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충·한남”·“고졸은 날라리?”…대한민국 혐오·차별 보고서

입력 2019.01.03 (21:26) 수정 2019.01.03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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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우리 사회에 대립과 혐오가 적지않게 퍼져있습니다.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약자를 차별하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는데요.

KBS는 올해, 이 혐오와 차별 문제를, 꼼꼼히 들여다 보고자 합니다.

만연해진 혐오의 실태를 박찬 기자가 전합니다.

[리포트]

여성 수만 명이 거리에 나왔습니다.

불법 촬영물 수사가 편파적이라며 항의하고 여성 인권을 외쳤지만,

["재기해! 재기해!"]

남성을 혐오하는 일부의 목소리가 빛을 바라게 했습니다.

남성들은 남성들대로 집회의 취지를 살피기보다 조롱에 치우친 시선을 보냈습니다.

여대 안에서 자신의 알몸 사진을 찍어 공개한 남성에 항의하는 여대생들도 오히려 비난을 받았습니다.

[박주현/동덕여대 학생회장 : "성범죄가 실제로 일어난게 아닌데 뭘 그렇게 유난떠냐. 그렇게 말을 하면서 여대는 이래서 믿고 걸러야 한다. 여대 없애야 한다."]

온라인상에는 여성과 여성의 몸을 비하하는 표현이 넘칩니다.

남성을 비난하고 공격하는 표현도 마찬가지입니다.

남녀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난민 인정을 해달라며 단식을 한 이집트 출신 자이드 씨에겐 이유 없는 낙인이 찍혔습니다.

[자이드 압델라흐만/난민 신청자 : "무슬림은 테러리스트다. 이집트인은 가짜 난민이다. 아랍 남성은 모두 여성 성추행한다. 이런 식의 표현이 반복됐습니다."]

난민을 바라보는 두 시선은 비난과 대립으로 부딪혔습니다.

일부 정치인과 유명인사들이 소수자 혐오를 부추기기도 합니다.

[김문수/전 서울시장 후보/지난해 5월 13일 : "(동성애는) 담배 피우는 것보다 훨씬 더 인체에 유해한 거예요. 이거 한번 맛을 들이면 끊을 수가 없어요."]

자극적인 혐오 표현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동영상도 등장했습니다.

[민병철/혐오표현추방시민연대 공동대표 : "사회를 분열시키고 균열시키고 국가적인 문제점을 야기시킬 수 있는 어마어마한 파급효과를 갖고 있는 사회에서 사라져야 할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새 우리 사회는 혐오가 시장, 산업으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찬입니다.

▼“가장 높은 ‘차별의 벽’은 학력·학벌”▼

[앵커]

이러한 혐오가 확산하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혐오와 차별에 관해 KBS가 실시한 조사에서 그 원인을 물었더니, 39%가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한 가짜 뉴스를 꼽았습니다.

방송과 신문의 보도 탓이라는 답도 22%에 달했습니다.

혐오와 맞닿아 있는 차별에 관해서도 조사했습니다.

소수자를 존중하지 못하는 병폐인 차별, 이번 조사에서는 특히 학력에 따른 차별이 가장 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박예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21살 이은아 씨는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곧바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이은아/특성화고 졸업자 : "주변에서 많이 배우고 나중에 대학을 다시 가든지 아니면 그냥 더 열심히 해서 메꾸자."]

하지만 이내 벽에 부딪혔습니다.

일을 잘해도, 실수를 해도 '고졸' 꼬리표가 늘 따라붙었습니다.

자격증이 있으면 좀 나을까 싶었지만, 그마저도 제한이 있었습니다.

[이은아/특성화고 졸업자 : "고졸은 여기까지 딸 수 있고, 얼마 이상부터는 학위가 필요하다 이렇게.. 도저히 고졸로서는 제 꿈을 이루거나 뭔가 같은 라인에서 시작할 수 있는 경쟁을 하는 게 저는 지금 솔직히 불가능해 보여요."]

여론조사에서도 이 같은 학력, 학벌에 의한 차별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차별로 꼽혔습니다.

장애인과 세대, 성에 따른 차별이 비슷한 수치로 뒤를 이었습니다.

경험한 차별로는 남성은 41%가 학력, 학벌 차별을 꼽아 가장 많았습니다.

여성은 성차별이 압도적이었지만 학력, 학벌 차별이 2위였습니다.

학력 차별은 곧 임금의 차이입니다.

고졸자보다 대졸자는 1.5배, 대학원 졸업자는 2배 많습니다.

대졸자도 대학에 따라, 같은 대학이라도 출신고교에 따라, 기득권은 더 강하게 작동합니다.

[이은아/특성화고 졸업자 : "당사자가 돼보면 그 부분이 굉장히 선명하거든요. 이 우리가 지금 있는 이 사회의 신분제도가 어떤지 정말 몸으로 느껴요."]

열정과 능력을 믿는 젊은이들은 오늘도 차별 없는 사회를 꿈꿉니다.

[서해준/특성화고 3학년 : "편견 없이 차별 없이 해 줬으면 좋겠고 안전에 대한 걸 기업에서 좀 많이 헤아려줬으면…."]

'우리 사회는 과연 공정한가', 밀레니얼 세대는 묻고 있습니다.

이번 조사는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18일과 19일 전국 성인 남녀 천 명을 전화 면접해 실시했으며,

응답률은 12.8%,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입니다.

