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드러나는 아동학대 정황…4살 여아 사망 원인은?

입력 2019.01.04 (08:32) 수정 2019.01.04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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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4살 어린이가 집에서 숨졌습니다.

새해 첫날 일어난 일입니다.

새벽에 소변을 봤다는 딸을 추운 화장실에 가둬 방치하고, 결국 숨지게 한건 바로 엄마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고 이전에 또다른 학대가 있었다는 정황까지 드러나고 있습니다.

무슨일이 일어난 걸까요,

현장으로 따라가보겠습니다.

[리포트]

어제 오후, 경기도의 한 장례식장.

찾는 사람도 없는 빈소 안에는 어린아이의 사진이 덩그러니 놓여 있습니다.

지난 1일 숨진 4살 A양의 빈소입니다.

갑작스러운 손녀의 죽음이 할아버지는 믿기지 않습니다.

[숨진 A양 할아버지/음성변조 : "제대로 잠을 못 잤어요. 많이 예뻐해 줄걸. 그리고 먹고 싶은 것도 좀 많이 사줄걸. 좋은 옷, 장난감 이런 것들…."]

A양의 사촌 언니가 썼다는 카드, 죽음의 의미를 모르는 탓인지 내일 만나자는 글이 쓰여 있습니다.

어린 손녀의 사진을 보며 가족들은 그렇게 아픈 추억을 되새겨 봅니다.

[숨진 A양 할아버지/음성변조 : "(아이) 아빠한테 노래 불러주는 그런 기억, 또 바깥에서 같이 놀아줬던 그런 기억, 그리고 내가 사진도 많이 찍어줬었죠. 그런 모습이 그래서 많이 기억에 남아요."]

시간을 돌려 사건 당일로 가보겠습니다.

새해 첫날 오후 3시 40분쯤, 소방서로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곧바로 구급차가 출동했지만 이미 아이는 숨진 뒤였습니다.

A양이었습니다.

[소방서 관계자/음성변조 : "무호흡, 무맥박 상태로 침대 아래에 반듯이 누워 있었던 상태고요. 심폐소생술을 하지 말라는 의사 지시가 있었어요. 명백한 사망이어서요."]

신고 전화의 주인공은 A양의 어머니인 34살 이 모 씨.

이 씨가 경찰 조사에서 진술한 내용은 이랬습니다.

새벽 3시쯤, 자다 깬 A양이 급하게 엄마인 자신을 찾았다고 하는데요.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애가 "엄마, 저 오줌쌌어요." 하고 보니까 바지에 오줌을 쌌대요. 그래서 화장실에서 너 벌 좀 서라고 소리를 질렀대요."]

그렇게 A양을 화장실에 벌을 세운 뒤 이 씨는 그대로 잠이 들었다는 것.

그러다 큰 소리에 깨어난 게 4시간 뒤인 아침 7시였다고 합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7시 정도에 쿵 하는 소리가 나서 아차 아이가 화장실에 있구나 하고 가보니까 아이가 쓰러져있고…."]

이 씨는 의식이 없는 아이를 방안에 눕혔다고 하는데요.

8시간이 지나도 의식이 없자 119에 신고하고 A양 아버지에게도 알렸다고 합니다.

[숨진 A양 아버지/음성변조 : "하늘나라 갔다 그랬고 그래서 빨리 장례 치러야 하니까 빨리 오라고 얘기해서 급히 넘어갔어요."]

경찰은 조사 도중 아동학대 혐의로 이 씨를 긴급체포했는데요.

다음날 부검을 실시한 결과, A양의 이마와 머리에서 발견된 출혈로 인한 혈종이 사망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박피손상과 혈종이 좀 심해요. 혈종이 사망의 원인이 될 수 있대요."]

이 씨는 조사 과정에서 학대를 일부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전날 저녁에도 프라이팬으로 아이를 때린 적이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직접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프라이팬으로 톡톡 쳤다고 하는데 좀 더 직접적인 보강 수사를 해서 좀 더 확인해야 할 것 같아요."]

