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독일 언론이 주목한 김정은의 ‘새로운 길’

입력 2019.01.04 (09:37) 수정 2019.01.04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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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t’ 김정은 ‘새로운 길’로 미국 위협‘welt’ 김정은 ‘새로운 길’로 미국 위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가 발표된 이후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언론과 학자, 정치인들이 그 의미에 대한 분석을 쏟아내고 있다. 독일 언론들도 올해 첫 신문인 1월 2일자 1면에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발표 사진을 싣고 기사와 논평을 게재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김정은의 위협' '독재자의 경고'

그런데 기사 제목들이 범상치 않다. '김정은의 위협' '공허한 협박'(SZ, 쥐트도이체 차이퉁), '노련한 김정은'(FAZ,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독재자의 경고'(TAZ, 디 타게스차이퉁)…독일 유력 언론들은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위협'과 '경고'로 해석했다.

독일 언론이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주목한 키워드는 '새로운 길'이다. 미국이 제재·압박을 유지한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도 있다고 한 부분이다.

벨트(Welt) 온라인판은 이 발언이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경고를 담고 있다고 풀이했다.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든다"는 내용은 미국이 요구하는 있는 '북한의 전체 핵무기 리스트 공개'를 말한다며, 이를 거부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벨트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개최 6개월이 지난 지금 김정은은 공식적으로 미국의 한반도 비핵화 계획을 거절했다"며 단정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taz’ 독재자의 경고‘taz’ 독재자의 경고

TAZ는 "김정은이 언급한 한반도의 비핵화는 절대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주장한 북한의 일방적인 비핵화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의 비핵화는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대규모 군사훈련이 중단돼야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FAZ 역시 "김정은이 미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고 해석했다. "신년사를 통해 김정은은 자신이 미국과 한국에 약속한 한반도의 비핵화가 일방적으로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확실히 했다"는 것이 FAZ의 분석이다. FAZ는 이어 "북한의 독재자가 경제적 압박과 군사적 위협에 지쳐 스스로 알아서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이는 순진한 생각이었다. 김정은에게 핵무기는 그의 정권을 지킬 수 있는 보증서와 같다"고 주장했다.

SZ는 김 위원장의 '새로운 길 모색' 발언을 협박으로 해석하면서 공허하다는 표현을 덧붙였다. 군사적 부분을 언급하지 않은 공허한 협박이라는 것이다. "그는 어차피 군비무장을 할 만한 형편이 못 된다"고 SZ는 진단했다. FAZ 역시 "북한이 핵무기 시험을 재개하거나 핵무기 발전을 진행하는 것은 북한에게도 외교적 모험이 됐다"며 북한의 현재 상황을 묘사했다.

‘슈피겔’ 느긋하게 가죽 소파에 앉아‘슈피겔’ 느긋하게 가죽 소파에 앉아

■이미지 변화 시도…'독재자일 뿐'

독일 언론은 김 위원장이 신년사를 발표한 장소에도 주목했다. 김 위원장은 예년처럼 연설대에 서서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고 가죽 소파에 앉아 신년사를 읽었다. 책장과 난로를 배경으로 했다. 벨트 온라인은 이 부분을 '김정은의 고유한 연출'로 해석했다. "큰 소파 뒤에는 벽난로도 있었지만 불은 볼 수 없었다. 이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전 대통령의 '난로 연설'과 같은 분위기를 띄웠다."라며.

FAZ 역시 김 위원장의 양복과 넥타이, 소파를 언급하며 "김정은이 세련되고, 다른 나라의 정상들과 비슷해 보이며, 책임감 넘치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슈피겔 온라인은 "북한의 체제선전 작업이 상당히 노련하게 진행됐지만 완벽하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슈피겔은 북한 전문가 뤼디거 프랑크 교수의 트위터를 인용하며 "신년사 발표에 31분이 걸렸다. 하지만 누군가 김정은의 뒤에 시계를 놓았는데 신년사를 시작할 때 12시 3분을 가리키고 있었고 끝난 시간은 12시 55분이며 따라서 21분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SZ는 더욱 냉정했다. "김정은은 아버지, 할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이념주의자가 아닌 군사독재자일 뿐"이라고 규정했다.

‘sz’ 김정은의 위협‘sz’ 김정은의 위협

■국제사회, 보다 확실한 조치 요구

독일 언론의 논조를 보면 독일 사회가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을 읽을 수 있다. 지난해 9월 3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평양공동선언'이 발표됐을 때 국내외에서 환영하는 성명들이 나왔지만, 독일 정부는 공식 성명을 내놓지 않고 평가를 유보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해 10월 유럽 순방 당시 독일을 비롯한 프랑스, 이탈리아 정상은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언급하며 북한에 대해 확실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유럽과 아시아의 51개국이 모인 ASEM에서도 북한에 CVID를 촉구하는 의장 성명이 채택됐고, 12월 G-20 당시에도 상당수 정상들이 북한 비핵화에 대해 강력한 입장을 보였다.