KBS 뉴스 박예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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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맘충·한남”·“고졸은 날라리?”…대한민국 혐오·차별 보고서
    • 입력 2019-01-03 21:31:38
    • 수정2019-01-03 21:51:37
    뉴스 9
[앵커]

최근 우리 사회에 대립과 혐오가 적지않게 퍼져있습니다.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약자를 차별하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는데요.

KBS는 올해, 이 혐오와 차별 문제를, 꼼꼼히 들여다 보고자 합니다.

만연해진 혐오의 실태를 박찬 기자가 전합니다.

[리포트]

여성 수만 명이 거리에 나왔습니다.

불법 촬영물 수사가 편파적이라며 항의하고 여성 인권을 외쳤지만,

["재기해! 재기해!"]

남성을 혐오하는 일부의 목소리가 빛을 바라게 했습니다.

남성들은 남성들대로 집회의 취지를 살피기보다 조롱에 치우친 시선을 보냈습니다.

여대 안에서 자신의 알몸 사진을 찍어 공개한 남성에 항의하는 여대생들도 오히려 비난을 받았습니다.

[박주현/동덕여대 학생회장 : "성범죄가 실제로 일어난게 아닌데 뭘 그렇게 유난떠냐. 그렇게 말을 하면서 여대는 이래서 믿고 걸러야 한다. 여대 없애야 한다."]

온라인상에는 여성과 여성의 몸을 비하하는 표현이 넘칩니다.

남성을 비난하고 공격하는 표현도 마찬가지입니다.

남녀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난민 인정을 해달라며 단식을 한 이집트 출신 자이드 씨에겐 이유 없는 낙인이 찍혔습니다.

[자이드 압델라흐만/난민 신청자 : "무슬림은 테러리스트다. 이집트인은 가짜 난민이다. 아랍 남성은 모두 여성 성추행한다. 이런 식의 표현이 반복됐습니다."]

난민을 바라보는 두 시선은 비난과 대립으로 부딪혔습니다.

일부 정치인과 유명인사들이 소수자 혐오를 부추기기도 합니다.

[김문수/전 서울시장 후보/지난해 5월 13일 : "(동성애는) 담배 피우는 것보다 훨씬 더 인체에 유해한 거예요. 이거 한번 맛을 들이면 끊을 수가 없어요."]

자극적인 혐오 표현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동영상도 등장했습니다.

[민병철/혐오표현추방시민연대 공동대표 : "사회를 분열시키고 균열시키고 국가적인 문제점을 야기시킬 수 있는 어마어마한 파급효과를 갖고 있는 사회에서 사라져야 할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새 우리 사회는 혐오가 시장, 산업으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찬입니다.

▼“가장 높은 ‘차별의 벽’은 학력·학벌”▼

[앵커]

이러한 혐오가 확산하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혐오와 차별에 관해 KBS가 실시한 조사에서 그 원인을 물었더니, 39%가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한 가짜 뉴스를 꼽았습니다.

방송과 신문의 보도 탓이라는 답도 22%에 달했습니다.

혐오와 맞닿아 있는 차별에 관해서도 조사했습니다.

소수자를 존중하지 못하는 병폐인 차별, 이번 조사에서는 특히 학력에 따른 차별이 가장 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박예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21살 이은아 씨는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곧바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이은아/특성화고 졸업자 : "주변에서 많이 배우고 나중에 대학을 다시 가든지 아니면 그냥 더 열심히 해서 메꾸자."]

하지만 이내 벽에 부딪혔습니다.

일을 잘해도, 실수를 해도 '고졸' 꼬리표가 늘 따라붙었습니다.

자격증이 있으면 좀 나을까 싶었지만, 그마저도 제한이 있었습니다.

[이은아/특성화고 졸업자 : "고졸은 여기까지 딸 수 있고, 얼마 이상부터는 학위가 필요하다 이렇게.. 도저히 고졸로서는 제 꿈을 이루거나 뭔가 같은 라인에서 시작할 수 있는 경쟁을 하는 게 저는 지금 솔직히 불가능해 보여요."]

여론조사에서도 이 같은 학력, 학벌에 의한 차별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차별로 꼽혔습니다.

장애인과 세대, 성에 따른 차별이 비슷한 수치로 뒤를 이었습니다.

경험한 차별로는 남성은 41%가 학력, 학벌 차별을 꼽아 가장 많았습니다.

여성은 성차별이 압도적이었지만 학력, 학벌 차별이 2위였습니다.

학력 차별은 곧 임금의 차이입니다.

고졸자보다 대졸자는 1.5배, 대학원 졸업자는 2배 많습니다.

대졸자도 대학에 따라, 같은 대학이라도 출신고교에 따라, 기득권은 더 강하게 작동합니다.

[이은아/특성화고 졸업자 : "당사자가 돼보면 그 부분이 굉장히 선명하거든요. 이 우리가 지금 있는 이 사회의 신분제도가 어떤지 정말 몸으로 느껴요."]

열정과 능력을 믿는 젊은이들은 오늘도 차별 없는 사회를 꿈꿉니다.

[서해준/특성화고 3학년 : "편견 없이 차별 없이 해 줬으면 좋겠고 안전에 대한 걸 기업에서 좀 많이 헤아려줬으면…."]

'우리 사회는 과연 공정한가', 밀레니얼 세대는 묻고 있습니다.

이번 조사는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18일과 19일 전국 성인 남녀 천 명을 전화 면접해 실시했으며,

응답률은 12.8%,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입니다.

KBS 뉴스 박예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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