A양은 지난해 부모가 이혼한 뒤, 그러니까 엄마인 이 씨와 이복형제 두 명과 함께 살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숨진 A양 할아버지/음성변조 : "어르신들도 많이 예뻐했었고, 그리고 어르신들 보면 또 자기가 상냥하게 인사도 했었고…."]

[인근 주민/음성변조 : "얼마나 예쁜지 몰라. 세상에 말도 잘하고 너무 예뻐요. 정말 어떻게 그런 아이를 학대해서…."]

아이가 방치되는 듯한 광경도 목격됐다고 하는데요,

주민들의 설명입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여기다가 세워 놨더라고. 아줌마, 아이 감기 드니까 빨리 데리고 가세요. 아이 감기 들어, 데리고 올라가요. 그 말만 했어요."]

이번 사건으로 또 다른 학대 정황도 나오고 있습니다.

숨진 A양 가정에서 아동 학대가 있었던 것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겁니다.

2년 전에는 이 씨가 아이들을 놔두고 혼자 외출했다 이웃 주민이 신고한 적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그 이후 세 아이는 1년간 아동보호시설에서 지냈다고 합니다.

그러다 이 씨가 의지를 보이며 아동보호기관의 교육 과정을 받았고, 지난해 5월부터 다시 살게 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음성변조 : "아동학대가 있었던 가정이고 그래서 아이들 치료라든지 부모 교육이라든지 이런 것들은 계속 진행을 했던 사례이고요."]

그렇게 4살 아이가 떠난 자리에는 지켜주지 못한 가족, 친지들의 울음만 남았고 어른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합니다.

["어떻게 하나."]

할아버지는 그렇게 손녀를 가슴에 묻었습니다.

[숨진 A양 할아버지/음성변조 : "내가 가서 싸워서라도 데리고 올걸. 그런 생각은 들어요. 할아버지로서 못 지켜줘서 미안하고 그래요. 진짜로 미안해요."]

이 씨는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어제 구속됐습니다.

A양의 몸 곳곳에는 상처 등이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학대가 언제부터 시작돼 이어졌는지 또 다른 아이들에 대한 학대는 없었는지, 조사를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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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드러나는 아동학대 정황…4살 여아 사망 원인은?
    • 입력 2019-01-04 08:37:41
    • 수정2019-01-04 08:50:27
    아침뉴스타임
[기자]

4살 어린이가 집에서 숨졌습니다.

새해 첫날 일어난 일입니다.

새벽에 소변을 봤다는 딸을 추운 화장실에 가둬 방치하고, 결국 숨지게 한건 바로 엄마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고 이전에 또다른 학대가 있었다는 정황까지 드러나고 있습니다.

무슨일이 일어난 걸까요,

현장으로 따라가보겠습니다.

[리포트]

어제 오후, 경기도의 한 장례식장.

찾는 사람도 없는 빈소 안에는 어린아이의 사진이 덩그러니 놓여 있습니다.

지난 1일 숨진 4살 A양의 빈소입니다.

갑작스러운 손녀의 죽음이 할아버지는 믿기지 않습니다.

[숨진 A양 할아버지/음성변조 : "제대로 잠을 못 잤어요. 많이 예뻐해 줄걸. 그리고 먹고 싶은 것도 좀 많이 사줄걸. 좋은 옷, 장난감 이런 것들…."]

A양의 사촌 언니가 썼다는 카드, 죽음의 의미를 모르는 탓인지 내일 만나자는 글이 쓰여 있습니다.

어린 손녀의 사진을 보며 가족들은 그렇게 아픈 추억을 되새겨 봅니다.

[숨진 A양 할아버지/음성변조 : "(아이) 아빠한테 노래 불러주는 그런 기억, 또 바깥에서 같이 놀아줬던 그런 기억, 그리고 내가 사진도 많이 찍어줬었죠. 그런 모습이 그래서 많이 기억에 남아요."]

시간을 돌려 사건 당일로 가보겠습니다.

새해 첫날 오후 3시 40분쯤, 소방서로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곧바로 구급차가 출동했지만 이미 아이는 숨진 뒤였습니다.

A양이었습니다.