독일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김정은 위원장의 '완전한 비핵화' 천명에도 불구하고,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FAZ는 이에 대해 "북한이 지금까지는 핵무기 시험의 일시 중지를 제외하고는 특별히 행한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신년사에서 핵무기를 다량 생산할 것을 강조했는데, 이를 공식적으로 취하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새해 국제사회는 '보다 가시적인 조치'를 북한에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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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04 09:37:11
    • 수정2019-01-04 21:3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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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t’ 김정은 ‘새로운 길’로 미국 위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가 발표된 이후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언론과 학자, 정치인들이 그 의미에 대한 분석을 쏟아내고 있다. 독일 언론들도 올해 첫 신문인 1월 2일자 1면에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발표 사진을 싣고 기사와 논평을 게재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김정은의 위협' '독재자의 경고'

그런데 기사 제목들이 범상치 않다. '김정은의 위협' '공허한 협박'(SZ, 쥐트도이체 차이퉁), '노련한 김정은'(FAZ,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독재자의 경고'(TAZ, 디 타게스차이퉁)…독일 유력 언론들은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위협'과 '경고'로 해석했다.

독일 언론이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주목한 키워드는 '새로운 길'이다. 미국이 제재·압박을 유지한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도 있다고 한 부분이다.

벨트(Welt) 온라인판은 이 발언이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경고를 담고 있다고 풀이했다.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든다"는 내용은 미국이 요구하는 있는 '북한의 전체 핵무기 리스트 공개'를 말한다며, 이를 거부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벨트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개최 6개월이 지난 지금 김정은은 공식적으로 미국의 한반도 비핵화 계획을 거절했다"며 단정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taz’ 독재자의 경고
TAZ는 "김정은이 언급한 한반도의 비핵화는 절대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주장한 북한의 일방적인 비핵화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의 비핵화는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대규모 군사훈련이 중단돼야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FAZ 역시 "김정은이 미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고 해석했다. "신년사를 통해 김정은은 자신이 미국과 한국에 약속한 한반도의 비핵화가 일방적으로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확실히 했다"는 것이 FAZ의 분석이다. FAZ는 이어 "북한의 독재자가 경제적 압박과 군사적 위협에 지쳐 스스로 알아서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이는 순진한 생각이었다. 김정은에게 핵무기는 그의 정권을 지킬 수 있는 보증서와 같다"고 주장했다.

SZ는 김 위원장의 '새로운 길 모색' 발언을 협박으로 해석하면서 공허하다는 표현을 덧붙였다. 군사적 부분을 언급하지 않은 공허한 협박이라는 것이다. "그는 어차피 군비무장을 할 만한 형편이 못 된다"고 SZ는 진단했다. FAZ 역시 "북한이 핵무기 시험을 재개하거나 핵무기 발전을 진행하는 것은 북한에게도 외교적 모험이 됐다"며 북한의 현재 상황을 묘사했다.

‘슈피겔’ 느긋하게 가죽 소파에 앉아
■이미지 변화 시도…'독재자일 뿐'

독일 언론은 김 위원장이 신년사를 발표한 장소에도 주목했다. 김 위원장은 예년처럼 연설대에 서서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고 가죽 소파에 앉아 신년사를 읽었다. 책장과 난로를 배경으로 했다. 벨트 온라인은 이 부분을 '김정은의 고유한 연출'로 해석했다. "큰 소파 뒤에는 벽난로도 있었지만 불은 볼 수 없었다. 이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전 대통령의 '난로 연설'과 같은 분위기를 띄웠다."라며.

FAZ 역시 김 위원장의 양복과 넥타이, 소파를 언급하며 "김정은이 세련되고, 다른 나라의 정상들과 비슷해 보이며, 책임감 넘치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슈피겔 온라인은 "북한의 체제선전 작업이 상당히 노련하게 진행됐지만 완벽하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슈피겔은 북한 전문가 뤼디거 프랑크 교수의 트위터를 인용하며 "신년사 발표에 31분이 걸렸다. 하지만 누군가 김정은의 뒤에 시계를 놓았는데 신년사를 시작할 때 12시 3분을 가리키고 있었고 끝난 시간은 12시 55분이며 따라서 21분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SZ는 더욱 냉정했다. "김정은은 아버지, 할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이념주의자가 아닌 군사독재자일 뿐"이라고 규정했다.

‘sz’ 김정은의 위협
■국제사회, 보다 확실한 조치 요구

독일 언론의 논조를 보면 독일 사회가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을 읽을 수 있다. 지난해 9월 3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평양공동선언'이 발표됐을 때 국내외에서 환영하는 성명들이 나왔지만, 독일 정부는 공식 성명을 내놓지 않고 평가를 유보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해 10월 유럽 순방 당시 독일을 비롯한 프랑스, 이탈리아 정상은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언급하며 북한에 대해 확실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유럽과 아시아의 51개국이 모인 ASEM에서도 북한에 CVID를 촉구하는 의장 성명이 채택됐고, 12월 G-20 당시에도 상당수 정상들이 북한 비핵화에 대해 강력한 입장을 보였다.

독일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김정은 위원장의 '완전한 비핵화' 천명에도 불구하고,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FAZ는 이에 대해 "북한이 지금까지는 핵무기 시험의 일시 중지를 제외하고는 특별히 행한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신년사에서 핵무기를 다량 생산할 것을 강조했는데, 이를 공식적으로 취하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새해 국제사회는 '보다 가시적인 조치'를 북한에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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