클린 칼 마킨, 마킨도 구금소에 억류된 지 이틀 만에 탈수증과 쇼크 증세를 보이며 숨졌습니다.

마킨이 숨지지 채 한 달도 안돼 국경에서 억류 중이던 펠리페가 또 숨진 겁니다.

펠리페의 고향인 '넨톤'이란 작은 마을에서 펠리페는 마야 원주민의 가족이었습니다.

펠리페의 사망 소식이 이 고향 마을에 알려진 건 성탄절 아침이었습니다. 같은 시각, 마킨의 고향 마을에선 마킨의 장례식이 열리고 있었고 마을 주민들은 온통 슬픔에 휩싸여 있을 때였습니다. 모두가 즐거워하고 축복하는 성탄절 날, 하지만 두 소년과 소녀의 고향 마을은 '슬픈 성탄절'을 맞았던 겁니다.

전문가들 말에 따르면 펠리페가 크리스마스이브에 한 병원에서 사망한 원인이 아마도 감기 때문인 것 같다고 합니다. 그리고 가족들은 펠리페의 시신이 고향으로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후폭풍…“억류 아동 전원 건강검진”

어린 아동들이 미국 국경에서 억류 중에 잇따라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사회적 비난이 거셉니다. 과밀하고 열악한 국경 구금소의 환경이 어린아이들의 목숨을 앗아 가고 있다는 겁니다.

텍사스주 하원의원인 베토 오루크와 호아킨 카스트로는 펠리페의 죽음에 대한 수사를 요청했습니다. 이들은 "성탄절 날 사랑하는 아들이 숨졌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가족들의 심정은 어떻겠냐."면서 "구금된 아이들은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 이 아이들이 괜찮아질 수 있도록, 적절한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미국 세관국경보호국은 "국경에서 억류 중인 아동 전원에 대해 건강검진을 시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기저귀를 찬 어린아이들에게 최루탄을 쏘고, 한 달 새 국경에서 구금 중이던 아동이 잇따라 숨지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반이민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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