[소방서 관계자/음성변조 : "무호흡, 무맥박 상태로 침대 아래에 반듯이 누워 있었던 상태고요. 심폐소생술을 하지 말라는 의사 지시가 있었어요. 명백한 사망이어서요."]

신고 전화의 주인공은 A양의 어머니인 34살 이 모 씨.

이 씨가 경찰 조사에서 진술한 내용은 이랬습니다.

새벽 3시쯤, 자다 깬 A양이 급하게 엄마인 자신을 찾았다고 하는데요.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애가 "엄마, 저 오줌쌌어요." 하고 보니까 바지에 오줌을 쌌대요. 그래서 화장실에서 너 벌 좀 서라고 소리를 질렀대요."]

그렇게 A양을 화장실에 벌을 세운 뒤 이 씨는 그대로 잠이 들었다는 것.

그러다 큰 소리에 깨어난 게 4시간 뒤인 아침 7시였다고 합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7시 정도에 쿵 하는 소리가 나서 아차 아이가 화장실에 있구나 하고 가보니까 아이가 쓰러져있고…."]

이 씨는 의식이 없는 아이를 방안에 눕혔다고 하는데요.

8시간이 지나도 의식이 없자 119에 신고하고 A양 아버지에게도 알렸다고 합니다.

[숨진 A양 아버지/음성변조 : "하늘나라 갔다 그랬고 그래서 빨리 장례 치러야 하니까 빨리 오라고 얘기해서 급히 넘어갔어요."]

경찰은 조사 도중 아동학대 혐의로 이 씨를 긴급체포했는데요.

다음날 부검을 실시한 결과, A양의 이마와 머리에서 발견된 출혈로 인한 혈종이 사망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박피손상과 혈종이 좀 심해요. 혈종이 사망의 원인이 될 수 있대요."]

이 씨는 조사 과정에서 학대를 일부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전날 저녁에도 프라이팬으로 아이를 때린 적이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직접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프라이팬으로 톡톡 쳤다고 하는데 좀 더 직접적인 보강 수사를 해서 좀 더 확인해야 할 것 같아요."]

A양은 지난해 부모가 이혼한 뒤, 그러니까 엄마인 이 씨와 이복형제 두 명과 함께 살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숨진 A양 할아버지/음성변조 : "어르신들도 많이 예뻐했었고, 그리고 어르신들 보면 또 자기가 상냥하게 인사도 했었고…."]

[인근 주민/음성변조 : "얼마나 예쁜지 몰라. 세상에 말도 잘하고 너무 예뻐요. 정말 어떻게 그런 아이를 학대해서…."]

아이가 방치되는 듯한 광경도 목격됐다고 하는데요,

주민들의 설명입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여기다가 세워 놨더라고. 아줌마, 아이 감기 드니까 빨리 데리고 가세요. 아이 감기 들어, 데리고 올라가요. 그 말만 했어요."]

이번 사건으로 또 다른 학대 정황도 나오고 있습니다.

숨진 A양 가정에서 아동 학대가 있었던 것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겁니다.

2년 전에는 이 씨가 아이들을 놔두고 혼자 외출했다 이웃 주민이 신고한 적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그 이후 세 아이는 1년간 아동보호시설에서 지냈다고 합니다.

그러다 이 씨가 의지를 보이며 아동보호기관의 교육 과정을 받았고, 지난해 5월부터 다시 살게 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음성변조 : "아동학대가 있었던 가정이고 그래서 아이들 치료라든지 부모 교육이라든지 이런 것들은 계속 진행을 했던 사례이고요."]

그렇게 4살 아이가 떠난 자리에는 지켜주지 못한 가족, 친지들의 울음만 남았고 어른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합니다.

["어떻게 하나."]

할아버지는 그렇게 손녀를 가슴에 묻었습니다.

[숨진 A양 할아버지/음성변조 : "내가 가서 싸워서라도 데리고 올걸. 그런 생각은 들어요. 할아버지로서 못 지켜줘서 미안하고 그래요. 진짜로 미안해요."]

이 씨는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어제 구속됐습니다.

A양의 몸 곳곳에는 상처 등이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학대가 언제부터 시작돼 이어졌는지 또 다른 아이들에 대한 학대는 없었는지, 조사를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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